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6화
볼 만큼 봤다.
루나와의 만남 이후 두 번째로 풍경이 뒤바뀌는 걸 바라보며 레이는 그리 중얼거렸다.
루나와의 만남 직후에는 감정이 격양되어 정신이 없었지만, 감정이 가라앉으니 생각도 같이 정리가 되었다.
'허상 속의 루나가 설명해준 가설이 옳다면... 세계수의 의도는 루나가 말해준 대로 동기부여겠어.'
세계수는 마구잡이로 미래를 짧게짧게 보여주고 있었다.
만약 레이가 허상 속에서 정보를 수집하기를 원했다면 이런 식으로 미래를 보여주진 않았을 것이다.
'미래가 개판이라는 사실만 단순히 각인시켜 내 협조를 얻어내고 싶은 건가?'
아니면 그냥 레이를 괴롭히고 싶은 것일지도 몰랐다.
속으로 혀를 찬 레이가 새로운 장소에서 눈을 떴다.
"윽...!"
레이는 곧장 인상부터 찌푸렸다.
이제까지 환영 속에서 경험했던 장소 중에 환경이 가장 극악에 가까웠다.
레이는 이곳이 깊숙한 마경, 혹은 그와 유사한 장소임을 깨달았다.
"아으...!"
환경도 문제인데 육체 상태도 안 좋았다.
레이는 뱃가죽이 찢어져 나간 고통을 아주 생생히 체험하며 낑낑댔다.
굉장히 재수가 없었다고 중얼거리며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도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있는데, 풍경이 또다시 일그러졌다.
'벌써?'
너무 빨랐다.
그래도 레이에게 다행이기는 했다.
헌데, 레이 앞에 다시 펼쳐진 풍경은 방금 전과 크게 다를 게 없는 마경 한복판이었다.
"...?"
거기서부터 이변이 시작됐다.
굉장히 짧은 주기로 풍경이 뒤바뀌었는데, 마경 한복판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 때문에 레이는 계속해서 극악의 환경 위에서 눈을 떠야 했다.
마경에서 간신히 삶을 유지하고 있는 인간의 몸뚱이가 정상일 리도 없었다.
풍경이 변하고 육체가 바뀔 때마다 아주 각양각색의 고통이 레이에게 쏟아져 들어왔다.
덕분에 레이는 머리가 끈적하게 녹아내릴 것 같았다.
'지금 뭐하자는 거야...!!'
우연찮게 문제가 생긴걸까?
아니면 세계수가 의도적으로 장난질을 치려는 걸까?
당장은 파악할 수 없었기에 레이는 일단 이를 악물고 버텼다.
츠즉!
풍경이 또 바뀌었다.
계속되는 고통에 의해 감각이 왜곡된 탓에 이제 레이는 자기가 어떤 몸뚱이에 들어와있는지도 분별이 잘 안 될 지경이었다.
지금 내 몸뚱이에 팔다리가 제대로 달려있기는 한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어째 하늘을 향해 있는 시야는 너무나도 뚜렷하게 보였다.
레이는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다 살짝 놀랐다.
'저건...'
거대한 괴생물체가, 끈적하게 느껴질 만큼 붉게 물들어 있는 하늘을 가르며 비행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괴생물체의 모습은 서적에서 보았던 드래곤을 닮아 있었다.
괴생물체의 육체는 죽음의 기운에 잠식되어 썩어 문드러져 있음에도 너무나 유려하게 하늘을 비행하고 있었다.
일그러진 잡종이 아름다웠던 대지를 더럽히는 모습을 보며 레이는 격렬한 분노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저 그릇된 생물의 탄생에 일조한 부정한 존재들을 향한 울분이 가슴을 쥐어짰다.
쉽사리 경험해보지 못한 격정이 온몸을 뜨겁게 달구며 의식마저 혼탁하게 했다.
그때, 레이가 억지로 붙들고 있던 한줄기 이성이 의문을 드러냈다.
내가... 대체 왜 이렇게 분노하고 있지?
내가 대체 왜 아름다운 대지 따위를 운운하며 이리 발작하듯 증오를 쏟아내고 있지?
"..."
레이는 강한 두통을 이겨내며 빠르게 문제점을 인지했다.
지금 느껴지는 이 감정의 격류들은... 결코 레이의 것이 아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레이는 식겁하며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애썼다.
"...!"
허나 정체 모를 감정의 격류는 해일처럼 레이의 의식으로 쏟아져들어와 주인 흉내를 내려하기 시작했다.
레이는 모르고 있었지만, 이건 사도에게 제약을 부여하기 위한 가장 우선되는 절차였다.
초월자는 특정한 요소에 대한 감정을 사도에게 동화시킴으로써 사도의 정신을 침식해나갈 발판을 마련한다.
이 과정을 거친 사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뇌리를 자극하는 감정의 덩어리가 누구의 것인지 분별하지 못하게 되었다.
레이는 지금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세계수가 개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결론에는 아주 간단하게 다다랐다.
"...!!"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기에 레이는 속으로만 욕설을 되뇌어야만 했다.
이 빌어먹고 씹어먹을 새끼들.
악신이고 엘-람이고 세계수고...
지상을 살아가는 인격체를 너무나도 우습게 취급하고, 제어하고, 이용하려 드는 건 결국 마찬가지였다.
레이는 악을 썼다.
나는 네놈들이 멋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도구가 아니라고.
그리 악을 쓰며 정신을 집중했다.
지금 레이는 본래의 육체를 잃고 이상한 살덩이 안에 들어와 있었지만, 결국 이 또한 허상이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믿지 않고 심상 속에서 본래의 육체를 떠올려야 했다.
"..."
레이는 머리 속에 휘몰아치는 온갖 충동을 뒤로 한 채, 심장 안에 잠들어 있던 코어를 자극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허나 조금씩 익숙한 기운이 새어나오기 시작했을 때, 레이가 정면으로 주먹을 내뻗었다.
콰드득!!!!!
레이를 감싸고 있던 비대한 살덩이들이 단번에 터져나갔다.
본래의 육체를 되찾은 레이가 피부에 묻은 살점을 털어내며 이를 갈았다.
"이런 시발..."
아직 근본적인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세계수는 계속해서 레이를 허상 속에 가둬놓고 정신을 잠식하려 했다.
초월적인 존재의 권능이 머리 위로 쏟아져내리는 걸 느끼며 레이는 코어와 서클을 동시에 회전시켰다.
공간을 괴리시키는 마나가 코어와 서클에서 터져나왔다.
트드드드득!!
평범한 필멸자가 초월적인 존재의 권능에 계속해서 저항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허나 레이가 발현하는 기이한 마나의 기류는 결국 초월적인 존재의 권능조차 상쇄시켜 나갔다.
레이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사방으로 마나를 방출시키며 자신을 둘러싼 허상부터 무너뜨리려 했다.
특! 트득!
풍경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허나 얼마 못 가 한계에 부딪쳐 길항 상태에 놓이자 레이가 악을 써가며 코어를 쥐어짰다.
세계수가 만들어낸 허상 속에 갇혀있다간 더욱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걸, 레이는 직감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크윽...!!"
레이는 시야가 뿌옇게 흐려질 만큼 최선을 다해 마나를 발산했다.
마침내.
파드드드득!!!
간신히 유지되고 있던 미래의 허상이 붕괴되며 레이를 허상 밖으로 밀어냈다.
레이는 찰나의 순간 희열을 느꼈으나, 아직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허상을 벗어난 레이는, 세계수와 마주하고 있던 검게 물든 공간으로 되돌아왔다.
"헉, 헉...!"
레이가 거칠게 숨을 내쉬며 앞을 바라보았다.
검게 물든 공간 너머로 일렁이는 색채가 보였다.
레이는 이쯤에서 세계수가 개수작을 포기해주지 않을까 싶었지만, 완전히 착각이었다.
"...!!"
직감적으로 위험을 눈치챈 레이가 두 팔을 들어올려 눈앞을 가렸다.
쩌엉!!
세계수로부터 섬광이 터져나왔다.
검게 물든 공간을 일순 새하얗게 반전시킬 만큼 강렬한 섬광이 터져나오며 레이를 집어삼킬 것처럼 회오리쳤다.
이 검게 물든 공간은 세계수가 창조한 공간이 아니었기에 발현할 수 있는 권능에는 한계가 있었다.
허나 그 반대로, 힘조절을 할 필요가 사라졌다.
쩌엉!!!!
거대한 힘이 연거푸 터져나오며 레이를 당장이라도 휩쓸어버릴 것처럼 너울졌다.
세계수는 막무가내로 레이를 압박하고 있었다.
엘-람을 향한 증오와, 어쩌면 엘-람을 향한 열등에 가까운 감정이 원인이 되어 엘-람의 사도를 향한 탐욕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흡...! 흐읍...!"
레이는 코어와 서클을 최대한 활성화시킨 채 간신히 세계수의 압박을 버텨내고 있었다.
허상에서 벗어난 이후 뇌리를 뒤흔드는 감정의 동화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으나, 이제는 인간의 상상력으로는 감히 재단하기도 힘든 거대한 힘의 기류가 공간을 휩쓸어가고 있었다.
저 기류에 휩쓸리는 순간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지 레이는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온몸이 덜덜 떨려오기 시작했다.
레이는 동요를 가라앉히려 했지만 몸의 떨림은 잦아들지 않았다.
레이는... 원초적인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초월적인 존재로부터 발현되는 힘의 파동은 레이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어 있었다.
영역 너머에 초월적인 존재에 비해 미물의 힘이 얼마나 보잘것 없고 무력한 것이었는지...
너무나도 분명하게 레이에게 와닿았다.
레이와 세계수를 갈라놓고 있는 '장막'의 존재가 레이의 삶을 간신히 붙들어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레이가 터질 것만 같은 가슴을 부여잡은 채 자신에게 되뇌었다.
다행히도, 레이가 이 검게 물든 공간 안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한시적이었다.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그 시간만 버틸 수 있다면 무사히 현실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레이는 자기 몸을 한 없이 웅크린 채 뒤로 기었다.
뒤로 기어가며 레이는 이 끔찍한 폭풍이 어서 지나가길 기도했다.
그래, 기도했다. 결국 나약한 미물이 모든 힘을 쏟아낸 후 최후에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기도뿐이었다.
레이는 자신의 추한 몰골을 비웃기라도 하고 싶었지만, 자꾸만 새어나오는 겁에 질린 울음을 꾹꾹 눌러 삼키느라 여유가 없었다.
괜찮다. 이대로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고개를 숙이고, 몸을 한계까지 웅크리고, 엉금엉금 뒷걸음질 쳐가며, 그렇게 조금만 더 버티면 되었다.
그때, 최선을 다해 뒤로 기어가고 있던 레이의 귓가에 누군가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검을 들어라.]
레이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려다 얼른 몸을 더 웅크렸다.
환청 따위에 귀를 기울일 여력은 없었다. 지금 당장은 이 공간을 벗어날 때까지 버티는데 집중해야 했다.
헌데, 반복해서 귓가에 들려오는 정체 모를 속삭임은 공포에 얼어붙어 있던 레이의 뇌리를 너무나 선명하게 뒤흔들었다.
[검을, 들어라.]
심적인 여유가 조금만 있었어도 레이는 이 가당치도 않은 유혹의 목소리를 듣고 헛웃음을 터뜨렸을 것이다.
지금 레이는, 필멸자에겐 너무나도 낯선 공간 속에서 홀로 발가벗겨진 채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들어올릴 무기 따위는 없었다.
설령 무기가 있다 해도 무기를 손에 쥘 의지가 없었다.
레이는 당장의 위험을 모면하고 살아남기 위해 공포에 순응했다.
그리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며 비굴하게 뒷걸음질치려 했다.
헌데 뒤로 물러서려는 레이의 어깨를 누군가가 움켜쥐었다.
그리고 또다시 귓가에 속삭였다.
[굴종하지 마라.]
레이가 뒤늦게 자기 어깨 위로 손을 가져갔다.
하지만 어깨 위를 더듬어봐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만이 계속해서 뚜렷해졌다.
[망각하지 마라.]
망각? 망각하지 말라고? 대체 무엇을?
레이는 무심코 그리 자문했다.
초월적인 존재를 맞닥뜨리고 공포에 억눌려 있던 레이의 의식이, 거듭되는 목소리에 의해 조금씩 조금씩 각성해가기 시작했다.
[네가 무엇을 계승하였는지, 망각하지 마라.]
내가... 계승한 것?
레이는 어떻게든 더 뒤로 물러나기 위해 허우적대던 팔다리를 그제야 멈춰세웠다. 그리고 스스로를 되돌아봤다.
이 세상에 환생한 후 레이가 무언가를 계승했다고 꺼드럭거릴 만한 것이라 해봤자... 환생하며 얻어온 독특한 검술 정도였다.
초월적인 존재가 강압적으로 각인시킨 검술이었지만, 초월적인 존재가 직접 창조한 무공은 아니었다.
레이가 계승한 것은 분명 한 필멸자의 유산이었다.
목소리는 계속해서 레이의 귓가를 울렸다.
[네가, 누구의 검을 계승하였는지 망각하지 않았다면.]
설령 도저히 범접 못할 아득한 공포를 마주하게 되었다고 해도.
[고개를 들고 일어서라.]
레이가 마침내 조소를 흘렸다.
목소리의 황당한 요구에 발작하듯 조소를 흘렸다.
그리 조소를 흘리면서도, 레이는 천천히 손아귀를 말아쥐었다.
아무리 마음을 쥐어짜도 용기 따위의 감정은 새어나오지 않았다.
지금 레이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단 하나였다.
수치심.
이미 힘을 다한 육체는 통제를 벗어난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레이는 이를 악 물고 몸을 일으켜보기 위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가슴에 자리잡은 코어와 서클 또한 주인의 의지에 감응해 냉기를 흩뿌렸다.
공허한 어둠 너머로 멀리멀리 냉기가 번져나갔다.
이 냉기의 본래 주인은 수백 년 전 과거의 필멸자였다.
그는 신화를 이룩했다고 여겨지는 영웅이자... 또한 저 경계 너머의 영역에 검을 겨누었던 최초이자 최후의 필멸자였다.
그는 이제 존재치 않았다.
그의 혼은 완전히 소멸했고 그의 검이 그려내고자 했던 궤적의 종착점은 역사에 기록되지 못했다.
이 어둠으로 얼룩진 공간 안에 남아있는 건 그의 편린이라 칭할 수도 없는 잔향뿐이었다.
먼 옛날 그가 필멸자의 육신으로 이 영역을 관찰하고 발을 디뎠을 때 새겨졌다가 사그라든 족적뿐이었다.
그 먼지도 되지 못한 잔해들이...
레이에게서 흘러나오는 냉기에 이끌려 공명하기 시작했다.
그건 분명.
[증명하라.]
영원의 시간 속에서 두 번은 찾아오지 않을 단 한 번의 기적.
[네가 정녕 나의 검을 계승했다면, 나의 비원이 그릇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라.]
기원을 망각한 채 침전하던 수백, 수천, 수만 개의 잔재들이 공명을 키워가며 빛을 발했다.
그리고, 모래알보다도 작디 작은 잔재의 알갱이들이 망각을 벗겨낸 냉기의 주인을 향해 흘러들기 시작했다.
레이는 여전히 제자리서 비틀대고 있었다.
공포에 질려 떨림을 주체 못하면서도, 그럼에도 더는 도망치지 않고 일어서기 위해 발악하고 있었다.
부질 없는 시도를 이어가는 레이의 육신 위를 잔재의 알갱이들이 뒤덮어 갔다.
수없이 많은 잔재의 알갱이들이 하나로 응집되며 점차 갑주의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레이가 다시 주먹을 쥐었다.
계속되던 떨림이 멎어간다.
멀어졌던 감각이 돌아온다.
무릎을 세우고, 균형을 잡고, 서서히 몸을 일으키며, 레이는 이제서야 자신이 계승한 검술에 담긴 그의 진실된 비원을 이해했다.
그는 필멸자들의 궁극적인 해방을 꿈꾸었다.
그는 필멸자들의 운명이 온전히 필멸자들에게 귀속되기를 바랐고, 필멸자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이 저 너머의 존재들에게 더는 휘둘리지 않기를 원했다.
하지만, 비원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기도 전에.
그는 아름다운 대지 위를 살아가는 수많은 필멸자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비원을 포기하고 영원한 죽음을 택했다.
그렇기에 그는 무엇 하나 이루지 못했고, 또한 무엇 하나 증명하지도 못했다.
결국 그가 맞이한 결말은 길거리에 넘쳐나는 몽상가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비원은 허황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비원은 그릇되지 않았다.
그는 결코 몽상가가 아니었다.
그가 그려낸 궤적은 분명 별빛 너머에 닿아 기적을 이룰 수 있으리라고...
누구에게도 전하지 못했던 그 하염없이 공허한 부르짖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검을."
두 눈동자를 붉게 물들인 레이가 입술을 달싹였다.
"들어라."
레이의 손아귀로부터 한 줄기의 섬광이 뻗어나와 검의 형상을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