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328화 (327/328)

   

   그렇게 하늘에 줄곧 떠있던 천사는, 마침내 눈을 뜬 이후에야 처음으로 다시 땅으로 내려왔다.

   

   

   털썩-

   

   

   

   맨발로 지상의 흙을 밟은 그녀.

   그렇게 처음으로 정신을 차린, 신비로운 분위기의 그녀가.

   자신의 앞에 서있는 나를 처음으로 보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올려다보며 처음으로 한 말은.

   

   

   "주인님..?"

   

   

   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날카로우면서도 순진무구해 보이는 금빛의 눈으로, 고개를 갸웃이며 그렇게 말하는 천사를 보며.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계획대로 완벽하게 됐군.

   이 천사는 이제 제껍니다.

   

   

   "....."

   

   "....."

   

   "....."

   

   

   참고로, 베리어가 깨진 바람에 우리의 일련의 대화를 다 듣게 된 사람들은 다 얼굴이 당황스럽게 굳어있었다. 그래. 갑자기 하늘에서 온갖 효과와 함께 신성하게 내려온 천사가 빌런보고 주인님 이러고 있으니 당황스럽겠지.

   

   하여튼, 지상을 밟은 그 천사는.

   

   "윽..."

   

   순간, 급격한 소유권 강탈의 휴유증인지 머리를 붙잡고 비틀거렸고.

   그대로 눈을 다시 감은 채,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그렇게 쓰러지려는 그녀를, 내가 빠르게 이동해 붙잡았고.

   

   "휴우..."

   

   그렇게 뒤에서 그녀를 받친 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었다.

   내 주위에, 아까있던 빛의 폭발때문인지 다 땅바닥에 넘어져있는 사람들.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그 사람들은, 천사가 내 품안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었는지 다들 눈을 땡그랗게 뜨고 있었다.

   

   "시... 신의 사자다!"

   

   나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파들파들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까지 있는 마당.

   그렇게 그런 그들을 향해 여유롭게 손을 흔들어준 나는, 잠시 헛기침을 한 뒤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크흠. 여러분, 놀라셨나요? 신이 저에게 동료를 내려주셨나 봅니다. 별거 아니니 다들 안심하시고 생업에 종사해주시길 바랍니다."

   

   천연덕스럽게 말을 한 나는, 끝까지 완벽한 쇼를 위해 씨익 웃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저쪽 편에서, 자리에 서서 나를 혼란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있는 스타더스와 눈이 딱 마주쳤다.

   

   

   "..."

   

   "....."

   

   

   순간 느껴지는 숨막히는 3초간의 정적.

   

   그렇게, 뒤에 무언가 일어나기 전에.

   나는 재빨리 마지막 멘트를 던지며 망토를 나와 천사 앞으로 둘렀다.

   

   "에..."

   

   "그럼, 안녕히 계시길!"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재빨리 순간이동해,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천사 빼오는걸로 심력을 너무 써서 스타더스까지 상대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그 날의 천사 강림 이벤트는 내가 그 천사를 깨워 대리고 가는 것으로 끝이 났고.

   

   

   당연하겠지만.

   대한민국은, 또 난리가 났다.

   

   ...그리고 세계도.

   

   

   

   ***

   

   

   

   [에고스틱, 천사의 주인이 되다? 그의 정체는 무엇인가.]

   

   [속보) S급 빌런 에고스틱... 천사의 형상을 한 여인을 동료로 들여 화제. 네티즌들 '진짜 천사인가?' 갑론을박.]

   

   [[글로벌 뉴스]대한민국의 천사 강림 사건, 전세계 핫 트렌드 1위로 올라가. 해외 전문가들 '조작일 가능성 대단히 낮다.']

   

   [대한민국에 내려온 천사의 정체는 무엇인가? 전세계 종교계 '술렁'. 바티칸에 문의 쇄도중... 일부 교회, 에고스틱은 신의 아들이라 주장하기 시작해]

   

    *

   [에고스틱, 그는 신인가?]

   

   <<<<< 드립이 아니라 진짜인거 같으면 개추ㅋ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 진짜 신은 아니여도 신의 아들급은 되는거 아님?

   그냥 대한민국 최고 아웃풋인거 같으면 개추ㅋㅋㅋ

   

   [추천] 8441   [비추천] 155

   

   ==[댓글]=

   [우리는 망고스틱의 시대에 살고있다]

   *

   

   

   에고스틱이 대한민국에 강림한 천사를 대리고 간 이후.

   세상은 그야말로 난리가 있다.

   

   애초에 천사 좀 등장할 수 있지 뭐가 문제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건 또 다른 이야기.

   

   천사의 강림 자체를 녹화한 영상이 온 세상에 퍼졌고.

   그 광경이, 심히 신성해 보였다는게 문제였다.

   

   휴대폰 속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등 뒤의 솜털이 스는 성스러운 광경.

   수많은 전문가들도 이건 조작이 아닌 것 같자고 말하는 가운데 사람들 사이에서는 저게 쇼인지 아니면 진짜 하늘에서 천사가 강림한 것인지 갑론을박이 일었다.

   

   사실 원작에서도 천사의 강림 이후, 신을 믿지 않던 사람들이 신을 믿게 되었고... 전세계 수많은 종교들이 전부 대격변을 겪었던걸 생각하면 당연한 광경.

   

   그러나 그 원작과 이번 일의 차이점은.

   딱봐도 뭔가 신과 관련있어 보이는, 전세계 1위 빌런 셀레스트가 천사를 대려간 것이 아닌.

   동방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의 한 빌런, 에고스틱이라는 남자가 그녀를 대려갔다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 뉴스의 중심에 선 남자, 에고스틱은.

   

   

   "흐흐... 계획대로 되고 있구만."

   

   

   별 생각 없이, 소파에 누워 바나나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 거실의 창 앞에, 조용히 서있는 천사.

   

   "...저,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십니까."

   

   "아니... 그, 진짜 천사세요?"

   

   "네."

   

   "어..."

   

   그렇게 에고스트림 멤버들이, 그녀에게 신기한 듯 쭈뼛쭈뼛 다가가는 와중에.

   서은이는 이해가 안된다는 눈빛으로, 소파에 태평하게 누워있는 나를 바라보았다.

   

   "오빠. 저 천사 언니를 대려온 것까지는 좋은데, 뭐 또 해야되는거 아니에요? 이렇게 누워있어도 되요?"

   

   "어."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해주었다.

   어차피...

   

   "그쪽에서, 먼저 연락을 해올거거든."

   

   나는 내 책상 위의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셀레스트.

   그녀가 내게 3일안에 연락을 보낸다에, 내 오른 손을 걸 수 있었다.

   

   

   

   ***

   

   

   

   그리고 그 시각.

   

   "에고스틱이... 또 나를 무시했어..."

   

   스타더스는, 추욱 쳐져 책상에 머리를 기댄채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녀에게 천사든 뭐든, 그런 것보다는.

   에고스틱이 자신을 또 무시했다는게, 더 마음이 아팠다...

   에고스틱이 강림한 천사를 데리고 간 이후.

   대한민국은, 생각보다 더 큰 난리가 났다.

   

   이게 쇼가 아니라면, 에고스틱은 일개 빌런에서 이제는 신에게서 선택받은. 신과 이어진 사람이란 뜻이고.

   

   이게 쇼였다 한들, 하늘을 찢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감 이정도 경외감과 신성함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였다.

   

   거기에 각종 전문가들이 말하는, 조작이 아닌 것같다는 증언들. 천사가 강림한 그곳으로 조사하러 간 이들이 밝혀낸, 천사가 강림하던 순간 있었던 시공간적 왜곡 등등으로 인해...

   정말 신이 있고, 그가 천사를 세계에 내렸으며, 그 천사가 내려온 한국은 선택받은 구원의 땅이고, 에고스틱은 메시아라는 황당한 말까지 우후죽순 퍼지고 있는 상황이였다.

   

   그리고 물론.

   그런 것들은, 스타더스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였다.

   

   "하아..."

   

   히어로 협회 사무실.

   관심종자인 빌런들답게, 전국이 에고스틱으로 시끌벅적한 와중에 테러를 해봤자 별 관심을 못 받을 것으로 생각한걸까.

   테러도 별로 없어 생긴 뜻밖의 평화 속에서, 스타더스는 축 쳐져 있었다.

   

   뭐 에고스틱이 천사를 얻었다 어쨌다 하는데...

   스타더스. 신하루에게는, 별로 놀랍지 않은 이야기였다. 애초에 에고스틱이 기행을 일으키던게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그가 지금까지 해왔던 온갖 일들을 생각해보면, 천사 하나 대려가는건 별 특별한 일이 아니였다. 그라면 다 무슨 생각이 있을거니까. 그리고 사실 신의 존재도...

   

   '.....'

   

   그녀는, 이미 대략 알고 있었으니까.

   자신에게 능력을 준 신이 있다는걸.

   

   그러니, 신하루의 문제는 다른게 아니였다.

   바로 에고스틱이... 저번처럼 오늘도 자신을 무시했다는 것.

   

   그리고 그건.

   그녀도 모르게, 꽤 크게 다가왔다.

   

   '...에고스틱이, 왜?'

   

   사실 스타더스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만 했다.

   지금까지 에고스틱이 해온 행동들을 봐라. 매 테러마다 그녀를 부르고, 그녀가 위험할 때마다 그녀를 위해 나서주고, 그녀를 위해 심지어 목숨까지 건 적도 있지 않는가.

   

   특히 감옥 안에서는... 서로, 어느정도 마음을 알아차렸다고 생각했다. 그가 먼저 자신의 손을 덥썩 잡은 적도 있었고. 함께 같은 침대에서 자기까지 않았는가. 솔직히... 응?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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