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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대체 어느 나라가 빌런 팬카페가 있고, 그 빌런이 탈옥했다고 축제가 일어난단 말인가.
...물론, 사실 그들이 이해안되는건 또 아니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보면, 히어로라고 해도 이상한게 아닐 정도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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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스틱 업적 정리]
1. 베헤모스 침입 막음
2. 한은그룹 침입 막음
3. 월광무녀 공격 막음
4. 마왕 테러 저지
5. S급 빌런들 다수 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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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도 살았구만.'
나는,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아마 내가 빌런으로 살던 이유는, 사실상 빌런연합인 카테달 참여와 스타더스를 성장시키겠다는 것. 그 이유가 다였던 모양. 애초에 테러도 보면 대놓고 불살주의로 했었으니까.
특히 그리고 특이했던 점은, 나와 스타더스의 관계였다.
일단 언론에서는 우리 둘의 아치에너미라고 하고, 서로가 최대의 적수라고 나오기는 하는데...
[스타더스씨. 같이 할까요?]
"...."
내 테러 영상 몇개를 2배속으로 돌려본 나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저 오글거리는 말투와, 이상한 컨셉질은 제외하고서라도...
'...나, 왜 스타더스랑 썸타고 있냐?'
나는. 기억을 잃은 지금에서야 마침내 그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미쳐버린건가.
그렇게 기억을 잃은 채 이 히어로 만화 속 세계에 떨어진지도 벌써 며칠.
"다인씨, 이 차 좀 드세요."
"아, 감사합니다 수빈씨."
나는, 상당히 빠르게 이 생활에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눈웃음을 지으며 내게 차를 건낸 수빈씨로부터 찻잔 하나 받은 채, 거실에서 홀짝이다가 방으로 돌아온 나.
"...진짜 볼때마다 신기하단 말이지."
나는 그렇게 닫혀있는 내 문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무슨 마법진이 그려져있어서, 내 의사만으로 잠기는 신기한 방문.
아마 내가 이 방에서 하는 비밀스러운 일이 있나보지.
그리고 그게 아마도, 원작과 비교해가며 앞으로의 계획을 짜는 일일테고.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책상 위에 올려져있는 하얀 노트북을 열었다. 비밀번호가 걸려있긴 했는데, 내가 늘 써오던 비밀번호라 푸는데는 큰 문제는 없었고.
최근 내가 해오던건,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점검.
'서은씨, 당신이 제 일기장 가지고 있으시죠?'
'네, 넷? 어떻게 알았어요?'
'....'
하여튼 서은이 및 에고스트림 멤버들이랑 협의해, 한 일주일정도 기억을 되찾는데 시간을 두기로 약속한 나였다.
그렇게 인터넷이랑 내 파일들을 뒤져서 지금까지 내가 뭘 해왔는지 알아본 나였고.
그렇게 내가 깨달은건 하나였다.
'...나, 왜 목숨을 내놓고 다니고 있냐?'
바로 특정 몇몇 순간에서, 도박을 한 일이 많았다는 것. 말그대로 '목숨걸고' 일을 벌여왔다. 한마디로 죽을 위기를 수없이 겪었단 소리. 그리고 그 죽을 위기는 내가 다 뛰어든 거였고.
심지어 죽을거처럼 보인건 다 연출이고 실제로는 계획이 다 있지 않았을까라 생각도 했는데, 노트북이나 메모장에 담긴 사고의 흐름을 보면 그렇지도 않았다. 진짜 불나방처럼 살았다는 소리.
"....."
...뭐, 기억을 잃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뭐라고 비판 할만한건 아니긴 하다. 다 이유가 있었겠지. 특히 대충 추측하건데 첫 동료인 서은이라는 애와 만나기 전까지 3년의 시간이 있었던걸로 보이는데, 그때 고생 좀 많이 했을 것같고.
그리고 특히, 대부분 내가 그런 위험한 행동을 했을때는 스타더스와 관련있기도 했고...
'...이건 나중에 생각하자.'
순간 그녀와 관련된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 나는, 일단 다른 것부터 점검했다.
하여튼 내 이제 남은 계획을 보니, 태양신을 막겠다는 모양.
'...이게 되려나.'
의문이 든 나였지만, 뭐 내가 어련히 잘하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치워버렸다.
실제로 컴퓨터에 정리되어있던 계획을 봐보니, 앞으로는 대외 활동을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적혀있기도 했고. 카테달과 동아시아빌런 연맹을 필두로, 무언가 이젠 테러는 그만두고 본격적인 활동을 하려는 것 같았다. 슬슬 테러쪽은 은퇴각을 잡고있는 모양.
뭐, 계획 자체는 손댈것 없어보였다. 하긴, 프로젝트 몇개씩 진행하다가 다 엎어지고 이 세계에 끌려와선 '세상 구하기 프로젝트'라는 큰거 하나만 집중해서 진행하고 있으니. 그 많은 시간을 이거에만 투자했으니.
'난데없이 히어로 만화 속 세계에 떨어졌다니... 참.'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두둥실 뜨는, 내 앞에 컵.
"재밌긴하네."
나는 그런 감상을 읊으며, 컵을 공중에서 한바퀴 돌렸다.
놀랍게도, 나는 이 세계로 넘어오며 초능력을 무려 2개나 받았다. 염동력이랑 순간이동.
초능력 소재 만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두 능력인만큼, 누가봐도 사기처럼 보이지만...
'좀 별로네.'
나는 그런 담백한 감상을 내릴 뿐이었다.
염동력은 무거운건 들지도 못해서 쓸모가 없고, 순간이동은 도망치는 용도 외에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려워보인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이 두 능력이 쓰면 몸에 엄청난 무리가 온다는 리스크때문. 즉, 시전시간동안 계속 남발할 수 있는게 아니라 한번쓰면 앓아누워서 사실상 쿨타임이 며칠인 일회용 기술이란 소리다.
물론 이것도 잘 모르는 별생각없는 사람이 들으면 이정도면 사기 능력이지, 어떻게 이걸 받고 찡찡거리냐고 말할 수도 있다. 실제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선 엄청나게 강력하고, 만약 내 세계에서 이게 있었으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지구를 먹어버릴 수도 있는 사기능력이겠지만...
'여기선 아니지.'
이 파워밸런스가 망가진 세계에선,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물론 내 개인의 안위를 유지하는데에는 충분하지만, 지금 이 세계는 실시간으로 멸망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는데 나 혼자 살아봤자 뭘하겠냐고. 운석날리고 해일 일으키는 미친 놈들한테서 도망치는게 고작이지.
그렇기에, 나는 동료들을 만든 것이었다.
바로 내가 만든 빌런 연합. 에고스트림.
...사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에고스쿼드라는 어감이 더 좋은데, 왜 에고스트림이 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 외압이 있었나?
하여튼, 이 에고스트림이 바로 내 계획의 핵심이었다.
이 세계에 심성은 착하지만, 불의의 사고를 겪고 빌런이 된 이들을 내가 사전에 설득시켜 동료로 만든다는 계획.
실제로 그렇게 지금, 내 곁에는 S급에 버금갈 정도로 강력한 능력을 지닌 이들이 많았다. 원작에서부터 엄청난 능력을 지녔다고 나온 하얀마녀 한서은, 월광무녀 백은월, 누구든 살리는 성녀 이하율에 신룡까지.
그리고 일렉트라, 서자영, 데스나이트를 비롯한 1.5인분은 확실히 하는 강력한 이들이 수두룩했고.
그렇게 나는 그런 내 동료들과 같이 살고있었다. 그리고, 매우 친한 모양.
"...같이 자자고요?"
"응. 원래 그랬는데?"
실제로 밤에 보라색 후드를 입은 서자영이 와서 우리는 원래 같이 잤다면서 무슨 고양이마냥 자연스럽게 내 이불에 들어오기도 했으니까. 나중에 물어보니 정말이더라고..?
뭐, 작은 체구로 들어오니 침대가 딱히 좁지는 않았어서 걍 잤다. ...물론 거의 기억도 안나는 여자랑 한침대에 자니 좀 두근거리긴 했지만.
다만.
"으음... ...저 서자영씨, 뭐하십니까?"
"...들켰다."
밤에 자는데 무슨 무게감이 느껴져 깨보니, 내 몸에 올라타 보라빛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녀를 봤을때는 식겁했다.
...대체 옷은 왜잡고 있었던거야.
하여튼, 나는 그런식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오빠! 이것 좀 봐봐요!"
"다인오빠... 저에요, 은월이에요, 아리엘이에요. 골라주세요."
"후후, 다인씨. 이거 좀 더 드세요."
"야 다인아, 기억도 되찾을겸 같이 게임이나 할래?"
그리고 그렇게 생활하면서 느낀점이 하나 더 있으니.
"..."
...나와 함께 사는 이들이, 나를 굉장히 아낀다는 것.
아니, 아끼는 정도가 아니였다. 걍 바보가 아니면 느낄 정도로 나를 대하는데에서 애정이 묻어났다.
그러니까 나를 대놓고 팍팍 좋아하는게 느껴졌다고.
거기에 이들은 딱히 이걸 내가 눈치채지 못한다고 여기는걸 보아...
'아니, 그러니까 지금까지 난 이걸 다 이악물고 무시하고 참아냈다는건가...?'
황당했다.
아니, 너무 대놓고 들이대서 내 얼굴이 안붉어질 날이 없을 지경.
...거기에 내 빌런연합에 수상할정도로 여자들이 많은것.
내가 남긴 메모들을 돌이켜보면, 내가 굉장히 집단 내 결속을 중요하게 생각했단걸 알 수 있다. 실제로 이 집에서 함께 사는것도, 서로 신뢰를 다지고 더더욱 친해지기 위해서니까. 하긴, 한명이라도 배신하면 끝장나기는 하니까. 서로 가족같이 여기고 애정을 키우는게 결국 배신을 할 생각조차 못하게하는 제일 좋은 방법이니.
실제로 동료들간에 분위기를 보면, 실제로 그런 내 노력덕분인지 나를 중심으로 모두가 친하며 엄청나게 화기애애했다. 설마 여기까지 계산해서...는 아니겠지. 이건 너무 망상인가.
갑자기 저세계에 놓고 온 내가 애정하는 친구가 생각났다. 우리 재연이, 내가 이러고 있는거 알면 뭐라고 생각할까? 막장 피폐물에 떨어진 날 걱정할까, 아니면 이쁜 여자들 곁에서 같이 산다고 짜증낼까.
사실 애정하니까 생각난건데, 이게 문제가 아니였다.
스타더스, 그녀가 문제였지.
"휴우..."
나는 그렇게, 한숨에 잠겼다.
스타더스. 대한민국 유일의 S급 히어로이자, 이 세계의 주인공이자 멸망을 막을 유일한 열쇠.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의 기록물들을 뒤지고, 내가 이 세계에서 기억을 잃은 나를 처음 봤을때의 스타더스의 반응을 분석해본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스타더스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
"......"
이건 자의식 과잉이 아닌, 철저히 이성적으로 생각한 팩트였다. 대체 고지식한 그녀가 빌런을 어떻게 좋아하겠나 싶기는 한데, 애초에 내가 이때까지 해온 일들을 보면 그럴수도 있었다. 무슨 스타더스 흑기사더만. 그녀가 위험할때면 막 뛰어나가고.
애초에 지난 기록들 볼 필요도 없이, 내가 직접 본 스타더스만해도 말 다했다. 눈에서 나를 향한 걱정과 애정이 고스란히 뚝뚝 떨어지던데.
...그리고 사실, 스타더스만 생각하면 이 몸의 가슴이 순간 뛰는걸 봐서는 나도 마음이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내 동료들에게도 가슴이 뛰는걸 봐서는 정확한 검증법은 아닌 것 같은데, 하여튼.
'...이걸 뭐 어쩔려나.'
그리고 제일 무서운건, 이걸 내가 아직까지 눈치 못챈것 같았다. 하긴, 나도 받아들이는데 꽤 시간이 걸렸으니까. 애초에 원작에서 남자랑 썸띵이 아예 없던 스타더스인만큼, 그녀가 나를 좋아한다는 발상 자체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제 3자의 시선으로 객관적으로 본 나도 그런데, 당사자는 어떻겠어. 심지어 테러도 직접 실행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