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하늘에서, 어떤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난 고개를 올려봤고.
"....?"
원작에서 본 익숙한 얼굴들과 닮은 이들이, 하늘을 나는 거대한 배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진짜 빌런이라고?
'...잠깐. 그럼 스타더스의 반응은 뭔데?'
나는 그렇게, 거대한 혼란속에 빠졌다.
...우리 스타더스가 빌런한테 그럴 애가 아닌데.
바람이 휘몰아치는, 감옥섬의 성 위.
그곳에서 나를 부르는, 내 동료였던 이들과 재회한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십니까."
"오빠! 나 기억나요?"
"...아니요."
나는 나를 향해 묻는 하얀색의 머리카락을 한 여자에게 그렇게 답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하얀 머리칼에, 푸른색 후드를 입고 나를 향해 애타게 묻는 그 여자.
...나이는 대략 20대 초반정도 대학생으로 보이는 이 여자가 아마도...
'...설마, 얘가 원작의 하얀 마녀인가?'
나는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의 빌런중에, 미래의 내가 영입할 정도로 능력이 좋은건 하얀 마녀밖에 없기 때문. 원작과 외모 묘사가 비슷하기도 했고.
다만 원작에서 그 차갑던 모습은 어디가고, 마치 주인을 걱정하는 고양이처럼 내 옆에서 갸르릉거리고 있는 그녀였다.
그리고 그때, 하늘에서 내려와 내 옆에 털썩 서는 어떤 여자.
"하아. ...일단 에고도 딱봐도 정신없어 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서은아 너는 나랑 일이나 하자."
주홍빛으로 빛나는 노란 포니테일을 한 채, 날카로운 인상으로 그렇게 말하는 여자는 이내 손에 번개를 튀기며 그렇게 말했다.
"오빠. 진짜 저 기억 안나요..?"
"...네. 혹시 누구신지..?"
"히잉... 제가 오빠 여자친구였는데..."
"...한서은. 헛소리는 그만 하고 쟤들이나 잡으러 가요."
하얀 머리카락의 여자가 그렇게 말하던 그때, 지상에 털썩 착륙하더니 차게 식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리 말하는 무녀복을 입은 검은 머리카락의 여자.
...그보다 누굴 잡는다는거지.
그 말을 들은 나는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그러자 보이는, 저 아래 움직이고 있는 어떤 이들.
"...아."
그제서야, 나는 무슨 상황인지 파악했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 놈이 죽기 전에 거대한 검은 촉수를 이용해 마지막으로 발악을 하는 바람에 감옥이 박살나서 그쪽의 죄수들이 탈옥을 하고 있던 것.
타앙. 타앙.
...그나마 감옥의 방범 시스템이 어떻게 온갖 기술의 장치들로 놈들의 도주를 막고 있는걸로 보였지만, 그런 와중에도 몇명은 기어코 탈주하고 있는 상황.
"다인 오빠, 저희는 막고 있을테니까 일단 저 위에 올라가서 쉬고 있으세요. 알았죠?"
"응?"
무녀복을 입은 여자가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내 손을 잡았고.
그 순간 마법진이 번뜩이더니, 내 눈앞이 아까 있던 탑이 아닌 더 높은 곳으로 바뀌었다.
바로, 위에 보였던 그 거대한 비행선 위에.
"다인씨!"
그리고 그렇게 순간이동을 해 비행선 위로 올라온 내가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긴 갈색 머리카락을 하고 가디건을 걸친 여자가 나를 향해 달려왔고.
내가 뭐라하기도 전, 무녀복을 입고 마법을 썼던 여자는 다시 내 눈앞에서 사라져있었다.
그리고 그때.
나는 한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저 죄수들이 탈옥하는걸, 막는다고 했었지.'
"... "
...분명 동료들이 빌런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죄수들 탈옥을 막으러 가는거지. 그런건 히어로들이나 하는거 아닌가...?
내가 그렇게 의문속에 빠져있을 때.
나를 향해 달려온 갈색 머리의 여자는, 나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보더니 말했다.
"...다인씨. 저 기억나세요?"
".....아니요."
나를 향해 묻는 그녀의 말에, 나는 그렇게 답했다.
그리고 특히 내 앞에 있는 그녀의 경우 더더욱 진심이었다. 아까 본 노란머리 여자는 번개를 쓰는걸 보니 일렉트라 같고, 무녀복을 입은 여자는 월광무녀인거 같은데... 이사람은 정말 처음 본 느낌.
그러나, 몸이 이 사람을 만나자 어쩐지 안심되는 느낌을 느끼는걸 보면 상당히 믿고있던 사람인 것 같다.
"...다인씨가 기억을 잃었다는 서은이 말이 맞나보네요. 저는 이수빈이에요. 편하게 불러주세요."
"...네. 수빈씨."
"다인씨, 일단 절 따라오세요."
나는 그렇게,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비행선의 선내로 들어가자 보이는, 토끼 모양의 헬멧을 쓴 이들. 아마 저들이 이 비행선을 모는 모양이다.
나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인 그들을 뒤로한 채, 나는 선실 내부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 안에 보이는 커다란 세계지도와 책상.
"...일단 다인씨가 기억 잃기전에 알려주신대로, 다들 저 탈옥하는 빌런들 잡고 있어요."
나를 향해 그렇게 말하는 그녀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듣기는 했다. 대체 왜 빌런들이 빌런을 잡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많이 정신 없으실텐데, 좀 쉬고 계세요."
나를 향해 따뜻하게 웃어주며 그렇게 말하는 수빈씨의 말에,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정신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쩐지, 이곳에 오니 안심되는 기분.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비행선의 창문을 통해 하늘 아래를 바라보았다.
푸른 하늘 아래, 한눈에 보이는 섬 위의 감옥 성.
그리고 그 아래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나고 있었다.
지하에서부터 솟아오른 마치 탑같은 거대한 촉수들이 문어처럼 감옥 건물들 몇몇을 옭아메고 있는 상황.
마치 영화에서 거대 괴수가 침략을 하는 모습 같은 모습. 내 인생에서 이런걸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하하.
그렇게 나는 태평하게 속으로 피식 웃으며 중얼거리다가도, 눈을 돌려 누군가를 찾았다.
섬 곳곳에서 날뛰고있는 빌런들, 그리고 그들과 싸우며 잡아넣고 있는 동료들.
...그리고.
번쩍.
중간중간 저 아래에서 노란 빛을 번쩍거리며, 검은 촉수와 싸우고 있는 누군가.
저게 아마도, 분명 스타더스겠지.
...잘하고 있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개판이 된 카르케아스의 모습을 멍하니 보던 나는, 퍼뜩 어떤 생각이 들었다.
...잠깐, 지금 대한민국 유일 빌런 수용소인 카르케아스에서 이 지랄이 났는데.
사람들은 난리 안났나?
그리고, 그때는 몰랐지만.
대한민국은 완전히 뒤집어졌었다.
****
에고스틱이 잡혀간 이후.
처음에는 진짜 잡힌건가 긴가민가했던 사람들도, 일주일째 에고스틱이 잡혀있자 슬슬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에고스틱은, 아마 자신이 조용히 잡혀들어가면 처음에만 조금 관심받고 금새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질거라 생각한 모양이지만, 실상은 반대.
이내 에고스틱 탈옥 직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거의 언제 터질지 모르겠는 화약고 같았다.
*
[협회 <<< 이새끼들 사람 아니면 개추ㅋㅋㅋㅋ]
[복습) 지금까지 S급 히어로 망고스틱이 해온 일들을 알아보자.araboza]
[!!!오늘도 개같이 시위할 망붕이들 필독!!!]
[에고스틱을 석방하지 않으면 벌어질 시나리오]
[ㄹㅇ이게 토사구팽이지 뭐가 토사구팽임ㅋㅋㅋ]
[장문)) 진짜 개빡치네.]
[사실 아직까지도 에고스틱이 다 빅픽쳐가 있는거라고 믿고있으면 개추ㅋㅋㅋㅋ]
[오늘 시위 레전드... 김철우 눈물의 망고빵댄스.avi]
[소신발언) 애초에 에고스틱 잡혀간 이후로 스타더스 모습 사라진것만 봐도 분명 뭔가 있음]
[걍 망고가 일부러 들어간거라도 우리는 시위 해서 보여줘야 함.real]
[사실 스타더스랑 망고스틱이 둘이 감옥에서 연애중이라면? 우린 놀아나고 있는거라면?]
[[시위현황]그저 모든 커뮤니티가 망고단이다... 별먼지 팬카페마저 망고단이다...]
[망붕이 삭발했다 이젠 끝까지 달린다]
*
해외에서도 분석하고, 대한민국 정치계에서도 슬슬 말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
그렇게 점점 분위기가 가열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 속보가, 갑자기 방송을 탔다.
[속보입니다! 현재 카르케아스에서 대탈옥이 일어났습니다!]
[이를 일으킨 범인은 에고스틱으로 보이며, 현재 그는 도주중인 상태입니다! 더 자세한 소식은...]
그리고.
대한민국의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되었다.
*
[믿고있었으면 개추ㅋㅋㅋㅋㅋㅋ]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아무도 탈옥 못한다는 카르케아스를 탈옥해버린 GOAT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MANG 숭배합니다 GOAT]
[협회 따잇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걍 감옥 뿌시고 나오는 망고 폼ㅋㅋㅋ 이럴려고 들어간거였냐고ㅋㅋㅋ]
[이거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가 ㄹㅇ ㅈ으로 보이냐고ㅋㅋㅋ]
[자기가 지금 싱글벙글 웃고있는 승리의 망고단이면 개추ㅋㅋㅋㅋ]
*
[속보입니다! 현재 감옥에서 수많은 빌런들이 탈옥하고있는 가운데, 빌런연합 에고스트림 멤버들이 이들과 싸워 다시 막아내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현재 스타더스는 카르케아스를 쓰러트리고있는 괴수와 맞서 싸우고 있으며...]
그렇게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식에 대한민국이 잠시 멈추고 무슨일이 벌어지는건지 알기 위해 난리가 난 동안.
협회도, 난리가 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