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92 - 벽 쿵
스타더스.
그녀는 부산에 커다란 테러가 일어났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즉시 몸을 날려 그곳으로 향했다.
이미 저번 월광교 사태와, 에고스틱의 미사일 뺑뺑이를 통해 비행속도가 전보다 훨씬 빨라졌기에 가능했던 일.
그렇게 부산을 지키기 위해...
'본 테러는 북대서양 빌런단체인 라티스가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며...'
그리고, 이 테러를 에고스틱과 친해 한국에는 테러를 안히기로 약속했다던 라티스가 일으킨 것이기에.
...분명, 에고스틱이 올거라 생각했기에.
그녀는 빠르게 날아 부산까지 도착하는데 성공했고.
그리고 그런 그녀가 보게 된 것은.
"...?"
하얗게 얼어붙은 부산의 앞 바다였다.
파도치는 그대로, 쓰나미마저 전부 얼어붙어 펼쳐져있는 몽환적인 광경.
...뭐야. 설아가 역시 평소에 능력을 별로 안써서 그렇지, 한다면 할 수 있잖아.
그렇게 그녀가 자기도 모르게 친구에 대한 뿌듯함으로 차기도 전에.
스타더스의 좋은 눈은, 자기도 모르게 한 광경을 봐버렸다.
"...어라?"
거대한 얼음 파도 앞 얼어붙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에고스틱이 웃으며, 쓰러진 아이시클에게 손을 건내 그녀를 일으켜주는 장면을.
...뭐지, 둘이 대체 언제 저렇게 친해진거야.
물론 히어로랑 빌런이 친하다는건 말이 안되는 소리였지만, 애초에 스타더스 그녀와 에고스틱의 관계를 생각하면 영 말이안되진 않는 소리였다.
거기에 생각해보면, 예전에 에고스틱이 부산까지 내려가 설아를 상대로 테러했던 적도 있었고...
...심지어, 에고스틱이 이제부터는 아이시클이 그의 아치에너미라고 선언하는 꿈까지 꾼 적 있는 그녀였기에.
"...."
스타더스는 순간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몸이 굳었다.
이미 아이시클이 에고스틱을 뺏고 호호호 웃는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진지 오래.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그 광경을 보며 그런 불길한 생각을 이어나가던 그때.
"....아."
고개를 돌린 에고스틱과, 그녀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설아또한 고개를 돌려 스타더스와 눈이 마주쳤고. 순간 움찔하는 이설아의 모습을 스타더스는 볼 수 있었다.
...왜 움찔하는거지?
그렇게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 에고스틱이 먼저 그녀에게 팔을 흔드는게 빨랐다.
그렇게 저 둘이 함께있고, 스타더스 그녀는 떨어져있는 상황.
여전히 웃으면서 그녀에게 손을 흔드는 에고스틱의 모습은...역시나 히어로를 본 빌런이 하기에는 너무나도 친근한 반응이였으나, 그런게 나쁘진 않았기에 일단 스타더스는 그 둘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그렇게 자신이 옴에도 도망가지 않고 가만히 서있는 에고스틱을 보며.
그의 앞 얼어붙은 바다에 착지한 스타더스는, 서로 말이 들릴 정도로 가까이 가서야 입을 열어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 뭐하고 있는거냐...?"
약간 낮은 목소리로, 아이시클을 힐끔 보며 그렇게 말하는 스타더스.
"어, 스타더스씨. 오셨어요?"
그리고 에고스틱은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답했다. 마치 저번에 그 미궁속에서의 일을 잊었다는 것처럼 평온한 모습으로.
"스타더스, 왔어?"
그리고 자신이 오자 마찬가지로 씨익 미소지으며, 언제 움찔했냐는 듯 그녀를 반갑게 맞이하는 설아.
그렇게 스타더스가 그녀를 돌아보고 난 후 뭐라 하기도 전, 설아는 빠르게 입을 열어 그녀에게 말했다.
"스타더스, 내가 이거 다 얼린거 봤어? 하여튼, 내가 이거 막고있는동안 에고스틱이 왔더라고. 자기가 이 일 일으킨 빌런이랑 대화해서 막아보겠대."
"네 맞습니다. 비록 제가 빌런이긴 하지만, 제 지인이 갑자기 왜 저러는지 이유는 물어봐야죠. 이번만 도와주는겁니다. 예전같은 임시 협력이라고 할까요."
역시나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답하는 에고스틱.
...아주 설아와 둘이 서로 번갈아가면서 빠르게 말하는게, 죽이 척척 맞는 모습이였다.
"...그래."
그리고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늦게 온 스타더스는, 별다른 말 없이 결국 그렇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뭔가, 가슴 속에 이상한 기분이 계속 드는걸 느끼며.
정확히는 에고스틱이 다른 히어로인 설아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걸 보고 난 뒤에야 드는, 이 불길한 기분.
뭔가 굉장히 가슴이 불안하고, 자신의 빌런인 에고스틱이 다른 히어로와 대화하는 모습에 드는 답답한 기분에. 물론 히어로와 빌런이 더 큰 악에 임시협력하는거야 흔하고, 에고스틱의 성격에 이런 문제가 생겼을때 당장 나서는거야 흔한 일이였지만...
어쩐지, 방금 슥 보았을 뿐이지만.
분명 몇번 만나지도 않았을텐데 왜인지 친해보이는 둘의 모습과.
퍼스널 스페이스도 없이, 마치 이런일이 자연스럽다는 듯 붙어있는 설아와 에고스틱의 모습을 보며.
그녀의 불안한 기분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었다.
뭔가 생각할수록 가슴이 답답한 이 기분.
그렇게 스타더스가 불안한 눈으로 에고스틱을 보던 그 시간.
그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에고스틱은, 고개를 들어 하늘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음... 역시나 이쪽은 다 얼렸지만, 이 모든 일을 일으킨 빌런은 아직 저쪽에 있는거 같네요. 저기를 뚫고 들어가야 할거 같은데..."
그렇게 말하는 그의 시선의 끝은, 얼어붙은 바다 저 멀리 있는 여전히 폭풍우가 치고 먹구름이 깔려있는 곳으로 향해있었다.
비가 더 거세게 내리고 있고, 가끔 번개도 치는게 심상치않아보이는 모습.
그런 광경을 보며, 에고스틱은 곤란하다는 듯 말했다.
"쓰읍, 그런데 저게 저 혼자서 뚫고 들어가기는 좀 애매할 것 같단 말이죠. 순간이동하다가 휩쓸릴 수도 있을것 같고."
그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지은 채 은근히 아이시클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 누군가 절 도와주셨으면 합니다만..."
그리고 거기서.
자신보다 아이시클한테 부탁하는듯한 그의 그런 모습에, 스타더스의 이성이 드디어 끊겼다.
"에고스틱."
"네?"
그렇게 그녀가 생각을 이어나가기도 전.
저벅저벅.
이미 그녀는 금발의 머리를 휘날리며, 파도벽 앞에 서있는 에고스틱을 향해 다가간 뒤.
"...어, 왜그러시죠?"
쿵-.
그의 코앞까지 도착한 뒤 그를 뒤의 파도벽에 몰아붙인 후, 손을 뻗어 벽을 쿵하고 쳤다.
그렇니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그녀는, 에고스틱을 상대로 소위 벽쿵 자세를 시전하였다.
"...같이가."
"네, 네?"
"나랑 같이 가자고."
그녀는 차가운 눈으로, 자신의 코앞에 있는 에고스틱을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반쯤 나온 가면 사이로 여실히 보이는, 파도벽에 등을 기댄 에고스틱의 당황한 모습.
그걸 보며, 신하루는 개의치 않아했다.
에고스틱은 자신의 아치에너미. 자신의 빌런이다.
그리고 담당 빌런을 관리하는건, 히어로로써의 의무.
그렇기에, 그는 그녀와 함께 있어야했다. 다른 여자말고, 자신과. 계속. 함께.
그러니 빼앗기지 않으려면.
더이상, 머뭇거릴 틈은 없었다.
***
"...."
현재.
나는 폭풍우치는 바다 위를, 스타더스와 함께 날고있었다.
정확히는 거의 그녀와 꼭 붙은채로.
'...대체 어쩌다 이리 된거지?'
분명 난 이번 기회에 이설아를 성장시키고 싶었을 뿐인데, 어째서...
'나랑 같이 가자고.'
...내 코앞에서, 나와 거의 숨이 맞닿을 정도로 얼굴을 마주한 뒤 날 올려다보며 마주친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보곤.
어쩔 수 없이, 스타더스와 함께가게 되었다.
참고로 그로부터 얼마지나지 않아 스타더스도 자기가 한 행동이 부끄러워졌는지, 귀가 좀 붉어진 채 내 눈을 피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로부터 떨어지진 않았다.
그리고 그 결과가 거의 손이 닿을 정도로 가깝게 붙어 날고있는 그녀와 나였고.
쏴아아
그렇게 이설아가 얼린 곳으로부터 나와 바다 좀 더 깊숙히 가자,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해 결국 젖은 우리들.
...물론 젖은건 원래 젖어버린 나뿐이였고, 히어로슈트를 입은 스타더스는 슈트가 방수인지 젖지않은 모습이였다. 물론 머리는 젖어 머리카락은 달라붙어있었지만, 그마저도 이뻤다. 하여튼...
그래. 이런 생각을 할때가 아니다. 일단 아리엘부터 생각해야지.
그리고 내가 그런 생각을 하던 그 순간, 스타더스는 갑자기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저기 안에 있는거지?"
그렇게 말하여 그녀가 가르킨 곳에 보이는, 꽤 거대한 원형의 물로 이루어진 구.
"...네, 아마 그럴거 같네요."
그리고 그런 내 대답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작스럽게 내 손을 붙잡았다.
물에 젖어 축축한 그녀의 손.
그렇게 서로 물기어린 손으로 붙잡은 쥐, 그녀는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대로 들어갈거니까, 꽉 잡아."
"네? 어어..."
그렇게 난 그녀에게 손이 잡힌 채, 순식간에 몸이 붕 뜨는 감각과 함께 하늘을 날았고.
쿠구구구구구구
우리는 그대로, 마치 폭포같은 물세레를 맞아가며 그 구의 안을 뚫고 들어갔다.
안그래도 젖었던 몸이 더 젖은건 당연.
"어푸푸."
그렇게 하늘 위에 물로 이루어진 거대한 원형의 돔안에 들어간 우리가 보게 된 것은.
"에고스틱 오빠...?"
푸른 머리카락을 한 채, 구의 중심에서 이 폭풍을 컨트롤하고 있던 아리엘의 모습이였다.
"...그래 아리엘. 에고스틱 오빠야."
난 모자를 벗은 뒤,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슥 넘기며 그렇게 답했다.
"아리엘...?"
그리고 그런 우리 둘의 모습을 스타더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보고있을 때.
그런 스타더스를 본 아리엘은, 잠시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리엘,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오빠랑 대화를..."
"오빠. 저도 알아요."
그때, 내 말을 끊고 갑자기 그렇게 말하는 아리엘.
두 손에 주먹을 꾹 쥔 그녀는, 이내 나를 보더니 약간 눈에 물이 맺힌 채로 내게 말했다.
"오빠가 그 여자랑 사귄다는걸요."
"...응?"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뜬금없는 얘기에 내가 당황하는 순간.
"...뭐라고?"
옆에있는 스타더스또한, 반응을 보였다.
차갑게 굳은 얼굴로 나를 돌아보는 그녀.
...아니, 내가 여자 사귈수도 있지. 그게 그렇게 충격인가? 물론 사귀는 사람은 없지만...
그렇게 내가 뜬금없이 그런 생각을 하며 반박을 하기도 전에.
손을 뻗으며 하는 아리엘의 말이 더 빨랐다.
"...저 여자랑요."
그리고 그런 아리엘이 가리킨 손끝엔.
"응? 나?"
스타더스가 있었다.
...아니, 쟤는 왜 그런 말도 안되는 착각을 하고 있는거야?
그게 스타더스가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며 당황해하는거 다음으로 궁금한 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