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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78화 (278/328)

Chapter 282 - 미궁 속으로

던전 메이커.

3페이즈 후반부에 등장해 나서는 중간보스급 빌런으로, 역시나 후반 이슈의 빌런답게 기상천외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능력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하얀 벽돌들을 이용해 이공간의 세계에 상대를 가두는 능력. 한마디로 자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소리다. 듣기만해도 어지러운 능력.

...뭐, 사실 얘가 가진게 어지러운 능력자들로 가득한 3페이즈 출신 빌런중에서도 특히 기묘한 능력이였다. 만들 수 있는 공간 자체의 크기가 제한적이긴 해서 막 사기능력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쨌든 던전메이커는 그렇게 스스로 이공간에 미궁을 만들어두었고, 이를 던전이라고 불렀다.

그녀의 주요 능력 활용법은 불특정 다수를 이 던전으로 유배시키는 것. 특히 히어로를 가두고 안에 설치한 장치들로 괴롭히는걸로 악명높았다. 나중에 같은 메이커 돌림이름을 쓰는 스크림 메이커와 협력해 미궁을 더욱 악랄하게 바꾸기도 했고.

하여튼 결론은 이 미궁속에 빠지면, 빠져나가는 방법을 알게될 때까지는 나올 수가 없다는 것. 특히 이 함정에 처음이면 더더욱 위험하다.

그러니 내가, 스타더스가 던전메이커와 맞붙는걸 봤을때 즉시 달려온거고.

'...근데, 저 여자는 분명 원작대로라면 시기상 아직 테러할 때가 아닌데.'

무슨 변심이 들어서 갑자기 지금 테러를 일으킨거지? 내가 월광교 재앙을 막은 나비효과인가.

어쨌든 만약 등장한다면 내가 무조건 나서기로 계획한 빌런 중 하나였기에, 일단 이곳으로 달려와 스타더스를 감싸고 본 것이다. 이유는 하나. 오직 스타더스를 이곳에서 무사히 생환시키는 것.

...사람들의 반응은 뭐, 어차피 내가 빌런으로써 아치에너미인 스타더스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거 같으니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이래서 컨셉이 중요해. 컨셉이 아니긴 하지만...

"괜찮으십니까?"

하여튼 그 결과, 나는 스타더스와 함께 이 미궁속으로 떨어졌다.

"응..."

회색과 하얀빛이 섞인 벽돌이 주위를 감싸고 있는, 어딘가의 실내.

기묘한 그곳에서, 우리는 눈을 떴다.

아마 이곳이 던전메이커가 만든 미궁이겠지.

나는 여전히 나에게 안겨있는 스타더스에게서 살짝 떨어진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제서야 나와 함께 일어나는 스타더스.

"하아... 그래서, 여기가 어디지?"

다시 평온한 얼굴이었으나, 약간 귀는 여전히 붉어진 상태로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그렇게 물었다.

"음, 아마 아까 그 여자의 능력으로 보낸 어딘가의 공간으로 보입니다. 딱 보니까 밖에서 이곳을 조작하고 있는 것 같네요. 아마 저희가 이곳에 살아있는동안 밖은 안전할걸로 보입니다."

나는 우리의 앞에 펼쳐진 으시시하게 어두운 하얀색 복도를 보며 그렇게 설명했다.

일단은 잘 모르겠지만 추측한다는 듯 자세한 설명을 하고있는 나였다.

나는 그렇게 내 옆에 서있는 스타더스를 돌아보곤,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스타더스씨. 일단 서로 이 어딘지도 모를 곳에 떨어졌으니... 이번만 한번 임시동맹 맺는거 어떻습니까?"

나는 언젠가 해본적 있는듯한 질문을 그녀에게 던졌고.

"응... 알겠어."

그녀는, 나에게 그렇게 답했다.

...약간 미소지으며.

뭐지. 왜 웃는거지. 설마 중간에 뒤통수치고 끌고갈 생각을 하는건 아니겠지..? 그러면 우리 다 죽는거다. 그러면 안돼요.

"어, 그럼 일단 저 앞으로 걸어가볼까요? 좀 위험해 보이니, 서로 붙어갑시다."

"그래."

그렇게 은근 순순히 대답하는 그녀와 함께, 히어로와 빌런은 더 큰 악당을 막기 위해 미궁속을 함께 좁은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쩐지, 손가락이 맞닿을듯 나와 가깝게 걷는 그녀와 함께.

***

스타더스. 신하루.

그녀는 에고스틱이 좋았다.

...인간적으로. 인간적으로 좋다는 거였다. 다른 뜻이 아니라. 응.

어쨌든, 저번 월광교주와의 싸움때 에고스틱이 없는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본 이후 그런 생각은 더욱 커졌다. 결국 지금까지 에고스틱이 해왔던 모든 일이, 모두를 위한거였음을 증명하는 것이였으니.

그렇기에 그녀는 그때 깨달았다.

에고스틱은, 역시 악인이 아니였다는 것. 그의 모든 행동은 다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그러니, 더이상 자신의 마음을 숨길 필요가 없다는 얘기였다.

에고스틱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그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고싶다는, 그와 함께있는 시간을 늘리고 싶다는... 그녀의 솔직한 마음이.

자신의 담당 빌런에 대해 더 많이 아는 것도, 히어로의 의무니까. 응.

하여튼 그렇기에.

그녀는, 이번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제 순간이동이 이 밖으로는 아예 먹히질 않는걸 보아, 이 세계는 빌런이 특수하게 구현한 공간인가 보네요."

던전메이커란 빌런이 떨어트린, 이 기묘한 하얀 미로같은 좁은 복도를 걷고있는 그녀.

...그리고 스타더스는 빌런에 의해 미궁에 갇혔다는 공포보다는, 다른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예를들어 에고스틱이, 이번에도 역시나 자신을 위해 온 것 같다는 것과.

...정말 오랜만에, 에고스틱과 이렇게 단 둘이 있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났다는 것.

예전에 에고스틱과 함께 한은그룹 지하에서 만났을때.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지만, 경계만 하던 그날과는 그녀가 전혀 다른 생각을 하던 때였다.

...그리고, 어째서일까.

"흐음... 여기는 대체 뭐하는 곳일까요?"

조용히 미소지으며, 앞을 바라보고 있는 에고스틱의 옆얼굴을 슬쩍 올려볼때면.

두근. 두근.

자신의 가슴이, 이다지도 요동치는건.

분명 빌런인데도, 그의 옆에 붙어서서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고. 더욱 옆에 더 있고싶은걸.

"...야, 에고스틱."

그리고 마침내, 마음을 먹은 그녀가 그에게 말을 시키려던 그 찰나.

"...! 조심하세요!"

옆에서 함께 걷고있던 에고스틱이, 그런 말을 하며 자신의 팔을 잡고 멈처세웠고.

그러자 그 순간.

와바바바박

그녀가 서있던 앞쪽에서, 무슨 화살비 같은게 쏟아져내렸다.

...사실 이상한 기분에 앞에 무언가 함정이 있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에고스틱을 잡을 생각을 했지 자신이 잡힐 생각은 하지못한 그녀였다.

자신과 직감도 비슷할 정도로 좋은 에고스틱이였다.

"쓰읍... 여기 함정도 많은 것 같군요. 일단 더 가봅시다."

"...알겠어."

그렇게 그녀는 망토를 휘날리며 앞으로 전진하는 에고스틱을 따라, 계속 미로같은 복도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마치 정말 미로처럼 여러 갈림길이 놓여있는 그곳을, 자신을 믿으라며 고민하지않고 걸어가는 그의 뒤에서.

물론, 이 미궁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계속해서 형태가 변하는걸로는 모자라서, 무슨 대왕 거미가 튀어나오는 등, 갑자기 가시가 벽에서 솟아오른다는 등 온갖 기괴한 장치들이 가득했으니까.

...그러니까, 이 말은 에고스틱이랑 별다른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안생겼다는 소리였다. 안그래도 그가 앞만보고 성큼성큼 걷고있기도 했고.

"....."

그리고 그럴수록, 그녀의 기분은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뭔가 빌런인 그가 여기를 빠르게 빠져나가겠다고 집중하고 있는데, 자신이 뭐라 말을 시키기도 애매한 상황.

이대로라면 결국 서로 별로 말도 못한 채 이 미궁을 빠져나간 뒤, 그가 도망치는걸 끝으로 오늘의 일이 막을 내리게 생겼다.

그리고 그보다도, 그녀의 마음을 심란하게 하던건.

"이번에는 이곳에서 한번 이쪽으로 꺾어봅시다."

...그녀는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는 듯, 시원시원하게 그렇게 말하고있는 에고스틱이였다.

아니, 뭐 당연한거긴 한데... 어쩐지 기분이 좀 그랬다. 그녀만 그를 신경쓰고 있는거 같아서.

그렇기에 스타더스는, 자기도 모르게 에고스틱이 괘씸해졌다. ...이쪽을 좀 돌아봐주면 어디 덧나나.

그녀가 계속해서 그런 초조한..?감정을 쌓아가고 있는 동안, 열심히 걷던 그들은 이내 막다른 벽에 부딪혔다.

그리고 그 끝에있는 나무 문.

"이쪽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어."

그렇게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흐음..."

새까만, 눈앞이 잘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이 튀어나왔다.

무언가 이상한 쇳소리와, 도끼 휘두르는 소리가 가득한 이곳.

"...뭔가 이곳은 전보다 위험해보이네요. 혹시 모르니 제 옆에 꼭 붙어있으세요."

"응..."

그리고 그 어두운 복도로 들어가기전.

스타더스는, 자신도 모르게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이 기회 아닌가?

에고스틱은 그녀를 전혀 신경도 안쓰는 지금. 자신이 이 기회에 먼저 다가간다면, 과연 그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렇게.

이미 에고스틱과 지속적인 무언수행의 동행 끝에 정신이 약간 나간 그녀는.

맨정신으로는 하지 않았을, 과감한 행동을 하기로 했다.

슥.

"....음?"

그렇게 어두운 복도로 들어가기 직전.

스타더스는, 손을 뻗어 에고스틱의 손을 맞잡았다.

그러자 그 순간 그녀의 손에 느껴지는 에고스틱의 약간 차가운 손.

그렇게 손을 잡힌 에고스틱이 "어..."같은 반응만 보이며 무슨 일인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 버벅이고 있을 때.

스타더스는 고개를 돌린 채, 그와 눈을 피하며 자기도 모르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네가 위험하다며. 붙어 걷자고 했잖아. 그럼 이게 제일 확실하니까."

"어..."

"...안돼?"

"...안될게 뭐있습니까. 그래, 뭐. 안전하고 좋네요. 그래요. 이렇게 갑시다."

그렇게 이내 에고스틱의 그런 답이 날아오고.

이내 둘은, 서로 손을 꼭 맞잡은 채 어두운 복도로 향했다.

...그리고 그 순간.

스타더스는, 이곳이 어둡고 시끄러워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어둠이,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안보이게 해줄테니까.

그리고.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시끄러운 소리가, 그녀의 심장이 방망이질치는 소리를 묻히게 해줄테니까.

***

*

[??????]

[저 둘 어디감?]

[스타망고를 살려내!!!]

[정신 나갈것같아 정신 나갈것같아 정신 나갈것같아 정신 나갈것같아 정신 나갈것같아 정신 나갈것같아]

[비상!!! 초비상!!!!! 미친 여자가 에고스틱과 스타더스를 죽였다!!]

[순애보 망고스틱아 시1발 순애보인건 좋은데 카메라를 챙겨가야할거 아니야!]

*

그리고 그 시각.

에고스틱과 스타더스가 있던 자리에 생겨난 하얀색 블럭의 탑에 손을 기댄채, 눈을 감고 던전을 조작하고 있던 던전메이커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아니, 저 둘은 왜 이 안에서 연애질이야?"

물론 그렇게 투덜거리듯 말하는 그녀의 입은.

...자기도 모르게, 살짝 올라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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