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325화 (324/328)

   

   

   "제 3차 에고스트림 회의를 시작합니다."

   

   

   마침내, 에고스틱이 은퇴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마지막 회의가 시작되었다.

     에고스트림 지하 저택 내부 회의실.

   

   그곳에서는, 여자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제 다인이 은퇴하고 나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거지?"

   

   의자에 앉아, 팔짱을 낀 채 씨익 웃으며 말하는 노란 머리카락의 여성. 최세희.

   그 말을 들으며, 이수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응. 너무 막나가는 것만 아니면, 상관없어."

   

   "애효, 오래도 기다렸네. 으으음..."

   

   기지개를 쭉 피고는 그렇게 말하는 최세희를 보며, 한서은은 복잡미묘한 심정이 되었다.

   ...언니들이 다들 착하고 좋은 사람인건 알지만, 그래도 참... 이러다가 가족같은게 아니라 진짜 가족이 되어버릴 것같은 느낌이 들 줄은 몰랐다.

   

   그래도 뭐.

   사실, 이게 나을 수도.

   지금의 이 풍경을 깨고 싶지는 않으니까.

   ...다소의 희생이 있더라도.

   

   하여튼 그렇게 회의의 나머지는 스타더스의 독주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와, 나중에 모두가 이어진 이후 어떻게 할지 대략적인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끝이 났고.

   

   "..."

   

   한서은은 그렇게 복잡해보이면서도, 어딘가 시원해보이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아. 뭐, 이게 다 오빠의 업보지 어쩌겠어.

   

   

   하여튼.

   그렇게 에고스트림 내부에서 은퇴 후 에고스틱과 본격적인 관계 정리를 하기로 확정된 그 시각.

   

   

   "으으으..."

   

   다인은 수많은 사람들한테 깔리는 악몽을 꾸면서 침대 위에서 끙끙거리고 있었다.

   

   '사... 사람살려...'

   

   

   

   ***

   

   

   "오빠, 왜 이렇게 눈이 퀭해요?"

   

   "응? 잠을 좀 못자서 그런가봐."

   

   그리고 다음날.

   언제나처럼 소파에 앉아서 하품을 하고 있는 나와 달리, 묘하게 아침치고 개운해 보이는 서은이가 나에게 다가왔다. 손에 컵 2개를 들고서.

   

   "자. 오빠, 마셔요."

   

   "응? 아, 고마워."

   

   그렇게 맑은 연두색 빛의 차를 건내는 서은이.

   소파에 앉아서 그녀를 올려다보며 건내는 컵을 받던 나는, 서은이가 문득 커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긴, 이제 키가 수빈씨 못지않게 커졌으니까.

   ...아니면 품이 큰 와이셔츠 하나를 입고 있어서 그런 걸수도 있다. 아니 저거 내꺼 아닌가. 근데, 밑에는 뭐 반바지라도 입은거 맞겠지..? 뭐라고 지적하려다가 꼰대 소리 들을까봐 관두기로 했다. 뭐, 집에선 편하게 입을수도 있지.

   

   하여튼 내가 그러고 있을때, 내 옆에 털썩 앉은 서은이는 이내 눈을 빛내며 내게 물었다.

   

   "그래서 오빠, 이제 뭐할거에요? 다음에?"

   

   "이제? 음..."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마 원작대로라면 천사 강림이 이제 곧 일어날거다. 이제 거기 가서 천사 납치해 와야겠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서은이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러면 이제는 정말 그거까지 하고 은퇴하는거죠?"

   

   "으응..."

   

   "매번 말로만 은퇴한다 하고 몇달째 이리저리 미루면서 안하셨잖아요. 이제는 진짜죠?"

   

   "...진짜라니까. 진짜 3개월 안에는 은퇴할거야."

   

   "정말이죠?"

   

   "약속할게 약속. 만약 내가 3개월안에 안하면 네가 하라는대로 할게."

   

   내가 그렇게 별 생각없이 내뱉자, 서은이는 순간 몸을 멈칫했다.

   

   "...진짜요?"

   

   "...응."

   

   "흐응... 그럼 좀 천천히해도 될거같네요."

   

   ...순간 그녀의 눈빛이 위험해보인건 내 착각이겠지?

   

   하여튼 나는 그렇게 한숨을 쉬며, 노트북을 열었다.

   그렇게 인터넷에 들어가자마자 메인 뉴스페이지에 대문짝만하게 보이는, 뒤의 금발이 반짝거리는 스타더스의 얼굴.

   

   

   '...아쉽네.'

   

   

   나는 그걸 보며,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다.

   ...솔직히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이제 스타더스 얼굴 볼 일도 얼마 안남았는데. 빌런 은퇴하면 볼 일도 거의 없지 않을까.

   

   

   내가 지금까지 한 모든게 다 스타더스를 위해서 한거라는걸 생각하면, 이제 그녀와의 인연이 끊긴다는건 참 마음 한쪽이 아릿한 느낌이였다. 전처럼 티비 속으로나 보는 걸로 돌아가겠구나.

   

   ...그래도.

   

   '그래. 박수칠 때 떠나야지.'

   

   이제는 우리의 인연을 끝낼 때였다.

   더이상 빌런 짓을 계속 해봐야 생산성도 없고, 시간만 뺏고, 스타더스나 심란하게 할게 뻔하니까. ...최근들어 스타더스의 정체불명의 미인계(?) 작전에 괜히 내 정신만 흔들리고.

   슬슬 스타더스랑도 멀어지려고 노력해야겠다.

   어차피 그녀는 내가 그만둔다고 하면 좋아할테니...

   

   ...그리고.

   

   '어쩌면...'

   

    정말, 어쩌면.

   모든게 다 끝나고 나중되면 서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작은 소망을 품어본다. 내 빌런 테러짓이 어쩔 수 없는 대의를 위한 행동이었다고 설명하면 이해해줄... 리는 없겠지?

   

   하여튼 그래. 마지막 테러는 정말 성대하게 해야지.

   ...그리고 그 전까지는, 빨리 천사납치 계획이나 점검해보고.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천사 강림 이벤트 전까지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간에 아틀라스한테 전화가 오기도 했었다.

   

   

   [음... 에고스틱, 듣고있나?]

   

   "네 아틀라스씨. 말씀하세요."

   

   [크흠. 다름이 아니라, 내가 이전에 잡고 있었다고 설명한 바닷속 검은 괴수들 기억하나?]

   

   "아 네. 크룰루인가 그거요?"

   

   [그래 그거. 그리고 툴루일세. 하여튼... 내 생각에 그것들이 예전에 바다에 떨어졌던 월광의 괴수들의 변종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그게 중요한건 아니고.]

   

   거기까지 말한 아틀라스든,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입을 열었다.

   

   [그것들중 하나가 지금 자네 나라쪽으로 사라졌네.]

   

   "...네? 정말요?"

   

   [그래. 저것들이 과학법칙을 다 위배해서 추적이 안되기는 한데... 걱정하지 말게! 내가 지금까지 놈들을 상대하며 알아낸 공략법을 알려줄테니, 혹시 놈이 오게되면 이렇게 상대하게나.]

   

   

   그렇게 해양의 기묘한 거대 괴수를 상대하는 법까지 배우며.

   나름, 충실하게 시간을 보냈고.

   

   

   "드디어 오늘인가."

   

   

   마침내 그 날이 왔다.

   

   

   [속보입니다! 지금 상공에 하얀 빛이 뿜어져나오며...]

   

   

   "서은아. 오빠가 천사잡아 올께."

   

   

   천사를 잡을 날이.

   

   

   

   ***

   

   

   

   한편.

   

   

   '...그럼, 스타더스씨도 안녕히 계시길.'

   

   

   

   

   "하아..."

   

   스타더스는,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저번에 에고스틱이 자신을 거의 무시하다시피 하고 헤어진 이후, 나날이 컨디션이 안좋아진 그녀.

   

   

   밖에 나가서 활동할때는 아무렇지 않은 척, 별 일 없는 것처럼 생활했지만.

   

   실상은, 그녀의 내면은 이미 곪아가고 있었다.

   

   "대체 왜 그러는거야..."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탁자를 톡 톡 두들기는게 일상이 된 그녀.

   ...뭐가 문제지? 감옥에서 너무 막 다가가니 부담감을 느끼는건가? 아니면 내가 설마 싫어졌나...?

   

   

   이때까지 늘 자신에게 다가오기만 하던 에고스틱이 그런 냉담한 모습을 보인적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기에, 스타더스는 큰 충격에 빠져있었다.

   

   

   요즘들어 매일 에고스틱이 자신을 버리고 떠나는 악몽을 꿀 정도로.

   

   "으으으..."

   

   ...히어로가 빌런에 의존하는게 이상해 보이긴 했지만, 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 애초에 에고스틱이 그럴거라곤 생각도 해본적 없는걸.

   

   사실 에고스틱이 지금까지 그녀에게 해온걸 생각해보면...

   

   자기 목숨 바쳐 희생하기.

   위험할때마다 나서서 대신 구해주기.

   오해때문에 쳐맞는 와중에도 미소 지어주기.

   ...다른거 다 버리고, 그녀가 원할땐 늘 나타나주기.

   

   지금까지 일관되게 그러한 모습만 보여준 그였기에, 단 하루만 이전과는 다른 행동을 했어도 그녀의 멘탈을 바스라트리기는 충분했다.

   

   ...그래. 일시적인 거겠지. 일시적인 걸꺼야.

   그날 하루가 뭐 컨디션이 안좋았던거겠지, 응.

   

   그런 생각을 하며, 정신 승리를 하고 있는 그녀였지만.

   그래도, 평소보다 예민한건 부정하지 못할 사실이였다.

   ...요즘들어, 매일같이 에고스틱 팬카페에 가 자기 관련 말이 뭐 없나 찾아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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