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94 - 대시
부산 앞 바다 위.
그곳의 거대한 물방울로 이루어진 벽 안에서.
스타더스는, 아리엘을 데리고 가겠다고 하고있는 에고스틱을 불편한 얼굴로 째려보고 있었다.
빌런조직 라티스가 갑자기 부산에 테러를 일으켰다기에 내려온 그녀.
그리고 그런 그녀가 알게된 테러의 진실은, 참으로 단순했다.
...저 아리엘이라는 여자가, 에고스틱이랑 함께하고 싶어서. 에고스틱의 관심을 끌려고 그랬던 것.
들어보니 처음부터 저 둘은 아는 사이였고, 아리엘이라는 여자가 에고스틱의 빌런조직 에고스트림에 들어가겠다고 한걸 그가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결과가 저 여자의 테러고.
그러니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또 다른 여자가 에고스틱이 옆에 있겠다고 나온 것이고.
그리고 이 상황이.
"...둘이 아는 사인가봐? 그보다, 집?"
스타더스는,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팔짱을 낀 채, 차가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그녀.
에고스틱의 곁에 또다른 여자가 늘어난다는 사실이. 그가 집에서 다른 여자와 함께 지낸다는 사실이 어째서 그녀를 불편하게 하는 것일까. 분명 에고스틱과 자신은 아무 사이도 아닐텐데...
'...아니지.'
그런 생각을 하던 그녀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아무 사이가 아니지 않다. 그와 그녀는, 히어로와 빌런이라는. 서로의 숙적이라는 관계로 묶여있는 관계.
그리고 그가 말했지 않나. 그에게는 자신이 소중하다고...
그러니까.
이런 감정을 느껴도, 전혀 이상한게 아니다.
그리고 빌런이 새로운 빌런을 영입하려고 하는 이때, 당연히 히어로로써 분노할 수 있지.
...사실, 오직 그 이유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렇게 욱한 마음에, 스타더스는 당황하고 있는 에고스틱을 향해 여전히 차가워진 얼굴로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려던 그때.
"스타더스씨."
갑자기.
에고스틱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응?"
허공 위에서, 자신을 향해 갑자기 다가오는 그.
...뭐지? 하며 의문을 갖기도 전에 성큼성큼 거침없이 그녀의 쪽으로 다가오는 그에게, 스타더스는 당황했고.
그렇게 어느세 스타더스가 더 생각을 이어나기도 전에, 에고스틱은 스타더스의 코앞에 서있었다.
"...뭐, 뭐야?"
그렇게 팔짱을 낀 채 애써 차가운 얼굴로 에고스틱을 올려다보는 그녀였지만, 속으로는 극심히 당황한 채였다.
그리고 그런 스타더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로 숨이 닿을 정도의 코앞에 선 에고스틱은, 스타더스의 눈을 보며 말했다.
"스타더스씨. 제가 사실 스타더스씨를 그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하시는거 아시죠?"
"...응?"
바다 위까지 비를 맞으며 오느라 서로 젖어있는 상태에서.
머리카락이 살짝 막 씻고 나온 것처럼 약간 물기가 반사돼 빛나는 그 모습으로, 에고스틱은 조용히 미소지으며 말했다.
"늘 다른 사람들을 먼저 위할정도로 선한 당신의 모습을 보며, 제가 한순간도 당신을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누구보다 아름다우시기도 하고요."
"...잠깐,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사실... 그래서, 여기서 하고싶지는 않았지만, 스타더스씨께 하고싶은 말이 있습니다."
갑자기 들이닥치는 에고스틱의 말들.
뜬금없는 분위기 전개에 휘말린 그녀는, 그전까지 아리엘에 대해 분노하던건 잊고 지금 일어나는 상황에 눈이 핑핑 돌 지경이 되었다. 아니, 지금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보는 사람도 있는데.
실제로 저 앞에 푸른 머리를 한 아리엘이 부끄러운 듯 붉어진 얼굴로 얼굴을 가린채 이쪽을 보고 있었다.
"...전, 전 두번째여도 괜찮아요!"
쟨 또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그렇게 갑자기 뜬금없는 상황전개에 스타더스가 자신도 같이 붉어진 얼굴로 당황하는 사이.
갑자기 에고스틱이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고.
"스타더스씨."
"으, 응?"
그렇게 스타더스가, 손을 붙잡힌 채 진지한 얼굴의 에고스틱을 보자 순간 상황파악이 안돼 에고스틱을 붙잡을 생각도 못하던 그순간.
"죄송합니다."
"...응?"
그 말과 함께.
눈앞의 에고스틱의 모습이 순간 번쩍하고 사라지더니.
이내 아리엘 뒤쪽에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졌다. 그녀와 함께.
그렇게, 그곳을 이루고있던 물의 구도 전부 힘을 잃고 사라졌고.
쏴아아.
"......."
그렇게 홀로 남은 스타더스는, 자신의 손을 조용히 보다가 중얼거렸다.
"...하?"
그렇다.
에고스틱은 그렇게 튀었고.
테러는, 사상자 없이 끝이 났다.
...상황파악을 못하고있는 스타더스만 남긴채.
***
[속보)))부산 테러 상황 종료]
에고스틱이 테러 일으킨 애 들고 튄 듯?
하여튼 오늘도 S급 히어로 망고스틱 냥냥하게 1승ㅋㅋㅋㅋㅋㄱ
=[댓글]=
[대 망 고]
[이제는 ㄹㅇ 걍 일상임ㅋㅋㅋㅋㅋ]
[대한민국은<<이새낀 걍 에고스틱 없으면 돌아가질 않음ㅋㅋㅋㅋ]
ㄴ[ㄹㅇㅋㅋ]
ㄴ[에고스틱 없었으면 대한민국은 커녕 세계가 이미 월광교선에서 컷이긴 했음ㅋㅋㅋ]
ㄴ[그냥 망고 <- 종신빌런 해야함 ㄹㅇㅋㅋ]
[소신발언)부산지킨거까지는 좋은데 방송 안킨거 킹받는 망붕이면 개추ㅋㅋㅋㅋㅋ]
ㄴ[ㄹㅇㅋㅋㅋㅋㅋㅋㅋ]
ㄴ[개추를 벅벅]
ㄴ[ㄹㅇ 아니 시발 에고랑 별먼지랑 이번 테러 일으킨 푸른 머리 여자랑 뭔 일이 있던거냐고ㅋㅋㅋ]
ㄴ[망고는... 3자대면 영상을 풀어라!]
[그래서 어떻게 된거임? 상황정리좀 해줄사람?]
ㄴ[1. 라티스라는 여자가 테러를 일으킴 2. 그걸 에고스틱이 데리고가서 끝남]
ㄴ[ㄹㅇ? 그 여자는 어떻게 된거임 그럼?]
ㄴ[어떻게되긴 망붕이들의 바다망고 커플링으로 끝나겠지 ㅅㅂㅋㅋㅋ]
ㄴ[아ㅋㅋㅋ]
*
부산에서 아리엘의 테러를 끝낸 이후.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은월이의 도움으로 무사히 돌아온 나는.
아리엘과 소파에 마주앉아 있었다.
"...아리엘?"
"네 오빠?"
"하아..."
벌써 시간이 꽤 지나서인지, 해가 지고있는 바깥의 풍경.
그렇게 노을이 비춰 들어오는 거실에서, 나는 한숨을 쉬며 아리엘을 바라보고 있었다.
"...집에 돌아가야지?"
"......싫어요."
에메랄드 빛으로 빛나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하는 아리엘.
그런 그녀의 고집스러운 반응에 나는 한숨을 쉬며, 그녀가 돌아가야만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나조차도 아리엘이 나와 함께있으면 좋긴했다.
일단 이번 테러로 능력이 입증된, 강력한. 거의 S급 히어로에 버금갈 정도로 강한 물 조종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당연히 전력에 큰 도움이 되겠지.
그러나 문제가 있다면.
"아버지가 걱정하시겠니 안하시겠니."
그래.
바로 그녀가, 아틀라스의 딸이었다는 점이였다.
아틀라스가 누군가. 전세계 최상위 S급 능력자이자 나의 든든한 후견인아닌가. 그런 그의 딸이 그와 떨어져 머나먼 한국에서 내 옆에 있는걸 그가 허락할리가 없지.
...라고, 생각했었다.
[...딸이 거기 있고싶다고 했다고. 하아, 에고스틱, 자네는 괜찮나?]
"...네? 아틀라스씨, 반대하시지 않으시나요?"
[하하, 자네 곁에 있겠다고하면 걱정할거 없지. 다른 사람을 다 못믿어도 자네가 누구인데, 하하! 오히려 세상경험도 하고 나쁘지않다고 보네.]
"...음."
...너무 나를 과하게 신뢰하시는거 아닌가?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그러려니 했다. 아틀라스씨는 늘 그랬으니까.
[...참고로, 아리엘에게 전해주게. 한번더 이렇게 말도안하고 내 부하들 데리고 가출을 했다가는, 가만 안냅둘거라 말이야.]
"하하, 예..."
어쨌든 그렇게 아틀라스이 살벌한 경고를 끝으로, 우리는 몇마디 더 놔눴고.
그렇게 아틀라스마저 허락한다면 딱히 더 거절할 이유도 없던 나는, 끝내 아리엘을 우리 에고스트림에 들이기로 결정했다.
[큼. 자네에게 폐만 끼치는거같아 미안하네. 다음에 같이 오면 내 거하게 한상 차려주지. 아무쪼록 내 딸을 잘 부탁한다네 그려, 하하!]
하여튼 그렇게, [...이러다가 나중에는 사위라고 부르겠구먼, 하하!]라는 아틀라스의 받아주기 어려운 농담을 끝으로 전화는 끝났고.
"...그래. 알았어, 아리엘. 오늘부터 우리랑 같이 살자."
"진짜요?"
에메랄드빛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기뻐하는 아리엘의 모습을 끝으로.
그녀는 우리 에고스트림의 열번째 멤버가 되었다.
그렇게 그 이후, 나는 거실저편에서 우리의 모습을 흥미롭게 보고있던 에고스트림 멤버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그녀를 소개시켜줬고.
"안녕하세요, 아리엘입니다!"
"응. 반가워."
수빈씨와 은월이를 비롯해 다들 따뜻하게 웃어주며 새로운 식구인 그녀를 반겨주었다.
서자영같은 경우도 '다인아, 또 새로운 여자를 꼬셨느냐.' 이러며 재밌다는듯 지나갔고.
"하아... 경쟁자가 또..."
...물론 우리 서은이같은 경우는 뭔가 떫떠름한 반응을 보였지만.
"아! 서은씨가 그 유명한 천재해커 사우스실버 맞으시죠? 에고스틱씨의 첫 테러부터 함께하셨다던!"
"으, 응?"
서은이를 보더니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다가가더니, 그녀를 선망하는 눈으로 보며 손을 꼭 붙잡는 아리엘을 보고는 순간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 정말 팬이였어요! 에고스트림의 근본중의 근본! 서은씨가 에고스트림의 해킹 전부를 책임지시죠? 그리고 와, 실물이 더 귀여우신거같아요."
"...에헤헤, 그래?"
...웃으며 그녀를 향해 칭찬폭격을 날리는 아리엘에게, 그새 넘어가버렸다.
음. 아리엘은 적응 잘 할거같네.
하여튼 그런 식으로, 그날 하루는 정신없이 지나갔고.
그렇게 그날 밤.
아리엘에게 새로운 침대방을 안내해주고, 겨우 내 방에 돌아와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된 나는.
침대에 앉아, 오늘 있었던 일을 이제서야 다시 회상해봤다.
아리엘을 막으러 부산까지 내려간 이후부터, 그곳에서 아이시클을 만나고 그녀를 성장시키기까지.
그리고 스타더스를 만나.
'같이가.'
...벽쿵도 당해보고.
아리엘을 데리고 도망가기 전, 뭔가 이대로가면 잡힐거같다는 기분에 순간적으로 스타더스에게 다가가 당황시킨 뒤 튀었었다.
"...."
...뭔가 스타더스를 다시 만나면 좆될거같은 기분이 들긴 하지만, 아무튼. 난 그것말고도 다른 생각을 하고있었다.
당연히 아닐거라고 생각하지만... 어째서인지, 최근 들어 드는 이상한 생각.
'...설마, 스타더스가 나를.'
...
에이. 아니겠지.
그럴리가 있나. 내가 또 자의식과잉 생각을 하는거겠지. 그럼.
그런 생각을 하며 침대에 누워서도.
"...."
나는, 그날 쉽사리 잠에들지 못했다.
...단순히 스타더스를 속인 후폭풍이 두려워서인것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