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으..."
다음날 아침.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잠에서 겨우 겨우 깼다.
"으... 어제 얼마나 마셨던거야."
눈 앞이 어지럽고, 어깨도 아프고 머리가 미친듯이 쑤시는 느낌.
그렇게 겨우겨우 눈을 뜬 나는, 그제서야 침대 위의 내 상태를 볼 수 있었다.
"..."
침대에 눕지도 못한 채, 그 등받이에 다리를 뻗고 기대고 있는 모습.
그리고 내 옆에는 스타더스가 내 어깨에 기댄채 누워있었다.
내 목에 닿는, 잠에 빠진 그녀의 쌕쌕거리는 숨소리.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몸은, 팔 한쪽을 나에게 두른 채 나를 배게마냥 껴안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현재 모습을 파악한 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려 했다.
...어제 스타더스가 와인 받았다고 해서 술 같이 마시고, 무슨 무슨 대화를 하다가... 뭐했지? 같이 영화를 보자고 했고, 그 뒤에...
"....."
거기까지 생각하던 나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젠장, 필름 끊겼다. 그 뒤가 기억이 안난다.
그리고는 문득, 살짝 소름이 돋은 나는 나랑 스타더스가 덮고있는 이불을 황급히 들어보았고.
"...휴."
그제서야 어제와 똑같이 옷을 똑바로 잘 입고있는 내 모습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다행히 실수는 안한듯한 모습. 하긴, 그랬으면 이미 죽었겠지.
나는 그렇게 안심한 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어제 대체 뭘 했나 기억하려하다 포기했다.
...아마 그냥 침대에 누워 둘이 등받이에 기댄 채 영화를 보다가 둘 다 스르르 잠들었을거라 추측할 뿐.
근데 스타더스는 대체 왜 이러고 있는거지.
"....."
나는 내 오른쪽에서 내게 몸을 꽉 붙인 채, 내 어깨에 금발의 머리를 흩날리는 채 기대 자고있는 스타더스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이 내 몸에 밀착되어서 그대로 느껴지는게, 아침부터 상당히 곤란한 느낌. 애초에 팔도 뺄 수도 있게 내 배 위를 꽉 붙잡아 안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일단 스타더스부터 깨우기로 했다.
"스타더스씨. 일어나 보세요. 스타더스씨."
"으으응..."
그렇게 내가 그녀의 몸을 흔들자,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내 목에 얼굴을 더 깊숙히 묻는 그녀.
...그러면서 나를 더욱 껴안는 그녀 때문에 상당히 더 곤란해졌기에, 나는 계속 그녀를 흔들었고.
마침내.
"으음... 에고스틱?"
눈을 부비며, 그녀가 마침내 일어났다.
여전히 잠에서 덜 깬 얼굴로 나한테 그렇게 말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그녀의 팔을 풀고는 말했다.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세요."
"응..."
그렇게 여전히 비몽사몽해보이는 그녀를 내버려두고, 나는 일어나서 냉장고에서 물을 한잔 꺼내 따랐다.
그렇게 침대에 돌아와보니...
"으으..."
이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침대 가에 앉아 얼굴을 붉힌채 얼굴로 손을 가리고 있는 그녀.
뭔가 부끄러운 기억이라도 떠올린 양 그러고 있다 방에 돌아온 나를 보더니 흠칫 놀란 그녀를 보고는, 나는 물이 담긴 잔을 건냈다.
"자. 드세요."
"으응... 고마워."
그렇게 내 눈치를 살짝 보더니, 조심스럽게 물잔을 잡는 그녀. 그 과정에서 나와 손가락을 스치더니 흠칫 놀라는 그녀를 보고는, 나는 대체 스타더스가 왜 저러나하는 심정이 됐다.
...빌런 눈치를 보는 히어로라. 누가보면 내가 그녀를 여기 가둔줄 알겠어. 실상은 정확히 그 반대인데.
하여튼 난 그렇게 물을 홀짝홀짝 마시고 있는 그녀를 보고는, 머리를 긁으며 물었다.
"스타더스... 아니 신하루씨. 혹시 어제 기억..."
"쿨럭! 으으, 뭐, 뭐라고? 아, 아니. 난 기억 하나도 안나는데에..?"
갑자기 내 말에 물을 마시다 쿨럭이더니, 내 눈을 피하며 여전히 붉어진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 스타더스.
난 그런 그녀한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니, 어제 제가 한 말 기억하시냐는 뜻이였습니다. 제가 이 카르케아스에 가기 위해 잡혔던 이유."
"아..."
그제서야 물잔을 입에서 때더니, 생각에 잠긴 그녀.
"...이 감옥 내부에 사람들을 위협할만한 존재가 있다고 했던거?"
"네. 맞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내 말에, 스타더스는 한숨을 쉬면서 내게 답했다.
"...그래. 알겠어. 도와줄게. 그런 놈을 가만히 납둘수는 없으니까."
그녀는 그렇게 답했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고맙다고 했다.
늘, 언제나 시민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그녀이기에 당연한 반응이기도 했지만...
사실상 그놈을 잡으러 간다는건, 나를 풀어준다는 말과 마찬가지니까. 놈을 잡고 나서 내가 가만히 있겠어? 당연히 튀지.
즉, 지금 침대에 앉아 조용히 도와주겠다고 한 말은.
...사실상 괴수를 잡는 조건으로, 날 풀어주겠다고 한 것과 똑같았다.
그것도 오직 빌런인 내 말만 믿고서.
"오늘 중에 갈까?"
"...네.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니까요."
그래도, 뭐. 거기까지는 스타더스니까 그렇다고 이해할 수도 있었다. 조금의 위협도 용서하지 못하는 그녀니까.
다만.
"..."
왜, 자꾸 날 보면서 아쉬워보이는 표정을 짓는걸까.
그리고 왜 자꾸 얼굴을 붉히는걸까.
나는 그걸,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나 혼자 착각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그래. 그냥 생각을 포기하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몰라. 일단 이게 중요한게 아니니까.
다만 궁금한건.
대체 어제 뭔 일이 있었냐는 것.
"스타더스씨?"
"으, 응? 아무것도 아니야."
아니, 자꾸 내 얼굴쪽을 멍하니 보다가 혼자 볼을 붉히는걸 보면 뭔 일이 있던거같긴 한데... 나 혼자 기억 못하고 있으니 미칠 노릇.
심지어 스타더스도 이미 내가 어제일 기억 못한다는걸 눈치챘는지 어제 얘기를 꺼내지도 않는 모습이었다.
뭐, 실수만 안했었었으면 좋겠다...
"그럼 에고스틱, 슬슬 준비할까?"
"네? 네, 그러죠."
"...그전에, 밥부터 먹고 가자."
"아. 그럽시다. 같이 차려요."
"그래."
그렇게 스타더스와 자연스럽게 주방으로 향하던 나는.
문득, 깨닫고 말았다.
이 카르케아스에서의 생활도, 오늘이 끝이라는 것을.
이젠 앞으로, 나와 스타더스가 이렇게까지 함께한 일이 없을 것이라는걸.
그런 생각을 하니.
나는 나도 모르게, 어떤 마음을 품고 말았다.
"..."
-아쉽다, 라는.
'...하아.'
이 감옥안에,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순간 들었지만, 나는 꾹 참아냈다.
감옥안에 더 있고싶어하는 빌런이라...
"하하."
"...응? 갑자기 왜 웃어?"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도, 정상이 아니구나.
그렇게 우리는 천천히 주방까지 걸어갔다.
...지금 이 순간이, 더 계속되었으면 좋겠는 마음에.
천천히, 더 천천히.
***
그렇게 에고스틱과 스타더스가 천천히, 마지막 아침을 보내고 있을 무렵.
"...뭔가 불길해요."
에고스트림의 본부, 큰집.
그곳에 앉은 서은이는 자신의 짧은 머리카락을 꼬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응? 서은아, 뭐가?"
그리고 차를 따르며 조용히 답해주는 이수빈의 대답에, 서은이는 책상을 탁탁 두들기며 말했다.
"오빠가 일주일 안에 온다고 했지. 일주일을 꽉 채운다고 한적은 없잖아요?"
"그렇지."
"그러니까! 이건 뭔 일이 생긴게 틀림없어요!"
그렇게 서은이가 주장하고 있을 때.
아침에 씻고나온 최세희는 바나나우유를 하나 든 채 걸어오며, 서은이에게 피식 웃고는 말했다.
"야, 서은아. 너무 걱정하는거 아니야? 너 지금 다인이 가고 일주일동안 계속 불안해하고만 있잖아."
"..."
아닌데... 진짠데...
그렇게 서은이가 뭔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몸서리칠 때, 바나나우유 빨대를 문 최세희도 잠시 창밖을 보더니 중얼거렸다.
"...그런데, 확실히 늦는거 같기도 하고..."
"그쵸? 특히 요즘 스타더스가 공식 석상에 안보이는 것도 수상해요. 뭔가 있다니까요."
"오빠 아직도 안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