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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등가의 소드마스터-254화 (254/446)

254화

알파 21 부근에서 섬광이 빗발쳤다.

황실의 기동 타격대와 사방에서 지원을 온 제국군이 타락한 자들과 충돌했다.

현 시점에서 전장에 발을 들인 이들 중 가장 최정예로 구성된 병력이 충돌하자 삽시간에 양측에서 피바람이 불었다.

여기저기서 전사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검은 갑주를 입고 있던 기사가 자줏빛 검을 들어 올렸다.

자줏빛 검에서 발산된 빛이 생을 마감한 이들의 사체 위로 쏟아져 육신을 다시 움직이게 만들었다.

사령검의 존재를 확인한 템플러가 발작하듯 신성력을 터뜨리며 워해머를 들어 올렸다.

"저 부정한 존재가 감히...!!"

악신의 축복이 발현되는 것을 확인한 제국군이 검은 갑주를 입은 기사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려 했다.

허나, 프레체스가 불꽃의 날개를 한 번 휘젓자 얼어붙는 불꽃이 휘몰아치며 사방을 잠식했다.

기사 한 명이 불꽃에 휩싸이더니 통째로 얼어붙어 찌그러지는 꼴을 보며 기동 타격대의 지휘관이 마법사에게 소리쳤다.

"골든타워의 제어는?!"

프레체스가 사용하는 힘의 동력 대부분이 골든타워로부터 공급된다는 것은 진즉 눈치챘다.

골든타워만 다시 제국이 제어할 수 있다면 프레체스의 힘을 확실히 약화시킬 수 있었다.

허나 골든타워의 제어를 시도하던 마법사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당장은... 도저히 제어가 불가능합니다."

"후우..."

골든타워를 제어할 수 없다면 소모전을 이어가야 했다.

양측의 지원병이 계속해서 합류하는 가운데 죽어나간 사체가 다시 일어서서 전장을 헤집었다.

참으로 빌어먹을 전장이었지만 제국군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곳은 그들이 수호해야 할 황도였고, 또한 그들에게 가장 유리한 전장이었다.

그런 믿음을 증명해주듯 황성에서부터 쏘아진 거대한 광선이 하늘을 갈라내고 워프게이트를 붕괴시켰다.

제국군이 억눌린 환호를 토해냈다.

게이트가 소실된 시점에서 승패는 명확해졌다.

황도에 분산되어 있는 모든 제국군이 침입자들을 빠르게 정리하고 이곳으로 합류할 것이다.

승리를 확신한 제국군이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려 했을 때.

프레체스의 눈동자가 검붉게 물들었다.

"너희는."

드래곤의 권능과 악신의 축복이 뒤섞인다.

그로인해 발생한 괴이가 골든타워 아래의 영맥과 드래곤하트로부터 공급받은 마나에 의해 증폭됐다.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

츠즈즈즈즉!!

불투명한 장막이 주변 일대를 뒤덮기 시작했다.

차원을 갈라내어 가두는 장막이 제국군이 미처 대처할 시간도 없이 전개되어 안쪽의 공간과 외부를 격리시켰다.

이 장막은 벗어날 수 없다.

프레체스가 그러한 확신이 담긴 웃음을 머금자 기동 타격대의 지휘관이 검을 다시 잡았다.

"너희 또한,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

설령 결계 안쪽의 제국군이 전멸한다 해도, 제국은 전력을 기울여 저 저주받은 존재들을 심판할 것이다.

서로의 지원이 차단된 가운데 기동 타격대의 지휘관을 필두로 제국군이 돌진해왔다.

그 광경을 보며 프레체스가 조소했다.

결계를 준비하느라 힘을 아꼈던 프레체스는 이제 자유로웠다.

프레체스가 본격적으로 전면에 나서서 화력을 쏟아내기 시작하자 삽시간에 제국군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한편.

중간 평가 시험을 보던 도중, 결계가 붕괴하며 발생한 반동 탓에 기절해서 지면에 널브러져 있던 이지스 생도들이 하나 둘 깨어나기 시작했다.

데런이 앓는 소리를 내며 눈을 떴을 때, 사방에서 피 냄새와 괴성과 살기 따위가 오감을 미친듯이 자극했다.

데런이 반사적으로 검을 뽑으려던 순간 테온이 데런의 머리를 찍어 눌렀다.

"병신아, 뒈지고 싶지 않으면 함부로 움직이지 마."

*

알파 21 지점을 중심으로 거대한 장막이 전개되었다.

제국군은 장막과 가까운 곳에 있는 건물 하나를 통째로 비운 뒤 임시 현장 지휘소를 마련했다.

황도 내에선 소규모 전투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지만 황도 방위군의 실질적인 주력은 현장 지휘소로 모여들었다.

적들의 주력이라 판단되는 존재들이 장막 내부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레이 또한 현장 지휘소 인근에 도착했다.

생도들과 교관들을 비롯해 제국군 일부를 이끌고 온 레이는 곧장 현장 지휘소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허나 이지스 생도복을 입은 레이가 접근하자 현장지휘소 주변을 지키고 있던 기사들이 레이를 막아세웠다.

"함부로 이곳에 접근하지..."

"비켜."

레이가 기사들을 옆으로 밀치고 지나갔다.

기사들이 호통을 치려 했지만, 레이와 동행한 이그넷과 넬슨의 신분을 확인하고는 일단 길을 비켜주었다.

레이가 성큼성큼 걸어가 현장지휘소의 정문을 열어젖혔다.

그와 동시에 정문 뒤에서 대기하던 기사 몇 명이 레이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내부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던 지휘관 중 한 명이 레이의 몰골을 보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생도 나부랭이가 지금 대체 뭐 하는...!!"

"잠깐."

이지스의 학교장이자 로얄가드 출신인 카르민이 호통을 치는 지휘관을 제지하고는 레이에게 물었다.

"어디 소속이지?"

"제국 특무대."

"더 정확하게."

제국 특무대 안에서도 잡일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었고 현장에서 뛰는 로얄가드도 있었다.

허나 레이는 답을 하지 않고 차갑게 카르민을 응시했다.

카르민이 이마를 한 번 찌푸리고는 의자를 가리켰다.

"자네도 앉으시게."

레이가 회의장의 말석에 걸터앉았다.

잠깐 동안은 다들 레이를 흘깃거리며 카르민의 눈치를 보았다.

허나 당장의 상황이 급박했기에, 얼마 안 가 다들 레이에게 관심을 꺼트리고 저들끼리 시끄럽게 토의를 이어갔다.

그꼴을 보던 레이가 탁자를 강하게 내려쳤다.

쾅!

주변의 시선이 쏠리자 레이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짜증을 드러냈다.

"야, 사람이 왔으면 니들끼리 떠들지 말고 요약 보고라도 좀 해봐."

워낙 태도가 건방져 몇몇 지휘관이 발작하려 했지만 카르민이 그들을 말리고 마법사 한 명을 레이에게 보냈다.

다가온 마법사가 현재 확인된 정보를 레이와 공유했다.

"현재 알파 21 일대에 전개된 장막을 조사하는 중입니다. 장막은 공간 단절에 가까운 현상을 일으켜 외부와 내부를 완전히 격리하고 있습니다. 결계의 일종이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마법이라도 쏟아부어 뚫어내지 않고 왜 다들 여기서 아가리만 놀리고 있어?"

"단순 화력으로... 저 종류를 특정하기 힘든 결계를 뚫어내기 위해선 황성의 포격이라도 동원해야 합니다. 계속 쏟아부어야 할 겁니다."

"근데?"

"황성의 포격이나 그에 버금가는 화력을 지상에 쏟아부으면... 최소 황도의 4분의 1은 후폭풍에 직접적으로 노출될겁니다. 혹시 연쇄폭발이라도 발생하면 그 반경이 더욱 넓어지는데, 이에 대한 대비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황도 안쪽을 포격하는 일이다.

당연히 시민들을 피난시키고 후폭풍에 주요 시설이 파괴되지 않도록 방비해야 한다. 허나 이런 작업이 단숨에 마무리될 리가 없었다.

"프리슬란 후작 각하는?"

소드마스터의 마나 지배 능력이라면 결계를 해제하는 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마법사가 곤란한 기색을 내비치더니 레이의 물음에 답했다.

"황도의 중앙시스템에서 동력을 공급받던 황도 인근의 워프게이트가 현재 정지했습니다. 그 때문에 합류가 조금 늦어진다고 보고가 들어왔습니다만, 그래도 앞으로 2시간 내에 프리슬란 후작님께서 도착하실 겁니다."

"..."

레이가 미간을 매만졌다.

알파 21을 중심으로 전개된 장막은 레이의 권능으로도 쉽사리 구조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드래곤의 권능에다 악신의 축복까지 난잡하게 뒤섞여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레이가 두통을 느끼는 사이 지휘관들이 적들의 목적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었다.

"...어쩌면 너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오."

"그게 무슨 말씀이오?"

"워프게이트가 파괴되고 적들은 퇴로를 잃었소. 조금이라도 그 부질없는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스스로를 가두었다고 해도 전혀 이상치 않소."

한 지휘관의 주장에 레이가 대놓고 조소를 터뜨렸다.

"뭔 개소리야. 제국이 건국된 후 황도에 대규모 침입을 허용한 사례가 역사에 단 한 번이라도 있었나? 이리 유례없는 사태를 일으킨 놈들이 고작 농성이나 하려고 저런 걸 준비해왔다고?"

"이 건방진...!"

지휘관 몇 명이 발작하려 하는 걸 카르민이 재차 중재했다.

"그만들 하시오! 지금 우리끼리 말싸움이나 하고 있을 상황이오?"

"하, 대체..."

지휘관들은 레이가 대체 누구이기에 카르민이 계속해서 비호하는지 이유라도 묻고 싶었다.

허나 카르민은 지휘관들의 한숨을 무시하고 타박을 이어갔다.

"저 장막에 관한 논의는 우리의 몫이 아니오."

현재 실력이 출중한 마법사들과 학자들이 장막에 관한 조사를 진행해 황실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었다.

황실에 모여있는 고위 마법사들이 정보를 취합해 이 사태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황실에서 명령이 하달된다면 그때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되었다.

"그때까지 우리는 황도 곳곳에 남아 있는 적들의 섬멸 작전을 지휘하는 데 집중하면 될 일이오."

카르민의 말이 옳았다.

흥분했던 지휘관들이 앓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 앉았다.

그때 통신을 담당하던 마법사가 큰 소리로 외쳤다.

"로얄가드, 미하엘 경께서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연락입니다."

"...!"

다들 올 게 왔다는 기색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하엘은 제국의 여러 군사 작전에 투입되어 많은 공적을 세웠고 이제는 황제의 가장 가까운 곳을 지키는 근위대장이나 다를 바 없는 자였다.

그런 미하엘이 단순히 명령 전달 따위를 위해 이곳으로 움직일 리 없었다.

"황실에서 장막을 뚫어낼 수 있는 해답을 찾아냈나 보군."

"미하엘 경께서 직접 현장을 지휘하실 모양이오."

다들 비슷한 생각을 지니고 현장 지휘소를 나섰다.

미하엘이 도착하면 바로 군대를 움직여야 할 가능성이 컸다.

레이는 모두가 나가고 나서야 굳은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얼마 안 가 미하엘이 다른 로얄가드와 황실 직속 마법사들과 함께 현장 지휘소에 도착했다.

명성이 자자한 로얄가드, 미하엘의 출현에 다들 짧게라도 먼저 인사를 건네려 했다.

허나 미하엘이 누구보다 앞서 입을 열었다.

"만나뵙게 되어..."

모두가 미하엘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쫓아 고개를 돌렸다.

모두의 시야에 지휘소에서 걸어나오는 레이의 모습이 보였다.

미하엘이 레이를 향해 담담하게 고개를 숙였다.

"영광입니다."

*

로얄가드는 황제의 곁을 지키는 기사다.

황제의 품위에 어울리는 차림을 갖출 책임이 있었고, 때문에 로얄가드의 갑주에는 장인이 만들고 새긴 치장이 가득했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로얄가드는 다른 이들에게 함부로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미하엘이 고개를 숙인 모습을 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허나 레이는 너무도 차분하게 미하엘을 향해 걸어가더니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 상황에 대해 설명할 게 있으면 빨리해."

"습격자 중에 드래곤, 혹은 드래곤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존재가 개입했다고 판단됩니다. 그게 아니라면 상황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저 장막은?"

"알파 21 인근을 뒤덮은 장막을 제거할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수단이 논의되었습니다. 황성 방위 병기 등을 이용한 집중 포격도 논의되었지만, 대피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2시간 이상 걸립니다."

"다른 방법은 없나?"

"마법사들이 장막의 해제작업을 위해 구조 해석에 들어갔지만, 최소 5시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프리슬란 후작님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장막 자체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건 힘들 겁니다."

황도의 물질적 피해를 감수하고서 화력을 쏟아부어 뚫어내거나.

절대 권역을 펼친 에르스트의 도움 아래 마법사들이 협력해 장막을 해제하거나.

둘 다 빠르게 끝낼 수 있는 작업은 아니었다.

그때, 미하엘과 동행한 황실 직속 마법사 매그나가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들떠 있었다.

"당신이라면 가능하오! 당신이 가진 그 힘이라면!"

공간 계열 기술에 강력한 내성을 발휘하며, 괴이를 어그러뜨리는 힘.

레이가 지닌 바로 그 힘이라면 가능하다고, 매그나는 그리 말하고 있었다.

"당신이 핵심이오! 당신이 망치 역할을 해준다면! 그리고 우리가 돕는다면 저 장막을 파괴하거나, 설령 파괴하는 데 실패해도 당신을 비롯한 소규모 인원이 저 안으로 침입하는 게 가능할 것이오!"

매그나는 신이 나서 계속 떠들었다.

"장막의 파괴에 실패한다면 안쪽으로 침입해 적을 타격하시오! 저 장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없게 만드시오! 우리가 장막을 찢어버릴 수 있게!!"

다른 이들은 레이와 미하엘, 그리고 매그나의 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얼을 탔다.

매그나가 남들의 시선에 관심도 두지 않고 레이를 연거푸 재촉하려 하는데, 미하엘이 다시 앞으로 나섰다.

"굳이 그대가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미하엘은, 주먹을 쥐며 호기롭게 말했다.

"이곳은 드라노폴리스이고, 제국의 중심입니다. 타락한 자들이 장막 안에서 어떤 일을 꾸미든, 전부 대비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압도적인 기술과 힘과 전략으로 감히 이곳에 발을 들인 타락한 자들을 벌할 겁니다."

그 무엇도 걱정할 필요 없다며 강조한 미하엘이 장막을 돌아보았다.

저 안에는 아직 제국민들이 다수 남아있었다.

"비록, 희생이 뒤따랐지만... 이번 사안은 그대가 굳이 나서기엔 사소한 일입니다. 그대가 돕지 않아도 충분히 해결 가능합니다."

"미하엘 경, 그게 무슨 말씀이오?"

매그나가 곧장 의아함을 표했다.

악마 숭배자들이 저 안에서 무슨 수작질을 벌이고 있을지 대체 누가 확신할 수 있단 말인가?

저들의 수작질에 완벽히 대비할 수 있다고 대체 누가 자신할 수 있단 말인가?

적들은 황도의 방위 시스템을 어그러뜨리고, 심지어 역으로 활용해 황도를 기습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제국 역사상 유례없는 굴욕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아무리 제국이 최선을 다해 대비한다 해도 저들의 수작질을 완벽히 막아낼 수 있으리라고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지금 막지 못하고 방치하면, 황도를 처음부터 다시 재건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저 장막 안에서 적들이 어떤 수작질을 벌이고 있든.

최대한 빨리 저지해야 했다.

"지금 수단을 가릴 때가 아니오!"

"아니."

단호하게 고개를 저은 미하엘이, 다시 레이를 마주 보며 말투까지 바꿔 강조했다.

"그대가, 나설 필요는 없소."

매그나가 곧장 끼어들어 레이에게 소리쳤다.

"당신의 결단이 필요하오!"

미하엘과 매그나의 의견 차이는 정보의 격차에서 비롯됐다.

미하엘은 레이의 수명 문제를 알고 있었고, 매그나는 몰랐다.

"..."

레이가 차갑게 굳은 얼굴로 숨을 내쉬었다.

저 안에는 많은 제국민들이 있었다. 데런도 있었다.

당장 저 장막을 걷어내지 못하면 안에 있는 모두가 목숨을 잃거나, 더 나아가 황도가 완전히 기능을 상실할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그래, 뭐. 굳이 레이가 목숨까지 걸어가며 장막 안으로 기어들어갈 필요는 없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레이에겐 공적이 필요했다.

더는 황제가 간을 보지 못할 만큼의 공적이, 황실의 드래곤하트를 확실히 얻어낼 수 있을만한 그런 공적이 필요했다.

레이는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수명을 이 작전에 할당해도 되는가에 대해 깊이 고민했고, 결론을 내렸다.

"장막의..."

"..."

"파괴를 시도한다. 파괴에 실패하면, 내가 직접 안으로 진입해 장막을 무너뜨리겠다."

"역시!! 제국의 영웅으로서 걸맞은 결정이오!!"

매그나가 웃음을 터뜨렸다.

매그나는 자신이 골조를 세운 작전이 실행되게 되었음을 기뻐했다.

그에 반해 미하엘은 제자리서 가만히 레이를 지켜보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 안에는 드래곤의 권능을 사용하는 존재가 있소."

"알아."

"사체를 일으키는 사령검의 존재 또한 확인되었고, 마지막 보고에 의하면 마족 또한 다수 진입해있으리라고 예상되오."

"..."

"장막의 파괴에 실패하면 그대는 고작 두세 명의 인원으로 장막 안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고, 외부 지원은 불가하오."

"..."

"생환하기 힘든 고립된 전장이오. 그럼에도 진입하겠단 말이오?"

"...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면."

레이가 담담하게 답했다.

"해야지."

"..."

미하엘이 뒤로 한발 물러섰다.

그리고 그대로 레이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대가 이 작전을 수락한다면, 황제 폐하께서 전하라 하셨습니다."

상황을 지켜보던 모두가 헛숨을 들이키는 가운데.

미하엘이 허공을 움켜쥐었다.

"신화를 계승한 제국의 수호자여."

허공이 갈라지며 아공간에서부터 은백색 검신이 모습을 드러낸다.

"부디."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 제국의 신검을 미하엘이 레이를 향해 높이 들어 올렸다.

"제국에게 영광을."

수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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