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323화 (323/328)

   

   "...."

   

   그 모습을 무언가 고민하던 눈으로 보고있던 이수빈에게, 나중에 밤에 불려갔다.

   

   

   "서은아, 요즘 뭐 걱정있어?"

   

   "아니, 뭐 별로요..."

   

   "언니한테 말해봐. 응?"

   

   긴 갈색 머리카락을 늘어트린 채, 방에 서서 앞에서 그녀의 양손을 잡은 채 그렇게 물어보는 이수빈.

   다인 다음으로 오랜시간 함께해서일까, 제일 친한 언니인. ...가끔씩은 엄마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는 그녀가 그렇게 묻자 한서은은 끝내 마음이 흔들렸고.

   

   이내, 그녀는 미주알 고주알 자신의 마음 속에 있던 생각을 풀어냈다.

   그렇게 긴 대화 끝에, 한서은은.

   결국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마음을 그녀에게 고백했다.

   

   "언니. 저 다인 오빠 좋아해요."

   

   입을 앙 다문채, 흔들림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한서은.

   그렇게 이수빈이 입을 열기도 전에, 한서은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언니도 알잖아요. 제가 다인 오빠 좋아하는거. 예전부터. 쭉."

   

   "음... 언니도 알지 서은아. 그래도, 너랑 다인씨랑 나이 차이가..."

   

   "6살 차이가 어때서요. 요즘은 띠동갑 12살 차이도 결혼하는게 흔하다던데...!"

   

   그렇게 열변을 토하던 한서은은, 이내 말을 마친 뒤 한숨을 쉬며 땅바닥을 보고 중얼거렸다.

   

   "...그래서, 언니들도 다인 오빠한테 무슨 마음인지 아니까... 저도 모르겠어요. 언니들을 미워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었다.

   이미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정들어서.

   한 집에서 같이 몇년간 살다보니 마치 가족같이 느껴져서, 싫어하고 싶어도 싫어할 수가 없었다. 

   가끔 엄마같이 느껴지는 수빈 언니도, 겉으로는 틱틱대지만 잘 챙겨주는 세희 언니도, 제일 친한 친구인 은월이도, 참 착하다는게 느껴지는 하율 언니도.

   

   모두가 좋았기에, 가족 같았기에.

   그리고 다인 오빠도 좋았기에. 뭘 어찌할지 모르겠는 혼란스러운 기분.

   

   그렇게 혼란스러워하는 한서은을, 조용히 내려다보던 이수빈은.

   이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 서은아. 언니들도 좋고, 다인씨도 좋아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거지?"

   

   "네..."

   

   "...음. 그럼, 이렇게 할까."

   

   잠시 고민하던 이수빈은, 침착하게 입을 열고는 말했다.

   

   "사실 서은아. 네가 걱정해야 할건 에고스트림 동료들이 아니야. 스타더스지."

   

   "아..."

   

   "다인씨가 스타더스를 얼마나 좋아하시는지는 너도 알잖니. 그리고 솔직히... 스타더스도, 다인씨한테 자기도 모르지만 마음이 있는 것같고. 만약 둘이 이어진다면, 우리가 막을 수 있을까?"

   

   "그쵸..."

   

   그렇게 현실을 직시당한 한서은이 더더욱 풀이 죽자, 이수빈은 차분하게 달래듯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끼리는 싸우면 안돼. 오히려 뭉쳐야지."

   

   "무슨 뜻이예요?"

   

   "...음. 일단, 서은아. 다인씨가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건 알고 있지?"

   

   "...네. 뭐 세상을 구한데나 뭐래나..."

   

   "그러니. 그때까지는, 다인씨를 너무 혼란스럽게 하면 안돼. 다인씨는 우리가 도움이 됐으면 해서 부른건데, 오히려 방해가 되면 안되잖아."

   

   "음, 그쵸..?"

   

   "그러니까, 일단은 너무 걱정하지마. 어차피 스타더스는... 둘이 이어지는건 몇년간은 사실상 불가능할거야. 다인씨 성격 생각해보면."

   

   "...어, 언니. 무슨 말을 하고싶은 거예요..?"

   

   "우리들 사이에 규칙을 정하자는거야."

   

   "규칙이요?"

   

   

   그렇게 이수빈이 한 말은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첫번째. 에고스틱이 은퇴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에고스틱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 

   

   그는 지금 아주 중요한 일들을 처리하고 있는 시기이고, 그걸 방해해서는 안된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지나친 스킨쉽 등의 유혹 및 고백같은 이단 행위는 하지 않는다.

   

   

   두번째. 에고스틱이 은퇴하고 나면 마음대로 해라.

   

   

   "..."

   

   "어때?"

   

   "음..."

   

   

   잠시 눈을 꿈뻑거리며 듣던 한서은은, 이내 잠시 생각해보았다.

   ...나쁘지 않았다. 특히 애초에 자신은 미성년자인 만큼, 오빠가 마음의 문을 열게 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필요한데 그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논리적으로도 맞는 말이였다. 오빠는 지금 중요한 시기인만큼, 괜히 우리들끼리 오빠 좋아한다고 서로 싸웠다가 분위기 망가지면 오빠가 더 스트레스를 받을거니까. 은퇴를 하기 전까지는 참는게 좋겠지.

   

   

   그렇기에, 일단 한서은은 승낙했다.

   

   "좋은거 같은데요..?"

   

   "그렇지?"

   

   다만...

   한서은은 힐끔 거리며, 자신을 향해 미소짓고 있는 이수빈을 바라보았다.

   

   ...수빈 언니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지는 몰랐다.

   언니도 다인 오빠를 좋아한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뭔가 과격한 주장이 나올 줄이야. 애초에 이 조약의 전제는 서로 다인 오빠를 좋아한다는걸 대놓고 인정해야 가능한거 아닌가..? 

   

   뭔가 늘 자애로워 보이고, 이런거는 잘 모를거같이 착해보이는 수빈 언니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기 힘든 말.

   

   그래도, 수빈 언니도 많은 생각끝에 이런 말을 한 것임을 알기에... 한서은은 일단 승낙했다.

   

   "...네. 알겠어요. 그럼 제가 한번 다른 언니들 모아볼게요. 어떻게 생각하나."

   

   "그래줄래? 고마워 서은아."

   

   "네... 언니. 전 일단 가볼게요."

   

   

   그렇게 한서은이 방에서 떠난 이후.

   방에서 조용히 미소지은 채 서은이가 떠날때까지 바라보던 이수빈은.

   

   "....."

   

   그녀가 나간 후, 미소를 지운 채 설핏 차가워보이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하아....."

   

   이수빈.

   그녀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특별한 능력이 없었다.

   

   서은이처럼 천재적인 해킹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하율이처럼 모든걸 치유하는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닐 뿐더러.

   

   세희처럼 번개를 쏠 수 있는 것도, 자영이처럼 불꽃을 소환할 수 있는 것도, 은월이처럼 마법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였고 이설아처럼 얼음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였다.

   

   그녀는 그저,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를 나온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1 일뿐.

   

   그러나, 그렇기에 오히려 그녀는 더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대로가면.'

   

   에고스틱과 이어질 수 있는 사람은, 우리들중에 한명도 없다. 그는 무조건 스타더스 루트로 빠지게 되겠지.

   

   그녀도, 마찬가지로 다인씨를 좋아했다.

   모든걸 포기했던 자신에게 기적처럼 찾아와, 새로운 삶을 선물해준 그를. 어떠한 가족도 없던 그녀에게 새로운 가족을 선물해준 그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자신이 그와 이어지는건 불가능했다. 

   스타더스와 싸워 이기는건 불가능하고, 그가 자신과 스타더스 둘에게 양다리를 걸친다? 다인의 성격에 절대 그럴리가 없다. 

   

   즉, 최소한의 가능성이 있으려면.

   

   애초에 그의 기준을 바꿔버려야 한다.

   판을 완전히 뒤짚어야, 가능성이 생긴다.

   

   스타더스 + a가 아닌.

   애초에 그가 모두를 품고 가고, 그중 한명이 자신인 식으로.

   

   "....."

   

   물론 그전엔, 에고스트림 내부에 내분을 없애는게 우선. 그녀는 늘 다인씨를 뒤에서 조용히 지지했고, 그랬기에 그의 앞길을 가로막을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 그가 은퇴하기 전까지는.

   일단 싸움을 중지시키고, 그 이후를 보는게 맞겠지.

   어차피, 스타더스가 자신을 좋아할 것이라고는 요만큼도 생각하지 않은 다인씨와... 제 3자가 봤으면 속이 터질 정도로 답답한 스타더스가 그 시간내에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니까.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서은이와 함께 에고스트림 내부에 새로운 약속을 만들기로 했다.

   

   결국.

   모두와 함께 가는게, 맞을 테니까.

   

   

   "...하아."

   

   그렇게.

   어두운 방 내부에서, 이수빈은 홀로 한숨을 쉬며 생각을 점검했다.

   ...2년 전의 일이였다.

   

   *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흐르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서은이와 함께 모두를 모아, 그 조약을 맺기까지.

   반대도, 불만도 많았지만...

   결국, 모두가 그러기로 협의하는데 성공했다.

   

   애초에 다인씨를 좋아하는게 확실해 보였던 이하율과 백은월은 조용히 찬성했고.

   최세희는 처음엔 부끄러워하며 부정하다가 끝내 인정한 뒤, 자신이 왜 그래야하냐고 하다가도 끝내 인정했고.

   

   "...네? 언니도 다인 오빠를 좋아한다고요?"

   

   "그래. 난 처음부터 좋아했는데?"

   

   자기도 다인을 좋아한다고 충격 고백한 서자영에.

   

   "...뭐. 마음대로 하거라. 애초에 영웅은 옛날부터 삼처사첩이라는게 흔했으니."

   

   쿨하게 넘어간 신령씨를 빼고.

   

   하여튼 그렇게 모두를 모은 뒤, 한서은은 입을 열었다.

   

   에고스틱이 은퇴하기 전까지는, 서로 자제하자는 말.

   

   그렇게 이수빈이 해준 얘기를 말한 뒤.

   이수빈또한, 입을 열고는 말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 모두가 뭉쳐야해요. 결국 제일 큰 복병은 스타더스니까."

   

   

   그렇게 그녀또한, 서은이를 도와 말을 이어갔고.

   

   

   그 뒤로.

   

   3년 가까이 흐른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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