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317화 (317/328)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에고스틱입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마스크 뒤에서 활짝 웃고있는 그의 모습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렇게 전국민적인 관심속에서.

   에고스틱의 탈옥 이후, 첫 라이브 방송이 진행되었다.

   

   

   

   ***

   

   

   

   서울의 한 도시 위.

   푸른 하늘 아래,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 위에서 나는 망토를 휘날리며 카메라를 보고 씨익 웃고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에고스틱입니다!"

   

   그런 내 말에, 우후죽순 올라오기 시작하는 채팅창.

   늘 그렇듯 미친 속도로 올라왔지만, 오늘따라 더 했다. 

   한국어 채팅 제한을 비롯한 온갖 제약을 걸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으로는 쫓을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는 채팅의 폭격.

   

   *

   [망고스틱 개같이 입갤ㅋㅋㅋㅋㅋㅋㅋ]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그저 와주신 것만으로 감사합니다 망느님...]

   [신 그는 자아를 가진 막대기인가? 신 그는 자아를 가진 막대기인가? 신 그는 자아를 가진 막대기인가? 신 그는 자아를 가진 막대기인가?]

   [에고오빠 멀쩡하네요 정말 다행이에요ㅠㅠㅠ]

   [에고스틱의 방송이 켜졌다. 그렇다.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는 소리다...]

   [상대성 이론은 E=MC 2다. 그러면 그 전작인 E=MC은 뭘 의미한다는 말인가? 그것은 바로 Egostic = MangostiC라는 뜻이다. 그렇다. 상대성 이론마저 망고단이었던 것이다]

   [댓글창 진짜 순식간에 곱창나버렸네 아ㅋㅋㅋㅋㅋ]

   [시청자수 진짜 돌았네 ㅅㅂㅋㅋ 대한민국 국민수는 이미 옛날에 추월해버린거 뭐냐고ㅋㅋㅋ]

   [수줍게 별먼지 나오길 기다리는 먼지단 어디 없냐? 일단나 부터인것이에요...]

   *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여유롭게 웃으며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망토를 휘날리며 이들에게 손을 흔들어줬다.

   

   좋군, 좋아.

   오랜만에 이렇게 나서니 기분이 상쾌한 느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유유자적 하늘 위를 걸었다. 이번 방송은 테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탈옥 이후 돌았던 나에대한 온갖 괴소문을 씻어낼 방송이기도 하다. 그런만큼, 몇가지 질문에는 대답을 해줘야겠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빠르게 채팅창을 훑다 입을 다시 열었다.

   

   "네, 네. 안녕하십니까. 저도 여러분을 다시 만나뵙게 돼서 즐겁습니다. 참 오랜만에 테러방송으로 찾아온 것 같군요. 감옥에 갇혀있다가 이렇게 바깥공기를 마시니 기분이 더욱 좋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내가 자연스럽게 감옥을 언급하자, 순식간에 들끓는 채팅창.

   대체 감옥에서 무얼 한거냐, 어떻게 탈옥한거냐, 애초에 잡혀서 들어간게 맞느냐등 올라오는 온갖 질문에... 나는 일단 차근차근 얘기해 주도록 했다.

   

   "하하, 네. 저번 테러에서 감옥에 잡힌게 과연 실수였는지, 아니면 제가 의도한 것인지 묻는 분들이 많네요? 뭐 길게 말하진 않겠지만... 글쎄요. 스타더스때문에 들어가게 됐다고만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내 대답에, 채팅창은 더욱 폭발하듯 빨리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가 애초에 말을 모호하게 했거든. 스타더스 때문에 들어갔다는게 그녀에게 잡혀서 들어갔다는건지, 아니면 스타더스와 무언갈 하기위해 들어갔다는건지.

   그야말로 열애설에 목매던 대중들이 열광할만한 소재. ...그리고 그 열애설을 탐탁치않게 생각하던 나지만, 이럴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일부러 잡혀 들어갔디고 할 수는 없잖아. 그랬다가는 소원을 이루는 자와, 국제 협회 관련해서 무언가 큰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 그렇다고 진짜 실수로 잡힌거라고 말하면 안 믿을수도 있으니, 이렇게 애매한 화법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려 빠져나가는게 제일.

   

   

   

   물론 애초에 나와 스타더스가 감옥에서 만났을 리도 없겠지만... 원래 중요한건 진실이 아니였다. 그냥 그렇게 믿으라고 하자.

   

   하여튼 그렇게 스타더스와 뭘 했냐면서 폭발하는 채팅창을 무시한 채, 나는 깔끔하게 말을 돌렸다. 

   

   

   "어쨌든 여러분! 걱정해주신 분들에게 고맙게도, 저는 매우 멀쩡합니다. 요즘 감옥 식사도 잘 나오던데요? 거기서 힘을 얻어, 이번 테러를 더욱 성공적으로 만들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내 말이 끝나며 내가 팔을 벌리자.

   

   내 뒤로 폭죽 2개가 하늘 위로 쏘아져, 대낮에 퍼벙-하고 터지기 시작했다.

   좋군. 내가 원래 이런 클래식한 연출 좋아했거든.

   

   

   [오빠, 이제 준비 다 끝났어요.]

   

   

   "오케이."

   

   나는 그렇게 서은이의 통신을 들으며, 카메라를 등지고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보이는 놀이공원. 오늘의 타겟은 바로 저기였다.

   대충 스릴을 위해 자이로드롭 타는 사람들을 더욱 스릴넘치게 해주면 되겠지. 일명 에어 자이로드롭이다. 덤으로 플라잉 바이킹과 하늘을 달리는 혜성특급도 준비되어있다. 은월이의 마법으로는 다 가능하다고.

   

   

   그런즉슨, 이제는 스타더스만 오면 된다는 이야기.

   

   

   나는 그렇게 여유롭게 스타더스를 기다렸다. 어째 오늘은 조금 늦네..?

   

   그렇게 나는, 스타더스를 기다렸다.

   

   "짜잔. 여러분, 미사일입니다! 이걸 어디에 쏠까요?"

   

   덤으로 미리 챙겨두었던 미사일도 들고왔다. 이건 참고로 혜성특급에 붙일 예정이었다.

   기대만발. 망고의 놀이동산...이 아니라 에고의 놀이동산. 야, 벌써부터 재밌었다.

   

   '...근데, 오늘따라 스타더스가 좀 늦네?'

   

   내가 딱 그런생각을 하던 그때.

   

   

   "...에고스틱!"

   

   

   때마침, 저 하늘 저편에서 미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익숙하지만, 그럼에도 들어도 들어도 좋은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고.

   

   "....?"

   

   평소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를 향해 반갑다는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날아오는 스타더스를 보며 순간 벙찌고 말았다.

   

   ...뭐지. 왜 빌런을 잡으러 오는데 저렇게 절친한 친구를 만나러 온다는듯이 웃는 얼굴로 오는거지?

   시청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급하게 카메라를 멀리 보낸건 당연.

   

   "...어, 스타더스씨. 안녕하십니까?"

   

   "...하아, 하아. 에고스틱..."

   

   내 앞에 도착하더니, 숨을 쌕쌕 쉬는 그녀.

   그렇게 잠시 숨을 들이마쉰 그녀는, 나를 보더니 걱정이 담긴 눈으로 물었다.

   

   

   "에고스틱, 기억은 다 되찾았어?"

   

   "어...? 음, 네. 다 찾았습니다. 멀쩡해요."

   

   

   나는 그녀의 눈을 피하고 미소지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물론 감옥에서의 일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차피 그때 아무일도 없었을테니 그런 TMI는 풀 필요 없겠지. 그렇게까지 시시콜콜하게 설명하는건 감 없는 사람이나 할 짓이다.

   

   애초에 계획에서부터가 소원을 이루는 자가 난동을 피울시 스타더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였음으로, 나는 그녀가 내게 그걸 물어도 별로 놀랍지 않았다.

   

   다만, 이상한 점은.

   

   

   "...휴우, 다행이다. 몸은 좀 괜찮아..?"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공중에서 내게 손을 뻗으며 가까이 한걸음 다가왔고.

   

   

   나는 그대로, 그녀에게서 똑같이 한걸음 더 뒤로 갔다.

   아니, 왜 다가오고 그러세요. 자연스럽게 날 잡으러 하시네.

   

   

   "...아."

   

   

   물론 내가 그러자, 손을 내리며 순간 상처받는 표정을 지은 그녀였지만.

   

   나는, 지금 그런 그녀를 자세히 신경쓸 상황이 아니었다.

   

   

   물론.

   어째서 그녀는, 저런 표정을 짓는걸까. 

   그리고 나에게 그걸 숨길 생각도 없는 것처럼, 저렇게 날 걱정하고 반가워하는 표정을 지은걸까. 그것도 의문이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어째서, 그녀를 보자마자 내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얼굴이 붉어지며.

   

   

   ...너라면, 봐도 상관없으니까.

   

   

   맛있네요. 스타더스씨, 요리도 잘하십니까?

   

   ...그렇게 아부떨어도 안 풀어줄거거든.

   

   

   좀 춥지 않아..?

   

   

   그러게요. 슬슬 손이 시리네요.

   ...이제 따뜻하죠?

   

   ....응.

   

   

   에고스틱, 너가 부탁한거니까. 들어줄게.

   

   

   분명,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째서 갑자기.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고, 그녀를 껴안고 싶은 충동이 드는걸까. 빌런이고 계획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고, 그녀의 곁에 있고 싶은걸까.

   

   그렇게 갑자기 혼란스럽게 밀려드는, 절제되지 않은 감정의 파도 속에 빠진 나는.

   

   나도 모르게 그 감정을 통제하기 위해, 내 동요하는 마음을 내보이지 않기 위해.

   붉어지려하는 얼굴을 막기위해 어떻게든 얼굴을 굳힌 채, 나도 모르게 스타더스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스타더스씨. 이제 테러 일으킬거니까, 그거나 막아보시죠."

   

   

   ...이게 아닌데.

   

   

   

   ***

   

   

   

   스타더스.

   하늘 위, 에고스틱을 만나기 위해 날아온 그녀는 현재 당황스러운 심정이었다.

   

   에고스틱이 변했다.

   

   "스타더스씨. 이제 테러 일으킬거니까, 그거나 막아보시죠."

   

   

   '...얼마전까지만 해도 같이 손도 잡고 걷기도 했었으면서...'

   

   

   갑자기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그렇게 말하는 그를 보며, 그녀는 약간 가슴이 아파졌다. 약간, 아주 약간이었다. 응.

   

   '...설마, 에고스틱이...'

   

   "..."

   

   ...아니겠지.

   

   

   에고스틱이 테러를 시작하는 방송을 킨 이후.

   이미 온 인터넷은, 그의 테러를 보도하고 있었다.

   

   사실 초능력자의 테러라는게 말그대로 끔찍한 테러인만큼, 원래는 방송통제도 꽤나 걸리고 사람들도 굳이 찾아보지는 않지만... 에고스틱의 테러만은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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