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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80화 (280/328)

Chapter 284 - 미수

던전메이커가 만든 미궁.

그곳의 어두운 복도를, 스타더스는 조용히 걷고 있었다.

에고스틱의 손을 꼭 잡은 채로.

"...."

두근거리는 심장의 소리를 꾹 눌러가며, 그녀는 길을 걸었다.

대체 이렇게 손 잡는게 얼마나 대단한거라고 자신의 심장이 이다지도 뛰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자신의 손바닥과 에고스틱의 손바닥이, 서로 붙은 것마냥 꼭 맞닿아.

그의 차가운 피부가, 자신의 따뜻한 손에 의해 서서히 온기를 되찾아 가는걸 느끼며.

그의 손가락이 자신의 손등을 감싸는걸 느끼며.

두근. 두근.

스타더스는, 어째서인지 계속해서 자신의 심장이 뛴다는걸 조용히 깨닫고 있을 뿐이였다.

...어두워서, 참 다행이였다.

자신의 붉어진 얼굴이 그에게 보이지 않을테니까.

그렇게 에고스틱의 손을 꼬옥 붙잡은 채, 그와 함께 어두운 복도를 걷던 스타더스는.

그녀와 손을 잡은 상태로 망설임없이 앞으로 쭉쭉 걸어가고 있는 에고스틱을 보며 조용히 생각했다.

...아무래도, 에고스틱은 대충 이 미궁의 시스템을 아는 것 같다는거. 하긴. 에고스틱이 지금까지 모른게 더 드물었으니까.

그리고 그 말은, 곧 이곳에 온 것도 다 자신을 위해서라는 말이 된다. 지금까지 늘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선,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날아온 그였으니까.

에고스틱은 나한테 왜 이렇게까지 해주는걸까.

...그는, 나를 대체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에고스틱과 손을 맞잡은 채, 서서히 돌아오는 그의 몸의 온기를 느끼며. 단 둘이 그 누구도 없는 공간에서 함께 서로의 맨살을 맞닿은 채 걷고 있어서일까.

스타더스는, 그에 대해 더욱 더 궁금해졌고.

이내. 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기회에, 그에게 묻기로 했다.

지금까지 늘, 궁금해왔던 것을.

"야, 에고스틱."

"...네? 왜 그러십니까."

자신의 말에, 약간 움찔하며 그렇게 답하는 그.

그렇게 자신한테 묻는 그의 말을 들으며.

뭐라고 말해야 할까. 잠시 고민한 그녀는.

이내, 자신도 모르게 묻고 싶었던 본론을 툭하고 물었다.

"...날, 계속 도와주는 이유가 뭐야?"

그래. 그녀는 그게 묻고싶었다.

대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기에, 에고스틱은 그녀를 위해 그렇게까지 하는건지. 무슨 목적이 있는건지... 아니면, 어떤 감정이 있는건지.

그녀는 오늘이야말로, 그 답을 듣고싶었다.

"...하하. 무슨 소리십니까. 제가 뭘 도와드렸다고 그러시죠?"

그리고 그렇게 발뺌하는 에고스틱에게.

그녀는, 조용히 조근조근하게 지금까지 그가 했던 일들을 설명했다. 월광교주부터 한은그룹 지하에서 있던 일들까지. 왜 그렇게까지 하는 것인지.

스타더스는, 자신과 손을 맞잡고 있는 에고스틱에게 그렇게 물었다. 이번에야말로 그의 진심을 듣고 싶었기에.

"......"

그리고, 자신의 질문에 잠시 침묵하던 에고스틱은.

이내 다시, 입을 열고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거야, 당신이 제 아치에너미니까요."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늘 듣던 말에 스타더스가 그렇게 반박하려던 순간.

에고스틱은 그녀의 말을 끊고는.

약간의 웃음을 섞으며.

어둠속에서, 그녀의 손을 붙잡은 채 말했다.

"그리고."

"당신이, 저한테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

그렇게, 그리 답하는 그의 말이 복도에서 울려퍼졌고.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머리가 멍해진 스타더스가 무어라 답하기도 전에.

에고스틱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자신은 빌런이고, 어떻고. 그런 말들을 했으나,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였다.

"그렇기에, 당신이 저에게 소중하다는 겁니다. 예전에 말씀드렸듯이, 스타더스씨 당신이 결국 절 완성시키니까요."

"저에겐, 당신이 그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그러니 전 스타더스씨가 다치는걸 원하지 않는겁니다."

웃으면서, 자신을 향해 털어놓는다는 듯이 말하는 그.

그리고 스타더스는, 그런 그의 말을 통해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와 맞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고동으로, 감각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의 말에는, 어떠한 거짓도 없다는 것을.

그녀가 소중하다는 그의 말이, 순도 백프로 진심이라는 것을.

...사실, 황당한 말이었다.

빌런이 히어로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니. 말이 안되는 일이지. 다른 히어로들이 이런 얘기를 들었으면 헛소리라 생각하고 넘길수도 있었다. 진심이어도 이상한 놈이라 생각하고 오히려 불쾌해했겠지.

그러나.

어째서일까.

"......"

그의 그런 말을 듣자, 자신의 심장이 아까보다 더욱 빠르게 뛰는 것은.

내가 그에게 있어 소중한 사람이었구나.

그는, 날 특별하게 생각해주고 있던게 맞았구나.

...나만, 그랬던게 아니였구나.

그리고 지금까지 그녀가 가지고 있던 일말의 불안감을 해소하듯.

확실하게,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해준다는 에고스틱의 말에.

그녀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따스한 무언가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녀도 알았다. 이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히어로가 빌런때문에 이런 감정이 든다는게... 빌런이 히어로를 이렇게 생각하는게.

그래도.

'...응. 에고스틱 정도면 빌런이 아니니까.'

지금까지 그가 해온 걸 생각해보면, 그가 빌런이라 할지라도 악인이라고는 할 수 없었기에. 오히려 세상을 지켜냈으니, 선인이라고 볼 수도 있었으니까.

그렇게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그녀는, 그의 말에 응...이라고 밖에 답할 수 없었다.

지금 입을 열어, 다른 말을 하면.

대체, 자신이 무슨 말을 할지 장담할 수 없었으니까.

"...."

그렇게, 스타더스는 에고스틱과 한참 손을 잡고 걸었다.

계속해서 두근거리며 뛰고있는 자신의 심장 소리를 느끼며, 붉어진 볼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

그렇게 그 이후로도 스타더스가 그의 손을 잡은 채 걸은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몇몇 괴물같은게 튀어나오긴 했지만, 그 외에 큰 위협은 없었고.

마침내, 둘은 복도의 끝에 놓인 하얀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자, 여기는 일단 안전해 보이는군요."

그렇게 마침내 광원이 있는 곳에 도착했기에, 그녀는 자연스럽게 에고스틱의 손을 놓았다.

...어쩐지, 그의 손을 놓자 손바닥에 닿는 공기가 시렸서일까. 그녀는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좀 더 잡...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자기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던 스타더스는, 애써 정신을 차리며 그리 말했다.

표정도 지금 얼마나 최대한 평온하게 유지중이였나. 여기서 무너지면 안된다.

"...여긴 뭐하는 방일까?"

그녀는 일단 그렇게 말하고 주위를 둘러보며, 그렇게 말했다.

...벌써 에고스틱과 헤어지게 생겼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며.

그래.

그래도, 오늘 그에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으니까. 그의 진심도,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것도 알고. 했으니까.

그렇게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던 순간.

쾅.

둘이 함께 들어왔던 문이, 갑자기 내려온 하얀색 문에 의해 닫혀버렸다.

그렇게 밀실 속에 갇혀버리게 된 그녀와 에고스틱.

'...뭐지?'

그녀가 의아하게 생각하던 찰나.

하얀 방의 한쪽 벽에 있던 전광판이, 갑자기 빛나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정말 갑자기도.

글자가 튀어나왔다.

미궁 탈출 조건이 적힌, 글자가.

그리고 그걸 본 스타더스는.

".....?"

순간, 사고가 정지될 수밖에 없었다.

*

[서로 키스하지 않으면 못나가는 방]

*

"잠깐, 저거 뭐야...?"

벽에서 당당하게 빛난 채, 그렇게 나오고 있는 글자.

그 문자가 말하는 의미를 받아들이기까지, 스타더스는 시간이 꽤 걸렸다.

그러니까, 이 방에서 나가고 싶으면 키스...를 하라고. 에고스틱이랑?

그 말을 이해한 순간, 스타더스는. 신하루는 머리쪽으로 피가 몰리는걸 느꼈다.

응? 키, 키스? 갑자기? ...에고스틱이랑 입을 맞추라고?

"...?"

이미 신하루의 머리는 고장난지 오래.

이런거에 내성이 없는 그녀였기에, 이미 얼굴이 붉어진 그녀는 머릿속으로 혼자 온갖 생각을 다 하기 시작했다.

".....어, 응. 음..."

아니, 에고스틱이랑 오늘 손을 잡았는데 어떻게 벌써 그런 짓을. 그런건 사귀는 연인끼리 해야... 아니지, 맞나? 요즘은 친구사이에서도 입맞춤정도는 한다는데, 괜찮나? 괜찮을리가 없잖아. 그래도, 어, 그걸 꼭 해야 여기를 빠져나갈 수 있다면. 어쩔 수 없이, 응 어쩔 수 없이 해도 되는게 아닐까? 난 하기 싫지만, 해야만한다면, 응. 어쩔 수 없이 하는거지, 어쩔 수 없이... 그래, 빌런의 농간으로, 딱 한번이라면, 에고스틱이랑 입... 입을 맞춰도...

그렇게 붉어진 얼굴로 눈이 핑핑 도는 채 그런 생각을 하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에고스틱의 쪽을 힐끔 봤고.

"...."

그렇게, 서서 팔짱을 끼고 턱을 괸 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 에고스틱과.

눈이, 딱하고 마주쳤다.

그리고는, 자신의 쪽으로 걸어오는 그.

"스타더스씨."

"으, 응?"

그렇게 진지한 얼굴로 자신의 얼굴을 보며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그의 모습을 보며.

스타더스는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걸 느끼며, 붉어진 얼굴로 온갖 생각을 했다.

하, 하는건가? 지금 여기서? 나, 나 한번도 해본적 없어서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데... 그래도, 에고스틱과 함께라면. 으응...

그렇게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 쳐 벽에 닿은 후, 가슴에 손을 모은 채, 귀끝까지 붉어진 얼굴과 떨리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눈을 감으려던 그 순간.

그녀의 코앞에 선 그는.

"...찾았다."

그 말과 함께, 한쪽 벽에 갑자기 주먹을 쥐더니 일격을 날렸다.

그리고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무슨 뭔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붕괴해버린 뒤쪽 벽.

"...?"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스타더스가 두 눈을 꿈뻑이며 뒤를 볼 때.

그 너머로 걸어가본 에고스틱은, 그녀의 쪽을 보며 씨익 웃고는 말했다.

"스타더스씨! 여기 길이 생겼습니다. 따라오시죠!"

"...?"

그렇게 환히 웃는 에고스틱의 표정을 본 그녀는 그제서야 슬슬 정신이 들어 물었다.

"...저, 키스하라는 조건은...?"

"당연히 안해도 되죠. 참 다행입니다, 하하. 스타더스씨도 저와 입을 맞추고 싶지는 않으실 거 아닙니까?"

그렇게 웃으며 말하는 에고스틱의 모습을 보며.

스타더스는, 뭔가 몸에서 힘이 쭉 빠지는걸 느꼈다.

아니. 그럼 내가 한 각오와 생각은....

그리고.

그래서일까.

허망함에 빠진 스타더스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난, 너랑 하는거면 해도 상관없는데."

"네?"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늘 그렇듯 자신의 말을 못들은 듯한 에고스틱의 모습을 보며.

스타더스는 고개를 젓고 그를 따라 나섰다.

"...."

그래, 다행이네. 다행...이야.

안해도 돼서, 다행이지.

그런 생각을 하며 에고스틱을 따라 이상한 미지의 공간으로 향하던 스타더스는.

조용히, 스스로 곱씹었다.

...다행, 인가?

다행이지. 다행인건...데.

왜.

이렇게나 아쉬운 기분이 드는걸까.

***

늘 그랬듯 빌런의 인지의 허점을 찾아, 미궁의 벽을 박살낸 이후.

이곳을 탈출하는 루트로, 뒤에서 따라오는 스타더스를 이끌며 앞을 보며 출구를 향해 걷고있던 나는.

"....."

두근. 두근.

'...난, 너랑 하는거면 해도 상관없는데.'

방금 들었던, 스타더스의 중얼거림을 생각하며.

최대한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른 채, 앞을 향해 무작정 걷고 있었다.

...잘못 들은거겠지?

그렇겠...지?

***

*

[???????]

[저 여자 드디어 미침? 왜 혼자 머리잡고 벽에 기댄채 난리임]

[뭔진 모르겠지만 개 꼬시면 개추ㅋㅋㅋㅋㅋ 지만 보더니 꼴 좋죠?]

[던전메이커<<<<<조울증임? 혼자 히죽히죽 웃다 갑자기 벽에 샷건치고 왜저럼?]

[대체 안에서 뭔 일이 있었으면 저렇게 아쉽다는 표정을 지을 수 있는거냐고ㅋㅋㅋ]

[ㄹㅇ왜저러는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기분 좋네ㅋㅋㅋㅋㅋ 100만 시청자들의 고통을 맛봐라!]

[무서운 사실)왠지 저 안에 있었던 일이 우리한테도 딱히 좋은 일은 아닐거같은 기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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