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305화 (305/328)

   

   그 둘이 그러고 있는 모습을 이수빈이 난처하게 웃으며 바라보고 있던 그때, 아리엘또한 계단쪽에서 막 와서는 그렇게 물었고.

   

   그렇게 다인이 사라진 이후 제일 표정이 안좋아진 이들 중 한명인 은월이마저 평소답지 않게 흐느적 거리며 거실에 와서 앉아있던 그때.

   

   ...평소처럼, 존재감없이 소파위에 누워있던 서자영이 오늘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렇게 걱정되면, 직접 가보면 되는거 아니야?"

   

   "...네?"

   

   "아니 그렇잖아."

   

   그렇게 말하며, 처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서자영.

   폭이 큰 후드티를 입은 채 기지개를 쭉 핀 그녀는, 보라색 단발머리를 한번 긁더니 특유의 윤회안으로 모두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어차피 기한은 오늘까지였잖아? 그러니까 카르케아스 근처에 가보자고. 에고스틱이 뭐하고 있나 볼겸."

   

   "...그렇지만 다인 오빠가 신호를 주면 오라고-"

   

   "그러니까. 어차피 그 근처에 있다고 신호 오면 바로 갈 수 있고 좋잖아. 만약 오늘까지도 신호 없으면 뭔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는 소리니 바로 쳐들어가면 되고."

   

   "...맞는 말이네요!"

   

   그렇게 평소답지 않게 논리정연한 서자영의 말에, 곳곳에서 납득이 터져나올 때.

   

   "...흐응."

   

   서자영은, 후드 위로 주먹을 쥔 채 홀로 빙긋 웃으며 이어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리고. 대체 무슨 개짓거리를 하느라 안오는건지 보자고."

   

   설마, 누구누구랑 붙어먹느라 안오는건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그녀는.

   여전히, 조용히 웃고있었다.

   

   

   그렇게.

   에고스트림 멤버들의, 카르케아스 행이 결정되었다.

   

   

   ***

   

   

   

   "...쓰읍. 뭔가 오한이."

   

   "응? 왜그래. 괜찮은거야?"

   

   "아... 아닙니다. 그냥 원래 가끔 이래요."

   

   "...그게 더 걱정되는데."

   

   카르케아스 안.

   이제 나갈 준비를 마친 나와 스타더스가 같이 서로 붙어서 서있던 그때, 나는 내 등줄기를 타오르는 불안한 기분에 몸을 떨었다.

   

   ...지금까지 스타더스 때문에 이런거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였나..?

   카르케아스.

   협회의 탄생과 함께 만들어진 이곳은, 전세계에 얼마 되지않는 능력자들의 감옥이다.

   애초에 협회가 막강한 권력을 지니게 된 이유중 하나가, 이 카르케아스의 독점적인 기술과 소유권을 지니고 있기 때문.

   

   혼자서 국가를 뒤흔들 수 있는 능력자들을 어떻게든 온갖 방법을 써서 가둬놓은, 지구 최강의 보안시설을 가진 감옥.

   

   그리고 제일 깊숙한 곳.

   고대시절부터 존재했던, 빌런인지 괴이일지 모르는. 저주받은 힘을 지녔다고 전해지는, 그 존재가 봉인된 곳으로.

   놈을 해치우기 위해.

   스타더스는, 에고스틱과 함께 감옥 깊숙한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현재 그녀의 도움 하에 생긴, 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스타더스는, 조용히 에고스틱의 옆에 서있었다.

   

   "...스타더스씨. 아마 저쪽은 감시가 삼엄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쪽으로 돌아가야겠군요."

   

   평소에 쓰는 모자를 비롯해, 날카로운 눈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에고스틱.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스타더스는 자기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에고스틱이, 은근 속눈썹이...'

   

   "...스타더스씨?"

   

   "응? ...아, 그래. 이 방향으로 가자."

   

   에고스틱의 의문이 담긴 말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그녀는, 이어지는 에고스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전 먼저 순간이동해서 숨어있겠습니다. 먼저 가세요."

   

   그 말과함께 눈앞에서 사라진 그.

   그렇게 그가 완전히 사라진 이후에야, 스타더스는 작은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들키진 않았겠지?'

   

   그 생각과 함께, 조용히 스타더스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두근, 두근. 평소보다 조금 더 빠르게 뛰고있는 그녀의 심장.

   

   어젯밤 이후로, 어째서인지 그의 얼굴을 볼때마다 심장이 평소보다 더 빨리 뛰는 자신을 보며 그녀는 볼을 붉혔다.

   

   '...으으, 부끄러워.'

   

   어젯밤 자신이 무슨 추태를 부렸는가.

   ...술에 취해 에고스틱의 품에 안기며, 그의 가슴에 얼굴을 부비적 거리던 스스로의 모습을 그녀는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잠들기 직전은 술에 취해서인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평소에 늘 굳은 얼굴로, 강인한 모습만을 보이던 히어로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풀어진 모습.

   ...그러나, 그녀는 이상하게도 에고스틱. 그의 앞에만 서면 자신의 긴장이 풀리는걸 느꼈다. 어쩐지 안심이 되고, 괜히 웃음이 나오는 기분.

   

   지난 일주일.

   에고스틱과 함께 있으면서,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하루하루가 즐겁다는걸 깨달았다.

   ...늘 전장과도 비슷한 상황에서, 히어로와 빌런으로. 테러를 일으키는 자와 막는자로 만나거나... 아니면 위급한 상황에서 적을 상대하는게 아닌.

   

   그저 서로 함께 아침을 먹고, 떠들고, 산책하기도 하는... 그런 평범한 일들을 한건 이번이 처음.

   가끔씩은, 그가 빌런인걸 잊어버리기도 할 지경이었다.

   

   ...에고스틱이 빌런이 아니였다면.

   만약에 그가 히어로나, 그랬었다면.

   우리 둘은, 늘 이렇게 지낼수도 있었던걸까.

   

   서로 틱틱대고, 그가 놀리고. 자신은 발끈하고.

   그렇게 서로 웃으며 동료로써 함께 있을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할때가 아니지."

   

   그렇게 감옥 복도에서 상념에 빠져있던 그녀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이번 계획을 생각했다.

   

   에고스틱의 목표는, 이 감옥 깊숙한 곳에 있는 괴이를 척살하는 것.

   그가 말한 괴이인 소원을 이루는 자. 인플레스에 대해 그녀는 간단하게 찾아보았다. 협회 내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이전과는 다르게 S급이기에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열람할 수 있던 그녀였지만...

   

   

   *

   [인플레스]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

   

   S급 ■■

   

   사용자에게 대가를 받고 소원을 이루어준다.

   

   1급 기밀사항: [기록말소] [기록말소] [기록말소]를 일으킨 후 S급 히어로 [기록말소]가 스스로를 대가로 [기록말소]를 한 이후 대한민국의 카르케아스에 봉인되었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방식은 [기록말소]함으로 절대 건들지 말 것

   

   *충분한 대가가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큰 소원을 빌시 [기록말소]가 일어나니 주의할 것

   

   ■■■■■■■■■■■■■■■■■

   

   <[기록말소]를 포함한 이하 내용은 O급 기밀사항으로, 현재 등급으로는 열람하실 수 없습니다.>

   *

   

   

   

   

   "..."

   

   언제나 그렇듯, 대부분의 데이터는 제한되어 여전히 쓸모있는 정보는 없었다.

   특히 워낙 예전부터 존재하던 존재여서인지 거의 다 기록이 삭제된 모습.

   

   대체 협회 내에서도 기물중의 기밀인 요소들을 에고스틱이 어떻게 아는건지는 늘 의문이였으나, 이제는 어느새 그러려니 하고있는 그녀였다. 이젠 오히려 에고스틱이 모르는게 있으면 더 놀라울 것 같아.

   

   "..."

   

   그렇게 감옥 안을 걸으며, 에고스틱이 감시의 눈을 피해 이동할 만한 곳을 찾은 그녀는.

   

   작은 한숨과 함께, 자기도 모르게 생각에 잠겼다.

   그래. 생각해보면 에고스틱은 늘 그랬다. 언제나 마치 모든걸 알고있다는 것처럼 행동했었고, 늘 자신이 막막해질때면 슬며시 나타나 웃으며 해결책을 내놓고 사라졌었지.

   

   그런 그가 위험을 감수할 때는.

   늘, 생각해보면 그녀가 위험에 빠졌을 때였다.

   

   그래서일까.

   그때부터일까.

   

   스타더스는,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나는, 에고스틱을...

   

   "여기 있으셨군요."

   

   "?!"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

   그녀는 뒤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에고스틱의 목소리에 흠칫 놀라는 수밖에 없었다.

   

   "...어디서 나온거야? 아니, 어떻게 알고 온거야?"

   

   "하하. 제 히어로가 어디있는지는 당연히 직감만으로도 알 수 있지요."

   

   당연한 소리를 한다는 듯 씨익 미소지으며 말하는 그의 말에, 스타더스는 살짝 붉어진 볼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퉁명스럽게 말했다.

   

   "...흥. 말은 잘해. 하여튼, 이 밑으로 쭉쭉 가면 된다는거지?"

   

   "네. 가시죠."

   

   "...하아. 빌런이 빠져나오는걸 도와주는 히어로라니, 내 신세야..."

   

   "하하. 그래도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언제는 저라서 도와..."

   

   "으으... 조용히하고 빨리 와!"

   

   그렇게 붉어진 얼굴로 빼액 소리지르듯 속삭인 그녀는, 서둘러 앞으로 향했다.

   

   ...그렇게 지하 밑으로 계속, 감옥의 심층부로 내려가면서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제 곧, 에고스틱과 또다시 헤어지게 될 때가 올꺼라는 걸. 

   예전처럼 그를 다시 보려면 몇개월씩 기다려야 되는 날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걸.

   

   그러나.

   ...그녀는 느꼈다.

   에고스틱 또한, 슬슬 자신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걸.

   늘 언제나 자신에게 먼저 다가오던 그.

   막상 자신도 같이 다가가니, 은근히 피하기 시작하던 그였으나. 이내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서서히 다시 그녀에게 다가오던 것을.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다를거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감옥의 지하 심층부로 향했다.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못한채.

   

   

   

   ***

   

   

   

   카르케아스의 심층부.

   스타더스가 감옥 직원들한테 현장조사라는 명목으로 길을 뚫고, 그동안 나는 숨어있는... 그런 식의 오랜 탐색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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