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99 - 마지막 준비
"절대 안돼요."
대한민국 유일 능력자 감옥, 카르케아스.
그곳에 잡혀 들어가 태양신의 괴수를 처리하고 오겠다는 내 계획은, 처음부터 큰 반대에 직면했다.
"제가 지금까지 다인씨가 뭘 하던간에 다 따랐었지만, 이건 아닌거 같아요 다인씨. 거기가 얼마나 위험한데요."
드물게 강경한 어조로, 내 눈을 마주치며 그렇게 말하는 수빈씨.
그 말 안에는 나에대한 걱정이 담겨있는걸 알기에, 나는 쉽사리 말을 꺼내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잠시 내가 침묵하는 동안, 옆에서 들려오는 동조하는 목소리들.
"맞아요 다인 오빠. 저도 그곳에 대한 소문을 들었는데, 한번 들어가면 못나온다고 하던데요..."
"...저도,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그래 야. 거기 들어갔다가 탈출 못하면 어쩌려고?"
모두가 날 말리는 상황속에서, 나는 일단 조용히 듣고있었다. 아니, 대체 다들 카르케아스를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거기도 나름 사람 사는 곳이라고. 그 사람들이 다 역대급 빌런들이라 그렇지...
"...제가, 해킹 조금만 더 잘했으면..."
참고로, 이중 제일 큰 문제는 서은이였다.
내가 카르케아스에 그렇게 위험한 방식으로 들어간다고 하니, 그곳을 뚫어내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하기 시작했던 것.
그러는걸 말리려고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다시 또 저러는 모습이였다. 아이고, 두야... 특히 다 큰 애가 저러고 있으니 답답한 심정이랄까.
특히 아리엘은, 어디서 커다란 사진을 들고와서 내게 울먹이며 들이밀었다.
"이런 곳에 들어가시겠다고요? 믿을 수 없어요!"
...그 사진에 찍힌건, 음침하고 거대한 카르케아스의 모습.
안개가 자욱히 낀 어두운 망망대해 위에, 만들었는지 몇백년은 된 것같은 거대한 회색빛 고성이 음산하게 홀로 세워져있는 카르케아스의 모습이였다.
...사진만봐도 뭔가 들어가면 큰일날 것같은 느낌.
물론 겁주려고 겉만 저러지 안은 초능력자들을 제어하기 위해 최신식 설비로 무장했다만, 그거까진 모르는 이들이었다.
"어쨌든, 다인씨. 이것만은 절대로 안돼요."
물론 위험하다는건 변함이 없기에, 다들 반대하는 상황.
...그러나, 어차피 또 변하지 않는 사실은 언젠간 결국 내가 저곳에 들어가서 놈을 족쳐야 한다는 것이였다. 그리고 그 시기는 빠를수록 좋고.
그렇기에 난, 본격적으로 설득을 시작했다.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라니까. 이번만 위험한거 하는거고, 앞으로는 괜찮을거야."
물론 내 그런 말에도, 어쩐지 차가운 반응.
그렇기에 나는 이쯤에서 화제를 전환할만한 말을 던지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것만 성공하면, 은퇴를 훨씬 더 앞당길 수 있을 것같아."
나는 그렇게 조심스럽게 화두를 던졌고.
그리고 그러자, 즉시 반응이 왔다.
"은퇴요..?"
바로 아까부터 벽에 기대 중얼중얼 자책하는 말만 거리던 서은이가, 고개를 돌려 처음으로 반응을 보인 것.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곧장 말을 이었다.
"그래. 은퇴. 나도 이제 빌런활동 오래했으니 좀 쉬어야지."
그리고 그 말은 거짓말이 아니였다.
...사실, 은퇴자체는 월광교를 족친 그날부터 계속 생각하고 있기는 했다.
다만 이 세계에 처음 떨어졌을 때도 그랬고, 이번 전까지만 해도 은퇴는 3페이즈 막바지. 그러니까 4페이즈 시작 전에 할 생각이었다. 갈땐 가더라도 3페이즈 최종 보스는 잡고 갈 생각이였으니까.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내 생각보다 내 인지도 자체가 훨씬 빨리 올랐고, 에고스트림의 결성도. 그리고 스타더스의 성장또한 계획보다 훨씬 잘 진행된 것. 그런즉슨 이번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 인플레스를 죽이고 나면 상당히 할 일도 줄어든다는 소리다.
그리고. 제일 큰 이유는...
"그럼 오빠, 더이상 스타더스도 볼 필요 없다는거죠?"
"...응, 그렇지."
다름 아닌 스타더스였다.
...최근들어, 스타더스를 볼때마다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 그리고 그런 그녀가 내게 보이는 반응이 뭔 의미가 있는게 아닐까... 생각하던 나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드디어 미쳐서, 스타더스의 행동을 내 멋대로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그렇기에 더 큰일이 나기전에, 스타더스와 엮이는걸 멈추는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에고스트림도 있는 마당에, 내가 굳이 테러를 계속 직접해야할 이유는 없으니까. 스타더스도 이미 꽤나 성장했기도 했고. 나도 지쳤고.
하여튼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앞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여전히 내키지 않는다는 서은이의 목소리.
쓰읍. 더 열심히 말해봐야겠구만.
"서은아, 수빈씨. 들어보세요..."
그렇게 그뒤로 내 설득이 이어졌다. 대충 이번에만 하고 더이상 위험한 일은 안할거라는 내용과, 이미 계획을 거의 짜놨기에 괜찮다는 이야기.
그런식으로 오래 말한 결과.
"...알았어요. 이런 위험한 일은, 진짜 이번이 마지막인거예요?"
결국 수빈씨의 걱정어린 한숨과 함께, 나는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대체 왜 내가 감방 들어가겠다는건데 허락을 받는지는 미스터리였지만, 한두번도 아니니 그러려니 했다.
어차피 반대한다고 내가 포기한 적도 없으니까.
모두를 위한 최선의 결과를 향해서라면, 과정이 어떻든간에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다.
나는 그렇게, 조용히 생각했다.
그나마 은퇴얘기를 꺼내 앞으로는 이렇게까지 위험부담 있는 일을 안하겠다고 말한게 모두를 진정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았다.
'...바로 은퇴한다는건 아니지만.'
이 일 끝나고도 할 일이 상당히 남아있고, 은퇴 후에도 해야할 일이 많았지만... 그런 말은 굳이 하지 않기로 했다.
***
그렇게 카르케아스 침입 작전이 확정된 이후, 나는 본격적으로 계획에 착수했다.
내 목표를 정리하자면 굉장히 단순한 작전.
첫번째. 테러를 일으킨 후 스타더스에게 일부러 잡힌다. 두번째. 그렇게 능력자 감옥 카르케아스에 들어간 뒤, 그 안에서 소원을 비는 자. 인플레스와 접촉한 후 제거한다. 세번째, 탈주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간단한 계획같지만, 문제는 어떻게 들어가냐와 어떻게 나오냐. 그리고 어떻게 제거하냐.
애초에 즉석에서 만들어진 계획인만큼, 이를 실제 실행으로 옮기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역시 서은이도 도와주고, 하나하나 차근차근하니 어느정도 윤곽이 잡혀갔다.
특히, 진지한 표정으로 하던 수빈씨의 말.
"다인씨. 대외적으로는 스타더스에게 붙잡힐거라고 하셨죠?"
"네."
"그럼 지금 해외에 있는 다인씨 동료분들에게는 말씀 드렸어요?"
"엄... 아니요?"
"빨리 하세요."
그렇게 단호하게 말하는 수빈씨의 말에, 나는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들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어차피 며칠 안있다가 바로 탈주할텐데 무슨 상관이겠나. 라는게 나의 생각이었지만... 수빈씨가 보채는 바람에 어쩔 수없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난 나와 친분이 있는, 동맹관계에 있는 모두와 통화를 했고.
[하하하하! 알겠네, 내 명심하지! 이거, 잘못했으면 한국을 쳐들어갈뻔했구만!]
[...미리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인씨. 몰랐으면 그대로 수용소로 침공을 들어갈 뻔했네요, 후후.]
[흐음, 알겠습니다. 앞으로도 혹시 이런 일을 일으키실꺼면 꼭 알려주시길. 그에따라 계획을 짜야하니까요.]
...꽤나 살벌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아니, 아틀라스한테는 미리 말할 생각이였기는 한데... 다른 둘도 이럴줄은 몰랐다. 어차피 단 며칠인데?
하여튼, 그런 식으로 계획은 착착 진행됐고.
"오빠, 탈옥쪽은 걱정하지 마요. 이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을거같아요."
"정말?"
"네. 감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의 문제가 정체를 들키지 않은 상태로 침입하는거라 어려운 거였는데, 반대로 나오는건 이미 신분이 노출된 상태일 테고 탈출만 하면 되는거니까... 더 쉽죠."
그렇게 쉽다고 말하면서도, 어쩐지 눈에 다크서클이 가득해보이는 서은이에게 나는 미안한 마음을 느끼면서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어쨌든 이후 이설아와도 추가적인 내용을 하고, 테러를 무엇을 할지도 협의를 해가며 마침내 테러를 일으킬 날짜를 잡았다.
그리고 마침내, 계획이 어느정도 잡힌 이후.
나는 서은이를 조용히 내 방으로 불러, 공책 한권을 쥐어주었다.
"서은아, 이거 가지고 있어."
"이게 뭔데요?"
그렇게 받자마자 열어보려는 서은이였지만, 낑낑거려도 열리지 않는 일기의 모습에 서은이가 의아하게 보던 그때.
나는 담담하게,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걸, 내가 돌아오면 나에게 건네줘. 알았지?"
"...네? 뭐, 알았어요. 근데 이게 뭔데요?"
궁금하다는 듯 나를 올려다보며 말하는 서은이에게, 나는 뒷말을 삼켰다.
내가 서은이에게 건내준건, 나만 열 수 있게 봉인을 해둔 일기.
내가 이 세계에 떨어진 이후, 이때까지의 일들을 쭉 정리해놓은 일기고...
이번을 위해 지금까지 준비한, 놈을 상대한 뒤 멀쩡히 돌아올 수 있는 유일한 열쇠다.
"...나중에 알려줄게. 일단 가지고는 있어. 알았지?"
"...네."
그렇게 아직도 의아하게 일기를 내려다보고 있는 서은이에게, 나는 뒷말을 덧붙였다.
"아 그리고. 혹시 내가 기억을 잃은 상태로 돌아와도 너무 놀라지는 말고."
"...네? 그게 대체 뭔소리예요?"
이제는 거의 황당함을 느끼고 있는 것같은 서은이를 뒤로하고, 나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좋아.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실전의 시간이다.
나는 그렇게 주머니에 넣어둔, 이번 이벤트를 위해 준비해놓은 장치를 만지작거리며 그런 각오를 다졌다.
자, 한번 해보자.
3페이즈 조기 졸업을 위한 이벤트를.
***
그리고 그시각.
"음... 일단 좀 적극적으로? 다가가는게 어떨까?"
"적극적으로?"
유성그룹 꼭대기에서, 이설아는 자신의 친구 신하루. 스타더스에게 연애 상담을 해주며 홀로 조용히 허탈한 마음으로 의문을 품고 있었다.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걸까..?
에고스틱이 테러를 일으키기까지, 며칠 전의 일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