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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85화 (285/328)

Chapter 289 - 복잡한 마음

카테달에서 돌아온 이후.

셀레스트와의 깊은 심층대면 끝에 심신이 지친 나는, 며칠동안 여러생각을 해가며 집에서 앉아있었다.

내가 카테달에 갔다와서 느낀건 하나.

"쉽지않네..."

결국 원작 최후반부가 쉽지 않은 것 같다는거.

최종보스도 문제지만, 셀레스트도 문제가 커보였다. 저 여자를 내가 막을 수 있을까... 뭐 그런 이야기.

...뭐, 그래도 아직은 시간이 있으니 호들갑떨며 걱정할정도는 아니였다. 하지만 슬슬 대책을 새우지 않으면 곤란한 것도 맞았다. 역시 최고의 대책은 처음부터 적으로 돌리지 않고 회유하는건데...

"모르겠다, 모르겠어..."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은 지금 할 수 있는거부터 차근차근 하기 시작했다.

당장 알아보려 하는건, 이번 분기에 일어날 빌런에 관한 것들. 비록 제일 큰 문제인 서은이는 완전히 내 아군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빌런들도 멀쩡한건 아니니까. 당장 던전메이커만 봐도 정상이 아니였다. 저런 식으로 원작과는 다른, 또는 다른 행동을하는 빌런이 나와도 이상할게 없다는 소리.

그렇기에 난 일단 이 미친놈들에 대한 것들부터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놈들 다 처리해야 다른 일을 하던 빌런을 때려치던 뭘 하지. 빨리빨리 해치우고 4페이즈 준비나 하자.

그렇게 큰집에서 난 다시 노트북을 들고 일에 착수했고.

"...."

그 결과,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이 다시 뚱해지는 불상사를 낳았다.

"오빠... 재밌어요?"

"서은아... 오빠가 재밌어보이니...?"

어느덧 다시 찾아온 화창한 봄날.

산속에 새들은 지저귀고, 밝은 태양이 나무 사이로 비춰오는 큰집 앞 정원에서.

벤치에 앉아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는 나를 보며, 반대편 탁자에 앉아있던 서은이는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너무해요. 너무해. 오늘같은 날은 쉬어도 되잖아요~"

...물론 그렇게 말하는 서은이도 이상한 공구키트를 들고 큐브같은걸 조립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정원 앞 테이블에 앉아 그러고 있을때.

옆에서 서자영과 번개랑 불을 쏘며 놀고있던 최세희는 하늘에서 내려와 자신의 머리를 뒤로 넘기며 내게 말했다.

"그래. 너 대체 그 빌런 회의란 곳에서 뭘 하고온거야? 그때부터 갑자기 열심이네."

동그란 테이블위에 있는 내 음료수를 자연스럽게 빨대로 마시며 내게 묻는 그녀.

난 그런 그녀에게 눈을 가늘게 뜬 뒤 다시 노트북을 보며 말했다.

"그냥... 앞으로를 생각하면 미리미리 준비해둬야 안심일 것 같아서."

비록 월광교라는 큰 산을 넘기는 했지만, 그래도 뭔가 계속 초조해지는 마음.

...절대 빨리 끝내고 은퇴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무슨 일이 들이닥칠까봐 그러는거지. 음, 절대 아니지.

하여튼, 또 어떤 돌발상황이 나올지 모르기에 난 이렇게 여유있을때 일을 미리 몰아서 처리해놓기로 했다. 저번 던전메이커때만 봐도 그렇고... 뭐든 준비를 철저히해야 좋은거지.

그렇게 해서 이번에 알아보고 있는건 원작 3페이즈에서 굵직한 메인이벤트와 관련된 일.

특히 메인 재앙이 대탈옥이었던 만큼, 빌런들을 가두는 동부 초상능력자 구치소, 일명 이스크 카르케리스와 관련되어있던 이벤트를 위주로 조사중이였는데...

뭔가 석연치않은 점이 계속 눈에 밟혀 요즘들어 탐색하는 중이였다.

...다만, 어째 가면 갈수록 정보가 안나와 슬슬 스트레스를 받는 시점이였고. 쓰읍. 곤란하네.

그리고. 더 곤란한 것도 있었다.

최근들어 계속 눈에 아른거리는 어떤 기억이.

'....손 잡는건, 싫어?'

"하아..."

나는 머리를 숙인 채 노트북 화면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언제부턴가, 가끔 불쑥불쑥 스타더스의 모습이 뇌리에 떠올라서 고민이 크다. 아무래도 그날 일이 나름 자극이 쎘던 모양.

정신차리자 다인아. 스타더스에게 나는 가면쓰고 굴러다니는 말하는 감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같은건 전혀 신경도 안쓰고 있을...

...

'...난, 너랑 하는거면 해도 상관없는데.'

"....."

...하아.

나도 모르겠다.

요즘 왜 이런 생각만 들지. 빠져가지고.

그렇게 내가 상념에 빠져 모니터를 멍하니 보며 머리를 긁적이던 그때.

탁.

갑자기 노트북이 닫히더니.

화면이 있던 그곳에서, 보라색 머리를 한 여성. 그러니까 서자영의 얼굴이 쑥하고 나타났다.

"...?"

"어허."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커다란 후드에 파묻힌 손을 빼네 내 앞에서 손가락을 흔드는 그녀.

그렇게 테이블에 노트북을 깔고 엎어진 그녀는, 테이블에 거의 눕듯이 한 채 나와 얼굴을 가까이 하고 내게 말했다.

"너무 그렇게 일만 열심히하면 될 일도 안돼. 잠깐잠깐 머리도 식히고 맑은 공기도 쐬면서 해야지. 어?"

또랑또랑한 눈으로 나와 눈을 마주친 채, 진지한 얼굴로 나한테 그렇게 말하는 서자영.

뒤에서 서은이가 '맞아요 언니'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그때 ...난 서자영이 이렇게 진지하게 말하는건 처음봤기에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말할수도 있는 애였나.

그리고 내가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

서자영은 언제 그런말을 했냐는 듯, 테이블 위에서 흘러녹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 대신 최세희좀 상대해봐... 나 힘들어......"

"야 서자영 어딜 도망갔어? 일로 안와?"

그리고 하늘 아래에서 웃으며 내려오는 최세희와, 자세히보니 땀범벅이 되있는 서자영을 본 나는 결론을 내렸다.

이제보니 최세희랑 능력을 이용한 놀이...를 빙자한 대련을 하다가 도망쳐 온거였구나.

...그래, 뭐. 잠깐 몸 좀 쓰며 쉬는건 괜찮겠지.

그렇게 그어어-하며 테이블위에 엎어진 서자영을 내버려두고, 난 자리에서 일어난 채 최세희에게 씨익 웃으며 다가갔다.

"야. 이제부턴 나랑 해보자."

"어? ...너 몸은 괜찮냐?"

"당연하지."

"흐응... 그래 뭐, 나야 재밌지. 야, 져도 울면 안된다?"

"...하하. 그거 참 흥미로운 말이네."

주황색 머리를 뒤로 묶은 채, 씨익 웃으며 번개를 튀기는 최세희를 보며 난 그렇게 말하곤 손을 펼쳤다.

그러자 내 몸쪽에 방탄조끼처럼 붙어있다가 팔쪽으로 스스륵 이동하는 검은 촉수들. 거의 몇년째 나와 함께해서 거의 신체의 일부가 되어버린 베히모스였다.

그렇게 난 검은 촉수로 오른팔을 만 채 최세희랑 격돌했고.

...꽤 오래 버티다가 수빈씨가 밥먹으러 오라는 말에 그만 중간에 끝내고 말았다.

참고로 내가 거의 다 이긴 싸움이였다. ...아무튼 그랬다.

***

하여튼 그렇게 일상은 흘러갔다.

다만 나는 때때로 쉬면서도 전보다 더 열심히 빌런들을 자료조사 했고, 서은이도 결국 돕기 시작했다는 차이가 있겠지.

...다만, 여전히 스타더스에 대해서는 고민이 좀 컸었다. 저번 만남 이후로 묘하게 의식된다는 말이지. 이러면 안된다. 철저히 비즈니스 빌런-히어로 관계로 가야지. 난 어디까지나 그녀의 팬. 결코 이상한 생각따위는 하지 않는다. 아마도.

물론 원래 예전부터 정신력 하나는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나였기에, 금방 진정할 수 있었다. 그래. 잊는거야. 스타더스는 이미 예전에 잊었을텐데 뭐. 어차피 나도 스타더스를 한동안 안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녀와 맞잡은 손의 촉감이던 뭐던 잊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계속해서 동부 수용소와 관련된 것들을 알아보는데 집중했고.

갈수록, 뭔가 이상한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쓰읍. 이게 뭐가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네."

그렇게 난 며칠동안 이를 알아보며 지냈고.

이내 어느정도 조사가 끝난 뒤, 다음날 아침.

"하아..."

"다인씨, 일어나셨어요?"

수빈씨와 아침인사를 나눈 뒤 거실에 소파에 앉아 티비를 킨 뒤 상념에 잠겼다.

...좋아. 이 일은 그냥 내가 이번에 해결하면 끝일거같네. 이제 현장 조사만 나가면 될 거 같다.

즉, 당분간은 쉴 수 있다는 소리.

난 그런 마음으로 리모컨을 넘기고 있었고.

[스타더스가 에고스틱을 좋아하는게 확실한 101가지 이유!]

...갑자기 튀어나온 황당한 프로에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어이가 없어서.

심지어 이 채널은 이 방송국의 채널 2 였고, 아까 채널 1에서는 이 반대의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아니, 아직까지 나랑 스타더스 열애설이 나온다고? 이게 그렇게 시청률이 잘나온다는 소리인가...

진짜 어처구니가 없었다.

[스타더스가 에고스틱을 좋아하는게 확실한 이유! 그 첫번째는...]

"..."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어떤 헛소리를 하는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으니. 슬쩍 봐볼까.

그렇게 내가 티비소리의 볼륨을 줄이고 은근슬쩍 화면을 보던 그 순간.

[.....지지직. 속보입니다!]

갑자기 화면이 바뀌며, 긴급 뉴스속보가 튀어나왔다.

...음, 이럴줄 알았다. 그래서 티비를 틀어논 거였어.

그렇게 내가 또 뭔일인가 하고 소리를 키우고 티비를 보자, 화면 속 앵커는 자료화면과 함께 상황을 급하게 전하기 시작했다.

[현재 부산에서 거대한 규모에 쓰나미가 오고 있습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빌런의 소행인 것으로 보이며...]

그 말과 함께 티비에 보이는, 거대한 해일이 도시쪽으로 다가오는 모습.

뒷배경 바다에는 뜬금없이 회오리도 있는게 누가봐도 인위적이게 만들어진 테러였다. ...대체 누구지? 저런 능력을 쓰는 빌런이?

'...그런 빌런이 있었나?'

내가 그렇게 물과 관련된 능력자들을 전부 떠올리고 있을 때.

화면 속 해일 위에 떠있는 인물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며, 앵커는 급하게 정보를 추가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눈에도, 파도위에 서있는 푸른 머리카락의 아쿠아슈트를 입은 소녀가 보였고.

"...아리엘?"

내가 멍하니 그렇게 중얼거림과 동시에.

[현재 테러를 일으킨 빌런은 빌런조직 라티스랑 관련이 있어보이며...!]

앵커의 말 또한 내 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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