소설리스트

후회 안 하는 프로듀서-13화 (13/760)

#013화

“에에…….”

리카가 짜게 식은 얼굴로 성필을 쏘아보았다.

“아타시(저)를 못 믿는 거예요?”

“말했잖아. 직접 말해봐야 직성이 풀리겠다고.”

“후우, 거절당하고 눈물 터뜨릴 이사님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아프네요. 그땐 언제든지 저한테 위로받으셔도 돼요.”

성필은 창문 너머로 다시 백설하를 보려 했다.

그런 생각으로 다가갔을 때, 문이 열리며 모서리가 성필의 이마를 강타했다.

“악!”

“어? 아, 괜찮으세요?!”

공교롭게도 또 범인은 백설하였다.

성필도 이번만큼은 벌떡 일어날 수 없었다.

강하게 맞은 탓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피, 피!”

피? 성필이 이마를 만지자 붉은색 액체가 손에 묻어 나왔다.

“피, 피가…….”

“이사니이이이이임!”

리카가 절규하며 성필에게 달려왔다. 그녀는 허둥지둥 그의 이마를 문질렀다.

“악! 그, 그만!”

“꺄아아아아아아아악! 피다 피!”

리카의 눈동자가 빙글빙글 돌아갔다. 그녀는 손은 물론이고 옷 소매까지 써가면서 피를 닦았다.

“따가우니까 그만 문질러!”

“백 쌤이 또 이사님을 쓰러뜨렸어! 고의야! 두 번은 고의예요!”

“미, 미안, 미안!”

백설하도 정신이 없는 듯했다.

근처에 모여든 사람들은 구급차를 부를까 말까 논의했다.

사실 리카의 호들갑 때문에 더 큰 일로 보였다. 그녀의 옷은 성필의 이마에서 나온 피로 범벅이 되었으니, 누가 본다면 칼에라도 찔린 줄 알 것이다.

“괜찮아요, 전 괜찮아요.”

성필은 모두를 안심시키기 위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또다시 일어나려 노력했으나, 머리를 강하게 박은 탓에 갑자기 힘이 풀렸다.

백설하의 눈동자가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다친 성필보다도 더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럴 만했다.

리카가 닦아주지 않자 피가 더 많이 흘렀으니까. 붉은 액체가 얼굴을 줄줄 타고 흘러 바닥을 적셨다.

“어, 어어, 구급차, 구급차 불러드료?! 아! 지혈, 지혈 먼저 해드료요?! 뭐해야 하지?!”

백설하가 성필에게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

환자에게 취할 행동으로 적합하지 않았다.

다친 사람에게 어떻게 할지 묻는다니.

하지만 성필로서는 기다리던 상황이기도 했다.

이제 본인이 크게 다치지 않았으며,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 된다.

“안 다쳤어요, 크게는.”

“하지만 피가…….”

“진짜요….”

“네?”

“아무 데나. 아니, 카페 같은 데서. 둘이.”

“……네?”

아이 씨, 왜 정신이 이렇게 흐리지.

중요한 순간인데 이러면 안 되는데.

“커피 사주시면 용서…….”

그게 성필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 *

병실.

침대에 누운 성필을 가로 엔터의 사람들이 둘러싸듯 앉아 있었다.

“아무것도 듣기 싫어.”

홍규헌은 사건의 전말을 듣고 절망했다.

본인의 이야기가 아닌데도 얼굴이 새빨갛게 붉어져 있었다.

“이런 게 내 부하 직원이라고? 부끄러워서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겠다.”

“‘이런 거’라니 말씀이 너무 심하신…….”

“피 흘리면서 기절하는 와중에도 여자 꼬시는 게 제정신이야? 심지어 10살 연하한테?”

“9살…….”

“그것도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데도? 너 뭐야? 그 백설하란 트레이너 직장 그만두게 만들려고?”

“…….”

한구인은 묵묵히 사과를 깎았다.

그때 리카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저는 이사님의 명예를 복권해줘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이유를 말해보렴.”

“이사님도 외로우셨을 거예요. 서른 다 되도록 변변찮은 짝도 없이 일만 하고 계시잖아요. 평소에도 연예인만 보고 사니 눈이 너무 높아져 버린 거죠.”

“그럴듯하네. 근데 그게 뭐?”

“뭐가 그럴듯해요.”

“어쨌거나, 연예인은 이사님이 닿지도 못할 하늘의 존재잖아요? 감히 마음을 표현할 수 없었겠죠. 하지만 연예인처럼 예쁜 사람이 연예인이 아니다? 오우, 이거 성공할 수 있을지두?”

“비참한 예상이네.”

“리카 너 죽고 싶냐? 내가 얼굴에 환장한 인간처럼 보여?”

“그래서 눈이 돌아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해해요.”

“와, 리카 씨.”

한구인의 감탄사에 박성필 꼽주기 경연대회가 끊어졌다.

“한국어 엄청나게 느셨네요. 단어 사용이 현지인이랑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아요.”

“감사합니다! 아무튼요! 충분히 그러실 수 있다, 제 의견은 그래요.”

“우리 리카, 추론 능력이 상당하네. 어때 박 이사. 리카 말이 맞아?”

“맞겠어요?!”

성필도 자신이 쓰러질 때의 광경이 어떨지 충분히 상상이 갔다.

머리에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여자한테 작업 거는 미친놈이라 보여도 어쩔 수 없다.

기절하기 전 마지막 발언도 가관이었다.

“……리카야.”

“네, 이사님. 뭐든 말하세요. 저는 이사님 이상하게 안 봐요.”

리카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게 성필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보컬 학원…… 옮길까?”

“괜찮다니까요. 설령 학원 애들이 전부 이사님 욕하고, 가로 엔터에 있단 이유로 이지매(집단 괴롭힘)해도, 전 언제나 이사님 편을 들게요. 저는 알아요, 이사님도 생물로서의 한계에 봉착해버린 피해자라는 걸요…….”

“네가 제일 나빠!”

성필이 리카의 이마에 꿀밤을 먹였다.

사실 홍규헌이나 한구인은 별말 없었는데, 리카 혼자 신나서 온갖 말을 떠들어댔다.

이 상황을 즐기기까지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백 쌤과의 관계는 무너졌지만요.”

“그러게, 고민이다…….”

“박 이사 진짜 깬다. 그 지경까지 갔는데도 포기를 안 해?”

“사장님도 왜 그러세요. 말씀드렸잖아요. 백설하 트레이너, 아이돌로서 자질이 있는 것 같다니까요. 그거 때문에 말 한 번 걸어봤는데 이런 취급이나 받고…….”

“알아 알아. 놀린 거야. 마음 상하지 마. 리카 너도 박 이사 그만 놀려.”

“네엥. 흐힣.”

“…….”

성필은 리카가 미웠다.

아무리 상황이 재밌더라도 조금은 위로해 줄 만하지 않은가. 그런데 리카는 성필의 불행을 너무도 즐거워했다.

“음, 박 이사님이 곤란하시면 제가 가볼까요? 저는 그분이랑 초면이기도 하니까요.”

확실히 한구인이 가면 조금은 성공률이 오를지도 몰랐다.

“그래 주시면 고맙죠.”

“맞아요. 박 이사님보다 한 이사님이 훨씬 나을 거예요.”

“리카 아까부터 왜 나를 못 놀려서 안달…….”

그때 성필의 핸드폰이 울렸다.

옛날 매니저로 지냈을 때의 습관으로, 성필은 핸드폰 진동이 세 번 울리기 전에 무조건 받았다.

그러나 액정에 모르는 번호가 뜨자 조금은 저어됐다.

‘그래도 받긴 해야지.’

[여보세요?]

그 목소리를 들은 성필의 몸이 굳었다.

“아, 네. 네, 예. 아아, 네. 알겠습니다. 네네, 괜찮습니다. 저도 좋습니다. 네, 그럼.”

전화가 끊겼다.

다들 무슨 일이냐는 듯 그를 보았다.

성필은 조금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백……, 설하 트레이너예요.”

“에엣?!”

리카가 경악했다.

“뭐라는데?”

“어, 어…… 사과하고 싶다고…… 만나자고 하는데…….”

“잘됐네. 가서 연습생 이야기 꺼내 봐. 음, 아닌가? 일단 실력이 어떤지 모르니.”

“실력은 확실합니다. 노래 잘 불러요. 그냥 잘 부르는 것도 아니고 엄청 잘 부릅니다.”

“메인 보컬로 괜찮겠네. 그래도 속단은 금물이야. 확실하게 알아봐야 해.”

“알고 있어요.”

“우리가 제안해놓고 테스트받자고 말하면 실례인가?”

“테스트는 당연히 거쳐야 하는 거죠.”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으면 그냥 회사로 와. 응접실에서 보는 게 낫지 않아?”

“어음…….”

잠깐 성필의 말이 막혔다.

“왜? 백 트레이너가 시간 없대?”

“아뇨. 따로 만나자고 하셔서요.”

“에엣?!”

“따로 만나자라…….”

홍규헌은 고민하며 턱을 괴었다. 그녀는 의아스럽게 성필을 보다가 한구인에게 고갯짓했다.

“한 이사가 같이 가.”

“제가요? 트레이너님은 박 이사님과 만나자고 하신 거잖습니까.”

“아니. 이건 거절하려는 거야. 얘기를 들어보고 싶었으면 우리 회사로 왔어도 상관없었을 거야.”

“그렇습니까……?”

“어떤 애인지 보지도 못하고 돌려보내긴 싫어. 박 이사가 몇 주 만에 겨우 괜찮겠다고 생각한 애잖아.”

“음…….”

한구인은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그는 홍규헌의 말을 몇 번 곱씹어보더니, 가장 높은 확률의 가설을 내었다.

“그린 라이트 아닙니까?”

“에에에에에엑?!”

“리카 씨 말대로라면, 트레이너님은 아이돌에 흥미가 없을 거 아닙니까. 굳이 따로 만날 이유라면…….”

“미안해서 억지로 어울려주는 게 도젠데쇼(당연하잖아요)?!”

리카가 극렬히 부정했다.

“한 이사님은 공감 능력이 너무 없어요!”

한구인은 충격받아서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홍규헌이 살짝 낮아진 어조로 말했다.

“리카야.”

“아, 에, 죄송합니다. 말실수였어요.”

“사람의 결점을 함부로 지적하면 안 돼.”

“……?”

“아니, 한 이사가 공감 능력이 없단 건 아니고. 오히려 리카가 배려심이 없는 거지. 앞으로 조심해.”

“네에……. 이사님, 죄송해요.”

“하하, 괜찮습니다. 옛말에 사실이면 받아들여서 고치고, 사실이 아니면 무시하라고 했습니다. 리카 씨 말씀은 잘 알았습니다.”

그날, 한구인은 눈에 띌 정도로 리카를 무시했다. 리카는 화난 한구인을 달래려고 엄청나게 노력했다.

* * *

“백 쌤 고백받았다면서요?”

동료 트레이너들이 낄낄거리면서 웃었다.

백설하는 얼굴이 붉어져 커피가 담긴 종이컵만 쭉 바라보았다.

“그 사람 리카네 매니저라고 했죠?”

“네.”

“그럼 혹시 백 쌤한테 아이돌 되라고 제안하는 거 아니에요?”

“에이, 설마 그러겠어요? 백 쌤도 연습생 하기엔 나이가 있잖아요.”

21살에게 ‘나이가 있다’란 말이 적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대상이 연습생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지금 당장이면 몰라도, 데뷔가 장난도 아닌데 아무리 빨라도 1, 2년은 걸리죠.”

“만약 뱀 쌤이 데뷔한다 치면 스물셋? 그 정도겠네요.”

잠깐 휴게실이 조용해졌다.

그다음 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다들 ‘늦었네’라고 생각했다.

요즘 시대에 걸그룹이 스물셋에 데뷔하는 건 상당히 늦은 것이다.

게다가 그것도 빨리 데뷔했을 경우였다.

지금부터 준비를 갖춘다면 24, 25에 데뷔할 수도 있으리라.

백설하는 말없이 커피를 저었다. 그리고 얼마 전, 성필이 자신을 ‘학생분’이라고 했던 게 떠올랐다.

‘나도 동안인데…….’

그녀는 21살이면서도 동안으로 보이는 게 더 좋았다. 동료들이 아이돌 데뷔하기 늦었다는 말을 하니 더 그랬다.

물론 아이돌이 되겠다는 꿈은 일찌감치 접었지만, 그들이 늦었다고 하니 왠지 모를 반감이 꿈틀거렸다.

“뭐야 그럼. 진짜 그 사람이 백 쌤한테 작업 건 거야?”

“백 쌤 어쩔 거야?”

다들 백설하가 연습생 제안을 받으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만큼 나이라는 요소는 중요했다.

“네? 아으, 일단 이번 주에 만나기로는 했는데요…….”

“뭐? 9살 차이인데? 진심이야? 그런 건 바로 거절해야지!”

“미, 미안해서요. 저 때문에 병원도 가셨고. 두 번이나 머리 박으시고. 그리고 아직 왜 만나자는지는 모르…….”

“그런 걸 동정심 때문에 받아주면 안 되죠. 이런 경우는 여지도 안 주는 게 오히려 예의라니까요.”

“그니까. 나중에 계속 연락 오고 그러는 거 아냐?”

“아하하…….”

백설하는 그들에게 맞춰 웃었다.

모두 진심으로 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휴식 시간에 씹을 게 필요했을 뿐이다.

성필이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왜 백설하에게 접근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연습생 제의는 아닐 테고.’

백설하가 낸 답은 동료들과 같았다.

애초에 성필이 했던 ‘둘이서만 커피 마시자’는 말은 의도가 너무 뻔히 보였다.

나이에다가 둘의 관계를 고려하면 거절하는 게 맞을 테지만, 백설하는 진실로 성필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잘못한 것도 있으니 한 번쯤은…….’

이렇게 생각했다.

트레이너들은 짧은 휴식을 마치고 저마다 할 일을 하러 갔다.

백설하는 레슨룸으로 가는 길, 동료들과의 대화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근데 박성필 이사님이 그렇게 별로인가? 내 눈이 낮은 건가? 연애를 안 해봐서 그런가……. 9살 차이면 내가 서른일 때 이사님은 서른아홉. 아, 차이가 크긴 하구나.’

백설하는 의문을 품으며 지정된 레슨룸으로 향했다. 얼마 뒤 좁은 방 안에 여학생이 들어왔다.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대뜸 이리 말했다.

“어, 쌤 그거 이틀 전에 입으셨던 옷 아니에요?”

맞았다.

하지만 백설하는 당당하게 ‘맞다’고 답하지 못했다. 부끄러워서였다.

일을 마치고 나오는 길, 그녀는 복도의 거울 앞에 서서 본인의 옷을 보았다.

오랫동안 입어온 것이었다.

백설하는 옷을 자주 사지 않았다.

물론 사고 싶긴 했으나, 항상 금전적인 이유가 발목을 잡았다.

옷을 사겠단 마음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돈이 조금 남긴 한데 굳이 사야 할 필요는…….’

아까 학생에게 들은 말 때문에 속이 쓰리긴 했으나, 굳이 소비를 늘릴 필요는 없었다.

그때 며칠 뒤에 만나기로 한 성필이 떠올랐다.

백설하는 거울 앞을 떠나지 못했다.

‘사야 할 필요는…….’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 * *

“한 이사님도 트레이너님 몇 번 보셨죠?”

“네. 리카 씨 데리러 올 때 봤습니다. 하지만 그다지 마음이 끌리진 않았습니다.”

“진짜요? 한눈에 봐도 눈에 띄는 사람인데.”

“그야 외모로 보면 그렇겠습니다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성필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대체 한구인의 눈높이가 어디에 있는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백설하는 ‘커피를 먹자’는 요청에 충실하게도 약속장소를 카페로 골랐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안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성필은 두리번거리면서 백설하를 찾으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어디 있…….”

그때 한구인이 성필의 어깨를 두드렸다.

고개를 돌리니 한구인이 어느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박 이사님 말씀이 맞네요. 한눈에 봐도 눈에 띕니다.”

성필도 동감했다.

백설하는 평소에도 찬란한 외모로 눈에 띄었으나, 오늘은 차원이 달랐다.

항상 학원에서 보이던 무미건조한 옷은 전부 귀찮아서 입은 것이라고 증명이라도 하듯, 오늘의 백설하는 달랐다.

옷부터 화장까지 전부.

“이거 그린 라이트죠?”

“박 이사님한테 마음이 있냔 뜻입니까? 흠, 평소와 달리 저렇게까지 꾸미고 올 정도니까, 확실히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남녀가 만나는 자리에서는 다들 꾸미고 오니까 섣부른 판단은…….”

“아니! 그거 말고요! 트레이너님이 미쳤다고 제가 작업 걸었다고 생각하겠어요? 당연히 연습생 제의할 거라고 알겠죠. 그리고 저렇게 꾸미고 왔다는 건, 아시겠죠?”

“그런…… 겁니까?”

“그런 거예요.”

성필은 백설하가 긍정적으로 생각해줬다는 사실이 기뻐서 성큼성큼 다가갔다.

백설하도 성필을 알아보곤 인사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뒤에 따라오는 한구인을 보더니 표정이 살짝 굳었다.

“안녕하세요. 사석에서 보는 건 처음이네요.”

“네, 네에. 그런데 뒤에 분은……?”

“학원에 몇 번 오셨는데 모르시나 봐요. 저희 회사 한구인 이사님이에요.”

“처음 뵙겠습니다. 한구인입니다.”

백설하는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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