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극적인 반응이 튀어나왔다.
"뭐라고? 잠깐! 그게 무슨 소리야!"
...정확히는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가 아닌, 뒤에서.
그렇게 쿵하는 소리와 함께, 스타더스가 이쪽으로 빠르게 날아왔고.
"신성한 거래에, 방해꾼은 용납되지 않는다."
-쿵.
그런 그녀는,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히며 막혔다.
그렇게 벽을 파악한 그녀는, 뭐라고 말하며 벽을 쳤지만 내게는 들리지 않았고.
"...방해꾼도 치웠으니, 마저 얘기를 나눠보도록 하지. 이쪽의 대화는 이제 저 여자에게 들리지 않을거다."
그렇게 조용히 손을 뻗은 검은색 아이의 인형은, 씨익 웃으며 내게 말했다.
"그래, 기억이라. 그게 그렇게 대단한 대가인가?"
"당연하죠."
그리고 놈의 물음에,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입을 열고는 말했다.
"왜냐하면 저는, 이 세계에서 일어날 미래의 모든 일을 알기 때문입니다."
"...호오."
"모든 것의 가치를 매길 수 있는 당신이라면 아시겠지요. 이것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그렇게 내가 살찍 입꼬리를 올리며, 담담히 그렇게 말하자.
놈은 검은 얼굴에 하얀 미소만을 더욱 뽐낼 뿐이였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이어 말했다.
"저는 제가 가진 미래에 대한 모든 정보가 포함된 이 세계에서의 기억을, 당신에게 전부 넘긴다는 뜻입니다. 즉, 이제 이 세계의 미래를 알게 되는건 당신밖에 없다는 소리죠."
나는 팔을 벌리며 그렇게 과장되게 말했고.
그 모습에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래. 알겠다. 그 기억을 대가로 받지."
그 말과 함께, 내 가슴에서 하얀 빛이 빠져나왔고.
이내 그것은 나와 그놈의 사이에서, 둥둥 떠있었다. 아마도 저게 내 이 세계에서의 기억이겠지.
쿵. 쿵. 쿵.
...참고로, 그러자 어쩐지 저 뒤쪽에서 쿵쿵 거리는 소리가 더 강해져서 슬슬 쫄리기 시작했다. 저 베리어 저거, 저러다가 깨지겠는데? 빨리 거래해야지.
"그래, 알겠다. 그래서 이 엄청난 대가를 걸고, 너가 이루고 싶은 소원은 무엇이지? 무엇이든 말해보거라."
그렇게 여전히 웃는 빛으로 말하는 놈을 보고, 나는 마지막으로 생각에 잠겼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 놈의 제일 큰 문제는, 소원을 기괴한 방식으로 들어준다는 것.
그렇기에 아무리 내가 지불한 대가가 크다고 해도, 복잡한 소원을 이루는건 지양해야 했다. 대체 어떤 결과가 튀어나올지 예상을 할 수 없으니까.
그렇다고 괜히 논리적 모순을 이용한 말장난을 하다가는, 태양신의 피조물로 엄청난 능력을 가진 놈이 섭리와 우주의 규칙을 뒤바꿔서라도 강제로 실현시킬 수 있기에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내가 빌 소원은 간단한 것이였다.
다른 누구도 엮이지 않는, 간단하고 담색한 소원.
나는 그렇게.
오늘 처음으로 웃으며 놈에게 말했다.
"제가 빌 소원은..."
"소원을 이루는 자. 지금 당장 당신의 완전하고도 완연한 죽음입니다."
걍 나가 죽어 이자식아.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와의 거래.
나는 놈과 만나기전, 미리 준비를 전부 해놓았다.
내가 빌 소원은 놈이 죽는 것.
그리고 그 대가는, 바로 내 이 세계에서의 기억.
물론 이 방법의 문제는, 당연하게도 내가 기억을 잃는다는 것.
그렇기에 나는 몇가지 준비를 해놓았다.
"...알았어요, 오빠."
하나는 바로 서은이에게 맡겨놓은 일기장.
이 세계에 내가 빙의한 후, 엔딩을 보겠다고 마음먹은 이후 꾸준하게 써오던 일기장.
그곳에는, 이 세계에서 겪어왔던 내 기억이 전부 들어있다.
그리고 그걸 내가 집에 돌아가서 읽게 된다면, 나는 즉시 다시 기억이 돌아오게 된다.
잔존 사념과 내 기억을 받아간 놈의 소멸, 그리고 덩굴마녀 덕에 가능한 것인데... 사실 다 필요없고 원작에서 비슷한 방법이 나왔기에 쓰는 것. 즉, 단순히 일기장을 읽는게 아닌 기억이 다시 완전히 돌아온다는 소리다.
여기까지만 해도 좋지만.
나는, 한가지 말장난을 더했다.
"저는, 이 세계에서의 모든 기억을 대가로 바치겠습니다."
바로 '이 세계'에서의 기억만을 대가로 제시한 것.
일반적으로는 모두가 이 세계의 기억만을 가지고 있을테니 별 문제없는 얘기였지만.
나는 다른 세계에서 온 만큼, 좀 달랐다.
즉, 그 이전. 이 세계에 떨어지기 전까지의 기억은 지킬 수 있다는 소리. 그리고 원작을 읽은건 그 세계이기 때문에, 미래지식도 전부 가지고 있게된다.
물론 그래도, 갑자기 기억이 다 날아간 내가 당황할 수 있으니.
기억을 잃은 나를 위한 준비까지 마쳤고.
그렇게 모든 준비는 끝났다.
"제가 빌 소원은."
"소원을 이루는 자. 지금 당장 당신의 완전하고도 완연한 죽음입니다."
그렇게, 난 내 소원을 빌었고.
"......하."
"네놈... 하하. 역시, 그런건가."
이내 더욱 새하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머리를 향해 손을 올린 그 검은색의 아이는.
이내, 소름끼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너의 소원을 이루어주마, 별의 아이여."
"그러나 너는 언젠가 깨달을 것이다. 신에 대적하는게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를..."
그 말과 함께, 놈의 몸에서 하얀 빛이나며 조각조각 갈라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주위에 늘어져있는 하얀 촉수들이 곧바로 터질듯, 검은색으로 변질되며 미친듯이 팽창했고.
그와 동시에.
"..."
나는 서서히 정신이 희미해지는걸 느끼며, 주머니에 손을 넣어 미리 준비해놓았던 녹음기의 버튼을 눌렀다.
좋아, 이제 모든건 끝났다.
저놈이 역시나 죽기전에 뭔 짓을 하려는거 같기는 한데, 이 이후는 기억을 잃은 내가 알아서 해주지 않을까?
솔직히 이 부분이 제일 문제였다. 과연 기억을 잃은 내가 무사히 집까지 가고, 일기장을 펼쳐 읽어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까.
...확신은 없었다.
솔직히 나도 조금 무서웠다. 여기서 지금까지 해온 모든 기억을, 이렇게 허무하게 날리는건 아닐까 하고.
하지만 이게 최선이였다.
설령 내가 영영 기억을 잃는 한이 있어도, 여기서 저 위험한 놈은 잡고가야 했으니까.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다 잘 될거다.
기억을 잃은 후의 내 자신을 믿자.
...틱. 에... 고스틱...!
그런 생각을 끝내고, 무너지는 감옥 속에서.
나는 나를 향해 외치는 스타더스의 소리를 흐릿하게 보며 눈을 감았고.
그렇게.
나는, 이 세계에서 쌓아왔던 모든 기억을 잃었다.
***
"젠장!"
카르케아스 심층부, 지하 감옥.
그곳에서 보이지않는 벽에 가로막힌 채 있던 스타더스는, 벽을 한번 더 쿵하고 내려친 뒤 이를 악물었다.
'...저는, 제 이 세계에서의 모든 기억을 대가로 바치겠습니다.'
담담하게 말하던 에고스틱의 말.
그 말을 들은 그녀는, 순간 귀를 의심했고.
이내 그의 눈에 확신이 깃든걸 본 그녀는 황급히 달려나갔으나, 이내 보이지않는 벽에 막혀버리고 말았다. 거래는 신성하다는, 괴물의 말같지 않은 소리와 함께.
"에고스틱! 에고스틱!!!"
그렇게 그녀는, 사뭇 애절하게 벽을 치며 애타게 그를 불렀으나.
그는 들리지 않는다는 듯, 그녀에게서 등을 돌린채 진지한 얼굴로 무언가의 거래를 하고 있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