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92화 (292/328)

Chapter 296 - 연애상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부산에서, 에고스틱이 스타더스를 속이고 아리엘을 들고 탈주한 이후.

"에고스틱....!"

며칠동안 분노에 빠졌던 스타더스는, 이내 시간이 좀 지나서 침착함을 되찾은 뒤에 생각에 빠졌다.

"하아..."

...그래, 화내서 뭐해. 어차피 에고스틱도 어쩔 수 없던거였겠지, 응. 그 상황에선 붙잡히긴 싫었을테니까.

그래도 그녀를 그렇게... 속이고 도망친건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그보다는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에고스틱의 주위에, 또 다른 여자가 붙었다는 것.

'...전, 전 두번째여도 괜찮아요!'

"하아..."

그게 뭔소리야.

그럼 일단은, 이어지고는 싶다는 소리잖아.

사실 어느정도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직접 들으니 꽤나 충격이었다. 아마 에고스틱 곁에 머무는 다른 여자들도, 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겠지. 그리고 에고스틱은... 그런 여자들과 한 집에서 같이 살고있고.

"......."

그런 생각을 하니 어째서인지 속이 더 끓는 그녀.

...물론, 그를 좋아해서 그런 생각을 하는건! 결코 아니였다. 그저 에고스틱 주위에 여자가 생기면, 음, 히어로인 자신한테 신경쓸 시간이 줄어드니까 그런거다. 그래, 그런거지...

"...하아."

...그런거치고는 에고가 다른 여자와 자신처럼 손 잡고 하하호호 웃는다 생각하니 가슴 한쪽이 욱신거리는 기분이였지만, 그녀는 애써 스스로의 생각을 피했다.

"....."

그렇게 그날 저녁.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스타더스는, 책상에 앉아 팔을 받히고 한숨을 쉬고 있었다.

...사실, 그녀가 자기도 모르게 하고있는 걱정은 에고스틱이 그러고 있어도 자신은 뭘 할 수가 없다는거였다. 특히 그들은 다함께 에고스틱을 어떻게 할까 하고 있을텐데, 자신은 이렇게 혼자 고민하는거 말고는...

"..."

월광교 테러 이후, 에고스틱이 빌런일지언정 나쁜 놈은 아니라는 완전한 판단이 든 이후. 더이상 무의식적으로 에고스틱에게 다가가는 것에 어떠한 거리낌도 없어진 그녀였지만... 문제는 뭘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것. 애초에 그녀는 히어로고 그는 빌런이니까...

그런 식으로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을 이어나가던 그녀는, 괜히 한숨을 쉬며 마우스를 만지고는 앞에 있는 노트북이나 켰다. 좀 머리를 식히기 위해. ...이런 생각 계속 해봤자 스트레스나 받지, 응.

그렇게 인터넷 포탈 사이트를 괜히 뒤적이던 그녀는, 자신의 얼굴이 달린 뉴스 기사를 보고는 살짝 멈칫했다.

[[특집]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S급 히어로 스타더스, 그녀에 대해서.]

뭐라고 하고 있을지 궁금한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글을 클릭해본 그녀.

그렇게 어딘가를 보며 서있는 자신의 모습이 찍힌 사진 아래로, 글에는 스타더스로써 그녀가 이룬 업적들과 그녀를 마구마구 칭송하는 말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사실 에고스틱 팬카페에 오래 상주한 덕에 이제 이런 과도한 찬양에도 꽤나 익숙해진 그녀여서, 스크롤을 빠르게 내렸지만.

그중 기사에 쓰여진 한문장이, 그녀의 눈을 사로잡았다.

[스타더스는 아마 자나깨나 나라 걱정만을 하고 있을것이 분명하다. 아마 독자님들이 이 기사를 읽고있는 순간에도, 히어로인 그녀는 어떻게해야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지만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

...지금까지 그런 것보다는 어떻게하면 에고스틱이랑 더... 관계를 전진시킬 수 있을지만을 고민하고 있던 그녀는 살짝 양심이 찔리는걸 느꼈지만, 생각해보니 에고스틱도 빌런이니까 그를 생각하는 것도 나라를 지키는것의 한종류라고 결론 내리기로 했다.

그렇게 괜히 더 찔리기전에 빠르게 그 기사를 내린 그녀에 이목을 끈 건, 또 다른 제목의 기사.

그건 바로, 파도를 얼리고있는 아이시클의 모습이 찍혀있는 기사였다.

[A급 히어로 아이시클, 바다를 얼어붙이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그녀가 보여준 놀라운 저력!]

"맞다, 설아..."

그렇게 중얼거리며 기사를 클릭해 보던 그녀.

그러자 기사에 쭉 나온건, 아이시클이 상당히 대단한 일을 했고 꽤 강해진거 같다는 기사였다. 특히 부산쪽 바다를 전부 얼어붙인 것의 임팩트가 커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남해빙녀라는 별명도 붙었다고...

그 글을 읽으며, 신하루는 자신의 기사를 읽었을때랑은 다르게 조용히 미소지었다. 친구의 성장은, 그녀에게 있어서도 기쁨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러던 그녀는.

"....."

문득 어떤 장면을 떠올리고는, 얼굴이 굳었다.

...정확히는 저번 부산에서 에고스틱한테 씨익 미소지으며 팔을 뻗고 손을 잡고있던 설아의 모습.

설마 아니겠지만, 은근히 에고스틱이랑 무언가 있는것처럼 느껴지던 그녀의 모습이...

스타더스에게는, 꽤나 큰 불안감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러던 그때, 그녀의 머리를 스친 생각.

"...그래."

아까 전에 에고스트림 때문에 걱정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녀에게도 고민을 나눌 친구가 있었다.

이설아.

그녀의 가장 오래된, 절친한 친구이자 같은 히어로 아닌가.

그러니까... 그녀에게 에고스틱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자신의 고민을 해도 되는게 아닐까?

...그리고.

그녀에게 부탁하는, 하나의 이유가 더 있었다.

'...설아에게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알려야지.'

그렇게 차분한 표정으로, 스타더스는 조용히 생각했다.

'에고스틱은.'

내꺼라는걸.

"...어 설아야. 통화가능해? 응, 잠깐 만날 수 있을까?"

***

그렇게 다시 현재.

"나. 에고스틱이랑 더 친해지고 싶다고.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카페 안.

오랜만에 자신을 찾아온 친구 하루가, 커피를 든 채 담담히 말하는 그 말을 듣고, 이설아는 속으로 온갖 생각을 다 하고 있었다.

첫번째는 분명 스타더스와 거리조절을 하고있다고 했던 에고스틱의 말과는 다르게, 스타더스가 돌진을 하고 있다는 것.

두번째는.

'...그런데, 하루가 나한테 이렇게 대놓고 말한다는 소리는...'

...에이 설마, 아니겠지...?

그런 생각을 속으로 조용히 하면서도, 이설아는 하루에게 아무것도 모르는 척 슬쩍 물었다.

"그런데 하루야, 에고스틱은 빌런 아니야...? 걔랑 친해지고 싶다니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거기까지 말한 이설아는, 약간 기대했다. 아마 여기서 스타더스가 무언가의 부정을 하던가, 아니면 자신이 무슨 말을 한건지 부끄러워하던가하는 반응을 보여주지 않을까라고.

그러나, 그런 그녀의 예상과는 다르게.

"어. 계속 보다보니까 에고스틱이 꼭 나쁜 사람은 아닌거 같아서. 친해져서 더 알아보고 싶네."

너무나도 차분하게.

...히어로가, S급 빌런이 나쁜 사람이 아닌거 같아서 친해지고 싶다는 말을 하는걸 듣고는.

이설아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을 뻔했다.

'...다인씨...!!!'

거리조절은 커녕, 지금 스타더스가 완전히 브레이크가 풀렸잖아요..!

이설아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지금이 꽤 위험한 상황이란걸.

에고스틱은 분명 스타더스가 자신을 싫어할거라고 굳게 믿고있어 보이는 상황. 그리고 그런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미 스타더스는 에고스틱에게 빠진 상태인 것 같았다. 지금 하루 눈이 너무 고요해서 무서울 지경. 거의 눈이 돌아갔다.

특히 자신에게 저렇게 대놓고 말할 정도면, 이미 거의 끝났다고 봐야할 지경이었다. 말만 안하지, 이미 대놓고 나 에고스틱 좋아해라고 말하고 있는거랑 똑같은걸... 아직 스스로의 마음을 완전히 눈치채지 못한 것 같기는 했지만.

"그러니까... 설아야, 넌 내 친구잖아. 도와줄 수 있어? 내가 그와 가까워지도록?"

그리고 이설아가 그렇게 복답한 생각을 하고있던 그때.

컵을 내려놓은 채 자신쪽으로 머리를 가까이한 채 그렇게 말하는 스타더스를 보며.

이설아는, 자신에게 선택의 순간이 왔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순간.

"...."

천재 사업가로써의 이설아의 머리가, 재빨리 돌아가기 시작했다.

에고스틱이 만든 빌런연합 에고스트림. 그리고 그곳에 소속된 그의 동료인 수많은 여자들.

누가봐도, 그녀들 대다수가 그를 좋아하고 있는 것 같다는건 명백한 사실이였다.

그리고 그들은 에고스틱과 함께 같은 집에 살며, 강력한 카르텔을 구축하고 있고. 끈끈하게.

이는 예전에 그녀가 에고스틱네 집을 방문했을때 자신을 경계하던 그녀들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갖은 노력으로 어느정도 친해졌지만... 여전히 자기들끼리 뭉칠수도 있다는 위험은 남아있었다. 에고스틱과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며 함께있는 완전 적폐세력 그 자체.

...그러나, 한가지 변수가 있었다.

바로 에고스틱은 스타더스를 제외한 다른 여자들에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그러니.

차라리, 하루랑 협력해서.

'...에고스틱과 하루를 먼저 이으면...?'

그녀가 하루랑 친하니까, 여차저차 같이 뭉쳐서.

히어로 대 빌런으로, 에고스트림이라는 거대한 적폐 세력에 대항하는게 맞는게 아닐까?

"....."

...에고스트림이 에고스틱과 붙어있는 시간이 많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그들을 적폐로 모는 것부터 이미 논리의 오류가 많은 주장이었지만, 이설아는 여기까지는 눈치채지 못했다.

물론 다른 선택지로 에고스틱한테 '하루가 다인씨 좋아하는거 같아요...!'라고 이실직고하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누가봐도 지금 둘 사이를 제 3자가 건들이는건 좋지 못해보이는 일.

'...그래.'

"알았어, 하루야. 나도 같이 고민해볼게."

"...정말?"

"응, 넌 내 친구인걸."

이설아는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웃었다.

그래. 말 그대로, 사실 잘 내색은 안하지만. 이설아에게도 있어서 가장 소중한 친구는 하루였기에.

그녀는, 스타더스를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참고로 그녀는, 친구끼린 좋은 건 나눠 가지는 거라고 알고 있었다.

'...법을 바꿔야하나.'

***

"....흠?"

그시각.

카르케아스에 대해 알아보며 일하고 있던 나는, 오랜만에 갑자기 느껴지는 불길한 기분에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이 이상한 기분은.

또 누가 수상한 작전이라도 짜는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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