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1)
33화
보육원을 향해 열 기가 넘는 말들이 대열을 갖추고 달려왔다.
그 숫자도 놀라운데 말 위에 올라탄 이들 대부분이 무장을 갖춘 기사였다.
아이들을 상대해주다 보육원 입구까지 뛰어나온 디디에는 기사들 사이 백작의 얼굴을 확인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디디에는 종자가 건네주는 무장을 받아들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
백작이 짧게 설명했다.
"디나르에 흑마법사가 나타났고, 자작가에서 지원을 요청했네."
지미와 매튜를 비롯해 자리에 있던 기사 대부분이 당황했다.
그들도 백작의 호출을 받고 모였을 뿐 자세한 상황은 모르고 있었다.
"백작령의 방위는..."
"마법사와 병사들이 맡을 걸세."
필립스 백작령에 머무는 마법사의 숫자를 생각하면 방위 전력은 충분하다.
다만 디나르를 지원하는데 오직 기사 전력만 편성했다는 것은 이번 사안이 대단히 민감하다는 것을 뜻했다.
디디에는 종자의 도움을 받아 갑옷을 입다가 눈을 얇게 떴다.
"백작님, 한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말하게."
"혹시 이번 사건에 레이가 연관되어 있습니까?"
"...놀랍게도 그렇다네."
심란한 얼굴을 한 디디에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불충한 기사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갑작스러운 디디에의 행동에 백작은 당황하면서도 너그러이 답했다.
"이야기하게."
"레이는 저와의 내기에서 이긴 후 제게 보육원 울타리를 한 달 동안 넘지 말아달라 청했습니다."
"아이들을 잘 가르쳐 달라는 이야기 아니었나?"
"저 또한 그리 여겼으나, 레이는 굳이 제 행동반경을 보육원 안으로 제한하기를 원했습니다. 레이는... 보육원의 방위를 제게 부탁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헤아려 주십시오."
"디디에 경!!"
필립스 가의 기사 중 한 명인 젠킨슨이 고함을 쳤다.
기사가 보육원에 와서 검을 가르치는 것도 경악할 지경인데 백작의 부름을 받아놓고 면전에서 이게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머리라도 다쳤는가? 이게 대체 무슨 불충인가?!"
젠킨슨의 지적은 타당했으나 백작이 손을 휘젓는 것으로 발언을 막았다.
"지미, 매튜. 짐작 가는 게 있는가?"
지미는 위액이 역류해 식도에 구멍이 뚫릴 지경이었지만 이를 꽉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디나르에서 데려온 보육원의 아이가 서클을 타고났습니다. 마법사의 표적이 된 아이라는 걸 뒤늦게 깨닫고 레이가 직접 디나르를 찾아가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그 사실을 내게 숨겼군."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되었네. 디디에 경."
"하명하십시오."
"정예병 30명을 차출해 보육원을 지키게. 지미, 디디에 경을 돕게."
"백작님!"
젠킨슨이 경악했으나 백작이 다시 한 번 더 손을 저었다.
"서클을 타고났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디나르에서 패퇴한 흑마법사 중 일부가 보육원을 노릴걸세. 발견하면 반드시 척살하게."
"명 받들겠습니다."
"레이, 그 아이가 아니었다면."
백작이 상황을 이해 못 한 기사들을 차분하게 둘러보았다.
"흑마법사의 발견이 몇 주에서 몇 달 이상 늦춰졌을 걸세. 그는 충분한 공을 세웠고 존중 받을 자격이 있어. 그리고 매튜."
"예."
"디디에 경의 자리를 대신 맡아주게. 할 수 있겠나? 값은 치르겠네."
기사들과 나란히 서라는 백작의 제안에 매튜의 눈동자가 일순 흔들렸다.
무모하고 위험한 일이었다.
허나 레이가 디나르 지역에 홀로 잠입해있다는 걸 떠올린 매튜는 짧은 한숨과 함께 답했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레이는 웃음꽃을 피우면서도 바짝 긴장했다.
지하실을 확인한 시모네가 아이들을 제거하라 명하기라도 하면 당장 이곳을 빠져나가야 했다.
시모네의 곁을 갱단만 지키고 있다면 상관 없겠지만 실력 좋은 흑마법사라도 여럿 대동했다면 독 안에 든 쥐 신세가 될 수도 있다.
덜그럭
지하실로 향하는 문이 열린다.
레이를 포함해 쓰러져 있는 아이 세 명을 확인한 시모네의 수하가 지상을 향해 소리쳤다.
"시모네님, 아이 세 명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살아있어?"
"확인해보겠습니다!"
나자빠진 브랙의 품을 뒤져 열쇠를 챙긴 수하가 철창을 열었다.
아이들의 코 아래 손가락을 대자 미약한 공기의 흐름이 느껴진다.
"살아있습니다!"
"기다려봐."
스스스!
캄캄한 지하로 내려오는 시모네의 곁으로 더욱 짙은 어둠이 겹친다.
거대한 구체 형태로 집약된 어둠 속에서 가느다란 팔다리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아이들을 발견한 어둠의 구체가 환희하며 아가리를 벌렸다.
구체의 절반이 쩍 벌어지며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나자 레이가 순간적으로 주먹을 말아쥐었다.
"으음, 아냐 아냐."
시모네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안 돼."
암흑 정령이 피와 살만을 탐했던가.
그들이 탐하는 건 혼돈과 공포가 뒤섞인 감정이었다.
이 상태로 먹이로 줘봤자 씹는 맛밖에 못 느낄 터다.
"기왕 던져줄 거면, 의식이 돌아왔을 때 던져주면 좋겠지."
"...어떻게 할까요? 깨울까요?"
"영주성으로 옮겨. 당장 깨워도 정신이 완전히 돌아올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테니."
"알겠습니다."
레이가 주먹에서 힘을 뺐다.
이대로 뛰쳐나가 시모네의 목을 움켜쥐고 인질극이라도 해볼까 싶었지만 포기했다.
무력한 아이로 취급되는 이상 지금보다 괜찮은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됐다.
입과 팔다리가 묶인 채 마차에 실린 레이는 자작령 영주성까지 옮겨졌다.
영주성엔 인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지하에 가둬놔."
"알겠습니다."
차가운 공기가 흐르는 영주성 지하엔 사람을 가둘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공간은 창고로 이용되고 있었지만, 지하 깊숙한 곳에서 사람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레이와 아이들은 잡동사니가 쌓인 철창 안쪽에 갇히게 되었다.
레이를 철창 안에 던져놓은 수하는 스트레스라도 풀고 싶었는지 레이에게 발길질을 해댔다.
"젠장,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불안해 죽겠네!"
퍽! 퍽!
발길질을 당한 레이가 큰 충격을 받은 듯 꺽꺽대다 몸을 움츠린 채 혼절했다.
기분이 개운해진 수하는 바닥에 침을 찍 뱉은 후 지하를 떠났다.
잠시 말없이 쓰러져 있던 레이가 팔목에 힘을 주었다.
투둑!!
팔을 묶었던 끈이 떨어져 나갔다.
발목을 묶은 끈과 눈가리개까지 벗겨 낸 레이는 같이 잡혀 온 아이들을 바라봤다.
둘 중 하나는 정신을 차린 것 같았지만, 굳이 지금 결박을 풀어주어 소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었다.
"곧 구해줄 사람들이 올 거야. 불안해하지 말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어."
"으읍..."
깨어난 아이를 진정시킨 레이가 철창을 붙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오랜 시간 관리가 안 되어 여기저기 녹슬어 있었다. 재질 자체도 싸구려 잡철에 가까워 힘을 잘못 가했다간 휘는 게 아니라 부러질 모양새였다.
'혹시 다시 들어올 때를 대비해야 하니...'
끼끼긱
레이의 손아귀에 붙들린 철창이 천천히 휘어졌다.
아슬아슬하게 사람 하나가 통과할 틈을 만든 레이가 철창을 빠져나왔다.
계단 위를 잠시 바라본 레이는 신음이 흘러나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시국에 영주성 지하에 감금당해있다는 건 평범한 죄인은 아닐 터다.
반대쪽 창고에서 굴러다니던 쇠막대기를 주운 레이가 지하 안쪽으로 발을 옮겼다.
영주성 가장 깊숙한 감옥에는.
노년이 다 되어가는 남자가 두 팔이 결박된 채 묶여 있었다.
*
영민한 아들은 다양한 분야에 재능을 보였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마나를 다루는 법을 깨달았고 정령과의 교감에도 성공했다.
아들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본인의 재능을 활짝 피우길 바랐다.
허나 그 녀석은 하필 나의 뒤를 잇길 갈망했다.
아이의 부모를 향한 동경을 껄끄러워할 애비가 어디있겠냐만은.
아들이 나와 같이 맹약에 묶여 서서히 말라죽어 가는 걸, 나는 바라지 않았다.
얼마 안 가 맹약이 종식된다.
나의 세대에서 끝낼 수 있었다. 내가 조금만 장수한다면, 아들에게 이 짐을 물려주지 않고도 결말을 맺을 수 있었다.
아들이 나를 동경하길 바라지 않았기에 아들을 멀리했다. 내가 정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 되돌아보면, 그건 그저 나의 혐오를 아들에게 고집했을 뿐이었다.
내 일방적인 강요는 서로를 향한 오해와 균열을 일으켰고.
결국 나의 영민한 아들은 애비를 향한 증오와 열등감에 빠져 방탕함에 취하기 시작했다.
잘못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아들은 나의 후계를 자처할 반짝임조차 잃어버린 후였다.
누구를 원망할까.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인데.
처음엔 그리 생각했다.
허나 600년 전 맹약이 결국 나의 주인까지 홀려버린 후.
나는 이곳에 홀로 남아 피폐해져 갔다.
영주 대리의 권한으로 모든 보고를 서면으로 돌렸고, 그저 영주성 안에 틀어박혀 영혼 없는 눈으로 서류를 읽어내고 도장을 찍어갔다.
그 탓에 마지막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서류가 조작되었고 측근은 제거되었으며 대부분의 실권이 이미 장악당했다는 걸.
티티. 빌어먹을 티티.
당신이 원망스럽다. 당신이 너무나도 원망스럽다.
광기에 빠진 아들의 칼날을 피해 도망쳤을 때.
나는 영주성의 가장 깊숙한 방에 숨어서 당신의 목을 졸랐지.
그때 당신이... 뭐라고 했더라?
"영감님."
"...?"
"영감님, 정신 좀 차려봐요."
피에트로가 핏물이 말라붙은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올렸다.
"...누구?"
"혹시나 해서 여쭙는데, 자작가 시종장님 되십니까?"
시종장.
그 영광스럽고 저주스러운 직함을 떠올린 피에트로는, 뿌옇던 시야가 서서히 개는 것을 느꼈다.
컴컴한 감옥 너머에 자그마한 인영을 확인한 피에트로가 마른 입술을 열었다.
"...그래, 내가 시종장 피에트로다. 넌... 누구냐?"
"어, 그러니까요."
레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자식 농사 말아드셨다는 소식 듣고 백작령에서 찾아왔습니다."
다시 침묵에 빠진 피에트로가 간신히 입을 뗐다.
"...뭘 말아먹어?"
"자식 농사 거하게 말아드셨다면서요? 사실 저도 이꼴날까 걱정입니다. 기껏 먹이고 재우고 키워놨더니 나중 가서 딴소리하면 어떡하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피에트로는 눈앞의 녀석이 제정신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백작령에서 왔다고? 누구 지시로?"
피에트로의 반문에 레이가 잠시 고민했다.
여기서 '필립스 백작령의 고아 수집가인데 남의 고아 탐내는 새끼들 조지러 왔다'고 설명해봤자 의심만 살 게 뻔했다.
레이는 적당히 둘러댔다.
"필립스 백작님이 보낸 세작입니다."
"허허, 내 입을 열어보겠다고 별 수작을 다 부리는군."
어두운 감옥이다.
피에트로는 레이의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흐릿한 인영만으로도 상대가 어린아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저 몰골로 세작을 운운해?
너무나도 뻔한 수작에 피에트로가 헛웃음을 흘렸다.
"시모네가 시켜서 왔느냐? 아는 게 없다고 했을 텐데."
"...'티티'에게 위해한 세력."
피에트로의 몸이 움찔 떨렸다.
"필립스, 영주 대리 자격으로 즉시 병력 파견을 요청한다. 영지를 정상화시키길 바란다. 맹약에 속한 의무를 다하라."
"설마, 편지가 전해진 건가? 그럴 리가. 브릿지는 분명..."
"조르지아 패밀리가 가지고 있더군요. 제가 영지 사정을 정확히 알고 이곳에 온 건 아닙니다. 디나르 영지 내에 이상 징후가 발견되어서 파견되었고 조르지아 패밀리를 조사하던 중에 편지를 발견했죠."
"그럼 당장 돌아가 전하지 않고 뭐하는 건가!"
"편지는 제 브릿지를 통해 백작님께 전달했습니다. 저는 좀 더 상세한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이곳에 온 거지요."
"...!"
"잡담할 시간이 없습니다."
언제 누가 다시 감옥을 찾아올지 몰랐다.
"의심을 완전히 떨치진 못하신 것 같지만, 제가 원하는 건 이 일의 주동자와 협력자, 그들의 신분과 목적입니다. 이 정도는 제 정체와 관계없이 답해주실 수 있을 겁니다."
"...알겠네."
"시모네가 이런 일을 벌인 동기가 무엇인가요?"
"...암흑 정령과 계약했네."
"정령에 대해 무지해서 여쭤봅니다만, 암흑 정령과 계약한 게 동기와 대체 무슨 상관입니까?"
"술사와 정령은 교감을 통해 서로의 색깔을 닮아가네. 충분한 실력과 정신력을 갖추지 못한 술사가 정령과 계약하면 정령의 색깔에 일방적으로... 매몰되네."
부정(不正)의 감정에 취해 타락한 존재인 암흑 정령은 술사의 심층에 내재된 충동과 욕구를 손쉽게 유도하고 증폭시킨다.
레이는 어딘가에서 주워들었던 내용을 되새기며 상황을 되짚었다.
'암흑 정령과 계약을 시도한 시점에서 시모네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겠지만...'
이리 대범하게 일을 벌이고, 자기 친부까지 감금해서 고문할 지경까지 타락한 건 암흑 정령의 영향 탓이 컸을 터다.
다만 암흑 정령이 굴러다니는 돌멩이도 아니니, 누군가 시모네의 계약을 유도했다고 보는 게 합당했다.
"진짜 주동자가 누굽니까?"
"...로커스트. 고위 흑마법사이자 악명 높은 암흑 정령사."
"이런 씨..."
레이의 미간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로커스트란 이명을 들어봤기 때문이다.
이건 대단히 큰 문제였다.
마법사에 대해 무지한 레이가 이명을 들어봤다는 건 상대가 제국 전역에 이름을 떨친 악인이란 뜻이었다.
"사칭일 가능성은?"
"적다."
"그 외에 제가 백작님에게 보고해야 할 정보가 있습니까?"
"로커스트는 게네시스의 흔적을 쫓고 있었네. 알아들으실 거야."
계속된 고문 탓인지 탁한 기침을 뱉어낸 피에트로가 레이를 재촉했다.
"여기서 탈출해라. 시모네가 오기 전에."
"...시모네가 강합니까?"
"시모네가 다루는 암흑 정령은 만만한 존재가 아니다. 하나도 아니고 둘이야."
"걔들도 칼 맞으면 죽잖아요?"
"정령은 불멸의 존재야. 일시적으로 모습을 잃어버릴 뿐 다시 부활하지. 무엇보다 허상이라도 베려면 검기라도 다룰 줄 알아야 해."
"시모네 본신의 무력은?"
"...너 같은 아이가 대적할 상대가 아니다. 어서 나가!"
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루나를 노리던 마법사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 성공했으니 최소한의 목적은 이루었다.
진정 로커스트란 거물이 이번 일에 개입했다면 레이 홀로 더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빠르게 디나르를 벗어나 백작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리고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며 보육원을 보호할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현명했다.
"씁..."
감옥에 갇힌 아이들이 순간 떠올랐으나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 레이가 도주하면 그들은 분명 암흑 정령에게 잡아먹히겠지만 모두를 구할 수는 없었다.
결정을 내린 레이가 몸을 돌린 순간.
저벅
"....!"
발자국 소리.
피에트로가 속삭였다.
"시모네다. 반대편 감옥에 숨어 있어라. 내가 소란을 떨어 주의를 끌 테니, 그 사이 몰래 도망쳐라."
레이가 잠시 고민했다.
도망쳐도 몇 분 안에 아이가 하나 사라졌다는 게 들킬 거다.
셋 중 하나가 사라졌으니 못 알아볼 리가 없다.
그리 될 바에 차라리...
"영감님."
고문과 위협을 위해 누군가 가져다 둔 무기를 레이가 살폈다.
대부분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쓸만해 보이는 도끼와 검이 한 자루씩 있었다.
"좋은 소식과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는 소식이 있습니다."
"...?"
"좋은 소식은 제가 아드님보다 강하다는 겁니다."
어둠 속에서 레이의 안광이 시푸르게 타올랐다.
그제야 피에트로는 눈앞의 상대가 아이의 모습을 한 괴물인 걸 알아차렸다.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는 소식은, 협력해주신다면 제가 아드님의 목을 베어드릴 수도 있다는 겁니다."
"..."
"협력하시겠습니까?"
눈을 감았던 피에트로가 가까워지는 발소리를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아들이 더 많은 업보를 쌓기 전에 죗값을 치르게 해주게."
레이가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할 일은 다 끝났다.
시모네를 마무리하고, 귀환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