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02 - 기회
대한민국 유일, 히어로 전용 교도소 카르케아스.
외딴섬에 삼엄한 보안으로 지켜져있는 그곳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나는 준비를 정말 철저히 했었다. 특히 그냥 들어가는 것도 아닌 공식적인 절차로 잡혀서 끌려가는 거니까.
그렇게 내가 스타더스에게 붙잡힌 이후를 대비해, 은월이랑 준비한것들은.
"됐어요... 다인 오빠, 다 걸었어요. 이정도면 일주일은 지속 될거에요."
바로, 수많은 보호 마법들.
은월이가 커다란 지하 방 한곳을 다 차지해 온갖 마법진들을 며칠 준비해 마법들을 내게 벌어줬다.
대표적으로 가면을 벗어지지 않게하는 마법, 그리고 옷이나 인식저해 관련 마법들. 당연히 이번에 잡혔다고 완전히 잡히는건 아닌만큼, 내 정체를 알 수 없게 하기위해 이 정도는 필수였다.
...물론, 이런다고 해도 이제는 거의 탈인간의 범주에 들어선 스타더스가 마음먹고 가면같은거 벗기려 하면 못막기에 약간 장난질도 해놓긴 했고.
그 외에도.
미리 녹음해놓은 녹음기를 비롯, 수많은 것들을 임시적으로 외투 안에 넣어두었다. 당연히 함부로 못뺐게 장난질을 해놓았고.
이 모든건, 내가 초능력자 빌런들의 재판과정을 자세히 알기에 가능한 일.
"다인오빠... 진짜 조심해야돼요?"
나는 내 옷깃을 붙잡고 날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하는 은월이에게, 걱정 말라고 웃으며 답했었다. 별 일 없을거라고.
하여튼 그렇게, 난 계획대로 잡혔고.
그렇게 지금, 협회 지하에 있는 임시 구치소. 카르케아스로 끌고가기 전 임시로 잡아두는 그곳에, 나는 수갑을 찬 채로 앉아있었다.
"..."
새하얀 벽으로 둘러쌓인, 정확히는 지하 가운데에 있는 작은 방, 4면이 유리로 둘러쌓인. 내게는 거울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남들은 밖에서 내가 보이는 그곳에서.
"....."
나는 홀로, 수상해보이는 미소를 지은채. 계속, 조용히. 가만히 홀로 앉아있을 뿐이였다.
특히 왜냐하면.
"...하아."
내 앞에, 나를 복잡한 눈길로 보고있는 스타더스가 계속해서 서있었기 때문이다.
"..."
"..."
'음...'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카르케아스로 바로 끌려갈 줄 알았지, 스타더스랑 이렇게 오래 마주보고 있을 거라곤 생각 못해서 지금 상황이 굉장히 당황스럽기는 했다.
그렇기에, 나는 더더욱 조용히 미소지으며 아무말도 하지않고 앉아만있을 뿐이였다.
사실 따지고보면 그녀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긴 할거다. 계속 잡힐듯 안잡힐듯 잘만 도망다니던 내가 갑자기 뜬금없이 도망갈 수 있을거같던 상황에서 잡혀버렸으니. 그런데도 내 에고스트림이 딱히 나서지도 않고있고.
물론 내가 그렇게까지 크게 신경 안쓴건, 초상능력을 가진 빌런들의 재판과정이 굉장히 빠른걸 알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초능력을 가진 빌런들을 제압했다고 쳐도, 현실적으로 이들을 오래 제압하고 있을 방법이 많지 않다. 나야 뭐 당해주는거니까 수갑끼고 얌전히 앉아있지, 다른 놈들이었으면 이미 난리 피웠을거라고. 이런 허접한 수갑따위로 능력이 억제되지도 않고.
그렇게 초능력을 가진 네임드 빌런. 그러니까 A급 이상의 협회 공식 빌런 네임이 붙은 빌런들이 잡힐 경우, 이들의 재판과정은 굉장히 약소하게 치뤄진다. 일단 재판장에 갈 수 있기는 커녕, 변호사도 선임할 수 없다는 소리. 심지어 재판을 자기들이 빌런 없는데서 따로 약식으로 하는동안 빌런은 먼저 카르케아스에 쳐박아 버린다.
그 이유는, 협회 등급이 붙은 네임드 빌런이라면 이미 테러를 저지른 놈이라 죄질이 억울할 일도 없이 명백하기도 하고... 애초에 초능력을 이용한 범죄에 대한 규정이 상당히 엄격하기도 해서 그런것. 애초에 이 세계의 사법은 대놓고 초능력 범죄에는 예외를 적용한다.
...그렇기에 나처럼 모두가 아는 네임드는, 곧바로 케르케아스에 직행할거라 생각한건데...
"...."
어째서인지, 난 왠 협회 심문소같은 곳에 몇시간째 대기하며 앉아 있었고.
이제는 스타더스까지 와서 나를 계속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내 앞에 있었다.
물론 난, 계속 입을 다문채 아무말도 안하고 싱글벙글 미소만 짓고 있기는 했지만.
'....쓰읍.'
곤란한건 곤란한거였다. 아니, 빨리 좀 갑시다.
...그렇게 난 그녀가 제발 말을 시키질 않기를 빌며, 계속 앉아있었다. 뭐 딱히 스몰토크 할만한것도 준비 안해놨단 말이야. 날 빨리 감방 보내줘...
"...야, 에고스틱."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내 바람은 들어지지 않았다.
하아, 쉽지 않구만.
그렇게 나는 스타더스의 시선을 회피해가며, 그녀가 떠나기까지 존버하며 시간을 끌었다.
...감옥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힘들었다...
***
협회 지하 임시 구치소.
그곳에서, 에고스틱의 심문을 마치고 나온 스타더스는 현재 마음속으로 깊은 한숨을 쉬고 있었다.
'...에고스틱, 대체 무슨 생각인거지?'
협회 지하, 연구소 겸 구치소.
탁 트인 넓은 지하 한가운데 있는 방안에 갇혀있는 에고스틱과, 그 주위를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는 협회 직원들 사이에서.
유리 너머로 보이는, 안에서 아까부터 조용히 미소만 지으며 앉아있는 에고스틱을 보며 그녀는 침음을 흘렸다.
'...분명, 무슨 생각이 있는건 확실한텐데.'
에고스틱 전문가인 그녀이기에 알 수 있었다. 분명 에고스틱이 아무 생각 없이 잡힌건 아닐거라는걸.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란걸.
그 대표적인 예시로, 처음에 잡았을 때 가면부터 떼어낼려 했더니 마법진 같은게 가면 주위로 빛나며 벗겨지지 않지 않나. 그래서 힘으로라도 떼어내야 될까라고 생각 했더니...
'아, 이 가면이 벗어지는 순간 저도 즉시 죽습니다.'
'...뭐?'
웃으면서, 그런 말도 안되는 말을 하던 그.
...물론 말도 안되는 소리란걸 알면서도, 일단 가만 두기로 한 그녀도 그녀였지만. 어쨌든..
하여튼 그렇게 복잡한 마음으로 방안에 있는 에고스틱을 밖에서 그녀가 바라보고 있었고.
그 주위에서, 협회 직원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네. 지금 구금 중입니다. 재판 결과는 대체 언제 나오나요?"
"아! 저희도 지금 대기중이라 잘 모릅니다. 하아, 잠시만요. 담당 부서로 연결을..."
무슨 전화같은걸 하며, 왔다갔다 하면서 컴퓨터를 두들기고 있는 그들.
"...그러니까, 시위 관련해서 저희에게 말을 하셔도...!"
특히 그중에서도 짜증섞인 목소리로 시위 관련해서 외치는 이들이 있었다.
그렇게 그걸 듣던 그녀는, 문득 휴대폰을 꺼내 포탈사이트 뉴스를 바라보았고.
[[속보]현재 한국 히어로 협회 앞 에고스틱 사면 시위 진행중...]
그제서야, 그녀는 밖의 지상에서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는걸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스타더스가 딱히 놀란건 아니였다. 애초에 그녀도 에고스틱 팬카페를 늘 눈팅하는 만큼, 그를 좋아하고 거의 신봉까지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건 알고 있었으니까.
좀 찾아보니 그나마 다행인건, 아직까지는 에고스틱의 팬인 사람들만 들고 일어나 규모 자체는 상대할만한 모양인 모양. 다만 지금 모든 언론사에서 이걸 보도하고 있어, 규모가 점차 커질 것같다는 예측이었다.
아마 에고스틱은 카르케아스로 곧 끌려갈거 같긴 한데...
'...이제 어쩌지.'
그렇게 협회 지하인 이곳도 개판, 바깥도 개판인 상황에서.
가운데 방의 책상 앞에 앉아있는 에고스틱을 멍하니 서서 바라보던 스타더스는.
문득, 자기도 모르게 생각했다.
"...잠깐만."
생각해보니, 이건 기회 아니야...?
지금 현재 에고스틱은 능력 억제 수갑을 차 순간이동도 못하는. 정확히는 수갑의 힘이 통해서 못하는건지 아니면 안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도망도 가지 않고있는 상황.
거기에 늘 그와 그녀가 둘이 있을때면 귀신같이 달려오는 에고스트림도 없어, 그는 지금 완벽하게 혼자였다.
그러니까.
능력도 못쓰고.
힘도 없는 에고스틱이.
그녀 앞에, 동료들 없이 홀로 손이 묶인 채 그 어느때보다 약한 모습으로 덩그러니 놓여져있는 상황.
'...어?'
그리고 그걸 깨달은 그녀는.
...정확히는, 그녀가 그한테 무슨 짓을 해도 막을 수가 있는 사람이 없다는걸 깨달은 그녀는.
두근. 두근.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뛰는걸 느꼈다.
...물론 협회 직원들이 주위에 보는 눈이 있기는 했지만,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가 물리면 되는거니까.
'...그래. 에고스틱이 지금 자의로 잡힌거던 뭐던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야.'
정확히는, 그가 지금까지 어떤 때보다 약해진 상태로 그녀의 앞에 있다는 상황.
그리고, 그녀는. 이런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여러분! 상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약식 재판 결과 나왔는데, 일단 에고스틱을 동부 카르케아스로 이송하라고 하네요!"
그렇게 전화로 위에서부터 내려온 지시를 받은 직원들이, 스타더스를 돌아보았고.
"휴우... 드디어. 일단 그렇게 합시다. 호위 보조는... 아무래도 스타더스씨한테 부탁하는게 맞겠죠. 저 스타더-."
...그리고 그런 그들이.
순간, 스타더스가 짓고있던 형형한 눈빛을 보고 말을 중간에 멈춘 그때.
스타더스는, 조용히 끄덕인 후 금발 머리를 휘날리며 수화기를 들고있던 직원 앞으로 다가온 뒤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협회장님한테 전하세요."
"뭘, 뭘요?"
"저도, 에고스틱 따라서 카르케아스까지 같이 가겠다고."
당연하겠지만.
그녀는, 에고스틱을 순순히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더이상 그녀에게, 에고스틱이 무슨 꿍꿍이를 가졌는지는 중요한게 아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