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300화 (300/328)

Chapter 304 - 침대에서

스타더스.

사실 잘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일이지만, 그녀는 대한민국에서 히어로중에는 정말 압도적인 인기를 지니고 있었다.

물론 그 말을 들은 이들중에는,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아니. 사실상 스타더스보다 빌런인 에고스틱이 더 인기많지 않나요?'

...그것도 맞는말이다.

애초에 에고스틱 팬카페가 스타더스 팬카페보다 회원이 많을정도로, 대한민국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사이트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스타더스의 진가는, 그녀가 에고스틱이랑은 다르게 '히어로'라는 점에서 있다.

물론 에고스틱도 농담으로 S급 히어로 망고스틱이라 불리긴 하지만, 그래도 공식적으로는 빌런.

그런만큼 정치권에서는 에고스틱을 별로 언급할 수가 없었다. 빌런이니까.

그러나 스타더스는 달랐다.

그녀는 공식적으로 협회의 히어로이고, 그녀 자체로 수천 수만명을 구한 영웅이였다.

그뿐인가. 대한민국 최초로 S급 히어로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찍기도 했으며, 다른 탑급 히어로인 아이시클이나 섀도우워커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을 직접 구했기에, 업적이 수도없이 많았다.

그녀가 에고스틱과 함께 막아낸 국가 재앙급 사건이 대체 몇개인가. 월광교의 괴수들부터 무역센터의 마왕까지. 에고스틱이 직접 찍어 방송된 영상만봐도 그녀가 한국을 지키는데 엄청난 기여를 했음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거기에 언제부터인가 언론들이 밀던 에고스틱과 스타더스의 열애설로 인해, 인기가 떨어지기 커녕 오히려 오르기까지.

그렇게 대중에 지지를 업은 것을 너머.

...대한민국에서 수상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한 유성그룹의 회장, 이설아와 절친하고. 협회장이 먹던 팝콘을 뺐어 던질정도로 친밀한 사이이기까지.

그렇게 매일 바쁘게 일만하고, 테러만 막으러 돌아다니고 방송에 안나와서 그렇지.

스타더스는 사실, 마음만 먹으면 권력을 무소불위로 휘둘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이 있었다. 혼자 대한민국의 테러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그녀가, 당장 히어로 때려치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리고 그런 그녀였기에.

"...에고스틱은 위험한 빌런입니다."

"애초에 수상하게도 순순히 잡힌만큼,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죠."

"그러니, 저도 그와 함께 카르케아스에서 생활하겠습니다. 제가 아니면 누가 그를 맡겠습니까. 그는 밀착 감시가 필요합니다."

스타더스가, 결의에 찬 표정으로 협회 책임자들에게 그렇게 말할때.

"...알겠습니다. 스타더스씨."

그녀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협회에 아무도 없었고.

이내 '에휴. 스타더스, 그래. 너 마음대로 하게나.'라는 말과함께 총책임자인 협회장의 허락도 받은 이후.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카르케아스에서 제일 크고 넓은 좋은 방에, 침대와 세면도구 같은 것을 하나씩 더 들여놓고.

...간부들이 대한민국의 영웅 스타더스가 이곳에 머문다는 소식에, 서둘러 감방을 개조시키듯 싶이 거의 호텔방마냥 만들어놓고.

이내 모든 준비가 다 되었을때.

...그때서야, 에고스틱은 배에 탈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왜 기다렸는지 몰랐겠지만.

그렇게.

"흐음... 음..."

스타더스는 흥얼거리며, 케리어에 짐을 챙겼고.

이내 전부 챙긴 뒤에야, 그녀는 집에서 나왔다.

카르케아스로 가기 위해.

에고스틱과, 함께하기 위해.

"...기다려, 에고스틱."

이번에는, 놓치지 않을거니까.

그렇게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하늘을 날았다.

그뒤 얼마후.

"안녕, 에고스틱."

그녀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숨긴 채, 얼이 빠진듯한 에고스틱을 향해 싱긋 미소지어주었다.

스타더스. 그녀는, 오랜 시간 고민했다. 고민하고, 또 기다렸다.

그런만큼.

그녀는, 이번엔 도망갈 생각이 없었다.

***

분명 내 계획은 완벽했다.

카르케아스에 스타더스에게 붙잡히는 형식으로 잠입. 그 뒤로 홀로 독방에 갇힌 뒤 플랜을 완벽하게 점검한 후, 적당한 때에 이 카르케아스의 제일 심층으로 탈출해 소원 들어주는 악마놈을 죽여버린다... 였을텐데.

왜 스타더스가... 여기 있는거지?

"흐응..."

나는 캐리어를 끌고 내 감옥방 안으로 들어오는 스타더스를 보며, 황당함에 입을 열었다.

"그... 스타더스씨? 왜 여기 계세요?"

"응? 난 여기 오면 안돼?"

당연하다는 듯 그렇게 답하는 그녀.

그런 그녀의 뻔뻔한 태도에 내가 어이가 없어지려하던 그때, 스타더스는 다시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

"...너가 딱봐도 잡힐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잡혔는데. 무슨 수상한 계획이 있는거겠지. 내가 모를줄아나?"

중간에 딱 멈춰서, 내쪽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는 그녀.

'...어떻게 알았지?'

내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스타더스는 다시 씨익 웃더니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내가 계속 너를 감시하겠다는거야. 이상한 짓 안하게."

...어쩐지 평소와 다르게 말을 굉장히 편하게 하는 그녀.

그런 그녀의 모습이 어쩐지 색달랐지만, 나는 일단 이 당황스러운 상황을 해결하는게 우선이였다.

"...그래서, 설마 같이 사시겠다고요?"

"어."

"아니... 정말로요?"

"응. 잠도 여기서 잘꺼야."

아무렇지 않게 침대에 걸터앉은 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나는 지금 굉장히 큰 문제가 생겼다는걸 그제서야 깨달았다.

지금 이게 현실이란걸 믿을수가 없을 지경.

특히나 유유히 붙어있는 침대에 앉아있는 스타더스를 보니 더더욱 그런 기분이였다. 그래. 어쩐지 방이 지나치게 좋다더니... 이런 이유였구나.

감옥 안에 홀로 금발의 머리를 늘어트린 채 빛나는 외모로 침대에 앉아있는 스타더스를 보고있으니 정신이 나갈 것같은 기분.

...잘못됐다. 무언가 상황이 많이 잘못됐다.

대책이 필요하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스타더스는 나를 올려다보며, 푸른 눈으로 나를 마주친채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잘부탁해?"

그렇게 정신이 아득히 나갈것같은 기분과 함께.

...나와 스타더스의, 예상치 못한 동거생활이 시작되었다.

***

그 뒤로 몇시간이나 지났을까.

어느새 입고있던 히어로슈트를 벗어던지고, 편한 사복차림으로 침대 등받이에 기대 앉아있는 그녀와.

나 또한 망토를 벗고 코트만 입은 채 앉아서는.

...서로, 주스를 마시고 있었다.

아니. 왜 S급 빌런용 감옥 안 냉장고에 주스가 있냐고. 여기가 무슨 델몬트 병음료 하나씩 넣어주는 모텔이야?

"무슨 생각해?"

내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이어나가고 있을 때.

...아까까지 내 눈앞에서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있던 그녀는, 내 눈을 마주친 채 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묻고 있었다.

침대 옆 작은 동그란 테이블.

어째서인지 의자 2개가 놓여져있는 있는 그곳에 앉아있던 나는, 스타더스쪽을 보며 앉아있다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해야 스타더스씨를 내쫓을 수 있나하는 생각이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피식 웃으며 책을 덮는 그녀.

"앞으로 너가 뭔 짓 할때까지 여기 쭉 있을거니까, 헛된 생각 하지마."

그렇게 말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다른게 아니라, 그녀를 오래 보고 있는게 좀 그래서...

늘 평소에 입고있는 빨간 히어로 슈트가 아닌, 평범한 반팔 티셔츠를 입고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까 굉장히 새로웠다. 마치 히어로 스타더스보다는, 그 안의 신하루와 직접 마주한 기분.

...새삼 느끼는거지만, 슈트를 입지않고 사복을 입은 스타더스는 정말 그녀 나이 또래의 평범한 여자같았다. 다만 말도 안되게 이쁠뿐인.

그렇게 금발의 머리를 뒤로 넘긴 채 앉아 있던 그녀를 순간 멍하니 보던 나는.

'...이럴때가 아니지.'

헛기침을 한 뒤, 정신을 차렸다.

이런 한가한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위기 그자체. 내 계획이 전부 어그러지는 순간이였다. 아니, 스타더스가 옆에 붙어있는데 어떻게 탈주를 해. 애초에 왜 내 옆에 있냐고.

그리고, 그게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스타더스씨. 애초에 뭘 믿고 제 앞에 누워계시는 겁니까?"

"응..? 무슨 소리야?"

"아니. 일단 그 저도 남자지 않습니까...? 잠도 제 옆에서 자신다는거 같은데, 그게 말이..."

내가 그렇게 동양유교관에 입각한 남녀칠세부동석을 설명해 그녀를 내쫓으려던 그때.

스타더스는 갑자기 짗궂은 미소를 짓더니, 내게 말했다.

"애초에 내가 너보다 훨씬 쎈데? 그보다, 난 너한테 아무생각 없는데. 넌 막 나한테 흑심이라도 있나봐?"

뭐라?

그리고 그런 그녀의 말을 들은 순간.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지는걸 느꼈다.

...흑심이라니. 이 세계에 떨어진 이후, 어디까지나 스타더스의 빌런이자 아치에너미로만 관계를 유지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가. 팬에서만 그치고, 절대 그 이상의 감정을 갖지 않도록 스스로 얼마나 노력했는가.

그런 내게 흑심? 절대 말도 안되는 소리. 나는 결백하고 깨끗하다. 어디까지나 팬심... 팬심이라고...!

그렇게 무언가 찔린듯, 스스로에게 변명하듯 말한 나는.

...내가 해야할 행동도 잊은 채, 스타더스에게 어처구니 없다는 듯 변명하듯 마구잡이로 말했다.

"...흑심? 흑심이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제게 스타더스씨는 제 아치에너미인 히어로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래?"

그때쯤 스타더스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으나, 나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여기서 멈췄어야 했다.

"네. 당연하죠. 제가 히어로한테 흑심을 품을 정도로 나사빠진 빌런입니까?"

"...그런거치곤 나한테 뭔 일 생길때마다 달려오던데. 막 날 안기도 했잖아."

"...크흠. 그건 아치에너미로써 그런거고요."

내 쪽을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하듯 보고있는 스타더스를 보며, 나는 이내 그 말을 내뱉었다.

"그러니까."

"애초에 저는,한순간도 스타더스씨를 여자로 본 적이 없습니-"

내가 그렇게 말하던 그때.

침대에 기대 누워있던 스타더스가 몸을 일으키더니 내 몸을 잡았고.

털썩.

이내 내가 뭘 하기도 전에, 그녀는 날 뒤의 침대로 밀어트렸다.

그렇게 어느새, 서로의 몸이 포개듯 곂치고. 그녀가 있던 자리 옆에서 침대에 등을 기대게 된 상태에서.

내 눈앞에, 서로 숨결이 닿을 듯 얼굴을 가까이한 그녀가.

내 품안에 거의 안기듯, 내 다리 사이로 무릎을 꿇은 채 팔을 내 머리 옆 침대 등받이 쪽으로 뻗은 채로.

내 코앞에서.

내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약간 붉어진 얼굴로도 살짝 미소지은 채 속삭이듯 말했다.

"...그럼 지금도, 여자로 안보여?"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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