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로, 탄식이 나올 정도로.
너무나도 신비롭고.
너무나도, 성스러운 광경이었다.
"....."
그렇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는.
들판 위 공중에 떠서, 여전히 처음 자세 그대로 부유하고 있었고.
그 주위에 있는 하늘에서 여전히 쏟아지고 있는 광채와, 무지개빛 안개에 뒤덮여.
감히 두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거룩한 광경을 보이고 있었다.
"아아... 천사. 천사가 내려오셨다..."
이미 몇몇 사람들은 그 압도적인 광경에 매료되어,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고 있는 지경.
실제로 독실하게 신을 믿는 것 같던 사람들은 이미 정신을 잃고 기절하고 있었다.
만화에서 보던 것보다 더 압도적으로, 왜 사람들이 이 천사에게 열광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광경.
그렇게 천사가 눈을 감고 떠있는 동안, 이미 기자들이 미친듯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 소리가 들려올 지경이었다.
"큭..."
그리고 혹여나 천사 근처로 접근하지 못하게, 무지개색의 투명한 베리어가 어느새 그 주위로 펼쳐진 모습. 천사 자체의 보호 기능이겠지.
그렇게 그 천사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혼비백산 하는동안, 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 저 천사는 아마 며칠은 저렇게 가만히 있을거다. 그 무엇도 뚫을 수 없는 베리어 안에서.
그리고 그러는동안 그녀의 소식은 전세계에 특종으로 쏟아질거고, 그 사실은 셀레스트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겠지.
그리고, 당연히 난 그렇게되게 납두지 않을거다.
나는 그 생각을 하며, 씨익 웃었다.
자. 이제 한번 가보자고.
천사님을 맞이할 시간이다.
슉-
그렇게 나는.
그대로 순간이동했고.
그 뒤 눈앞이 바뀌자.
나는 어느새, 산이 아닌 천사를 중심으로 모여있는 사람들의 사이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곧바로 발견한 사람들.
"어! 에고스틱이다! 에고스틱이 왔다!!!"
"뭐라고? 어디?"
"진짜 에고스틱이다!!"
그렇게 안그래도 소란스러웠었는데 나의 등장으로 더욱 소란스러워진 실내에서.
나는 씨익 웃으며, 손을 들고 사람들에게 팬서비스 보답 차원에서 손을 흔들며 말했다.
"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에고스틱입니다! 자, 자. 길을 비켜주세요. 지나갑니다."
그렇게 내가 손을 흔들자, 양옆으로 쭈욱 비켜주는 사람들.
...이상하다. 우리나라가 원래 이렇게 쉽게 비켜주는 사회였나?
하여튼 그렇게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 통로 사이를 걸으며, 나는 사람들이 내게 보내는 기대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천사가 잠들어있는 베리어로 향했다.
그렇게 그 근처에 가자 보이는, 베리어를 뚫기 위해 끙끙대고 있는 협회 직원들.
무슨 장치로 그 투명한 벽을 뚫기 위해 끙끙거리다가, 나를 보더니 화들짝 놀라며 길을 비켜주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나는 잠시 복잡한 심정이 되었다. 아니, 너희들은 나를 막아야지. 그렇게 쉽게 비켜주면 어떡하니.
하여튼 뭐 무력충돌은 없으니 됐나.
그렇게 모두가 숨죽인 채, '에고스틱이라면 무언인가 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담긴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나는 미소를 유지한 채, 베리어 코앞까지 도착했고.
그렇게.
나는 조용히 베리어에 손을 올렸다.
지이이이잉.
그러자, 노란 빛으로 내 손과 베리어 사이에 빛이 나더니.
내 몸은.
"우와와와와와!"
"들어갔어!"
그대로, 베리어 안으로 쑤욱 들어갔다.
그러자 주위가 난리가 난것은 당연지사.
그러거나 말거나, 마침내 이 베리어 안까지 들어오는데 성공한 나는 후련한 미소를 지으며 내 위에 떠있는 천사를 올려다봤다.
"드디어, 너를 만나는구나."
나는 그렇게.
내 위에서 눈을 감은 채 기도하며 떠있는, 하얀 로브를 입은 금발의 천사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 천사는 이제 제껍니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천사.
'태양신의 시종'이라는 정식 명칭을 지닌 그녀는, 사실 '태양신의 병기'라 부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태양신의 우당탕탕 지구파괴 프로젝트 제 첫번째로 선정된 이 천사.
신이 안배한 그녀의 역할은 인간 사회에 천사로써 자연스럽게 녹아든 후에, 그들이 같은 편이라고 착각하게 만든 다음 마지막 순간에 배신하는 것이였다.
그리고 천사가 그렇게 행동할 수 있게 조종하는 역할을 맡은게, 바로 셀레스트다.
정확히는 천사의 강림을 보고 그녀에게 달려간 셀레스트를, 천사가 따른 것에 가깝다. 그리고 그때가 바로 셀레스트가 자신이 태양신에게 인정받았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실히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고.
그렇게 천사는 셀레스트의 충실한 부하이자 생체 병기로써, 세계 파괴를 위해 활약하지만.
뭐, 다 의미없는 얘기이다.
왜냐하면 내가, 이 자리에 있으니까.
"....."
휘이이이이잉-
넓은 들판.
하늘을 가르고서 뿜어져나오는 빛과, 그 주위를 가득 매워싼 사람들.
그리고 그런 그들을 가로막는 투명한 베리어가 있는, 소리 하나 들려오지 않는 오색 안개로 둘러싸인 고요한 그곳에서.
나는 조용히, 내 앞에 놓인 천사를 올려다보았다.
"....."
눈과 입을 닫은 채, 얇은 하얀 로브 하나만 입은 채로 커다란 깃털 날개를 달고 공중에 떠있는 천사.
머리위에 헤일로는 없었지만, 그래도 찬란하게 빛나고있는 금발의 머리와 신기로운 분위기는 그녀가 천사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진짜 겁나 신성해보이긴 하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마치 아름다운 조각상을 볼때 느끼는 경외같은게 느껴질 지경.
특히 금발의 머리카락이 반짝이는 그녀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묘하게 스타더스의 모습을 닮기도 했다.
'뭐, 당연한건가.'
나는 그 천사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애초에 이 천사 자체가, 스타더스를 모방해서 만들어진 것이니까.
...정확히는 별의 신의 헌신들을 모방했다. 애초에 머리가 금발인 것도 노린 것. 결과적으로 마치 이 천사를 별의 신이 보낸 것처럼 위장한 샘이다. 정말 악질 그자체인 방법.
하여튼 별의 신의 자식을 따라서 그녀를 만들었으니, 이 천사는 별의 신의 아들뻘이라 할 수 있는 내가 가져가는게 당연한 것 아닐까? 음, 생각할수록 설득력있는 주장이다.
그럼, 잘먹겠습다.
"크흠."
그렇게.
나는, 그런 천사를 향해 손을 뻗었고.
이내 그녀의 심장이 위치한 곳에 손을 올린 채, 조용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Potius quam ut nuntiam dei Solis iubeas, ego vim eius repetam et eam- que potestatem."
나는 그렇게, 준비된 말들을 조용히 읊었고.
그러자, 그 순간.
화아아아아아아아아
내 손이 그녀와 맞닿은 곳에서, 강렬한 하얀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고, 갑자기 불어오는 세찬 바람.
물론 나는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입을 열어 말을 시작했다.
태양신의 시종, 천사. 그녀는 다른 말로 하면, 인간의 탈을 쓴 생체 말살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들의 특징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제작자가 만들어놓은 마스터 코드가 있는 법.
그리고 당연히 사실상 2회차인 나는, 이 코드가 무엇인지 알고있다.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외워놨으니 상관 없는거 아닐까.
"Sol omnipotens Deus. Obsecro hercle vocationem. Reducet eam in viam rectam."
그렇게 내가 정체불명의 주문을 읊을수록, 빛과 바람은 점차 쎄졌고. 그에 따라 내가 주문을 읊는 속도도 계속 빨라졌다.
그렇게, 마지막 순간.
"Dominium accipiam!"
나는, 주문의 제일 마지막 단어를 외쳤고.
그렇게.
핑.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순간 바람이 멈춘 다음, 엄청난 굉음과 함께 눈이 멀정도의 강렬한 빛이 그 안에서 폭발했다.
그렇게 사방이 하얘진 세상에서, 마침내 눈을 떴을 때.
스르르르르르르르르-
주위를 가로막던 투명한 베리어가 유리창 깨지듯 박살나고.
무지개색 구름들이 전부 하늘 위로 올라가며.
나는.
마침내, 다시 하늘에 높이 떠 날개를 활짝 펼치고 눈을 천천히 뜨고있는 천사를 볼 수 있었다.
긴 속눈썹 속에 감춰져있던 머리색과 같은 신비로운 금색의 눈이, 마침내 떠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