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눈앞이 아찔해짐과 동시에, 머리에 무언가 번뜩였고.
그 순간.
'안녕하십니까, 에고스틱입니다!'
'스타더스씨,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의 추락을 막으세요.'
'오빠, 오빠! 어. 어떡해. 오빠!!'
'....정말 저를, 도와주겠다는 건가요? ...왜요? 저는 그냥, 괴물일 뿐인데...'
'...다인씨, 라고 했나요?'
'여러분, 오늘의 깜짝 이벤트. 월광교 처리하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다들 즐거우셨나요?'
'그럼 이게 제일 확실하니까. ...안돼?'
내 머리속에, 지난 몇년간의 기억이 물밀듯이 쏟아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 기억의 파도에, 나는 그만 순간 정신을 잃고 말았다.
*
*
*
"...빠. 오빠! 정신이 들어요?"
"으윽... 음?"
어두운 곳.
그렇게 정신을 잃었던 나는,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떴다.
"으... 서은아?"
"어! 언니! 오빠 일어났어요!"
"다인씨, 괜찮으세요? 저 기억나세요?"
"네 수빈씨... 당연하죠."
나는 그렇게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을 떠보니 이곳은 우리 집의 거실. 그리고 내 주위에 모여든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
그 뜻은...
"...제가, 소원을 일으키는 자를 잡는데 성공했나요?"
"네. 그 괴수 말하시는 거죠?"
"휴유. 다행이네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 앉았다.
...아직 머리가 어지럽지만, 어쨌든 계획은 성공한 모양. 기억도 다 찾은걸로 보이고.
"으음..."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생각을 거듭하다 문득 깨닫고 말았다.
'...잠깐.'
내가 소원을 이루는 자를 잡기 위해, 카르케아스 감옥에 들어가려고 결심했고...
...
'...그 뒤에 기억이 없는데?'
나는 순간 황당함을 느꼈으나, 그냥 그러려니 했다.
뭐, 별 상관 없겠지. 그닥 중요한 기억도 아닐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잠시 동료들과 해후의 시간을 가진 뒤 내 방으로 들어갔다.
...별 상관은 없지만, 기억을 잃은 내가 뭘 하고 돌아다녔을지는 궁금하거든.
그렇게 노트북을 펴본 나는, 기억을 잃은 내가 작성한 문서를 찾을 수 있었고.
그곳에 내가 이때까지 한 일에 대한 기억을 잃은 나의 정리가 적혀있는 모습을 보고는 살짝 놀랐다. 뭘하고 있었나 했더니 점검 및 성찰을 하고 있었던 모양. 역시 나야. 이세계에 떨어져도 워커홀릭은 변하지 않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코멘트를 슥슥 보던 나는, 문득 이상한 문장을 발견하고는 피식 웃었다.
[스타더스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
"...뭐래."
분석을 하라니까 자기 희망사항을 써놓고 있어. 이것이 과거의 내 통찰력 수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별생각없이 문서를 껐다.
배고프네. 밥이나 먹어야지.
...그리고 나는, 그때는 몰랐다.
그런 선택을 하면 안됐다는걸.
***
그시각.
"하아..."
S급 히어로 스타더스, 신하루의 집.
그곳의 침대에 누워있던 신하루는, 금발의 머리를 배게에 늘어트린 채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었다.
에고스틱과 헤어진지도, 벌써 일주일.
그 기간동안 그녀는 시종일관 이렇게 약간 멍한 상태로 있었다.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에고스틱때문.
'...에고스틱.'
괜찮으려나. 기억은 되찾았으려나?
그와 그렇게 헤어진 이후, 그녀는 시종일관 그 생각에 다른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꽤 잘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꼭 어째서 결국 이렇게 되어버린걸까.
최근, 잠자리에 들면서.
어쩐지 그의 빈자리를 느끼며. 텅 빈 침대에 혼자 방석을 안고 누운채, 스타더스는 멍하니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 그래도, 그는 분명 자신이 기억을 되찾을거라 했다. 그녀가 아는 에고스틱이라면 분명 다 방법을 생각해 놓았을 거니까.
분명, 전부 기억해내서 다시 웃는 모습으로 나타나겠지. ...그래. 분명 그럴것이다.
그러니, 이제 그가 기억을 되찾기만 한다면...
카르케아스 감옥에서 둘이 정말 많이 가까워졌으니까. 함께, 많은 순간들을 공유했으니까. 서로 많이 알아갔으니까.
앞으로 분명, 더더욱 가까워 질 수 있지 않을까.
그래 그러겠지. 그럴꺼다...
그런 기대를 하면서, 그녀는 일찍 눈을 감았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전혀 모른채.
하여튼 그렇게 기억을 되찾은 이후.
나는 망고쥬스를 쪽쪽 마셔가며, 내가 카르케아스에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찾아보고 있었다.
"뭐, 시위?"
그중에서도 제일 황당했던건 내가 잡혔다고 국민들 사이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던 것.
...대충 찾아보니 내 팬카페 회원들의 선동(?)으로 인해 수만명이 참여한 시위가 일어났다고 한다. 대체 빌런인 내가 잡혔는데 왜 시위가 일어나냐고. 어질어질하네.
사실 그것보다는 더 큰 의문이 있었으니.
"...그보다, 내가 일주일이나 감옥에 있었다고?"
"네! 저희가 얼마나 걱정했는줄 아세요?"
바로 내가 카르케아스에 머문 기간이 대략 일주일이나 됐다는 것.
...그리고 그건,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였다. 아니 분명 아무리 늦어도 3일안에는 했어야 정상인데?
분명 그 안에서 무슨 돌발 사건이 있었을거라고 추정되는데...
"모르겠다."
고민하던 나는, 그만 생각을 포기했다.
뭐 별 일이야 있었겠어. 어쨌든 무사히 몸 성히 돌아왔으면 된거지.
물론, 좀 찝찝한건 있었다.
'아니. 좀 춥지 않아..?'
'...나 없다고, 도망치면 안돼?'
'에고스틱, 너가 부탁한거니까. 들어줄게.'
자꾸 이상한 기억이, 머릿속에 어렴풋이 잔상처럼 남아 흩날린다는 것.
...특히 그 생각을 할때면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뛰는게, 부정맥이 의심될 지경이었다. 보통 영화같은데 보면 말만 부정맥이지 사실은 누굴 좋아해서 그런거던데, 나의 경우는 그럴리는 결단코 없으니 진짜 병원가게 생긴 상황. 하율이한테 건강진단이나 받아봐야지.
거기에, 기억을 잃은 내가 남긴 멘트도 굉장히 찝찝했다.
[스타더스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
"....."
일단, 나는 그게 말이 안된다 생각한다.
내 테러 활동 초반에 스타더스가 나를 벌레보듯 보면서 '이 쓰레기같은 자식'이라고 매도하던게 아직도 기억나는데, 몇년만에 바뀐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
...물론, 최근들어 그녀가 내게 좀 이상하게 행동하긴 했다. 내 손을 잡는다는등, 던전메이커의 미궁에 갇혔을때의 반응 등... 남자라면 '날 좋아하나?'라고 넘어가기 쉬운 상황.
그리고 그건 내가 봤을때 그녀의 미인계가 분명했다. 내가 그녀에게 사랑에 빠지게 해 내가 자수하게 유도하도록.
...아무래도 내 거듭된 빌런 활동이 그녀를 그렇게까지 하게 내몰리게 한 모양.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어쩐지 계속해서 드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