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홍등가의 소드마스터-368화 (본편 완결) (368/446)

<에필로그>

시간이 지났다.

하늘이 붉어졌고, 대륙의 절반 가까이가 초토화됐다.

마경의 침식을 막아내던 대륙의 한 축이 무너졌으니, 필연적인 결과였다.

교황청을 붕괴시키고 알렉산데르 추기경을 죽인...

대륙의 역사를 통틀어 유례없이 끔찍한 힘을 지녔다고 여겨지는 그 악신의 사도를, 사람들은 종종 마왕이라 부르며 공포에 떨었다.

그토록 공포스러운 존재가 강림했음에도, 아직 대륙은 무너지지 않았다.

제국이, 건재했기 때문이다.

제국을 섬기는, 대륙의 역사상 유례없이 위대한 마법사가 하늘을 열어 사악한 무리들의 진군을 저지했다.

그 후폭풍으로 인해 대륙의 지각이 뒤틀리고 기후에 부정적인 변화가 찾아왔으나 이를 탓할 수 있는 이들은 없었다.

대륙은 지금도 붉은 하늘 아래 끊임없이 투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루나는 오랜만에 황성을 떠나 황실 마탑을 찾았다.

황실 마탑이 보유한 대부분의 기능이 이제 루나에게 종속되어 있었다.

황실 마탑의 심부까지 진입한 루나가 마침내 황실 마탑에 존재하는 마지막 문을 열었다.

수백 년의 시간이 지나 모습을 드러낸 그곳에는, 리실로테가 남긴 최후의 사념이 루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리실로테가 지니고 있던 대부분의 권한과 정보들은 이미 루나에게 넘기거나 빼앗겼다.

이제 리실로테가 루나에게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은 전무했다.

루나는, 리실로테가 남긴 마지막 조각을 소멸시키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루나는 손을 뻗기 전에, 먼저 리실로테에게 물었다.

"타협도 가능했을 텐데,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지를 택한 이유가 뭐지?"

모든 게 파멸을 맞이하기 전.

리실로테에게는 레이와 루나의 행동을 강제할 수단이 충분히 많았다.

그럼에도 리실로테는 가장 파멸적인 선택지를 택했다.

그로 인해... 결국에는 리실로테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기는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여러 행운이 수십 개는 겹친 덕분이었다.

리실로테의 선택은 파멸적이고 불확실했다. 그럼에도 어째서 그런 선택지를 택했느냐고, 루나가 물었다.

리실로테는 담담하게 루나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그 아이의 육신과 영혼을 붕괴시키는 저주는, 엘-람과 맺어진 영속하는 계약이야."

"..."

"너도 이제는 알고 있겠지만, 그 아이의 소멸을 멈춰 세우는 유일한 방법은, 엘-람을 소멸시키는 것뿐이야."

"..."

"네가 엘-람을 죽여야만 하는 동기를 갖추기를 원했어. 네 가슴에 반드시 엘-람을 찢어 죽여야 하는 강박을 새겨넣고 싶었어."

"..."

"너라면 가능해. 나를 넘어서... 하르시아를 넘어서... 그의 비원을 이뤄줘."

"나는 하르시아와 달라."

루나와 하르시아는 재능의 방향성이 달랐다.

하르시아의 재능이 인간의 육신으로 초월적인 존재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을 창조하게 해주었다면, 루나의 재능은 초월 그 자체였다.

"내가 저 너머에 발을 들여, 엘-람을 비롯한 저 너머의 존재를 전부 소멸시켜도... 내가 엘-람의 자리를 대신할 뿐이야. 그리고 그건, 하르시아의 비원이 아니야."

루나의 지적에 리실로테가 천천히 입꼬리를 움직였다.

"그래, 맞아."

루나의 지적은 정확했다.

그건 하르시아의 비원이 아니었다.

리실로테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 처음부터... 그의 비원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어."

리실로테는, 리실로테가 남긴 원념은...

이미 잃어버린 가장 소중했던 존재를 그리워하며 공허하게 웃었다.

"내가 원한 건 처음부터 복수뿐이었어."

단지, 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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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야 한다.

반드시 죽여야 한다.

그년을 죽여야 한다.

마왕이라 칭해지며 대륙을 휘젓고 다닌 그 빌어먹을 새끼를, 마왕으로 개화하기 전에 죽여야 한다.

그 좆 같은 새끼만 아니었다면 제국도 힘겹게나마 버티는 게 가능했을 것이다.

그 개새끼가 힘을 얻어 악신의 하수인이 되기 전에 갈기갈기 찢어 죽여야 했다.

인간. 북서 방향. 시그니 산맥. 여자. 은색 눈동자.

다른 새끼가 낚아채서 수작을 부리기 전에 반드시 먼저 찾아내서 죽여야 한다. 찢어 죽여야 한다. 불태워야 한다.

죽여. 죽이라고.

죽여! 머리를 부숴! 불태워서 잿더미로 만들어! 죽여버리라고!!! 죽여!!!

"야...!"

죽여버리라고!!! 죽여!!! 반드시!!! 죽여!!!!! 죽여!!!!!!!!!!

"야!!!"

"...!!"

쿵!

박정훈이 깜짝 놀라 허리를 젖혔다가 탁자에 머리를 부딪쳤다.

뒤통수에 찾아온 통증 탓에 정신이 번쩍 든 박정훈이 자기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 꼴을 한심스럽게 보던 한시현이 인상을 찌푸린 채 물었다.

"왜 지랄인데? 앉아서 악몽 꿨냐? 왜 누굴 자꾸 죽인다고 외쳐?"

"아이씨..."

고통 탓에 머리를 벅벅 문지른 박정훈이 끙끙거리며 답했다.

"으... 잠깐 졸았나봐."

"박정훈 씨, 정신 좀 차리세요. 요즘 들어 되게 얼빠져 보인다?"

"아으... 알겠어, 알겠어."

"어디 아프냐?"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나 이제 나간다? 냉장고에 맥주 떨어졌던데 미리 좀 채워넣고."

"...야, 여기가 니 집이냐?"

"그럼 내 집이지, 남의 집이야?"

한시현과 박정훈이 서로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박정훈이 손을 한 번 휘젓자 한시현이 과장되게 혀를 끌끌 차면서 현관을 나섰다.

홀로 남은 박정훈은 화장실로 가서 흐르는 물로 얼굴을 씻어내렸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거듭해서 얼굴을 닦았다.

"..."

옛날부터 책 읽는 걸 좋아했다.

에세이, 철학서, 여행서, 여러 국가의 문학 작품들, 그리고 흔히 '장르 소설'이라 일컬어지는 웹소설도 잡다하게 찾아보았다.

책을 읽으며 글에 몰입하는 것 또한 참 좋아하는 일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건... 몰입의 정도가 과했다.

아니, 그냥 과하다고 표현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심각했다.

제국멸망기.

반 장난으로 읽기 시작한 소설이었는데, 요즘 들어 그 소설에 지나치게 몰입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소설의 내용을 곱씹으며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개입해야 역사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뒤틀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이제는 그도 모자라 작품에 등장하는 몇몇 캐릭터에게 강한 증오까지 느낄 지경이었다.

"..."

제국멸망기가 이렇게까지 몰입할 만큼 재밌는 소설이었나?

그건 또 아니었다. 애초에 박정훈 혼자 보다시피 하는 소설이었다.

최근 들어서는 소설에 몰입을 하고 있다기보다는... 누군가가 제국멸망기의 내용을 머리에 강제로 각인시키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박정훈은 한숨을 푹 쉬었다.

'정신병원... 가봐야 하나...'

아무래도 병원 예약을 잡아야 할 것 같았다.

이 '강박'이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끼칠 지경이었으니, 박정훈도 더는 혼자 해결하겠다고 고집을 부릴 수가 없었다.

박정훈은 손톱을 이빨로 씹어가며 가까운 거리에 있는 정신병원을 검색해 보았다.

하지만, 박정훈이 겪고 있는 문제는... 정신병원에서 상담을 받고 약을 처방받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이건 박정훈의 영혼이 무언가에게 종속되어가고 있는 절차였다.

박정훈이 느끼는 살의는 박정훈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박정훈은 진실을 알아챌 수 없었다.

초월적인 존재가 박정훈의 영혼에 연결해놓은 한 가닥의 '선'을, 박정훈이 자각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박정훈은 가장 가까이 있는 정신병원에 먼저 통화를 걸어 예약 가능한 날짜를 알아보려 했다.

헌데 그때.

박정훈에게 이어져 있는 한 가닥의 선을 쫓아, 검은 기류가 흘러들었다.

검은 기류는 끈질긴 추적 끝에 박정훈의 존재를 감지하는 데 성공했다.

박정훈. 엘-람이 막대한 영향력을 소모해 배양해낸 사도.

악신들의 강력한 패를 조기에 제거하기 위해 준비된 존재.

하지만 '제약'을 포함해, 아직 사도로써 미완성 상태였다.

악신들은 박정훈의 존재를 감지한 즉시 엘-람의 수작을 저지하려 했다.

엘-람 또한 자신이 배양하고 있던 사도가 발각되었음을 인지했다.

이대로 박정훈을 방치하면 막대한 영향력을 소모해 배양해낸 사도를 소실할 게 분명했다.

츠즉-!

미완성 상태이긴 했지만, 엘-람은 박정훈의 영혼을 곧바로 목표했던 세상으로 전이시키려 했다.

그러한 엘-람의 시도를 악신들이 가만히 두고 볼 리 없었다.

박정훈을 중심으로 초월적인 존재들의 영향력이 충돌했다.

쩌엉!!!!!

*

'어디... 오늘까지 해놔야 할 게...'

지하철에 탄 한시현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하루의 스케줄을 확인했다.

오늘도 스케줄이 꽤나 빡빡하게 차 있었다.

분명 입으로는 여유로운 생활을 지향한다던 한시현이었는데, 어째 나날이 몸이 바빠지고 있었다.

스케줄을 확인한 후 지인들과 시답잖은 내용의 메시지를 몇 번 주고받은 한시현은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헌데 버스를 타기 전에 전화가 걸려왔다.

휴대폰 화면을 확인한 한시현이 곧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하, 씨... 팔..."

한시현은 욕설을 낮게 중얼거리며 앓는 소리를 냈다.

'또 한 소리 듣겠네.'

한시현은 현재 전문적으로 팀을 이뤄 고액 과외를 학생에게 제공하는 집단에 소속되어 있었다.

학벌이 괜찮았던 한시현은 옛날에 지인의 소개를 받고 잠깐 알바하는 느낌으로 그곳에 몸을 담갔었다.

잠깐 하고 그만둘 생각이었다. 그런데 한시현은 자기 생각보다도 남을 가르치는데 재능이 있었다.

한시현의 수업은 꽤 평가가 괜찮았고, 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도 났고, 그 덕분에 아직까지 과외를 진행하고 있었다.

어차피 양질의 자료는 이 집단의 핵심 멤버가 전부 준비해주니 한시현은 그것만 제대로 확인하고 수업을 진행하면 되었었다.

물론 자료 받아서 수업 준비를 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이게 돈이 좀 많이 들어왔다.

그렇게 힘은 들어도 평판을 올리며 열심히 꿀을 빨던 와중.

최근에 골치 아픈 문제가 하나 생겼다.

한시현이 과목 두 개를 담당하고 있던 학생 한 명이 성적을 계속해서 떨궈댄 것이다.

지금 전화를 건 사람은 한시현이 속한 집단의 리더격인 인물이었는데, 담당 학생 성적이 또 떨어진 것 때문에 전화했을 게 분명했다.

"아, 돌겠네."

성적 떨어진 놈 아이디 검색해보니까 어제 새벽에도 게임을 다섯 판이나 돌리신 것 아니겠는가.

그 놈은 애초에 공부할 생각이 없는 놈이었다.

공부를 안 하고도 성적이 나올 만큼 머리가 좋은 놈도 아니었고.

'그 새끼는 자기 부모님이 나한테 주시는 돈이 얼마인지 뻔히 알면서 그러고 싶을까?'

철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나.

애당초 그놈 성적이면 과외 자체를 받아주지 말았어야 했다.

입소문이 중요한 과외이니만큼 물관리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했기 때문이다.

근데 그놈 부모님께서... 좀 영향력이 있으신 분이라, 결국 거부하는 게 안 됐다.

'걔 형은 멀쩡하던데 그놈은 상태가 영...'

그놈 휘어잡겠다고 한시현은 교육학 서적까지 뒤적여보기도 했다.

물론 효과는 전혀 없었다. 한시현이 생각하기에 이건 답이 없었다.

한숨을 연거푸 내쉰 한시현이 결국 전화를 받았다.

"예, 형님."

[어, 시현아. 통화 되냐?]

"예예, 괜찮습니다."

한시현은 한 소리 들을 준비를 했으나, 통화 상대는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정훈이 말이야, 오늘 아침까지 완성해서 넘기기로 한 모의고사 자료를 아직 안 보냈거든? 그래서 전화해봤는데 안 받더라고.]

"아니, 정훈이가 펑크를 냈어요?"

[펑크까지는 아니고. 그래도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던 친구니까 혹시 무슨 일 있나 물어볼 겸 너한테 전화했어.]

"어... 예, 제가 확인하고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고마워. 아, 그리고 시현아.]

"예?"

[야 이 씹 4등급을 시발 4등급은 시발 일자로 그어도 안 나올...!!!]

탁!

한시현은 휴대폰을 닫았다.

역시 접는 스마트폰이라 그런지 전화를 끊는 맛이 있었다.

"에이, 이 형님이 과장이 심하시네."

궁시렁댄 한시현은 자기가 담당한 학생놈을 떠올리며 미간을 매만지다 발걸음을 돌렸다.

'박정훈 그 새끼가 시간 약속을 어길 놈이 아닌데?'

박정훈이 하루 종일 느긋하게 책만 읽고 사는 것 같아도 자기한테 맡겨진 일은 귀신같이 처리하는 녀석이었다.

혹시라도 작업이 늦어질 것 같으면 한참 전에 미리 양해를 구하는 녀석이었고 말이다.

"아니... 이 새끼 요즘 이상하단 말이지?"

아침에도 박정훈의 상태가 정상은 아니었다.

결국, 한시현은 스케줄이 빡빡한 와중에도 다시 박정훈의 집으로 향했다.

"여자라도 새로 만나나? 그런 것 같지는 않던데... 대체 요즘 왜 그러는...?"

투덜대며 박정훈의 집에 거의 다 도착했던 한시현이 덜컥 걸음을 멈추었다.

저 앞에 보이는 참으로 익숙한 저택에서부터.

창문이 깨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굵직한 스파크 같은 게 터져 나오고 있었다.

"...진짜 돌겠네!!!"

딱 봐도 평범한 화재 같은 건 아니었다.

한시현은 일단 박정훈의 집으로 달려가며 119에 전화부터 했다.

"예! 여기 주소가...!!"

한시현은 통화를 이어가며 저택 안으로 들어가서 곧장 계단을 올랐다.

바깥에서 보이던 섬광과 스파크는 분명 저택의 2층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한시현은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박정훈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계단을 두 개씩 건너 밟았다.

"박정훈!! 혹시 안에 있...!!"

2층에 오른 한시현은 박정훈을 발견하고 덜컥 굳었다.

박정훈은 기절해 있었다. 기절한 채, 허공에 떠 있었다. 그리고 섬광과 스파크가 박정훈을 중심으로 미친 듯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한시현은 어떻게든 상황을 파악해보려 했지만 회전을 멈춘 두뇌는 계속 버벅이기만 했다.

헌데 그 찰나.

사도를 전이시키려던 엘-람의 힘이 악신들의 방해에 의해 뒤틀렸다.

그리고 뒤틀려서 번져 나온 엘-람의 힘이, 박정훈과 가까이 있던 한시현을 집어삼켰다.

"?!"

저항할 방법 따위는 없었다.

엘-람의 힘이 한시현을 집어삼켰고, 그로 인해 박정훈을 두고 이어졌던 줄다리기도 끝을 맞이했다.

얼마 안 가 저택에 휘몰아치던 섬광과 스파크가 완전히 잦아들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조금 더 지나 소방대원이 도착하고 나서야, 박정훈이 구역질을 하며 눈을 떴다.

"...?"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의식을 회복한 박정훈은 난장판이 된 집을 보며 얼을 탔다.

한편, 박정훈 대신 끌려간 한시현의 영혼은 억울함을 뻐끔거리고 있었다.

'너가 찾는 새끼는 내가 아니라 내 친구 새끼라고 이 머저리 새끼야!'

외전 연재 관련 공지 + 본편 완결 후기

<외전 연재 관련 공지>

안녕하세요, 망신창이입니다.

홍등가의 소드마스터의 본편이 완결났네요.

독자분들께서 꾸준하게 작품을 사랑해주신 덕분입니다.

홍등가의 소드마스터를 감상해주신 독자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홍등가의 소드마스터는 본래 '본편 350화' + '에피소드 0' + '외전 50화' 정도 해서 400편 정도의 분량을 계획했던 작품이었습니다.

본편에서는 레이의 선택과 안배가 결국 어떤 결말을 맺었는지 드러내는 것으로 마무리 짓고, 외전으로 그 이후의 세상을 연재할 계획이었습니다.

스페라와 요하나의 이야기, 루나의 선택과 대륙 전쟁의 결말, 그리고 레이의 부활 여부까지.

아직 남은 이야기가 많으나, 레이가 주인공으로서 안배해놓은 이야기는 여기까지니까, 여기가 본편의 끝이라고 해두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본 작품의 주인공인 레이가 주도적으로 영향을 끼쳤던 시점까지가 본편, 그 이후의 이야기는 외전.

그렇게 나누었다고 독자분들께서 이해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현재 외전 연재 시점은 미정입니다.

약간의 휴식기와 준비 기간을 거친 뒤, 적절한 시기에 독자분들께 보여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신다면 늦지 않게 찾아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외전을 준비 중이기는 하지만, 본편만으로도 홍등가의 소드마스터가 완결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마지막 화에서 '안소니우스의 타락' 이후 시점의 이야기는 비교적 간결하게 핵심적인 사건만 서술되었는데, 이에 관한 디테일한 스토리는 외전을 통해 보여 드리기 위해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헌데 본편에서 묘사되어야 할 내용 일부를 외전으로 옮김으로써, 본편의 마무리가 급하게 된 느낌을 강하게 주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제대로 고려하지 못 한 부분인데, 독자분들의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본래는 외전의 대략적인 흐름과 결말을 추측할 수 있는 암시들을 본편에서 좀 더 부각시키고, 본편 이후의 미래를 독자분들께서 직접 유추하고 상상해보실 수 있도록 공백으로 남겨둘까 고민도 해봤습니다만...

작가로서 무책임하고 독자분들께 실례되는 선택이 될까 염려되어 외전을 연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만약 외전을 연재하지 않기로 했다면 본편의 마지막 화는 편수가 상당히 늘어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완결까지 홍등가의 소드마스터를 감상해주신 독자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직 부족한 게 많은 작가이지만, 앞으로 연재될 외전 또한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 본편 완결 후기는 사족에 가까우며 평어체로 작성되었습니다.

<본편 완결 후기>

0.

저 캐릭터는 왜 저렇게 행동할까.

저 캐릭터는 왜 저런 판단을 내린 것일까.

저 창작물 속의 조직은 어떤 방식으로 유지되는 것일까.

이런 것들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상상하며 창작물들에 몰입하고 즐기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홍등가의 소드마스터를 집필하게 되었을 때.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감상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서사를 창작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소설 속 인물들의 사고와 판단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소설을 집필하고 싶었다.

소설 속의 서사가 실존하는 세상을 담아낼 수 있기를 바랐다.

그렇기에 조연들이 처한 상황이나 그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조연들의 판단까지도 굉장히 깊게 고민하며 서사를 구상했다.

세계관의 설정 또한 상충하는 일이 없도록 항상 신경을 썼다.

이러한 노력이 '홍등가의 소드마스터'의 서사가 나름의 생동감을 갖출 수 있게 하지 않았나 싶다.

또한 완결까지 많은 독자분들이 홍등가의 소드마스터를 사랑해주신 원동력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다시 읽어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조금 더 잘 쓸 수 있지 않았을까 후회되는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이토록 많은 독자분들께서 '홍등가의 소드마스터'를 사랑해주셨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1.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홍등가의 소드마스터에서도 스타크래프트를 오마쥬한 캐릭터나 요소가 몇 개 있다.

본래 지미와 매튜는 하나의 캐릭터였다. 근데 연재 전에 스타크래프트 캠페인을 가볍게 다시 해보다가, 짐 레이너와 맷 호너를 보고 하나였던 캐릭터를 둘로 나눠 적절히 케미를 보여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나의 캐릭터를 둘로 나누게 되었고, 이름 또한 지미(짐)와 매튜(맷)로 붙이게 되었다.

작중 등장하는 제국 황성의 피라미드 디자인은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아우구스트그라드' 삽화에 등장하는 테란 자치령 황성의 디자인을 떠올리며 설정했다.

악신과 악신의 추종자들을 묘사할 때 워해머 40k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레이가 죽은 이후 황좌에 안치되는 것 또한 워해머 40k에 등장하는 황금 옥좌를 약간 오마쥬하는 느낌으로 구상되었다.

2.

독자분들이 함께해주시지 않았다면 결코 장기 연재를 이어가지 못 했을 것이고, '홍등가의 소드마스터'에서 연재된 수많은 이야기들이 내 머릿속 망상만으로 끝났을 것이다.

이 작품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독자분들께도 즐거운 시간이 되셨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즐거운 기억을 독자분들께 남겨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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