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86화 (286/328)

Chapter 290 - 해일

"...아니, 대체 아리엘이 왜 여기서 나와?"

에고스트림의 큰집.

그곳에서 난 갑자기 부산에 출몰한 아리엘을 보고 굉장히 당황해하고 있었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현재 이 테러를 주도하고 있는건 북대서양 빌런조직 라티스의 소행으로 보이며, 푸른 머리를 한 빌런이 이를 이끄는 것으로 보입니다. 에고스트림과 불가침 조약을 맺은걸로 알려진 라티스가 왜 침입했는지는 아직 미지수이며...]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티비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앵커의 말.

그리고 그 화면 속에서는, 아주 시원하게 푸른 바다의 해일이 넘실거리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우리 아리엘도 아주 당당하게 보였고.

"..."

...아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아리엘.

아틀라스의 딸로, 원작에는 그냥 죽었을 애를 내가 살려낸 아이. 그래서인지 아틀라스가 있는 심해 도시에 갈때마다 나를 잘 따랐던 아이기도 했다. 몸이 오랫동안 아파서인지 굉장히 연약했었기도 했고.

하여튼 애가 굉장히 심성이 착하고, 수줍음도 많이 타는 착한 애라고 생각했는데...

대체 왜 저기서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지...?

"오빠! 저거 오빠가 아는 사람 아니예요?"

그렇게 내가 황당한 마음으로 티비를 보고있던 그때, 막 잠에서 깨어난듯한 서은이가 스마트폰을 보며 달려오며 그렇게 말했다.

"어, 맞긴한데..."

대체 우리 착하고 순수한 아리엘이 눈이 돌아서 뜬금없이 대한민국을 침략할 이유가 뭐가있다는 말인가..?

내가 이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을 보며 꿈인가 하고 있던 그때.

스마트폰이 울리며, 내게 전화가 왔다.

우리 아사장님께.

"아틀라스씨?"

[어 에고스틱! 자네인가!]

스마트폰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그의 목소리.

무슨 스피커폰으로 해놓은 것마냥 커다랗게 울리는 목소리에 내가 폰에서 귀를 잠시 때며 그에게 물었다.

"아틀라스씨. 저... 아리엘이 여기 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요?"

내가 의아한 목소리로 묻자, 거친 한숨을 쉬며 골때린다는 듯 내게 말하는 그.

[아리엘이 지금 내 군대와 잠수정을 빼돌리고 말도없이 사라지더니 저러고있네! 요즘 혼자 자꾸 어딜 싸돌아 다닐때부터 불안하더니만 자네를 보러간다는 쪽지 하나 놔두고... 하아, 내 딸이지만 나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네. 내가 대신 미안하네 그려. 일단 우리 라티스와 관계없는 독단적인 일이라고 설명할테니...]

"알겠습니다, 아틀라스씨."

나는 이미 화가 단단히 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있는 아틀라스를 안심시키듯, 미소지으며 말했다.

대충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이 됐거든.

"아리엘은 제가 일단 나서서 대화로 잘풀어서 잡아두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주겠나? 정말 고맙네. 하아, 자네에게 폐만 끼치는것 같아 마음이 아프구만. 내 보상은 확실히 해주겠으니...]

"아닙니다. 아리엘은 제겐 조카와도 같은데 당연히 그래야지요."

그렇게 아틀라스를 안심시킨 나는, 일단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러자마자 다급히 걸려온 전화.

...우리 부산의 A급 히어로, 이설아. 아이시클로부터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다인씨이!!!!]

전화를 받자마자 들리는 이설아의 울먹임섞인 소리.

주위가 소란스러운지 바람이 부는 소리가 들려옴과 함께, 이설아가 거의 절규하듯 말했다.

[아니 다인씨, 그 빌런 아틀라스의 라티스쪽이랑 조약 맺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근데 대체 쟤네 딸이 왜 여기있는거예요....!!]

"그러게 말이다."

나는 자리에 일어나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는동안 계속해서 들려오는 이설아의 목소리.

[아니, 일단 다인씨 아시잖아요... 이거 제가 나서야 하는데, 대체 얘를 어떻게 막아요오...]

그렇게 거의 울먹이는 이설아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코트를 챙겨입곤 말했다.

"알았어. 지금 테러 일으킨 그 여자랑 내가 아는 사이니까 내가 어떻게 해볼께. 곧 그리로 갈테니까, 조금만 막고있어봐."

[진짜죠? 다인씨... 저한텐 역시 다인씨밖에 없어요 흑흑.]

그렇게 우는척을 하는 이설아를 안심시켜준 뒤, 나는 곧바로 은월이를 찾았다.

"은월아, 혹시 지금..."

"네 오빠. 준비됐어요."

그리고 내가 말하면서 뒤를 돌아선 그 순간, 어느세 무녀복을 입고 준비를 마친 은월이가 나를 보며 빙그레 미소짓고 있었다.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무슨 일인지 알아채고 그새 준비를 끝낸 모습. 늘 생각하는거지만, 은월이는 참 애가 눈치가 빠르고 믿음직스럽단 말이지.

하여튼 나는 그렇게 은월이의 손을 잡은 채, 돌아보며 말했다.

"서은아, 나 갔다올게!"

"어, 지금 바로요? 어딜..?"

"어디긴 어디겠어."

나는 미소지으며, 마법진을 발동시키는 은월이를 뒤로하고 말했다.

"부산이지."

가자.

우리 사춘기걸린 조카 달래주러.

***

"으윽..."

부산.

푸른 하늘 아래, 향긋한 바닷바람이 밀려오는 그 해안도시에서.

이설아는 이를 악물고 하늘을 날고 있었다.

"아니... 왜 부산에서 이러는거야...!"

기존에 양복은 벗어 던지고, 활동하기 편한 티셔츠와 바지를 입은 채 하늘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건물 사이를 얼음발판으로 박차고 해안가로 날아가는 그녀.

비록 유성그룹의 총수에 대한민국을 뒤에서 조종하는 흑막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A급 히어로 아이시클인 그녀이기에.

이렇게 큰 테러가 일어날 때에는 아이시클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대중들의 눈이라는게 있기 때문에. 그녀가 젊은 나이에 기업 회장임에도 대중의 지지도가 높은 이유는 히어로여서도 했으니까.

그래도 뭐, 지금까지는 별 상관이 없었다.

애초에 부산에서는 큰 테러가 별로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이상하게도 대한민국은 빌런들이 전부 서울에 모이기라도 한건지 테러가 거의 수도권에서 일어나서, 별로 그녀가 할 일이 없었다.

거기에 그 몇안되는 빌런들마저 에고스틱이 넘겨준 정보에 다 있기 때문에, 사실상 그저 실적용이였고. 가끔 놈들이 테러 일으킬때 아이시클로써 나서 진압하면 은근 홍보효과가 컸었다. 젊은 여성이자 기업 회장인 히어로가 빌런을 퇴치했다. 기삿거리로 딱 좋거든. 물론 히어로관련 기사는 대부분 스타더스긴 했지만...

하여튼 그렇기에 남는 개인시간으로 오늘도 대한민국을 어떻게 컨트롤할까 고민하던 그녀에게, 갑작스럽게 하필 부산으로 침공해온 외국의 S급 빌런은 충격 그 자체였다.

무슨 쓰나미에, 어인에... 아주 난장판이 된 해안가.

다행인건 아직 도심 깊숙한 곳까진 침투를 안했다는 점이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였다.

[사장님. 도시 주민들은 일단 전부 대피시켰습니다. 그리고 유성스쿼드 멤버들이랑 비상 프로토콜은...]

"됐어요. 이쪽은 제가 알아서 해결할테니까, 일단 추가적인 피해만 없게 해줘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귓속에 들려오는 비서의 연락을 끊은뒤, 이설아는 달리면서도 한숨을 쉬었다.

...지금 나타난 이 빌런의 또 문제는, 바로 에고스틱의 지인이라는 것. 그렇기에 그녀는 '강경한' 대응을 하기가 좀 애매했다. 결국 이 상황에서 최선은 그녀가 직접 나서 이미지나 챙기는 것.

그리고 지금 이 테러를 일으킨 빌런이 여자라는걸 봐서, 딱봐도 상황이 안봐도 뻔했다.

"다인씨... 에휴."

...어쩌겠나, 그녀의 영혼의 파트너가 모든 인간관계를 이성관계로 만들어내는 재능을 가진걸. 애초에 자신도 그 마수에 걸리지 않았는가.

이 관계를 더 좋아하는 쪽이 지는 싸움이지 뭐.

그렇게 하늘하늘한 머리카락을 휘날려가며, 이설아는 마침내 바닷가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진짜 압도적인 크기의 파도.

저번 월광게이트 이후 자꾸 바닷가에서 괴수들이 넘어오는 바람에 만들어 놓았던 유성기업산 플라즈마-방벽때문에 어느정도 막고는 있었으나. 그조차도 곧 깨질듯 위태로웠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일단 아이시클인 자신이 막아야 한다는 소리.

"....으."

...저걸, 막을 수 있을까?

바다 위. 해수면을 얼리며 서있던 아이시클은 자신의 앞에 엄청난 기세로 오고있는 거대한 해일을 보며 침을 삼켰다.

비록 A급 히어로 아이시클인 그녀였지만, 실상은 히어로보다는 기업가 이설아에 가까웠기에. 이런 대규모 테러는 거의 처음 겪어보는 그녀였다. 애초에 능력자체도 이제는 S급이 된 스타더스에 비하면 거의 새발의 피고.

...그래도, 일단은 최대한 해봐야지. 그리고 상대는 딱봐도 물을 조종하는 능력자 아닌가. 그렇다면 자신의 얼음 능력은 물을 얼리니, 누가봐도 그녀에게 상성의 우위가 있다! ...아마도.

그렇게.

"흐앗!"

도시를 덮쳐오는 압도적인 크기의 쓰나미를 향해, 이설아는 손에서 얼음의 힘을 방출했고.

쩌저저저저적-

그와 동시에, 거대한 파도는 중심에서부터 점차 얼어붙기 시작했다.

"으으으..."

그렇게 아이시클이 온 힘을 써, 마침내 그 거대한 쓰나미를 전부 얼리는데 성공했으나.

"윽... 아니, 진짜아..."

애초부터 그녀의 얼음 능력이 별로 엄청나게 강한 편은 아니였어서인지.

결국 위태롭게 흔들리는 그 거대한 얼음 파도가 불길하게 갈라지는 소리를 냈고.

그렇게 아이시클이 사력을 다해 버텨봤으나.

콰과과과과광.

마침내, 얼음이 붕괴함과 동시에.

거대한 파도가 끝내 이설아가 서있던 곳을 덮쳤다.

"으윽..."

그렇게 이설아가 급히 얼마남지 않은 힘으로 몸앞을 얼음으로 애써 막아보려던 그 순간. 그녀가 파도에 휩쓸리기 직전에.

휙.

뒤에서 누군가 그녀를 끌어안았고.

어느새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눈앞이 바뀌며 그녀는 하늘 위에서 저 아래 파도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렇게 어안이 벙벙하게 아래 해일을 내려다던 그녀가, 마침내 무언갈 눈치채고 피식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고.

그리고 그곳엔 역시나.

"오랜만입니다, 아이시클씨."

가면을 쓴 채 미소짓고 있는 그녀의 파트너.

다인의 모습이 있었다.

***

그리고 그 시각.

[속보입니다! 현재 부산에 에고스틱이 등장한걸로 파악돼...]

"...역시."

대한민국의 S급 히어로 스타더스는, 귀에서 들려오는 뉴스를 들으며 금발의 머리를 휘날린 채 하늘을 날고 있었다.

부산에 커다란 테러가 일어났다는 말을 듣고, 즉시 도와주기 위해 파병을 간 그녀.

...절대로, 에고스틱이 그곳에 올 줄 알고 가는건 아니였다.

그렇게.

부산에서는, 의문의 4자 대면이 이루어지기 직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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