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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83화 (283/328)

Chapter 287 - 악신

하여튼 그렇게 소란스러웠던 하루도 지나고.

어느덧 월광교 게이트 재앙도 슬슬 기억 속에서 잊혀지기 시작할무렵.

오랜만에, 카테달이 다시 모인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월광교 사태 이후 처음인가."

그렇게 거실.

정보교류보다는 일단 만나자고 적혀있는 편지를 보던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카테달. 전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S급 빌런들. 그중에서도 자기들끼리 모여 연맹을 맺은 빌런 집단들의 대표만 모이는 그곳.

전세계 빌런들중 무력으로나 영향력으로나 압도적인 1위로 꼽히는 빛의 성녀 셀레스트가 창시한 이 카테달은.

원작상으로는, 이제부터 슬슬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시작한다.

특히 월광교로 인해 세계가 개판이 난 과정에서 그 영향력이 점점 더 강해졌는데...

"이제는 어떻게되려나..."

나는 책상에 턱을 괸채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일단 카테달 내에서 내 영향력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미 월광교 사태로 능력을 입증하기도 했고, 카타나에 리 샤오펑에 아틀라스까지 전부 내편이니까.

다만 그렇다고 문제가 아예 없는건 아니다.

최근에 너무 노골적으로 행동해, 내가 빌런이 맞는지 아닌지 의심하는 애들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이지. 방송에다가 대놓고 스타더스랑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최근 외국 뉴스들도 나에대한 호의적인 보도를 내보냈으니까.

'...물론 내 알바가 아니지.'

당연히도, 이는 상관없는 얘기긴 했다.

뭐 히어로를 구슬렸다, 사람들을 방심시키는 수작이다, 너희들도 월광교 게이트때 히어로들이랑 협력하지않았냐...등, 빠져나갈 구멍은 많으니까. 거기에 제일 중요한건 역시 카테달 회의에 아틀라스부터 카타나까지 날 전적으로 믿는 친구들이라는 거고.

다만 문제는 역시 셀레스트인데...

"...일단 부딪혀봐야 알겠네."

난 그런 생각을 하며, 회의를 준비했다.

***

그렇게 어느덧 찾아온 카테달.

"안녕하십니까, 에고스틱님."

여느때와같은 하얀 성당에 발을 들인 나는, 사제의 말을 따라 긴 복도를 가로질러 원탁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하니 보이는 익숙한 얼굴들.

"여, 에고스틱! 여길세 여기."

"아 에고스틱. 왔습니까."

"에고스틱씨!"

오늘은 좀 늦게와서인지, 먼저 자리를 잡아놓은 아틀라스와 리 샤오펑, 그리고 카타나의 모습이 보였다. 우리 빨간 모히칸머리도 날 보더니 고개를 숙였고. ...모히칸도 월광교 재앙을 잘 넘긴모양이다. 기특해.

"아이고, 다들 안녕하셨습니까?"

그리고 그렇게 내가 활짝 웃으며 모두에게 다가가는 동안.

"".......""

원탁에 앉아있던 빌런들의 시선이, 거진 내게로 흘렀다.

그리고 난 웃는 채 우리 동료들을 향해 다가가면서도, 가면에 가려진 눈으로 재빠르게 원탁 위 분위기를 살피고 있었고.

그렇게 난 그들의 시선속에서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다. 호기심, 의아함, 경탄, 의심, 긴장, 심지어 두려움까지.

그래.

난 이런 반응이 올 줄 알고, 일부러 늦게왔다.

이번 월광교 재앙은 다른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갑작스럽게 일어난 것일지 몰라도, 여기 앉아있는 이 카테달 멤버들에게는 다르다.

다 내가, 처음부터 예견한 이야기.

사건이 일어나기 거의 1년 전부터, 난 이들에게 차근차근 빌드업을 해왔다.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라는 이야기부터, 차원의 장벽이 점점 더 약해진다는 예측, 그리고 곧이어 괴수들이 침략해 올거라는 직접적인 경고까지.

그렇게 다른 히어로나 협회들이 예상조차 못하고 있을때, 나는 이 정보를 카테달에 미리 알렸었다.

말할 당시에는 그런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기에, 그저 추측에 불과하게 보였겠지만.

결국, 모든게 내 말대로 이루어졌었다.

이제껏 여지없는 전세계적 규모의 재앙.

이제껏 없던 엄청난 규모의 전세계를 동시에 덮친 괴수들이 지구를 습격했고.

이는, 히어로나 다른 빌런들과 다르게 오직 카테달 멤버들만 알고있게 됐던 정보다.

내가 그들에게만 말해줬기에.

독점적으로.

즉, 정리하자면 이들이 보기에 나는 두개 중 하나다.

첫째는 다른 이들은 예측도 못한 전세계적 규모의 재앙을 작두타듯 맞춘 능력넘치는 빌런이고.

다른 하나는, 이 월광교 사태는 한국에서 벌어진걸로 봐서 내가 일으킨 자작극이라는거.

'...뭐가 됐던.'

결국 중요한건 그거다. 아무도 모르는 재앙급 규모의 습격을 맞출정도로 내가 무언가 알고 있는게 많다는거. 그럴 능력이 있다는거. 이는 이미 시간여행 능력자를 맞춘 일로 알려진 일이었지만, 이번 기회에 확실히 증명 시켜줬다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를, 혼자만 알고있지 않고 카테달에 제공했다는 것.

나와 함께했기에 여기있는 이들은 다른 능력자들과 다르게 정보에 우위에 설 수 있었다는 것. 월광교 사태를 미리 대비하던, 히어로들과 협력할 작전을 짜던. 전부 다 내가 미리 경고해줬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즉...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제 카테달에서 내 영향력이 전보다 훨씬 커졌다는 소리. 심지어 이제는 별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정식으로 S급까지 찍었지 않은가.

그리고 이렇게 내 영향력이 커지면, 물론 적들도 생긴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그런 이들에게 혹여나 날 건들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일부러 늦게와 주목을 끈다음, 모여있는 내 동료들에게 가 내 인맥을 다시한번 재확인 해준거고.

이것이 바로 약자가 살아남는 법. 이용할 수 있는 패는 전부 이용하는 것. 내가 약하면, 강한 친구들을 두면 되는게 아닐까.

...하여튼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자리에 앉았다.

"다들 무사히 지내셨습니까?"

"크하하! 그렇지. 자네가 미리 경고해줬으니 걱정할게 뭐 있나. 요즘은 심해에 쌓인 괴수들 연구하며 지내느라 재밌다네. 아주 바다 밑에 잔뜩이야!"

"....하하."

웃으며 말하는 아틀라스의 말에 난 찔끔 할수밖에 없었다. 내가 게이트를 바꿔 사람이 없는 곳에만 생기게 해, 괴수들이 다 바다로만 떨어졌으니... 물론 사전에 아틀라스한테 양해를 구하긴 했지만, 그래도 게이트가 뒤늦게나마 닫혀서 다행이였다.

그 뒤로 나는 잠시 리 샤오펑과 카타나와도 대화를 나눴다. 둘다 내가 훨씬 정확하게 월광교 사태를 경고해서 알려준만큼, 두 나라가 피해가 제일 적은 편이였다.

"하하하! 에고스틱씨 덕분에 슬슬 대륙을 제 손아귀에 쥘 날도 머지 안남은 것 같습니다. 이거 뭐라 감사를 드려야할지 모르겠군요!

그리고 특히 리샤오펑은 신이 났다.

이번 재앙으로 중국 정부쪽에서 큰 피해를 받아, 휘청휘청하고있는 모양.

이 기회를 틈타 영항력이 엄청 넓어졌다는 모양이다. 하긴, 원작에서도 결국 중국먹은 양반인데 곧 일거같다.

그 외에 카타나는 일본은 별 타격 없었어도, 타격이 아예없던건 아니라 사후복구에 열심인 모양. 다들 바뻤어서 월광교 이후 직접 만난게 이번이 처음이였다. 물론 개인적인 연락이나, 이설아를 통한 외교적 교류는 많이 있었지만. 우린 동아시아 빌런 연맹 아닌가

하여튼 그렇게 우리끼리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푸는 동안.

비교적 일찍, 셀레스트가 왔다.

"다들 편안하셨습니까."

하얀색 성녀복을 입은 채, 머리를 하얀 베일로 가리고 눈을 감은 채 등장한 그녀.

새하얀 옷에 금빛의 자수가 새겨진 옷을 입고 등장한 그녀는, 여느때와 같이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도착이후 마침내 시작된 회의.

"...몇몇 분들이 보이지 않는군요."

잠시 원탁위을 둘러본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눈을 감고있는데 어떻게 안거야. 무슨 기운이라도 느끼나?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있는 동안, 셀레스트는 청아한 신비로운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우리의 동료들 몇이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들을 위해 애도를 표합니다. 부디 신이 그들을 보살펴주시길."

끝내 몇몇은 죽었나보다.

...그보다는, 애도사에 신이 그들을 보살펴준다니. 참 재밌는 얘기였다. 빌런들을 보살펴주는 신이라... 틀린말은 또 아닌 것같고.

"그렇기에 오늘은 사태도 일단락되고 모두의 생존을 확인할 겸 불렀습니다. 정보를 아예 안풀어도 좋으니 오기만 하라고 한것도 그 때문입니다. ...제가 여러분께 알려드릴 정보가 있으니까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정보공유의 시간이 돌아왔다.

그리고 입을 여는 셀레스트.

그 이후 펼쳐진 그녀의 말은, 굉장히 파격적인 정보였다.

그녀가 오늘 이 얘기를 이들에게 풀지라고는 예상하지도 못한.

"여러분. 이번 사건으로 아시겠지만... 신은 이 세계에 존재합니다."

이 세계의 신(神)들에 대한 정보.

나는 이때까지만해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듣고있었다. 아, 이번 기회에 신들에 대한 정보를 풀려나?

...이어지는 말을 듣기는 전까진.

"그리고 이번에 이 재앙을 일으킨 신은, 악신입니다."

"...?"

갑작스럽게 훅들어오는 그녀의 말에, 나는 순간 몸이 굳었다.

정신병 걸릴거같이 생긴 하얀 공간에서 열심히 차원 막아주고있던 은월이 아버지, 의문의 악신행...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의 말은 이어졌다.

뭔가 길고 긴 말이였는데, 결국은.

"...태양신이 굽어 살펴주셨기에, 이번 재앙이 멈출 수 있었겠지요."

태양 만세로 끝났다.

...야, 게이트 그거 내가 은월이랑 멈췄다. 게이트는 달의 신이 닫아줬고.

물론 굳이 따지진 않았다. ...뭔 속셈인지도 모르고.

하여튼 그렇게 간단하게 서로 몇마디 더 하더니 카테달 회의는 금방 끝났다. 왜 불렀는지 의아할 정도로.

...뭐, 그래도 내 얘기는 안나와서 어그로가 내쪽으론 덜 끌렸으니 다행인가. 월광교 관련해서 언급 있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없었다.

"자, 그럼 저희도 이만 갈까요?"

그렇게 모두가 주섬주섬 일어나고, 나또한 가려던 그때.

"아. 그리고 에고스틱."

"당신은, 잠깐 저 좀 뵐 수 있을까요?."

원탁의 저 끝. 셀레스트가 앉아있는 그 쪽에서, 미성의 목소리가 나에게 울려퍼졌다.

"...네?"

그리고 순간 몸이 굳은 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고.

그 쪽에는, 조용히 눈을 감은 채 미소 짓고있는 셀레스트의 모습만이 보일 뿐이였다.

...뭐야. 나한테 왜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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