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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82화 (282/328)

Chapter 286 - 꿈

던전메이커의 미궁속에서 탈출해, 집으로 돌아온 이후.

"오빠. 그래서, 왜 손잡은 건데요?"

"...하하."

나는 서은이한테 취조를 받고 있었다.

...사실, 예상한 바이기도 했다. 이미 스타더스가 한 말이 방송을 탔으니 다들 그정도는 유추했겠지. 이미 티비는 나와 스타더스의 열애설을 또 줄줄줄 방송하고 있을테고. 사실 나와 스타더스 사이의 열애설도 벌써 한 네다섯번째라 별로 감흥도 없었다. 심심하면 나와.

물론, 그런 말도안되는 음해를 우리 에고스트림 동료들은 당연히 믿어주지 않았...

"...서은아, 별거 아니였다니까. 그냥 중간에 막 위험하게 보여서 살짝 잡은게 다야."

...지 않았다. 이미 서은이는 눈이 돌아갔다고.

애가 다 컸는데, 은근히 요즘들의 나에대해 집착을 보여주는 서은이 때문에 곤란할 지경이였다. 서은아, 너 다 컸다고. 나이도 스무살이야...

하여튼 사실대로 말하기에는 서은이의 눈빛이 위험해 보였기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말을 가려 할 수 밖에 없었다. 중간에 위험해보여서 살짝 잡은건 맞다. 살짝 오래... 잡았을 뿐이지.

"됐어요. 저도 오늘 하루종일 오빠 손 잡고있을 거예요."

물론 딱히 내 말을 듣는 눈치는 아니였고, 그 결과 서은이에게 손이 붙잡혀버린 나였다. 아주 깍지까지 껴서, 단단히.

그렇게 난 소파에 앉아, 서은이와 방석에 손을 서로 겹친 채 앉아있었다.

"...."

"....서은아, 만족하니?"

"....흥, 계속 이러고 있을테니까 그런 줄 아세요."

약간 붉어진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 서은이였다.

...아니 서은아, 근데 너가 잡아놓고 부끄러워하면 어떡하니.

이러니까 괜히 장난치고 싶잖아.

"힉?"

그렇게 내가 손가락을 움직여 서은이를 간지럽히고 있을 때.

"어머 다인씨, 둘이 무슨 놀이 해요?"

"...아, 수빈씨."

온화한 미소를 지은 수빈씨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래. 마침 잘됐다. 서은이 좀 말려달라 해야지.

그리고 내가 그렇게 말하려던 그 순간.

"저도 같이 껴도 되나요?"

"...네?"

내 옆에 앉은 수빈씨는, 그렇게 내 오른손을 붙잡으며 그렇게 말했다.

...아니 수빈씨 당신마저.

"정말 손이 크시네요, 다인씨."

"...하하하."

그렇게 어쩐지 싱긋 웃으며 말하나 뼈가 있는 것같은 수빈씨에 말에 내가 속으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 때.

우리가 이러고 있는걸 본 멤버들이 재밌어해서 내 손은 모두에게 돌아가며 잡혔다고 한다.

아이고.

***

그렇게 그날 밤.

이제는 잘 시간이라는 핑계로 침대까지 따라오는 서은이로부터 간신히 도망친 나는, 한숨을 쉬며 책상에 앉았다.

다사다난한 하루였다. 스타더스와 미궁에서 헤맨 일이 불과 오늘 아침이였다는게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그렇게 습관적으로 나는 노트북을 켰고.

[스타더스 충격발언... 그날 미궁에선 에고스틱과 단 둘이 무슨 일이 있던걸까?]

포탈사이트에 가득한 나와 스타더스의 뉴스를 보고서야 며칠동안은 인터넷을 안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그래. 그래도 일단 전체적인 분위기정도는 알아 놓아야겠지.

그렇게 난 약간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내 팬카페에 들어가봤고.

*

[승리의 스타망고단은 개추ㅋㅋㅋㅋㅋㅋ 다른 커플링 그저 멸망ㅋㅋㅋㅋㅋㅋㅋ]

[분석)그냥 에고스틱과 스타더스가 이미 사귀고있는게 확실한 101가지 이유]

[[유출본]에고스틱과 스타더스가 미궁에서.avi]

["너 손 크더라" <<< 이거가지고 손 잡았다는 놈들은 뭐임? 손 그냥 보고 그런거겠지ㅋㅋㅋㅋ]

[팩트한접시)스타더스가 카메라 힐끔보고 말한거보면 걍 노리고 말한게 맞음ㅋㅋㅋㅋ]

[아 시발 해외 실시간 트렌드 랭킹에 #Starmango 입갤ㅋㅋㅋㅋ]

[자기가 스타더스가 게임 좆같이 한다고 생각하는 에고스트림단이면 개추ㅋㅋㅋ]

[응~ 에고스트림 멤버들은 매일 같은 집에 살아~ 손같은건 1223번 잡아봤을거야~]

[에고스틱 << 손잡았다 떡밥 하나로 카페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태우는걸 보면 그냥 GOAT 그 자체네ㅋㅋㅋㅋ]

[스타더스와 에고스틱이 과연 손만 잡았을까? '마지막방'에 대해 우리는 빨리 알아봐야한다]

[던전메이커<<<석방시켜야하면 좋아요ㅋㅋㅋ]

*

...무슨 분단위로 좋아요수 수백을 받고 인기글들을 차지한 목록의 어질어질한 내용을 보고, 다시 노트북을 닫았다.

얘네한테 뭘 바라겠어. 내가 생각해도 불탈만할 말이긴 했다.

...그래서.

스타더스는 대체 왜 그랬던걸까.

"...내 손이 큰가?"

나는 문득 내 손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냥 딱 평균적인거 같은데. 아마 여자 손인 스타더스와 남자 손인 내 손의 신체적 차이때문에 그렇게 말한건가 싶다. 스타더스의 손보다는 확실히 컸으니까...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있지.'

그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던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다인아, 정신차려. 냉정하게 생각해야지, 냉정하게.

그렇게 다시 마음을 다잡은 나는.

일단 오늘 있었던 일을 천천히 복기해보기로 결정했다.

...오늘은 아무리 생각해도 스타더스가 좀 이상했다.

갑자기 내 손을 잡은 것부터, ...내가 잘못들은게 아니라면 그때 그 키스 안하면 못나가는 방에 '너랑은 해도 상관없는데' 발언에, 마지막에 갑자기 내 손이 크다는 tmi를 말하질 않나.

'...진짜 뭐지?'

나는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특히 원작에서 그 누구에게도 이런 행동을 한 적이 없었기에 더더욱.

"......"

그나마 추측가능한걸로는 나를 당황시키려고 그랬다는게 정배.

그게 아니고서야 왜일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설마... 그럴리는 없을테고. 그녀는 히어로고, 난 빌런인걸.

그래. 그런거겠지. 이상한 생각하지말고 잠이나 자자.

나는 그렇게 불을 끄고 누웠다.

그렇게 눈을 감자.

"...."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오늘의 일들.

'...네가 위험하다며. 붙어 걷자고 했잖아. 그럼 이게 제일 확실하니까.'

자신의 부드러운 손으로 내 손을 꼭 붙잡던 스타더스의 모습과.

'으으.....'

...입을 맞추면 못나간다는 방에서, 내가 그녀의 쪽으로 다가오자 약간 눈에 물기를 머금은 채 붉어진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던 스타더스의 얼굴.

'...난, 너랑 하는거면 해도 상관없는데.'

마지막에 자신의 입술을 만지며, 그런 말을 하던 그녀의 모습까지.

"...미치겠네."

그렇게 나도 모르게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습들에.

나는 그렇게, 한숨을 쉬며 침대에 누워 팔로 눈을 가린 채 중얼거렸다.

...그럴리가 없잖아. 그리고, 이성적인 감정은 안갖기로 했잖아. 어차피 그녀는 별다른 생각도 없이 날 당황시키려고 그런걸텐데. 정신차리자 다인아. 넌 첫사랑 빠진 중학생 아니라니까?

그렇게 그날 밤, 온갖 생각을 하던 나는.

'.....'

마침내 나 혼자 무슨 짓을 하고있는건가-하는 현실자각 타임을 가지고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래. 생각해보니 스타더스는 아무생각없이 쿨쿨 자고있을텐데, 난 혼자 뭔 뻘 생각을 하고있는거야.

어차피 그녀는 별 신경도 안쓸텐데.

***

한편.

그시각, 스타더스는 똑같이 잠들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워 오늘 있었던 일을 엄청나게 신경쓰고 있었다.

"...내가 미쳤지, 내가 미쳤어..."

침대에 누워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는 그녀.

'...너, 손 크더라?'

"으으으으..."

자기가 한 말에 이미 수치심의 정점을 찍은 그녀는, 거의 부끄러워서 눈물을 글썽일 정도였다.

...사실 누구라도, 자기가 한 말이 티비에 무한 반복돼서 열애설로 퍼지고 있다면 그럴만 하긴 했다.

'...그, 스타더스. 음... 아니다.'

머리를 어색하게 긁으며 말하던 협회장의 그 눈빛, 그 눈빛이....

"하아... 내가 진짜 왜그랬지."

그렇게 그녀는 자괴감에 빠져 몸부림 칠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녀가 부끄러워 할만한 일은 그게 전부가 아니였다.

대체 무슨 생각이였는지, 에고스틱의 손을 붙잡고 걸어다닌 것부터.

마지막 방에서, 어쩐지 느꼈던 의미모를 아쉬움까지...

"하아..."

그렇게 오늘 자신이 벌였던 일들에 극심한 부끄러움을 느끼면서도.

...그녀는, 사실. 이것 하나는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그와 그렇게 함께하면서, 은근히, 즐거웠다는걸...

그의 손을 잡고, 그의 체온을 느껴가며, 그와 대화를 나누며.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뛰었다는거.

...그러니까 히어로인 자신이, 빌런이랑 함께하며 그랬다는 소리다.

"...아니지."

그렇게 생각하던 그녀는,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이건 에고스틱 교정 과정의 일환인거다. 속은 누구보다 착하고 따뜻하지만, 겉으로는 악한 행동을 하는 에고스틱을 교화하기 위한 교정 활동인거지. 누구보다 히어로다운 일이다. 빌런의 손을 잡고 그러는건 누구보다 히어로다운 일. 앞으로 또 같은 상황에 놓이면 그렇게 할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그와 손잡는게, 기분 좋기도 했고...

"...하아."

그렇게 온갖 생각을 하며, 오늘 에고스틱과 있던 일을 생각하던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마지막에 키... 입맞춤하지 않으면 못나간다는 방에서 만약 에고스틱이 탈출방법을 못찾았다면 어떻게 됐을지까지 생각이 미쳤고.

"...미쳤나봐."

이내 붉어진 얼굴로, 그런 황당한 생각을 멈추기로 하고 마침내 지쳐서 잠에 들었다.

그리고 그날밤.

'...잠깐, 에고스틱. 흐읍. 읍.'

'...응, 으으음.'

'....'

"...! 하아, 하아... 하아."

이상한 꿈을 꾸다가 깨어난 신하루는, 자신의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덮으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루야, 너 진짜 미쳤냐고오..."

아무래도, 자신이 미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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