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 (2)
18화
견고하게 설계된 마차는 문을 닫은 것만으로 외부의 소음을 대부분 차단해 주었다.
자리를 찾아 앉은 레이가 머리를 쓸어올리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
백작과 독대를 하게 된 것치고 꽤 담대한 행동이었지만 백작은 타박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알레시아는 잘 지냈는가?"
"불쾌하게 받아들이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생각보다 애들이랑 잘 어울리더군요."
"그건 아쉽군. 벌이 되길 바랐는데."
말을 이용한다면 보육원과 백작가까지 하루에 2번 왕복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백작은 알레시아의 무사만 확인한 후 곧장 알레시아를 데려가지 않았다.
알레시아의 일탈 한 번에 근 하루 동안 백작령의 모든 업무가 마비되고 병력 운용에 상당한 부하가 걸렸다.
지미 패밀리와 용병에게 지출해야 할 금전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알레시아의 빠른 복귀를 위해 마차를 대동한 호위 병력을 곧장 편성하길 백작은 원치 않았다.
거기에 더해 약간의 징벌적인 의미를 담아 하루를 보육원에서 보내게 한건데, 이 때문에 고생한 건 알레시아가 아닌 보육원 사람들이 되었다.
"산속에서 이불 깔고 자려 했던 아가씨가 보육원에서 하루 지낸다고 어디 벌이 되겠습니까. 오히려 즐거워하더군요. 다음엔 그냥 방에 며칠 가둬두십시오."
"그래야겠어. 심심한 걸 못 참는 아이니."
알레시아가 들었다면 기겁할 이야기를 마친 백작은 가감 없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원하는 걸 말해보게."
레이는 조금 전 보았던 마법사의 눈빛을 떠올렸다. 섬뜩한 탐욕.
그것이 과연 긍정적인 신호인가?
스스로의 안이함을 자각하며 콧잔등을 꾹꾹 누른 레이가 생각해놨던 보상안을 꺼냈다.
"기사를 동경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나 또한 이 나이를 먹고도 여전히 기사를 동경하네."
"재능이 뛰어난 아이도 몇 있습니다."
"본론을, 말하게."
"기사를 파견해 아이들에게 기초적인 마나 연공법과 검술을 배울 기회를 제공해 주십시오."
"들어주기 힘든 부탁이군."
레이가 표정 변화 없이 눈을 깜박였다.
백작이 미미한 웃음을 입가에 그린 채 이야기를 계속했다.
"차라리 자네의 성장에만 집중하는 게 어떤가? 비록 영세하긴 했으나, 필립스 가는 한때 제국의 기둥 중 하나라 불리었던 가문이야. 필립스 가에 전해 내려오는 무술과 관련된 자료 전부를, 자네가 열람할 수 있게 해주겠네."
"..."
기초적인 마나연공법과 검술은 제아무리 대단한 가문의 것이라도 그 수준과 형식이 비슷하다.
어디까지나 기초니까.
보육원 아이들 중 마나 연공법을 제대로 익힐 수 있는 건 소수일 테고, 이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쯤이야 백작에게도 크게 부담될 사안이 아니었다.
반면에 레이에게 필립스 가문의 비전 전부를 제공하는 것은 훨씬 더 중대하고 민감한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백작은, 레이에게 후자를 선택하길 권했다.
레이가 머리를 짚었다.
'일이 이렇게 될 것 같더라니.'
"백작님, 보육원의 아이들은 백작님께 은혜를 느끼고, 백작님께 충성합니다."
"날 바보로 만들지 말게, 레이."
백작이 벽 너머에 있을 보육원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아이들이 식사하기 전에 나의 성과 작위를 외우며 은혜를 입에 담는 이유가 무엇인가? 교단과 영지민과 지미의 패밀리에게 감사를 표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
"자네가 그리 시켰기 때문이지."
"백작님."
"저들이 성장하면 과연 나의 병사들을 이끌까? 아니야. 저들은 자네의 군단을 이끌 거야. 그 무엇보다 충성스러운 검이 되어서."
"저는 그런 걸 바라지도 않고, 그렇게 될 일도 없을 겁니다."
"차라리."
백작이 숨겨두었던 본론을 꺼냈다.
"알레시아와 연을 맺게."
"끙."
레이가 대놓고 앓는 소리를 내었다.
레이도 예상을 했지만, 역시나 백작은 레이라는 존재를 자신의 품 안에 묶어두고 싶어했다.
때문에 레이가 세력을 이루고 독립할 저변이 될 수 있는 보육원 아이들의 성장을 껄끄러워 한 것이다.
"나의 성을 이어주게. 그럼 자네에게 가문의 모든 것을 지원토록 하지. 보육원 아이들에게 또한 연공법과 검술을 비롯해 많은 지원을 베풀도록 하겠네."
제법 합리적으로 들리는 이야기였다.
백작의 욕심이 많이 들어가긴 했으나, 레이에게도 나쁜 제안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레이는 자신이 귀족을 상대하고 있다는 긴장을 고의로 느슨하게 풀었다.
그래야 지금부터의 설득이 통할 것이다.
"제가 알레시아와 짝짜꿍 연을 맺는다 쳐봅시다. 아가씨가 다시 가출할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요."
"...?"
묘하게 시건방져진 레이의 말투를 느낀 백작이 고개를 갸웃했다.
"레이, 자네에게도 나쁜 제안이 아니야."
"그 연이란 것이 구두 약속은 아닐 겁니다. 공식적으로 제 이름을 제국 귀족 명부에 적혀있는 알레시아 옆에 올리겠다는 의미겠죠."
"...그렇다."
"백작가가 천민을 데릴사위로 들인다는 소식이 펴지면 저어기 황궁에 계신 황제 폐하도 어전회의를 하다말고 옥좌를 쾅 치고 일어나서 '어어 필립스 걔 노망난 거 아니냐?'고 외치실 겁니다."
노망?
레이의 단어 선택에 강한 혼란을 느낀 백작이 얼른 정신을 수습하고 답했다.
"그 부분은 걱정할 필요 없네. 자네 신분을 새롭게 만들 방법은 충분히 존재하..."
"백작님 슬하에 자식이 여러 명이었다면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현시점에서 알레시아가 백작님의 유일한 후계라는 겁니다. 아무리 관심이 떨어지는 변방 영지라도 백작가가 유일한 후계자의 데릴사위를 들인다고 하면 다들 조사 한 번씩은 해볼 겁니다."
틀린 말이 아니기에 백작은 반박하지 못했다.
"그리고 저는 백작령에서... 불행히도 굉장히 유명한 존재지요. 제가 천민인 게 드러나면 황제 폐하는 다시 옥좌를 치고 일어나시며 '역시 필립스 걔 노망난 게 맞다니까!'라고 외치실겁니다. 그래서 조사 인력을 파견했는데, 생각보다 백작님이 멀쩡하시더랍니다."
그 이후에 벌어질 일은 뻔하다.
맨정신으로 나이도 어린 천민을 데릴사위로 들여? 그럼 그 천민이란 놈의 능력이 어마무시하겠군!
다들 이런 생각을 하며 백작령에 사람을 보내 집요한 조사를 시작할 것이다.
레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알아들은 백작이 자세를 바로 하고 장담했다.
"레이, 나는 자네를 지킬 것이다."
"모든 귀족이 백작님처럼 관대하고 이성적이진 않을 겁니다. 처음엔 절 회유도 해보겠지만, 하다 안 되면 어찌 행동할까요?"
필립스 백작의 손에 소드 마스터라는 전력이 들어오는 꼴을 가만히 보고 있을까?
"저는 '가질 수 없으면 부숴버리겠어'라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제가 누구보다 어린 나이에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인재라는 것이 간파된다면."
레이가 어깨를 으쓱였다.
"타국에서는 기회가 되는대로 저를 죽이려고 할 겁니다. 위험한 선택이지만 저는 제대로 된 배경이 없으니까요. 저 하나 은밀히 쓱싹해도 출신이 천하니 제국 또한 분노를 드러내기 힘들 겁니다."
어디까지나 일이 더럽게 꼬였을 때의 가정이었다.
허나 레이의 존재가 워낙 강렬했기에, 여러 세력이 뒤섞여 투닥거리기 시작하면 일이 더럽게 안 풀릴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다.
물론 이러한 사태를 피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백작님이 노망난 척하면 해결될 문제이긴 합니다. 노망날 연세가 아니시긴 합니다만, 말에서 한 번 떨어졌다고 합시다."
"..."
"일단 두 달 정도 벽에 똥칠 좀 하시면서 소문이 퍼지길 기다리시죠. 알레시아와 제가 연을 맺은 이후에도 식사도 좀 흘리며 드시고 벽에 계속 똥칠을 하셔야 합니다. 멀쩡하다는 사실을 제가 아닌 누구에게도 들키면 안 됩니다."
언제까지?
"제가 마스터의 경지에 이를 때까지."
과연 얼마나 걸릴까?
백작은 레이의 재능을 감안해 넉넉잡아 20년 정도의 기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 사이에 노망난 백작의 살을 뜯어 먹겠다고 도둑놈들이 주변을 뱅뱅 돌겠지.
제국 전역의 견제보다는 낫다만 그 길도 결코 편한 길은 아니었다.
"어떻게, 노망난 연기 좀 하시렵니까? 그럼 오늘 당장 낙마부터 하시..."
"레이, 레이, 레이!"
쾅!
의자를 내려친 백작이 이마를 붙잡은 채 긴 한숨을 쉬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는 듣겠네. 다만, 어휘를 좀 순화해서 표현하면 안 되겠는가?"
"제가 실성하거나 백작님을 모욕하고 싶어 이러는 건 아닙니다."
그럼 뭔데?
백작이 굉장히 아니꼬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레이는 괜히 헛기침을 했다.
다시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 할 때다.
"저는 백작님이 정말 현명하신 분이라 생각합니다. 허나 제 재능은 백작님과 같이 현명한 분의 눈도 잠시 멀게할 만큼 과하게 반짝이지요. 백작님이 다시 눈을 뜨시고 지혜를 되찾길 바랐기에, 조금 과격한 어휘를 택했습니다. 일종의 충격요법이지요."
"..."
한동안 말이 없던 백작이 얼굴을 쓸어내렸다.
"자네가 알레시아보다 한 살 어리다고."
"...그렇긴 하죠?"
"혹시 내 딸이 바보인가?"
"제가 잘난 겁니다."
"제발 다른 귀족 앞에서는 입 간수 좀 잘하게. 내가 아니었으면 말을 하다 말고 목이 잘려나갔을거야."
"백작님의 자비에는 항상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내가 자네를 완전히 품고자 하는 게 과한 욕심인가?"
레이가 턱을 긁적였다.
"굳이 품으려고 하지 않으셔도, 저는 은혜를 아는 사람입니다.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셔도 되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백작이 품에서 검을 뽑아 신경질적으로 던졌다.
"증명이나 해보게."
레이가 어렵지 않게 검기를 생성했다.
백작은 생각했다. 직접 보니 생각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광경이라고.
"괜히 짜증이 나는군."
"물론 백작님이 어제 잠자리에 드셨을 때 이불을 퍽퍽 차면서 '큭큭, 내 사위가 소드 마스터라고?'를 외치면서 흥분하셨을 거라는 건 알고 있습니..."
"레이! 레이!"
얼굴이 시뻘게진 백작이 외쳤다.
"정신 차렸으니 그만 입 간수 좀 똑바로 하게!"
"죄송합니다."
"디디에 경을 보육원으로 파견해주겠네. 오랜 시간 나를 보필해준 기사 가문의 적통한 후계자이자 모하메드 경의 아들 되는 자일세."
백작으로선 가장 믿음직한 기사 중 한 명을 파견해주는 셈이었다.
"기사도를 중시하며 아주 성실한 사내지. 천민들이라고 일방적으로 무시하진 않을 걸세. 자네 또한 이 기회에 제대로 된 연공법과 검술을 경험해 보게. 더 필요한 게 생기면 이후 다시 연락하게. 웬만하면 지원해주지."
"감사합니다."
"정말 진이 다 빠지는군."
가만히 자리에 앉아 흥분을 진정시킨 백작이 다시 레이를 마주 봤다.
얼굴 절반을 가로지르는 상흔이 아주 잘 눈에 들어왔다.
"그거 효과가 좀 있군."
"네?"
"패용하고 다니는 검이 꽤 낡았더군. 내 검을 가져가게. 가문의 문양이 박혀 있으니 필요하면 써먹고 보고하게. 알레시아를 구해주어서 정말 고맙네. 이건 진심이야."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리고 편지에 적힌 내용을 보니 마법에 재능을 보이는 아이를 발견한 모양이던데."
레이가 표정을 굳혔다.
아직 레이는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루나의 재능이 지나치게 뛰어났다.
그건 레어나 유니크와 같이 묶기에는 아예 궤를 달리하는 재능이었다.
본래라면 레전더리 떴다고 환호성을 지르며 엉덩이춤을 췄겠지만 여전히 마법사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하나 조언하지. 마법사는 위험한 존재야."
"...?"
"편협한 이야기라는 것은 아네만, 마법사는 대개 본인의 마도를 극도로 우선하네. 인간성과 사회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자들이 태반이지."
"..."
"그들이 재능있는 자를 찾았다고 흡족해하며 자신의 제자로 받아줄 것 같은가? 상대가 귀족의 자제라면 그럴 수도 있지. 허나 상대가 배경 없는 천민이라면, 마법사 대부분은 다른 선택을 할 걸세."
"..."
"납치하든 말로 홀리든 곁으로 데려와 본인의 마도를 발전시키기 위해 끔찍한 희생을 강요할 거야."
레이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가는 걸 보며 백작은 조언을 마쳤다.
"마법사를 상대하려거든 조심하게. 오늘은 양해를 구하고 다비드와 동행했지만, 나는 다비드에게 보육원의 아이들을 살펴달라 강제할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네. 그는 아주 '전형적인' 마법사거든. 다른 마법사들 또한 난 그리 신뢰하지 않네."
"잠시만요."
레이는 머리를 망치로 크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다비드의 움직임을 백작님이 제어할 수 없다는 말씀입니까?"
마법사가 정신병자 집단이란 정보보다 이게 더 충격적이었다.
백작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나는 수평한 계약 관계네. 격식에 맞는 사과와 충분한 금전을 지불하면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관계지. 알레시아의 교육에 관한 문제를 제외하곤 무언가를 강제할 수는 없네. 다른 마법사도 마찬가지야. 계약서 밖의 내용은 간섭할 수 없지. 그들은 기사와 달라."
"..."
레이는 눈앞이 아찔해짐을 느꼈다.
'잘못 생각했다. 완전히 잘못 생각했어.'
레이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자신의 실력을 들키지 않으려 노력했다.
허나 백작가의 기사에게 엑스퍼트라는 경지를 들킨다고 해도 당장은 무마 가능했다.
기사는 백작에게 충성하기에, 백작이 함구를 원한다면 기사 또한 주인의 의지를 따를 터였다.
레이는 여기서 실수했다. 기사와 마법사를 멋대로 겹쳐봤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설령 경천동지할 마법적 재능을 보육원의 누군가가 타고 났고, 그걸 마법사에게 들킨다 해도.
지금처럼 백작만 잘 구슬리면 뒤처리가 가능하리라 오판했다.
'백작의 권위가... 마탑 출신의 마법사에게도 통하리라 생각했지.'
즉흥적으로 마법사의 초대를 부탁한 후 굳이 부탁을 정정하지 않은 건 그런 안이한 판단 탓도 있었다.
돌이켜 보니 너무 멍청하고 성급한 사고였다.
루나의 등급을 잘못 측정했고.
마법사가 정신병자 집단이며.
그들의 행동을 강제할 수단마저 부족한데다.
상대가 하필 알레시아의 교육을 위해 특별히 초청된 고위 마법사라면.
'루나가 많이 위험하다.'
미간을 누른 레이가 속마음을 내색 않고 입 꼬리를 올렸다.
"...조언 감사드립니다."
"혹시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없습니다."
"그럼 이만 나가보게. 이른 시일 내에 디디에 경을 파견토록 하겠네."
레이가 허리를 깊게 숙인 후 마차에서 내렸다.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백작이 허공을 보고 중얼거렸다.
"욕심. 욕심이라. 욕심에 잠시 눈이 멀었던 건가."
제 혼자 끌끌 웃은 백작이 고개를 한 번 저었다.
"정말 난 놈이군. 억지로 품었다간 확실히 체하겠어."
*
다비드는 누군가가 줄줄 흘리고 다닌 마나의 흔적을 뒤쫓았다.
흔적이 전혀 정제되지 않았다는 것이 도리어 기꺼웠다.
마법을 따로 배운 적이 없으면서도 이 정도의 마나 잔향을 대기에 남길 정도의 재능이라.
부동심을 중히 여기는 다비드의 입꼬리가 거칠게 뒤틀렸다.
마나의 흔적 끝에 푸른 머리칼의 소녀가 언뜻 보였다.
방 안으로 사라지는 소녀를 쫓아 발을 옮기려던 순간 칼이 뽑혀나오는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여기는 외부인 출입이 불가능한 공간입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 다비드가 지미를 마주봤다.
"천한 용병이 상황 파악이 안 되는가?"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제 보육원에 허가받지 않은 외부인이 돌아다니고 있군요."
다비드의 손아귀가 로브 밖으로 빠져나왔다.
서클에서 발산된 마나가 사방으로 번지며 돌풍을 일으켰다.
"쥐새끼 같은 용병답게, 목숨을 부지하고 싶으면 조용히 꺼지도록."
"용병이란."
지미가 검기를 생성하며 웃었다.
"계약과 그에 따른 의무를 중시하는 직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