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슈코 (5)
185화
레이가 베렛의 입을 열어주었다.
레이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끅끅대는 베렛의 머리를 움켜쥐며 재차 물었다.
"흑마법사와 무슨 관계야?"
"으... 모, 몰라...! 너 지금 헛짚은 거야!!"
"아, 이 새끼 독하네."
이쯤되면 아는 거 모르는 거 횡설수설할만 했는데 베렛은 계속해서 버텼다.
레이가 잠시 고민하다 스태프를 들어 올렸다.
"야, 이 지팡이 이름이 뭔지 알아?"
"..."
"진실의 지팡이야."
"으으읍...!!"
레이가 우악스러운 손길로 베렛의 입 안에 밧줄을 쑤셔 넣었다.
벌써 몇 번이나 밧줄을 물게 된 베렛이 반사적으로 경련했다.
레이는 이 짓거리를 얼마나 더해야할까 고민하다, 이마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어이, 길드장."
"으읍...!"
"대답만 잘하면 안 죽이고 돌려보내 줄게. 널 죽이면 나도 좀 곤란해진단 말이야."
베렛이 실종되면, 베렛을 죽여 입을 막든 말든 리오슈코의 모든 이가 레이를 범인으로 지목할 것이다.
그러니 정보만 잘 토해내면 다시 사이좋게 지낼 생각이 있다고, 웃으면서 말한 레이가 스태프를 움직였다.
"길드장, 아직까지는 요양 좀 하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어. 신성력 좀 쐬면 금방 낫는다고. 후유증도 안 남을 거야."
"읍...! 읍...!"
"근데 계속 입 다물고 있으면 나도 거칠어질 수밖에 없어."
스태프 끝으로 쇠못 박힌 베렛의 무릎을 톡톡 두드린 레이가 스태프 끝을 베렛의 사타구니 사이로 옮겼다.
"다음엔 여기에 못질을 할 거고..."
아래로 내려간 스태프가 거꾸로 매달려 있는 베렛의 눈알을 향했다.
"그다음엔 여기에 못질을 하고 지져버릴 거야."
"으읍...!!"
"기회가 많이 없으니까 잘 생각해봐."
파즈즉!
"끄으으으으읍!!!!!"
레이가 베렛의 무릎에 박아넣은 철심에 전류를 충분히 흘린 후 활짝 웃었다.
그 억지로 찢어놓은 입꼬리가, 베렛의 흐릿한 시야 사이로 너무나 공포스럽게 비쳤다.
레이가 무릎을 굽힌 채 베렛과 정확히 눈을 마주한 후 재갈을 풀었다.
"더 하고 싶은 말 있어?"
베렛이 황급히 목소리를 토했다.
"커흡! 컥...! 질렌할 백작...! 질렌할 백작!"
"질렌할 백작?"
질렌할 백작이라면 리오슈코를 관리하는 귀족이었다.
리오슈코는 왕실의 직할령이었고 질렌할은 왕실이 파견한 행정관이었다.
그렇기에 질렌할이 가진 백작위는 제대로 된 작위가 아닌 직급을 상징하는 명칭에 더 가까웠다.
베렛이 꺽꺽대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난 정말 아무것도 몰라... 질렌할 백작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야..."
"질렌할이 뭘 시켰는데?"
"올다를 대동시켜 숲으로 들여보내라고..."
"우리가 얌전히 길잡이를 따라갈 때까지만 해도 평생 내 얼굴 볼 일이 없을 줄 알았지?"
"으읍...! 읍...!!!"
레이가 밧줄을 베렛의 입에 쑤셔 넣은 후 바둥거리는 베렛의 턱을 내려쳤다.
쩍-! 소리와 함께 베렛의 몸이 아래로 축 늘어졌다.
레이는 신경질적으로 베렛의 관자놀이를 걷어찬 후 방문을 열었다.
문밖에 서 있던 뱅이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입을 열었다.
"심문은 끝나셨습니까?"
"대충."
레이가 심문하는 사이 뱅이 놀고 있던 건 아니었다.
뱅 또한 레이 옆 방에서 와이번의 둥지에서 만났던 용병, 라스커를 '취조'하고 있었다.
"그쪽은 어때?"
"용병 놈은 아는 게 별로 없었습니다. 횡설수설하며 뱉은 말은 많지만, 결국 길드장이 시키는 대로 했다는 것 말고는 얻은 게 없습니다."
"그래?"
레이가 이번엔 질렌할 백작을 조지러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아래층에서 누군가 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보초로 세워놨던 첩보대를 일방적으로 밀치고 올라온 자가 방음 결계를 통과했다.
뱅이 검 자루로 손을 가져가는 것을 레이가 제지했다.
이내 제국 정보국 알리모 지부의 부지부장, 코멧이 복도를 쿵쿵 걸어와 레이 앞에 섰다.
"설마 길드장을 납치 했소?"
"..."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딴...!!!"
"코멧."
레이가 은은한 기세를 드러내며 경고했다.
"애들 앞에서 쪽 당하기 싫으면 목소리 좀 낮춰."
"..."
레이가, 흥분한 탓에 콧김을 연거푸 내뿜는 코멧과 바짝 거리를 좁혔다.
"리오슈코의 고위층들이 흑마법사와 야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아니 그건...!"
"대답, 잘해."
"당연히... 알고 있었소! 나도 알고, 여기 용병 놈들도 알고, 황제 폐하께서도 알고 계시고, 다 알고 있는 사실이오!"
"그게 무슨 헛소리야."
"그..."
레이의 기세가 더욱 강해지자 뒤로 물러난 코멧이 숨을 몰아쉰 후 말을 이었다.
"금지된 숲은 정화가 불가능한 지역이오."
정화하려 해도 금세 다시 초월적인 존재의 권능으로 오염된다.
그런 금지된 숲에 숨어든 악한 존재들을 전부 색출해 처단하기 위해선 대체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할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
또한, 금지된 숲은 가치가 높은 자원의 보고였다.
알리모 왕국은 마물의 부산물을 비롯해 금지된 숲에서 얻을 수 있는 여러 자원 덕분에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었다.
대륙 곳곳의 마탑들 또한 안정적인 마물의 사체 공급을 원했기에 다양한 로비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금지된 숲에 악마숭배자가 심심찮게 숨어든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소. 모를 수가 없지."
허나 그들을 잡으려는 노력은 전무했다.
금지된 숲에서 작전을 펼치기엔 감수해야할 피해가 너무 컸고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없었다.
도리어.
"금지된 숲의 이권과 엮여있는 각계의 고위층들은 숲 내부의 악마 숭배자와 거래를 진행하곤 하오."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 말이다.
"악마 숭배자와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오. 당연히 제국도 알고 있고."
"미쳤군."
레이는 그리 말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상황을 이해했다.
금지된 숲에 숨어서 밖으로 나오지도 않는 흑마법사는 겉으로 보기엔 위협이 되지 않았다.
수백 년 동안 '대단히 큰 문제'가 발생하진 않았다 보니 안이함이 널리 퍼졌고, 그 와중 막대한 이권까지 엮여있다 보니 흑마법사와 손을 잡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거래라는 게 정확히 무얼 뜻하지?"
"흑마법사들은 마물을 능숙하게 다루오. 가치가 높은 특정 마물의 개체수를 억지로 늘려서 미리 지정된 구역에 몰아넣어 주면, 거래자는 마물을 포획해 아주 쉽게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겠지. 그 밖에도 많소."
"흑마법사는 그 대가로 무엇을 얻지?"
"필요한 물자 같은 걸 건네받을 거요. 엄청난 바가지를 써야겠지만, 그들은 그런 경로를 제외하면 필요한 물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테니..."
말 끝을 흐린 코멧이 인상을 찌푸렸다.
알리모 왕국의 핵심 권력층들을 비롯해 여러 마탑이 금지된 숲의 악마 숭배자들과 간접적으로 엮여있었다.
물론 왕국의 권력층들과 마탑이 악마를 숭배하는 것은 아니었다.
"허나 이권을 침해받는 것은 싫어할 거요. 치부가 드러나는 것은 더욱 싫어할 테고. 아주 발작하겠지! 당신들을 죽이기 위해 움직일 거요!!"
다시 흥분한 코멧이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서 길드장 한 명 조진다고 무엇이 나올 것 같소? 길드장 다음은 누구요? 질렌할? 그놈도 꼭두각시지! 차라리 왕궁으로 쳐들어가지 그러시오?"
코멧은 금지된 숲이 있는 방향으로 손가락질하며 일갈했다.
"저곳을 뒤지고 싶었으면 당신 혼자 올 게 아니라 군대를 파견했어야지! 혼자 왕국과 전쟁이라도 할 생각이오?! 제발 감당도 안 되는 일 그만 벌이...!!"
레이가 손을 뻗어 코멧의 목을 움켜쥐었다.
켁켁대는 코멧을 그대로 들고 간 레이가 옆 방문을 열고 안으로 집어 던졌다.
바닥을 구른 코멧은 숨을 몰아쉬려다 흠칫 놀랐다.
악취가 방 안에 진동하고 있었다.
옆을 돌아보니 쉽사리 형용키 어려울 만큼 괴이하게 변형된 마물의 사체가 몇 개 널브러져 있었다.
레이가 복도를 지키던 첩보대원들도 전부 방 안으로 불러들였다.
고개를 들이민 첩보원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레이가 코멧에게 다가가 무릎을 굽혔다.
"잘 들어, 코멧."
"..."
"날 안내한 길잡이는 흑마법사가 심어놓은 벌레 때문에 온몸이 폭탄처럼 터졌어. 금지된 숲에선 저런 마물 수십이 우리를 덮쳤고, 상급 암흑 정령 둘을 다루는 흑마법사는 우리를 실험체로 삼겠다고 아가리 질을 했지."
"..."
"그 주제도 모르는 흑마법사 새끼를 생포해 심문하려 했는데, 걔도 머리가 펑 터졌어.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
"위계가 철저하다 못해, 수하의 목숨줄까지 쥐락펴락할 수 있는 강력한 우두머리가 숲 안에 존재한다고."
흑마법사 숫자가 꽤 된다고 해도 쪼개져 있다면 그리 큰 문제가 되기 힘들었다.
허나 누군가의 의해 하나로 통합되어 있다면 그 위험성이 비교도 안 되게 증가했다.
"지금 네놈이 보고 있는 마물이 넷만 넘어가도 엑스퍼트 급 기사가 홀로 상대하기 힘들 거야. 저 숲 안에 이런 마물이 과연 얼마나 더 있을까? 수백? 수천? 거기다 악마 숭배자는 또 몇이나 숨어 있고?"
"..."
레이가 한 발 뒤로 물러서며 경고했다.
"악의가 세상에 내려앉기 시작했다."
"..."
"저 숲 안에 있는 악의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네놈이 누워서 꿀을 빨고 있는 왕국이 통째로 무너질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
코를 찌르는 악취 속에서, 코멧은 그리 단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찌하겠다는 것이오."
"아무것도 없는 숲 한가운데서 마물을 이렇게까지 개조하긴 힘들어. 안쪽에 악마 숭배자 놈들의 거대한 본거지가 있다. 그 본거지를 찾아내, 초토화시키진 못해도 무얼하고 있는지는 확인해야지."
"본거지를 어찌 찾겠다고...?"
"쓸만한 정보를 아는 새끼가 나올 때까지 귀족이고 뭐고 전부 족쳐야지. 더 좋은 의견이 있나? 발언할 기회를 주지."
"..."
침묵한 코멧이 마물의 사체를 한 번 더 둘러보더니 눈을 꽉 감은 채 한숨을 내쉬었다.
레이의 의견은 일부 타당했다. 허나 귀족들을 족쳐 본거지를 찾아내겠다는 건 현명하지 못했다.
왕국 관계자와 물자를 거래한다 해도, 흑마법사가 자신들의 본거지를 외부에 노출할 리 없었다.
생포해서 정보를 캐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레이는 생포한 흑마법사의 머리가 곧장 터졌다고 했다.
그나마 흑마법사들의 본거지를 유추할만한 정보를 가진 자들이...
"후우... 은십자 기사단이 이곳으로 오고 있소. 사실 그래서 그만 떠나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은십자 기사단이 어디 기사단이지?"
"왕국의 일곱 기사단 중 하나요. 가장 뒤떨어지긴 하지만..."
"그들이 이곳으로 오는 이유는 알고 있나?"
"제국 때문이오."
"제국?"
"그... 제국의 황권 싸움 때 마족이 나타났다는 정보가..."
"사실이다. 에리다누스가 워프게이트를 노렸지."
코멧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600년 전 두 국가의 멸망을 초래했다던 마족이 다시 나타난 게 사실이라고?"
"그래, 사실이다."
제국은 에리다누스의 출현 이후 각국에 마족의 출현을 알리고 '악'의 준동을 경고했다.
사안 자체가 워낙 민감하다 보니 정보를 접한 각국의 고위층들은 적정선에서 정보를 통제했다.
코멧은 마족의 출현 자체는 알고 있었지만 그 정체가 '에리다누스'라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는 헛소문에 가깝다고 여겼었다.
헌데 그게 사실임을 확언받은 코멧이 두 손으로 자기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런 맙소사..."
"..."
"...그, 그 사건 탓인지, 제국이 악마 숭배자와 마족의 발호를 경계해야한다고 각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소."
"그래서 왕국이 금지된 숲에 은십자 기사단을 파견한 건가?"
"생색내기요. 원래는 기사단도 보내지 않으려 했으니. 다만..."
"다만?"
"생색내기가 아니라면, 기사단이 악마 숭배자 놈들의 본거지를 유추할 수 있을 만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 수 있소. 저 넓은 숲을 기사단 하나가 전부 뒤질 수는 없잖소."
"그럼 그들과 접촉해봐야겠군."
"...정말 제정신이오? 리오슈코에서 이 난리를 쳐 놓고서 그들과 접촉하겠다고?"
코멧으로선 험한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은십자 기사단이 레이를 반갑게 맞이해줄 리는 결코 없었다.
레이가 피식 웃었다.
"말이 안 통하면 내 방식대로 해야지."
"미친 소리만 골라서 하는군. 대체 무슨 자신감이오? 왕국의 군사력이 그리 우습게 보이는 거요? 당신들이 기사단 하나를 농락하고 도주할 수 있다고 쳐도, 그 다음은 어쩌겠다고?!"
"아, 코멧. 두 번 말 안 할 테니까 잘 들어."
차가운 레이의 목소리가 코멧의 귓가를 울렸다.
코멧은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아 발 뒤꿈치로 바닥을 밀었다.
더러운 바닥에서 허우적 거리는 코멧을 직접 일으켜 준 레이가, 잔잔한 웃음을 입에 머금었다.
"제국에서 개수작 부린 마족 놈 있잖아."
"..."
"그 새끼를 찢어발긴 게 나야."
*
은십자 기사단은 새벽 햇살을 맞으며 리오슈코로 향하고 있었다.
은십자 기사단에서 부단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젊은 여기사, 레오니는 생각했다.
'아, 좆 됐네.'
이번에 맡은 임무가 정말 실속도 없고, 남의 미움 사기도 좋고, 위험하긴 더럽게 위험한 임무였다.
당연히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았다.
가만히만 있었으면 은십자 기사단이 움직일 일도 없었을 것이다.
허나 레오니가 존중해 마지않는 은십자 기사단의 기사단장 길란트가 친히 그 임무를 맡겠다고 나섰다.
레오니가 선두에서 말을 모는 길란트를 째려봤다.
길란트는 타고난 성격이 워낙 고지식하기 짝이 없어 실력에 비해 한미한 자리를 전전했다.
가문 빵빵한 레오니가 길란트를 밀어주지 않았다면 은십자 기사단장 자리도 진즉에 내주고 좌천당했을 것이다.
그 길란트가 이번에 제대로 사고를 쳤다. 레오니는 뒷목이 당겼다.
"단장, 금지된 숲에 진짜 들어갈 건 아니죠? 그냥 외곽만 대충 돌고 끝낼 거죠? 그쵸?"
"심부 탐사가 우리 임무다."
"아악!! 단장!! 진짜 죽고 싶어 환장했어요?! 그럴 거면 혼자 죽어!!"
길란트가 세상 진지하게 대꾸했다.
"명령에 불복종하겠다는 건가? 명령 위반은 중죄다."
"맙-소사!! 제 목이라도 베시게요? 네?!"
평소와 같은 단장과 부단장의 대화에 기사단원들은 가볍게 웃으려 했지만 굳어있는 입꼬리가 잘 움직이지 않았다.
그만큼 이번 임무는 위험했고, 또한 지원이 열약했다.
마탑의 로비 활동과 눈치 주기 탓에 은십자 기사단은 실력 좋은 마법사를 지원받지 못했다.
사실 기사들끼리만 뭉쳐서 이동할 뻔 한 걸, 레오니가 웃돈을 주고 마법사 용병을 소수 고용해 대동시켰다.
용병 활동을 하는 마법사인 만큼 실력은 별 볼 일 없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거기에 길란트의 강직함과 의기를 높이 산 교단에서 성기사 둘을 파견해주긴 했지만 역시나 대단한 실력은 아니었다.
지금 전력으로 금지된 숲의 심부를 헤집었다간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다들 고민에 빠진 채 끙끙거리고 있는데, 저 앞에서 말을 타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왔다.
화려하게 스스로를 치장한 귀족이 호위들 사이에서 외쳤다.
"은십자 기사단이오?"
"그렇소. 그대는 누구시오?"
"하아, 다행이군. 난 질렌할 백작이오. 이리 찾아와주어서 고맙소."
"안녕하시오. 마중을 나와주어서 고맙소만..."
너무 멀리까지 나왔다. 더군다나 시간이 아직 일렀다.
길란트가 의아해하자 질렌할이 얼른 답했다.
"도움을 청할 게 있소. 웬 무뢰배가 리오슈코를 헤집고 다니며 패악질을 부리는데, 그 실력이 만만치 않아 제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소. 은십자 기사단의 도움을 청하는 바오."
레이의 일행이 금지된 숲에서 살아서 복귀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여기까지 달려나온 질렌할이 간곡히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