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322화 (322/328)

   

   '다른 나라는 개판이 나고 있겠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비록 원작처럼 게이트에서 괴수가 나오고 있지는 있지만, 계속 빌런의 수는 끊임없이 증가한다는걸 생각하면 다른 나라들이 영 좋지 못할거라는건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안그래도 근근히 버티던 이들인데 말이지.

   

   사실 따지고보면 이 세계 한국의 테러율도 내가 온 평화로운 지구와 비교하면 아주 안좋은 편이긴 하다. 워낙 다른 나라들이 상대적으로 다 개판이 나있으니까 그렇지.

   

   내가 그런 생각을 할때쯤, 내 다리에 기대 누워 나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으로 뭘 찾아보던 서은이는.

   

   "헤에. 오빠, 이거 봐봐요."

   

   누워있는 내 몸 위에 올라타, 어깨까지 내려오는 하얀 머리를 흔들며 나를 향해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이밀었다.

   

   *

   [오늘자 뉴스로 확실해진 사실...realfact]

   [그저 킹갓별먼지와 대황망고면 개추ㅋㅋㅋㅋ]

   [ㅅㅂ 국뽕티비 요즘 좀 안보이더니 다시 개같이 부활하겠네ㅋㅋㅋㅋㅋㅋ]

   [충격! 미국 재벌이 이민을 신청하고 아랍 석유 부자들이 앞다투어 가고 싶어한다는 나라 대한민국? 무리무리! (※무리가 아니었다?!)]

   [그저 온 세상이 국뽕티비다... 온 세상이 망고빠다...]

   *

   

   "다들 막 뉴스를 여기서 중계하고 있어요! 막 오빠를 미친듯이 찬양하는데요?"

   

   자신의 은발의 머리카락처럼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그렇게 말하는 서은이였다.

   내 팬카페가 저렇게 호들갑 떨던게 하루이틀도 아닌데, 참 좋아하는 서은이. 마치 자신이 칭찬을 들은 양 흐뭇하게 미소를 짓고있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나를 그렇게 생각하나 싶기도 하고.

   뭐, 그래도 이런 사소한거에 기뻐하면 좋은 거기는 하다. 그래서 이 세상 구하는 활동에 재미를 붙이면 좋은거지.

   

   내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서은이는 자연스럽게 나한테 화면을 클릭해 글을 보여주었다.

   

   *

   [솔직히 에고스틱 없었으면 대한민국 이미 망했긴 함ㅋㅋㅋㅋ]

   

   농담이 아니라

   

   베헤모스(그 검은 촉수 괴물) < 에고스틱이 안막았으면 서울 파괴

   

   한은그룹 거대 병기 < 에고스틱이 안막았으면 서울 멸망

   

   무역센터에 마왕성 지은 그 마왕 < 에고스틱이 안막았으면 대한민국 박살

   

   월광교 게이트 < 에고스틱이 안막았으면 지구 박살

   

   

   그 외에도 라이노부터 웨폰 마스터등 빌런들 존나 죽이고 다니고.

   걍 대한민국 치안의 70퍼는 걍 얘가 담당했다고 보면 됨ㅋㅋㅋㅋㅋㅋ

   

   그저...

   

   (에고스틱이 잔을 들고 건배하는 합성 사진)

   

   

   대 황 망 고

   

   

   별첩들도 한잔해~

   

   =[댓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까가 없으니 이제는 별먼지 팬카페 애들 걸고 넘어지냐고 아ㅋㅋㅋㅋㅋ]

   [저 4년차 별첩인데 맞는 말인듯]

   [???: 소... 솔직히 에고스틱보다는 스타더스 덕에 안전해진거라고 생각해요]

   ㄴ[하아?]

   ㄴ[망붕짱 그게 무슨 소릴까나~]

   ㄴ[사실 따지고보면 잡졸들은 다 별먼지가 처리해주고 있어서 맞는말이긴 함ㅋㅋㅋ 근데 존나 큰 사건들은 거의 망고가 주도해서 막아냈지]

   ㄴ[싸우지말고 에고스타 지지합시다]

   ㄴ[흠 요즘 에고스타 분위기 안좋다던데...]

   ㄴ[어허]

   [대 황 망 고]

   *

   

   "알았어, 알았어."

   

   그렇게 나한테 다른 글들도 다 보여줄려는 서은이를 말린 뒤, 나는 다시 소파에 누워 생각에 빠졌다.

   

   뭐, 사실 나쁜 얘기는 아니였다. 

   대한민국이 그만큼 안전해졌다는건, 그만큼 내가 필요 없어졌다는 얘기니. 내가 없어도 된다는거 아니겠어. 솔직히 이제는 스타더스만으로도 큼지막한것들 거의 다 해결될거 같고.

   

   슬슬 은퇴할 계획을 짜고있던 나에게는 좋은 소식이었다. 진짜 안심하고 떠날만 하다는.

   

   물론 그전에, 그건 처리하고 가야겠지.

   4페이즈의 예고편, '천사강림' 이벤트를.

   

   "...휴우."

   

   나는 한숨을 쉬었다.

   

   

   4페이즈. 원작의 최종장이자, 모든 것이 끝나는 이야기.

   

   이 페이즈의 최종 보스는.

   

   바로, 다름 아닌 태양신이다.

   

   

   "..."

   

   

   

   그래. 무려 신이 최종 보스란 소리.

   

   그리고 그와 함께.

   이 페이즈의 서사를 이끄는 메인 빌런은 바로 셀레스트였다. 

   

   태양신의 헌신이자, 카테달의 지도자인 성녀. 그녀가 바로 가장 큰 적. 태양신은 사실상 마지막에서야 등장하고, 사실상 제일 큰 빌런은 그녀였다. 그리고 이때가 카테달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내가 미리 카테달에 들어갔던 것이다.

   

   

   하여튼, 이런 4페이즈의 예고격으로 3페이즈에 등장하는 이벤트가 바로 천사의 강림이다.

   하늘을 가르는 엄청난 임펙트와 성스러운 광경으로, 태양신의 사자가 이 땅에 떨어지는 일.

   

   그렇게 하늘에서 오색빛깔을 뿜으며 이 세계에 강림한 천사를, 며칠 후에 셀레스트가 대려간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천사가 강림하게 된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였다.

   

   '그렇게, 스타더스가 처음으로 셀레스트를 보게되지.'

   

   이때가 바로, 이전까지는 전혀 접점이 없던 셀레스트와 스타더스를 이어주는 이벤트였다.

   원작에서 뉴스등으로 간접적으로만 언급됐던 전세계 1위 빌런이 처음으로 그 모습을 만화 속에서 비춘 날.

   

   ...그리고 난.

   당연하게도, 그대로 흘러가게 내버려둘 생각이 없었다. 내가 그 생체병기를 셀레스트한테 넘겨주겠어? 이제부터 그 천사는 제껍니다.

   

   아무튼, 그것만 하고... 다른 테러만 몇번 하고 진짜 은퇴하면 되겠지. 4페이즈 전까지는 시간도 많으니, 은퇴해서 여유도 생긴김에 좀 쉬엄쉬엄 일하고..

   

   "그래... 빨리 은퇴해야지..."

   

   그렇게 중얼거리는 나를.

   

   "...드디어 은퇴하네요."

   

   서은이는, 내 다리 사이에 누워서 묘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다리가 무거웠다.

   

   

   

   ***

   

   

   

   그날 밤.

   다인은 깊은 잠에 빠져있을 무렵.

   

   "...언니, 왔어요?"

   

   "쉿."

   

   

   에고스트림 저택의 지하. 큰 회의실에서.

   서은이를 비롯한 에고스트림 멤버들은, 비밀스러운 만남을 갖고 있었다.

   

   커다란 책상.

   그 앞에 앉은 서은이.

   

   그리고 그 옆에 앉아있는 이수빈과.

   

   "....."

   

   

   "...하암. 자는데 왜 불러?"

   

   그 주위로 빙 둥글게 앉아있는.

   백은월, 최세희, 서자영, 이하율, 그리고 아리엘까지.

   

   에고스틱의 동료들인.

   정확히는 에고스틱을 좋아하는 이들이,  그렇게 모두가 모인걸 확인한 서은이는.

   

   "..."

   

   자신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이수빈을 보고는 잠시 목을 가다듬은 뒤 입을 열었다.

   

   "...크흠. 자. 오빠도 잠들었으니."

   

   "이제 오빠 은퇴 전, 마지막으로 우리가 맺은 약속을 다시 얘기해보려고요."

   

   "...그래."

   

   

   그렇게. 다인은 잠든 야심한 밤.

   여자들만이 모인 제 3회 에고스트림-에고스틱 불가침 협정 회의가 시작되고 있었다.

   에고스트림.

   에고스틱의 주도로 한서은과 이수빈을 시작으로 만들어진 이 빌런 연합은, 해가 갈수록 다양한 빌런들이 들어왔다.

   

   한서은, 이수빈, 이하율, 최세희, 백은월, 데스나이트, 서자영...

   

   이들의 공통점은, 에고스틱을 중심으로 한집에 살며 모두 가족같이 친한 사이였다는 것. 

   물론 집단에 강력한 동료들이 많아지는건 좋은 일이였지만.

   

   "...으으으."

   

   한서은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한서은. 고등학교 2학년 시절.

   품이 넓은 후드를 입은 채, 햇빛에 반짝거리는 하얀 머리카락을 후드 모자로 가리며 한서은은 그런 고민에 빠졌었다.

   

   '...경쟁자가 너무 많아졌어.'

   

   바로 집에 여자가 너무 많아졌다는 것.

   대체 어째서인지 에고스틱이 데리고오는 빌런들은 대부분 여자였고.

   그 사실은 한서은을 불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일단 그녀의 날카로운 직감이 봤을 때, 다들 오빠를 좋아하는게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오빠가 동료를 영입하는 방식이, 그들의 제일 큰 문제를 해결해주고 구해주는 방식이었으니 당연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

   

   거기에 다인의 동료라는 이설아에, 제일 큰 적인 스타더스까지 있으니 문제가 한둘이 아닌 상황.

   심지어 다인은 미성년자라고 그녀를 아예 돌아보지도 않고 있었다.

   

   "...아니, 대체 내가 어떻다고."

   

   한서은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방으로 가, 거울 앞에 섰다.

   

   귀까지 내려오는 은빛 단발에, 후드를 입어 귀여워보이는 매력을 뽐내고있는 그녀. 원작에서 메인 빌런중 하나였던만큼, 미모또한 길거리에서 걸으면 몇몇이 귀엽다고 돌아볼 정도로 빛이 났다. 이제는 고등학생도 되고 키도 커진 만큼 처음보는 사람이 보면 어른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물론 그걸 알리없는 한서은은, 거울 앞에 서서 한바퀴 돌아보며 '내가 애처럼 보이나..?'라는 진지한 고민에 빠져있었다. 사실 에고스틱은 아직도 애로 보는게 맞기도 했고.

   

   "으으응... 짜증나."

   

   그렇게 후드 모자를 쭉쭉 눌러 쓰면서, 한서은은 자신도 모르게 앙탈을 부렸다.

   고등학생. 한창 호르몬이 날뛸 시기.

   ...그렇게 그 상황에 엄청난 난이도의 남자를 상대하게 된 그녀의 스트레스는, 갈수록 커져만갔고.

   

   그 결과, 위가 욱씬욱씬 쑤실 지경에 이르렀다.

   

   "...서은아, 왜 그래. 배 아파?"

   

   "히잉. 몰라요."

   

   그렇게 식사시간.

   어두운 낯빛으로 잘 먹지 못하고 있는 그녀를 다인이 걱정스럽게 보는 가운데, 한서은은 이 기회에 에고스틱한테 칭얼거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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