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어쩌면 그녀는 알았어야 했다. 에고스틱은 늘 이런식이였다는 것을.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늘 이런식으로 자기자신은 생각하지도 않고 달려든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었다.
에고스틱이라면 당연히 무언가 해결책이 있을 줄 알았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웃으며 자신만 믿으라고 했던 그가 아닌가.
그래서 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놈을 쓰러트릴 방법이 있다고 말했을때, 아무생각 없이 에고스틱에게 뭔가 생각이 있겠지라고 믿어버렸다. 그라면, 무언가 특별한 방법을 생각했을거라고.
그또한 사실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속은 평범한 사람일 뿐인데.
그가 또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무언갈 이루려고 한다는 사실을, 나는 왜 몰랐을까.
그렇게 에고스틱이 스스로의 기억을 대가로 바친다고 한 그 말이.
그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게 될 사실이, 그 무엇보다 두려운 것이라는걸
스타더스는, 지금 이 순간에서야 깨달았다.
그렇게 그녀가 애타게 벽을 부술려 했으나, 그보다 그들의 거래가 더 빨랐고.
"그러나 너는 언젠가 깨달을 것이다. 신에 대적하는게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를..."
그 말과 함께,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의 몸은 이미 부스러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정황상 에고스틱의 소원은 놈을 없애는 것이였는 모양.
털썩.
그와 동시에, 비틀거리는 에고스틱의 몸.
그렇게 머리를 짚고 가만히 혼란스럽다는듯 서있는 그를 보며.
"...에고스틱!!"
스타더스는 황급히 벽을 두들겼고.
그와 동시에 감옥이 흔들리며, 하얀 촉수들이 날뛰는걸 보고 그녀는 마침내 벽을 부수는데 성공했다.
"에고스틱, 괜찮아? 에고스틱!"
그렇게 놈이 죽기직전 뭔 짓을 한건지, 무너지는 감옥 속에서 떨어지는 벽들을 피하며 그녀는 에고스틱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그리고 그 순간.
에고스틱의 위에서 떨어지는 벽을 보며.
스타더스는, 황급히 몸을 날아 그를 구해서 빼냈다.
"하아, 하아..."
콰아아아아아앙-
그렇게 하늘을 날아 아래를 내려다보니, 검게 변한 굵은 촉수들이 마구 증식해 감옥을 부수고있는 상황.
그 이후 자신의 품에 안긴 에고스틱에게.
스타더스는, 황급히 내려다보며 그가 괜찮은지 살폈고.
"...스타더스씨.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죠."
"응? 어, 그래!"
굳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그를 보고는, 스타더스는 황급히 감옥 밖으로 나설 준비를 했다.
'...잠깐.'
에고스틱은 분명, 기억을 잃은게 아니였나?
괜찮은건가?
그런 의문을 품은 채, 일단은 에고스틱이 무사한 것에 안심하며 그녀는 일단 밖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급하게 날았고.
그렇기에 그녀는, 눈치채지 못했다.
"..."
그녀에게 안긴 에고스틱의 눈이, 새차게 흔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
으, 머리야...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 시발. 어제 침대에 누워 잔것까지는 기억나는데, 여긴 또 어디야?
그렇게 나는, 눈을 떴고.
그런 나의 앞에는.
"...?"
텅 빈.
새까만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무너지는 건물 한가운데, 내가 있었다.
"..."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시발.'
분명 어제 친구들이랑 술마시고 집에서 잔 것 밖에 없는데 왜 난 대체 이런 곳에 있는거지? 납치라도 됐나?
그렇게 내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하려 하고 있을때.
귀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 들리냐?]
"?"
뭐야 시발.
순간 더듬거리며 귀쪽으로 손을 가져다대니 느껴지는, 한쪽편에 꽂혀진 이어폰.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내가 아직도 혼란해하고 있을 때, 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말을 이었다.
[일단 난 미래의 너다. 그리고 너는 현재 자다가 일어났더니 지금 상황이 이 모양임을 발견한 나일테고. 자, 머뭇거리면 죽는다. 일단 의심하지 말고 빠르게 상황파악부터 하고 내 말을 따라라.]
내가 혼란스러울 틈을 안주겠다는 듯, 빠르게 들려오는 목소리.
지금 급하니 무슨 상황인건지 생각하지 말고, 일단 자기에 말에 따르라고 주장하는 미래의 자신이라는 자의 말에.
...나는, 일단 따라보기로 했다.
'시발. 뭐가 뭔지...'
왜냐하면, 늘 위기 상황에서 머뭇거리지 않고 현재 닥친 상황부터 해결하고 보는건 나의 주특기였기에.
[그래. 너는 나니까 알아서 잘 하겠지. 일단 주위를 봐라. 뭐가 무너지고 막 좆된거같은 상황이야? 그럼 일단 금발 머리를 한 여자부터 찾아. 그녀의 이름은 스타더스. 그래, 너가 생각하는 그녀가 맞다.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자고 해.]
"에고스틱!"
그렇게 이어폰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던 그때, 뒤쪽에서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순간, 위쪽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나더니.
휙.
나는 어느새, 그녀의 품에 있었다.
"...?"
그렇게 무슨 짐짝들리듯 들린 채, 하늘을 날게 된 나.
시발. 태어나서 하늘을 나는건 처음인데.
그렇게 얼떨결에 공중에 뜨게 된 나는, 일단 고개를 들어 날 안은 사람의 얼굴을 봤고.
'와.'
내가 태어나서 본 사람들 중에, 제일 예쁜 사람을 보게됐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금발에, 날 걱정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보이는 맑은 푸른 눈.
...그런 그녀를 순간 멍하니 보던 나는,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의 얼굴이, 내가 봤던 만화 속 주인공인 스타더스가 묘사된 것과 똑같이 생겼다는 것을.
그리고 그걸 깨달았을 때.
나는, 아까전에 들은 말을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내뱉었다.
"...스타더스씨.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죠."
"응? 어, 그래!"
그렇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를 안고하늘을 나는 그녀를 보며.
나는, 더이상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몰라 시발.
[아, 참고로 너 이름은 여기서 에고스틱이다.]
'이름은 멋지군.'
그런 감상만을 내리며.
무너지는 공동.
그곳에서 스타더스에게 안겨 빠져나온 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주위를 살폈다.
'...이게 대체 시발 무슨 일인지."
처음 막 깨어나 정신이 없던 상태에서, 시간이 꽤 지나 평정을 찾은 머리.
그렇게 다시 이성을 되찾은 상태로, 나는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날며 생각에 잠겼다.
일단 첫번째, 나는 기억을 잃은 것 같다.
지금 이어폰에 들려오는 말이 조작된 거짓일 수도 있지만, 저 말투를 들었을 때는 내가 틀림없었다. 저건 따라한다고 따라할 수 있는게 아니거든.
그리고, 지금까지 정보를 추합해봤을 때.
"...스타더스씨. 제가 여기서 뭘 하고 있었죠?"
"으윽, 응? 너 소원을 이루는 자라는 놈 잡으러 왔잖아. 혹시 기억 안나는거야?"
내 물음에 떨리는 목소리로 답해오는 그녀.
나는 그런 스타더스에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얼무버린 후, 그녀에게 잡힌 채 하늘을 날며 판단을 내렸다.
아무래도, 이곳은 내가 예전에 읽었던 만화 [스타더스트!]의 세계인 것 같다.
...대체 왜 예전에 읽었던 피폐물 만화가 현실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타더스란 이름과 익숙한 악역의 이름을 들으니 거의 확실한 것 같다. 애초에 지금 사람이 하늘을 날고 있는데 당연하겠지. 그럼 이 감옥이 그 카르케아스인가?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어이없는 상황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시발. 자다 일어났더니 만화 속에 떨어졌단다. 요즘 좀 잘풀리나 했더니, 인생이 참.
거기에 지금 분위기보니 이 세계에 떨어진지 꽤 오래된 모양. 아주 철저하게 녹음까지 마친 미래의 나와, 소원을 이루는 자를 죽였다는 말을 보니 아마 내 기억을 대가로 거래한 것 같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