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화
"...드래곤이 왜?"
"그걸 설명해줄 테니까 이제는 재촉하지 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라멘타가 허공에 환영을 만들어내며 말을 이었다.
"네가 경험한 환영은 가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야."
레이가 환영 속에서 루나에게 들었던 것과 비슷한 설명을 라멘타가 이어갔다.
레이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다 되물었다.
"나에게 그 미래인지 허상인지 모를 환영을 보여준 목적이 뭐야?"
"널 설득하기 위해서야. 수많은 인간 중에 너를 택한 이유가 궁금해?"
"..."
"우리는 인류 사회에 강한 발언권을 지닌 인물을 설득해야 했고, 후보군 중 네가 동족과 국가를 향한 희생정신이 가장 강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야."
그 외에도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결국 앞서 말한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덧붙인 라멘타가 허공에 떠오른 허상을 지워냈다.
"이 영역 싸움은 인간에게는 기록도 전해지지 않은 오랜 과거부터 끊임없이 이어졌어."
겉으로는 평화로운 시기였다고 해도 그들의 '줄다리기'는 한순간의 휴전도 없이 계속되는 중이었다.
줄다리기를 시작한 초기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서로의 영역이 뒤집혀댔다.
"그리 오랜 세월 밀고 당기다 보니 힘의 균형을 이루는 지점이 늘어났고, 결국 지금의 형태로 수렴됐어."
비악마 세력은 대륙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마경이 생겨났다.
마경의 면적을 결코 넓지 않았다. 허나 악신의 축복이 좁은 곳에 집중된 만큼 극심하게 변형되었다.
이제 마경은 그 공간이 대륙의 공간과는 반쯤 괴리된 수준이었다.
"마경은 악마 숭배자들에게 무적의 요새가 되었고, 악마 숭배자들은 수천 년 동안 마경의 면적을 넓히기 위해 대륙에 손을 뻗었지만 결과적으로 전부 실패했어."
이는 결국 확보 가능한 절대적인 물자와 인력의 숫자가 비악마 세력이 월등히 앞섰기 때문이었다.
총전력을 모아놓는다면 항상 비악마 세력이 악마 세력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마경 내부에서의 전투를 기준 삼아도 비악마 세력이 우위를 점했던 시점이 역사에 몇 번 있었다.
허나 악마 숭배자들은 부족한 전력으로도 세상에 큰 위협이 되었다.
그들이 지닌 악신의 축복은 필멸자들이 지닌 섭리를 너무나 쉽사리 농락했기에, 조금만 틈을 보여도 대륙에 큰 혼란을 일으키고는 했다.
"어머니께서는 엘-람과 협력해 오랜 세월 마경의 확장을 막아내셨고, 비슷한 역사가 반복됐지."
마경 안에 조용히 숨어있던 악마 숭배자들이 시기를 맞춰 수작을 부리고, 대륙은 혼란에 빠지고, 어떻게든 수습하고, 다시 평화를 되찾는다.
이또한 균형이라면 균형이었다.
"하지만 600년 전쯤에 문제가 생겼어."
"600년? 정확히 언제?"
"제국의 영웅인 하르시아가 눈을 감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반년이 지나지 않았을 때쯤일 거야. 마경이 확장되기 시작했어."
"...악신의 영향력이 강해진 거야?"
"아니. 도리어 그들의 힘은 약해졌어."
"뭐?"
"그런데도 악신의 기운이 엘-람의 축복을 침식하며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어. 균형이 무너진 거야."
"..."
"어머니께서는 다시 균형을 유지하고자 하셨지."
무너진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세계수는 성의를 다했다.
그 과정에서, 세계에서 가장 울창하게 수목이 우거져 있던 지역이 사막으로 변했다.
하이엘프 레시나는 더는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게네시스와 함께 자기 존재를 희생해야 했다.
그렇게까지 했음에도, 마경의 확장을 완벽히 저지하지는 못했다.
"대륙으로 번져 나오는 침식을 어머니께서 억누르자 침식이 옆으로 번졌어."
"알리모를 말하는 거야?"
"맞아."
알리모의 금지된 숲은 먼 과거에는 오염되지 않은 안전한 지역이었다.
마경과 인접해 있다보니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약간의 오염은 피할 수 없었으나, 최근 600년간 오염 범위가 크게 늘어났고 오염의 농도 또한 가파르게 증가했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있으리라 추정하고 계속해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어."
울트 또한 마경을 확장시키는 그 알 수 없는 원인에 대해 레이에게 언급한 적이 있었다.
레이가 심각하게 라멘타의 설명을 듣고 있는데, 라멘타가 갑자기 인상을 콱 찌푸렸다.
"아..."
"...무슨 일이야?"
"어머니가 네게 분노하고 계셔."
"아이고, 갑자기 왜 그러실까."
레이가 순진한 얼굴로 눈을 깜박였다.
라멘타는 뇌리에서 강하게 몰아치는 세계수의 감정을 느끼며 의아함을 표했다.
"어머니께서 이렇게 분명하게 감정을 드러내시는 경우는 드문데."
"혹시... 지금 날 공격할 생각이야?"
"그렇게 분간 없이 굴지는 않아. 불필요한 도발만 자제해줘."
"알겠어. 열심히 눈치볼게."
"그래... 본제로 돌아가서, 우리는 지난 수백 년간 이 현상의 '핵'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어."
고위 전력을 잔뜩 희생해 마경이라도 헤집지 않는 이상 답을 찾는 건 요원한 일이었다.
답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하지도 못하는 문제에 고위 전력을 갈아넣을 수는 없었고 말이다.
레이는 라멘타의 구구절절한 설명을 듣다가 머리 옆으로 손을 슬쩍 들었다.
"많이 고생한 건 알겠는데 혹시 단서라도 잡았어?"
"핵의 정체를 확인했어."
"확인했다고? 희소식이네. 어떻게 찾아낸 거야?"
"우리가 찾아낸 게 아니야."
"뭐...?"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지. 본체는 아니었지만 스스로 존재를 노출시켰어."
"...?"
"프레체스. 네가 황도에서 소멸시킨 육체를 움직였던 드래곤의 이름이야."
"핵의 정체가 프레체스라고...?"
"드래곤은 처음부터 종의 절멸이 예정된 생명체였어.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이미 600년 전에 끝났지."
"..."
"헌데 최후의 드래곤이 예정된 운명을 정면으로 거부했어. 먼저 떠난 동족의 권능을 다수 위임받은 최후의 드래곤은 마경으로 향했어."
라멘타는 잠시 침묵한 채 시선을 흐릿하게 두었다가 다시 레이를 마주 보았다.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수호자 한 명의 희생을 감내하며 얻어낸 정보로부터 도출한 결론이야."
수호자 급 엘프는 총 네 명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이 희생되었다는 건 엘프들에게 있어 어마어마한 손실이었으나 라멘타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프레체스는 운명을 거스르려 악신의 힘을 받아들였으나 육체의 붕괴는 막아낼 수 없었던 것으로 추측돼."
"..."
"체내에 가득한 엘-람의 권능이 약속된 운명대로 프레체스의 육체를 썩어가게 만들었지만... 드래곤의 근원부터가 엘-람의 권능으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권능을 포기하는 건 불가능했을 거야."
"..."
"프레체스는 악신의 축복이 가득한 마경의 심부에 자신의 육체를 묻고 엘-람의 권능을 변질시키기 시작했어."
증오를 가득 품고 땅에 묻힌 채 썩어가며...
육체에 흐르는 엘-람의 권능을 서서히 서서히 변질시켰다.
"프레체스가 변질시킨 권능이 문제가 되었어. 변질된 권능은 대지를 수호하던 정상적인 엘-람의 축복을 침식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매개체로 작용했거든."
"결국 프레체스의 변질된 권능이 마경이 확장되기 시작한 원인이 된 거야?"
"맞아."
레이가 마음이 답답해져서 한숨을 푹 내쉬는데 라멘타가 허공에 대륙의 지도를 그려내기 시작했다.
"진짜 문제는 프레체스에게서 흘러나오는 변질된 권능이 단지 부산물에 가까울 뿐이라는 거야."
"부산물이라고...?"
"그래."
프레체스는 처절한 증오를 품고 수백 년 동안 육체가 썩어가는 고통을 견뎌냈다.
악신의 축복과 변질된 엘-람의 권능을 융합해서,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개화하기 위해 그 오랜 시간을 감내했다.
"프레체스는 다시 태어나려 하고 있어. 이제껏 존재치 않았던 혼종이 되어서."
라멘타가 허공에 그린 지도를 향해 눈을 돌렸다.
"다시 태어난 프레체스는 움직이는 침식체가 되어 대지를 수호하던 엘-람의 영향력을 급격히 갉아먹을 거야."
지도에서 마경 위를 뚜렷하게 물들이고 있던 붉은 색채가 사방으로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내 붉은 색채는 알리모와 제국의 동부 일부, 그리고 제국의 남부 대부분을 물들일 지경에 이르렀다.
"5년이야. 프레체스가 부활하면 5년 안에 이렇게 될 거야."
"..."
"저 붉은 구역은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되는 거야. 로드 급 수십이 있어도 이 결과를 바꿀 수는 없어."
로드 급이라 해도 초월적인 존재의 권능을 영구적으로 지워낼 수는 없으니까.
메테오를 떨어트려도 대지를 침식한 악신의 영향력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
레이는 조용히 라멘타가 그려낸 지도를 바라보았다.
이제야... 이제야 많은 것들이 이해되는 기분이었다.
세계수가 보여준 환영 속 세상은 끊임없이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당연했다. 남부의 평야지대가 저렇게 집어삼켜지면 곡물생산량부터 큰 타격을 받는다.
어마어마한 수의 피난민까지 감당해야하는 상황에서 물자가 남아날 리 없었다.
레이가 단편적으로 기억하고 있던 '소설' 속 사건의 정황 또한 이해할 수 있었다.
남부가 마경화되면 교황청 또한 이전해야 한다.
그리고 교황청의 이전은 안소니우스 축출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울트가 세계수를 불태울 수 있었던 것도 악신의 기운이 남부를 집어삼키고 세계수의 영역과 맞닿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터다.
레이는 과거에는 풀리지 않았던 의문들을 곱씹으며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프레체스의 부활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지?"
"Dimension Alignment. 들어봤어?"
들어봤다. 레이가 황실 마탑에서 아프텔과 처음 만났을 때 들었던 단어였다.
레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라멘타가 마나로 이루어진 반투명한 창 수십 개를 일렬로 정렬했다.
"괴리되어있던 서로 다른 차원들이 일렬로 정렬되는 시기를 그렇게 불러. 별빛 너머의 존재들이 이 세상에 더욱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야. 특히 악신의 영향력이 거대해져."
"지금이 바로 그 시기 아니야?"
차원이 일렬로 정렬되면 악신의 사도는 마경 밖에서도 완전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고위 마족들 또한 절반에 가까운 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미 거의 그런 상황이었다.
라멘타가 레이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아직 정렬이 불완전해. 하지만 곧 완전해지겠지. 그리고 프레체스가 부활할 거야."
"얼마나, 남았는데."
"최대 1년. 짧으면 6개월. 부활한 후에는 자진해서 마경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잡을 방법이 없어."
마경 안에서 날개를 펼치고 날아다니는 침식체 덩어리인 혼종 드래곤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했다.
충격적인 라멘타의 이야기에 레이는 어찌 반응해야할지 갈피도 못잡고 입술만 달싹이다가...
불현듯 강한 의문을 느꼈다.
"잠깐, 잠깐만. 잠깐만..."
엘프들은 수백 년 동안 노력했음에도 결국 프레체스의 존재를 특정하지 못했다.
프레체스가 존재를 노출하지 않았다면 엘프들은 프레체스의 부활이 끝날 때까지 답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대체 왜... 수백 년을 인내해왔다는 드래곤이... 1년을 남기고 존재를 노출했지...?"
대체 어째서?
황도를 마비시키는 게 그리 중요했을까?
그럴 리가 없다. 1년만 기다리면 프레체스는 대륙의 절반 가까이를 확정적으로 침식시킬 수 있게 된다.
고작 1년을 남겨두고 존재를 노출해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남은 시간은 조용히 기다리는 게 인류에게도 더욱 큰 피해를 안길 수 있었다.
근데 대체 어째서?
레이는 혼란을 느끼며 라멘타의 눈동자를 바라봤다가, 이내 정답을 깨달았다.
"하하...!"
레이가 굳어있던 입꼬리를 풀어내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하하하...!"
레이가 갑작스레 크게 웃어대자 루나와 라멘타가 조금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허나 레이는 계속해서 웃어대며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였다.
"그래, 그래, 알겠네. 이제 진짜 알겠어."
프레체스는 대체 어째서 그리 멍청해보이는 행동을 했을까? 일이 뜻대로 안 풀려서 그렇다.
그리고 일이 뜻대로 안 풀린 것은, 레이 때문이었다.
"하하하! 내가 성공했구나? 내가 성공했어!"
레이는 어깨까지 떨어가며 끅끅대다 자기 두 눈을 가렸다.
"그래, 내가... 내가 성공했구나."
대륙의 절반 가까이가 마경화된다. 그건 이미 정해진 미래였다. 변치 않는 디폴트 값이었다.
후대에 100년 전쟁이라 칭해질 그 전쟁은 반드시 발생했다.
인류가 한 세기를 이어갈 총력전에 발을 들인다는 미래는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중요한 건, 인류에게 100년 전쟁을 견딜 수 있는 힘이 충분히 비축되어 있냐는 것이었다.
"내가...! 해냈다고...!"
레이는 해냈다.
인류의 거대한 분열을 야기할 갈등을 막아냈다.
국가를 전복시킬 악마 숭배자들의 수작도 격파했다.
어쩌면 삶이 너무 고통스러워 좌절했을 반짝이는 재능을 지닌 아이들을 구원했다.
레이가 미래를 바꾼 덕분에...
지금의 인류는 100년 전쟁을 충분히 견뎌내고 이겨낼 수 있는 저력을 손에 쥐게 되었다.
그러니까.
멸망을 막아냈다는 측면에서 레이는 분명 성공했다.
"하하하...!"
프레체스는 증오의 덩어리였다.
프레체스는 엘-람을 숭배하는 세력의 완전한 절멸을 원했다.
허나 레이의 활약으로 인해 일백 년의 전쟁을 이어가도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리란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자기 존재를 고의로 노출시킨 것이다.
프레체스는 자기 존재를 미끼로 삼는 도박수를 두었다.
지금 당장 나만 제거하면 일백 년 동안 이어질 끔찍한 전쟁을 끝내버릴 수 있다고, 그렇게 대놓고 소리친 것이다.
레이는 프레체스가 자신에게 지껄였던 말을 상기하며 더욱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프레체스는 그리 지껄였었다.
개폼을 잡으려 했지만 결국 프레체스는 애원하고 있었다.
제발 내가 벌인 어설픈 도박판에 들어와주세요 엉엉엉.
마경의 심부에 있는 프레체스를 타격하려면 인류는 단기 총력전을 벌여야 했다.
더군다나 6개월 안에 총력전 준비를 끝내야 했는데 그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황제의 권위를 내세운다 해도 권력자들을 설득해 군사를 모으고 전략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년 단위가 걸렸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병력을 끌어모아 마경에 꼬라박아 주기를 프레체스는 원했다.
비악마 세력이 달콤한 미끼에 낚여 전력을 소모하게 되면 100년 전쟁을 버텨내기 어렵게 될 테니까.
그러니까 이런 같잖은 수작을 프레체스가 벌인 것이다.
"하...!! 하하, 하..."
실성한듯 웃던 레이는 미안함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아 턱에 힘을 주었다.
허상 속에서 미래의 루나가 해주었던 이야기가 이제야 전부 다 이해가 되었다.
루나는 레이에게 더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레이는 해야할 역할을 전부 다했으니, 이제 더는 방황하지 말고 사랑하는 이들과 남은 시간을 충실히 보내기를 루나는 바랐다.
미래의 루나는 전쟁을 방관한 것이 아니었다.
100년 전쟁이 시작됐고, 이를 조금이라도 일찍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악신의 권능을 파괴할 힘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루나는 뒤늦게나마 레이가 바랐던 해피엔딩을 이루어주기 위해 고독을 감내하며 권능을 손에 쥐기 위해 정진했다.
비록 수십 년의 세월이 걸릴지라도, 그게 구원을 이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붉은 하늘의 속박에서 벗어날 그날이 찾아온다면.
요하나도, 데런도, 카렌도, 그리고 전쟁 속에서 고통 받던 모두가 푸른 하늘을 보며 안식을 얻고 그제야 마음의 상처를 돌아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루나는, 모두를 방관한 것이 아니었다.
"루나..."
레이가 눈시울을 붉힌 채 루나의 뺨을 쓰다듬었다.
루나가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며 레이의 이름을 불렀다.
"레이...?"
"..."
레이는 루나가 제시한 선택지가 옳다는 걸 알았다.
그게 가장 안전하고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선택지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만 루나. 그런 결말은 내게...
"라멘타. 적의 수작에 놀아난다는 걸 알면서도."
해피엔딩이 아니야.
"마경을 치자는 거냐."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