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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302화 (302/328)

Chapter 306 - 식사

하여튼 그렇게 밥도 먹고 난 이후.

...어느덧, 잘 시간이 되었다.

사실 밖을 봐서 안건 아니고 그냥 벽에 걸려있는 티비 시간을 보니 벌써 밤이더라고.

그렇게 샤워실에서 어찌어찌 씻은 후(?) 밖으로 나와보니, 스타더스도 때마침 다른 샤워실에서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며 나오고 있었다.

"...휴우."

그리고 그런 그녀를 잠시 나도 모르게 빤히 보던 나는, 살짝 고개를 돌려 눈을 피했다.

몸이 살짝 물에 젖어서인지, 몸에 살짝 달라붙은 티를 입고 긴 머리가 약간 축축해진 채 나온 그녀. ...저렇게 씻고 난 이후 무방비한 스타더스는 처음 봐서인지, 나는 순간 심장이 이상한 방향으로 뛰는걸 느꼈다. 그래. 빨리 잠이나 자자.

그렇게 내가 수상할정도로 푹신한 침대에 등받이에 기대 앉은 이후.

...머리를 말리더니, 기어코 내 바로 옆에 붙어있는 침대에 앉는 스타더스를 보고는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진짜 여기서 자실겁니까?"

"그래. 네놈이 여기서 뭔 짓을 할지 모르는데, 당연한거 아니냐?"

딱딱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씨익 미소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그녀.

...볼이 붉긴 했는데, 저게 씻고나와서 붉은건지 자기가 말하고도 부끄러워서 붉은건지는 잘 모르겠다.

이와중에 말투도 다시 평소의 그 딱딱한 말투로 돌아온건 덤. 설마 농담한건가..?

하여튼 그렇게 불을 끈 이후.

나와 스타더스는, 서로 나란히 누웠다.

"..."

"....."

침대도 서로 붙어있어서, 팔만 뻗으면 닿을 바로 옆에 스타더스가 누워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이상한 기분.

...그래도 오늘 많은 일이 있어서인지 졸리긴 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그녀의 숨소리를 들으며. 내가 천장을 보고 누워있던 그때.

"...에고스틱."

문득, 침대옆에 누워있던 스타더스가 내게 말을 걸었다.

"왜요."

"...그냥."

카르케아스의 침대 방.

그곳에 나와 나란히 누워있던 스타더스는, 중얼거리듯 입을 열어 말했다.

"...이러고 있으니까, 옛날에 한은그룹 아래에서 둘이 갇혔을때 생각나지 않아?"

"아하..."

나는 잠시 침묵하며 그녀의 말에 예전 일을 생각했다.

...때는 막 내가 다리에서의 테러를 마치고 이후. 한은그룹의 베헤모스 사건으로 연구실 지하로 내려간 그녀와 내가 우연히 마주쳤었지. 그랬다가 능력을 억제하는 방에 나란히 갇혔었고. 사실 지금 이 감옥도 능력을 조금 억제하는 편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네.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나로부터 멀리 떨어져있었었다. 나를 경계하듯, 한쪽편에 붙어서 힐끔힐끔 날 째려봤었지.

그런데 지금은...

"응? 왜?"

딱 붙어있어서, 말이 2개의 침대지 사실상 한 침대와 같은 그곳에서.

좀 움직이면 닿을 거리에, 우리는 붙어있는 모습.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무엇일까.

왜 그때는 멀리있던 우리가, 지금은 이렇게 붙어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내 눈앞에.

어느새, 지금까지 그녀와 있던 장면들이 촤르륵 눈앞에 펼쳐졌다.

...내가 스타더스를 향해 몸을 던지던 모습. 서로 힘을 합쳐 다른 빌런을 해치우던 모습. 그녀와 손을 잡고 미궁을 해해던 모습...

그래.

새삼 느끼는 거지만, 그녀와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네. 생각나네요."

"그래? 그때, 너가 나한테 과자준다고 했을때 사실 좀 웃겼었는데... 하암."

하품을 하며, 내 옆에 누워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생각했다.

...그래.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스타더스랑도. 어느새 이렇게 서로 스스럼없이 떠들 수 있을 정도로.

그녀와의 인연이 깊어졌다.

...너무, 깊어졌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너무 깊어졌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히어로와 빌런이라기에는, 어쩌면. 너무 가까워진 우리 둘의 사이를 새삼 다니 돌이켜 보니.

나는, 나도 모르게 어떤걸 깨닫고 말았다.

아.

슬슬, 떠날때가 되었구나.

"...잘자요, 스타더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그녀에게 인사를 건냈다.

"...그래. 하암, 너도."

그리고 내게 대답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나는 나도 모르게, 잠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마지막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래도.'

이제 곧 헤어질거라면.

이번만큼은, 그녀와 마음 편하게 있어도 되는게 아닐까.

***

다음날 아침.

"...오늘도 있으실 껍니까?"

"당연하지. 너가 뭔 짓 할지 알고?"

나는 여전히 금발머리를 반짝이며 감옥안에 있는 스타더스를 보고는 쓴 웃음을 지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났다가, 잠버릇 때문인지 내 코앞까지 와서 자고있는 그녀를 보고 처음 놀라고. 아침에 보는 그녀는 정말 눈부시게 아름답다는걸 2차로 깨달아서 현재 심장이 별로 안좋은 상태.

한편 일어난 나는, 큰 문제가 있다는걸 깨달았다.

"...여기 아침은 안주나 보네요."

감옥이 아침을 안준다는 것.

물론 여기가 호텔도 아니고 조식까지 바라는건 양심이 없긴 했지만, 솔직히 스타더스도 있는데 줄 줄 알았다.

"...응?"

그렇게 나는 멀뚱멀뚱 날보고 앉아있는 스타더스를 보고는.

나는 고개를 작게 흔든 뒤, 감옥의 저쪽으로 향했다.

...그래. 나는 굶어도, 우리 스타더스를 아침 거르게 할 수는 없지. 평소에 빌런 잡아 돌아다니는 것도 힘들텐데.

그렇게 난 어제 이 감옥 내부를 둘러보며 봤던 방으로 향했고.

"...역시."

감옥 한쪽에 있는 주방을 발견했다.

대체 왜 감방안에 주방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리봐도 슬슬 여기는 감방이 아니라 기존에 관리인들이 쓰던 곳이 아닐까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 지경. 내 예전 자취방이랑 비교해도 훨씬 좋고, 모텔은 가볍게 뛰어넘고 호텔에 비빌 지경이었다.

그렇게 난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진짜 어이가 없네.."

그리고 계란이나 식재료가 들어있는 모습을 보고, 나는 그저 감탄했다.

이걸 그러니까 이 감옥 간수들이 굳이 주방쪽에서 식재료를 담아다가 여기 미리 넣어놨다는 소리 아니야? 혹시 스타더스가 요리 하고싶어질까봐?

'...근데 그건 뭔가 말이 안되는데.'

뭔가 아리송 했지만, 나는 일단 계란을 꺼내고 서랍에서 기름들을 꺼냈다. 후라이펜도 있고... 밥도 있네? 뭐가 다 있어 여기.

그렇게 내가 바쁘게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으니.

어느새 온 스타더스가 주방 근처에서 주인 곁을 맴도는 고양이마냥 힐끔거리며 내게 물었다.

"뭐해?"

"아. 아침 밥좀 하려고요. 아무리 감옥 안이라도 밥은 챙겨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그러게. 여기 식자재들이 있었구나. 아하하..."

왠지는 모르겠지만 어색하게 웃는 그녀를 내버려두고, 난 요리에 열중했다.

그녀가 내게 뭐 도와줄까 하고 물었지만, 나는 됐다고 했고.

...근데 대체 빌런이 히어로 밥차려주고 있고, 히어로는 그걸 옆에서 도와줄까하고 묻는 이 상황이 정상인가? 아니다. 그런식으로 따지면 애초에 빌런있는 감옥 와서 같이 자고있는거부터 정상이 아니다.

하여튼 그렇게 나는 냉장고에 있는 요리들로 간단하게 버터에 구운 토스트에 오므라이스 등을 만들었고.

이내 접시에 플레이팅까지 완료한 후, 나는 밖으로 나왔다.

"자, 스타더스씨. 드세요."

그렇게 내가 간단하게 아침을 해서 나왔고.

이를 본 스타더스는 눈을 반짝이며 내게 다가왔다.

"...잘먹을게."

그렇게 탁자에 마주앉은 우리 둘.

그녀의 인사를 들은 뒤, 나는 별생각없이 음식을 먹었다.

그렇게 내 앞에서 조심스럽게 음식을 먹던 스타더스는.

"...맛있다."

미소를 지은채, 그녀 자신도 무의식중에 말한 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저렇게 말해주니 뭔가 부끄럽네. 사실 다 수빈씨한테 배운건데 말이지.

"...다음번에는 나도 요리 만들어줄게."

"어... 네."

나는 그렇게 밥을 다 먹은 뒤, 설거지는 자기가 하겠다며 접시를 들고 가는 스타더스가 한 말에. 얼떨결에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히어로와 빌런이 서로 밥을 만들어 먹어준다라.

무슨 예능 프로도 아니고.

나는 이 어이없는 상황에, 피식 웃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스타더스가 맛있게 먹어줘서. 조금, 아니. 많이 기뻤다는 사실은 비밀이었다.

하여튼, 그런 식으로.

감옥 안에서의 시간은. 꽤나 빠르게 흘러갔다.

***

그리고 그시각.

에고스틱과 스타더스가 감옥 안에서 살림을 차리고 행복하게 살고있던 그 때.

"이설아 회장님! 시위가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 외신쪽에서 에고스틱에 대한 음모론이 돌고 있습니다! 에고스틱이 잡히자마자 스타더스의 모습이 사라진걸 두고 현재 저명한 주간지들에 실린..."

"이설아 회장님, 대통령실에서 지금 지지율이 하루만에 10프로 떨어졌다고 계속 죽는 소리 하고 있습니다! 자꾸 이러면 특별사면을 쓰겠다고..."

"회장님, 부산쪽에서 테러가...!"

"...하하."

유성그룹 꼭대기층 사장실.

그곳에 앉아있던 이설아. 대한민국의 흑막이자, 경제계를 집어삼킨 그녀는.

초췌한 얼굴로, 쏟아들어오는 말들에 넋이 나간 모습이였다.

"...에고스틱. 스타더스. 제발, 빨리 나와주면 안되겠니...?"

그녀의 말은, 공허한 외침으로 남을 뿐이었다.

그리고.

[한서은 -에고스트림]

[설아 언니. 지금 스타더스는 뭐하고 있어요?]

...그녀는, 그보다는 지금 에고스틱과 스타더스가 사실상 동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에고스트림 멤버들이 알게됐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제일 두려웠다.

"...아하하. 하하."

이설아는, 그저 집에 가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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