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81 - 예기치못한 만남
탁 트인 하늘.
여러 새 건물들의 유리에 햇빛이 반짝하고 반사되어 빛나는, 도시의 위에서.
스타더스는 무심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아."
그녀의 금발의 머리가 하늘에 불어오는 바람에 휘날리는걸 느끼며, 그녀는 아래에 빌런이 있을 곳을 찾았다.
그리고 도시의 저쪽 한편에 보이는, 딱봐도 심상치않은 복장을 하고있는 누군가.
저놈이 아무래도 이번에 테러를 일으켰다는 빌런이겠지.
그녀는 그런 간단한 생각을 한 뒤, 허공을 박차며 그대로 아래로 날아갔다.
그러자 들리는 놈의 목소리.
"히아아아아! 히히, 내가 두려운가?"
그렇게 말하며 그 빌런은, 몸에 달린 이상한 기계 팔들을 이용해 사방을 공격하고 있었다.
선글라스를 쓴 채, 검은색의 긴 머리를 하고있는 중성적인 모습의 여성으로 보이는 빌런.
긴 롱 코트를 입은 그 빌런은, 2개의 기계 팔을 등에 단 채 사방을 공격하고 있었다.
당연히 사람들은 다들 훈련받은 군인처럼 다들 뭐 터지는 소리 들리자마자 신속하게 도망친 바람에, 텅 빈 거리를 혼자 부스고 있는 모습이 좀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다.
하여튼 너무나도 저런류의 잡다한 빌런들을 많이 상대해 보았기에.
지상으로 내려온 스타더스는, 그 빌런으로부터 멀찍히 떨어진 앞의 허공에 착지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런 그녀를 발견한 빌런.
"호오? 이게 누구야. 그 유명하신 스타더스 아니야?"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앞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도착한 스타더스를 보며 입을 연 그 빌런의 말에, 스타더스는 감정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고 말했다.
"빌런. 무기를 내려놓고 순순히 투항해라. 그러면 다칠 일 없이 감옥에 넣어주지."
"푸하하! 웃기고있네. 내가 왜? 미쳤어?"
"...."
애초에 별 기대도 안했기에, 그녀는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그때 그런 그녀를 향해 싱긋 웃더니, 손으로 선글라스를 잠시 내린 빌런.
그런 그 빌런의 눈동자는, 빙글빙글 돌고있는 신기한 모습이였다.
"내 소개나 한번 해줄까? 난 던전메이커. 오늘로 이 도시를 정복할 여자지. 아하하."
"...하아."
기계팔을 휘두르며 웃는 여자를 보며, 스타더스는 한숨을 쉬었다.
...요즘 만나는 빌런들은 다 이렇게 미쳐있었다. 아니, 미쳤으니 빌런이 된걸까.
대체 왜 나오라는 에고스틱은 안나오고, 이런 빌런들만 나오는걸까. 그녀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도 뭐 어차피.
상대가 누구던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의 주먹 한방에 모두 공평히 쓰러지니까.
이미 월광의 흉수라는 거대한 괴수를 잡고 난 이후, 이제는 자신감이 꽤 상승한 그녀였다.
"하아. 알았다. 네놈을 쓰러트리면 끝이겠지."
스타더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하늘로 두둥실 떠올랐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흐응...."
스스로를 던전메이커라 밝힌 빌런은, 조용히 웃으며 조금도 경계하지 않고 손을 움직이며 바라볼 뿐이였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며.
'...뭐지?'
스타더스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솟아오르는걸 느꼈다.
무언가, 무언가 불길한 이 느낌.
저런 기계장치 팔을 단 빌런한테서 느끼는게 이상할 정도의, 초감각의 경고.
뭔가, 잘못될것만 같은 기분.
지금까지 늘 불길한 예감은 거의 적중했던 그녀의 히어로로써의 직감이기에, 스타더스는 본능적으로 상대가 쉽지 않을거라는걸 느꼈다.
그렇다고. 지금 뭘 더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지만...
...그렇게 등을 타고 오르는 그 불길한 감각속에서.
스타더스는,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는 어쩔 수 없다. 맞서 싸워야지. ...대체 저놈이 뭐길래, 자신이 이다지도 이렇게 불길한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지만.
마침내 그녀가 침을 삼키며, 긴장한 채 주먹에 힘을 주어 노란 빛을 뿜어내고.
던전메이커라는 빌런 또한, 이제는 손을 들어 올려 무언가를 하려 하고 있던.
그렇게 스타더스가 잔뜩 긴장한, 일촉즉발의 그 순간.
"...하하! 이거, 저 빼고 이미 재미를 보려 하고 계셨군요?"
그 둘이 서로 맞서고 있는 조용한 거리.
그 위쪽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녀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가.
"...어?"
"흐음..?"
그리고 그 목소리에, 서로 대치하고 있던 두 여자는 고개를 들었고.
그렇게 그 근처 낮은 높이의 건물 옥상에서.
한 남자가, 얼굴에 가면을 쓴 채 웃으며 서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은.
계속 기다리고 기다리기는 했으나.
그녀가, 그렇다고 오늘 만나게 될거라고는 전혀. 전혀 예상치 못한.
"...에고스틱?"
너무나도 익숙한.
자신의 아치에너미인 에고스틱의 모습이였기에.
갑작스러운 그의 출현에도, 스타더스는 긴장하기는 커녕 자기도 모르게 멍하니 그를 올려다 볼 수밖에 없었다.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영문을 모를, 그의 갑작스러운 난입.
그리고 그렇게 그를 본 순간, 그녀는 자신의 몸에 긴장이 풀리는걸 느꼈다.
그래.
그를 본 순간, 그녀가 느낀 감정은.
빌런과 대치중일때 다른 빌런이 난입해 온 걸 보고 히어로가 느끼는게 이상한 감정인.
바로, 안심이었다.
...그리고 약간의. 아니, 사실 큰. 스스로가 느끼는것보다 훨씬 큰 반가움도.
***
이 세계는 지랄맞다.
그게 내가 이곳으로 떨어진 그 날부터 늘 생각하던 거였다. 아무래도 원작이 피폐물이라 당연한거겠지만. 하여튼. 그 대표적인 예시가 빌런들의 능력이다.
분명 1페이즈까지만 해도, 초상 능력자의 능력이 그래도 나름 단순한 것들이었다. 스타더스만 해도 그냥 간단히 말해 힘이 세고 날아다니는거고, 뭐 순간이동을 한다느니 그런 식이였으니까. 특히 스타더스같은 2가지 이상의 능력을 가진 능력자들은 기본적으로 A급을 받았으니. 순간이동을 하는 텔레포터. 거대악어인간으로 변하는 크로커다일맨, 번개쓰는 일렉트라. 얼마나 단순한가.
그런데 2페이즈부터 모든 빌런들이 S급을 받기 시작하더니, 슬슬 능력들이 복잡해진다. 초능력이랑은 아예 다른 시스템인 마법을 쓰는 은월이가 나온걸 생각하면 말 다했지. 서자영도 그렇고 내가 상대했던 다른 빌런들도 그렇고, 다들 능력이 심상치않다.
그리고 현재, 3페이즈.
이때가 빌런들의 능력이 제일 개판이 난 때다. 온갖 기상천외한 능력을 가진 빌런들이 나온다는 소리. 당연히 그놈들은 창의적이게 스타더스를 괴롭히고. 그래서인지 이때 읽던 독자들 사이에선 1페이즈 빌런 2페이즈 빌런들이 그립다...라는 말이 많았었다.
...물론 그 다음에 3페이즈 마지막 대탈옥 이벤트에서 앞의 페이즈 빌런들이 다 튀어나와 날뛰며, 이들도 능력이 단순할뿐이지 강했다는걸 다시한번 증명하긴 했지만. 복잡한 설명을 가진 능력보다 단순히 '주먹 한대치면 하늘을 가른다'라는 능력을 가진 빌런이 더 강한건 당연한 이치니...
하여튼 내가 하고싶은 말은 하나.
앞으로 나올 빌런들 중에서는, 이 놈이 어떤 형식의 능력을 쓰는지 모르면 아예 쓰러트릴 수가 없는 놈들이 있다. 스타더스가 얼마나 강하던간에, 불가능하다는 소리.
그리고 그게 방금 티비에서 나온 빌런, 던전메이커다.
스크림메이커가 이룬 빌런연합의 세 메이커중 한명.
우리 스크림메이커는 내가 찾아내 처리했지만, 던전메이커는 못찾았었는데 자기가 알아서 등장해줬다.
어쨌든 저 여자는 기믹형 빌런인만큼, 공략 방법을 모르면 상대하기 힘들다는 것. 실제로 원작에서 스타더스가 쟤를 처음 상대할때 죽을뻔하기도 했다.
그런만큼, 내가 가만히 있을리 없잖아? 물론 원작 스타더스는 늘 죽을뻔하기는 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상가 건물 위 옥상에 서서 스타더스와 대치하고 있는 그 여자를 씨익 웃으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아, 다행히 늦지않게 왔네. 조금만 더 늦었으면 큰일날 뻔했다.
...물론, 급한 와중에도 카메라를 챙기는건 빼먹지 않았다. 이럴때 오히려 방송을 안찍고 몰래 가면 더 의심받는다. 당당히 나와야지.
*
[킹갓제네럴엠페럴과육100% 망고스틱 입갤ㅋㅋㅋㅋㅋㅋ 캬ㅋㅋㅋㅋㅋㅋㅋ]]
[당신같은 빌런만을 기다렸다우 당신같은 빌런만을 기다렸다우 당신같은 빌런만을 기다렸다우당신같은 빌런만을 기다렸다우 당신같은 빌런만을 기다렸다우]
[이거지 시발 야스~~~~]
[방송뜨자마자 허겁지겁 얼굴에 함박웃음 지으며 달려온 망고단은 개추ㅋㅋㅋㅋㅋㅋ]
[진짜 'S급' 히어로 에고스틱 S급 달성후 첫 방송 입갤 퍄퍄ㅋㅋㅋㅋㅋㅋㅋ]
[신이시여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모시겠습니다 GOD ]
[이거지 이거지 이거지 이거지 이거지 이거지]
[망고야 또 스타더스를 도와주러 왔느니냐]
[걍 에고스틱 스타더스 얘네둘 빨리 고백박고 사귀어야한다고 생각하면 개추ㅋㅋㅋ 일단 나부터ㅋㅋㅋ]
[하아 온 세상이 망고스타단이다... 심지어 에고스틱마저 망고스타단이다...]
*
순식간에 개판이 난 채팅창.
...외국인들도 어쩐지 너무 많아져서 한글을 제외한 채팅을 제외했는데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내려가는 채팅창이었다. 서은이한테 슬로우기능 넣어달라 해야되나봐.
하여튼 지금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지.
"...어? 에고스틱?"
나를 본 그순간, 눈이 커져서 놀랐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는 스타더스를 보며 난 씨익 웃었다. 그래. 무사했으니 다행이다.
...그리고 그때.
"우와. 이게 누구예요. 그 유명한... 에고스틱 아니예요?"
그녀의 앞에 서있는 선글라스를 쓴 기계팔을 단 여자. 던전메이커또한 내쪽을 올려다보며 웃는 채 그렇게 말했다.
...난 저 여자가 마음에 안들었다. 나랑 컨셉이 겹쳐.
나는 그런 그 여자를 향해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 안녕하십니까. 누가 제 앞마당에서 제 아치에너미를 괴롭히며 깽판을 친다고 해서 보러 왔는데, 그게 당신이더라고요."
"아하하. 이 도시가 왜 자기의 앞마당인진 모르겠지만, 그러세요? 후배 빌런으로써 선배님한테 폐를 끼쳤다니 마음이 아프네요. 앞으로 자기라 불러도 될까요?"
"...하하. 아니요."
나는 그렇게 애써 웃으며 그 여자의 말을 받아줬다.
...생각보다 더 정신이 나간거 같은데. 자신의 능력에 자신이 있으니 그럴 수 있는거겠지.
그건 그렇고, 저 아래쪽에 있는 스타더스가 나와 저 여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갑자기 눈을 가늘게 뜨더니 째려보기 시작하는데... 뭐라도 빨리 행동하는게 좋겠다.
그리고 내가 그런 생각을 하던 그 순간.
"흐음... 뭐, 생각해보니 그 유명한 S급 커플을 처리하면 제 명성이 뛀거 같기도 하고?"
던전메이커. 그 여자의 행동이 더 빨랐다.
"그러네요! 선배님, 후배를 위한 제물이 되어주시죠!"
그 말과 함께.
쿠웅-
순식간에 기세가 변한 그녀의 주위가,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키기기기기기기기기깅
허공에서.
수많은, 하얀색의 작은 블럭같은 것들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수많이, 정말 갑작스러럽게 일렬로 튀어나와 우리쪽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래. 시작됐구만.
"흐음... 어?"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그 광경에 당황하고 있는 스타더스 쪽으로 날아가, 그녀를 뒤에서 안아 들었다.
"스타더스씨, 잠깐만 실례하겠습니다."
"응? 어? 아? 자, 잠깐..?"
그렇게 갑작스러운 내 접근에 당황했는지, 얼굴이 붉어진 그녀가 당황해서 버벅거리던 그때.
우리 주위를, 그 하얀 상자들이 덥쳤고.
그렇게, 우리는 어디론가 이동되었다.
던전메이커, 그녀의 고유 능력인 미궁 속으로. 단 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