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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75화 (275/328)

Chapter 279 - 놀이공원

이 세계의 사람들은, 은근 멘탈이 강하다.

학교에서 수업듣다가 옆동네에서 초능력쓰는 빌런이 나타나 깽판쳐도 태연히 수업듣고, 대충 빌런 나타났다 하면 아주 신속하게 도망가는 이들.

내가 온 세계와는 다르게, 온 세상에 초능력자와 빌런들이 가득하기 때문일까. 이 세계의 대중들은 웬만한 테러에는 다 적응을 한 모습을 보여준다. 테러 다음날 출근하는 세계이니까.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그 무섭던 월광교 재앙이 일어난지 이제 막 한달 된 시점이였지만, 여전히 놀이공원은 사람이 많았다는 얘기다.

"와! 오빠, 언니! 우리 이거 먼저 타요!"

"무슨 소리야? 롤러코스터 먼저 타야지."

화창한 푸른 하늘 아래, 사람들로 가득한 이 놀이공원.

온 가족들이랑 함께 이곳으로 놀러온 우리는, 따뜻한 태양빛 아래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곳을 걸으며 뭘 탈지 고민하고 있었다.

온 사방에 활기찬 기운이 가득한 이곳.

나도 뭐, 바람쐬러 놀러 나온만큼 나쁜 기분은 아니였다. 다들 신났기도 했고.

난 그렇게 놀이공원 지도를 보면서 어디로 먼저 가야할지 깊은 논의를 하고있는 서은이와 최세희, 수빈씨를 보며 조용히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다만, 평소에도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거대 로봇을 타는 이들이 어떻게 놀이기구를 이렇게 좋아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였다. 스스로 하늘에서 날면 그게 롤러코스터 아닌가...?

"오빠! 이거 타봐요!"

"...응? 아 그래, 알았어 가자. 수빈씨. 가요."

"네 다인씨."

나는 그렇게 내게 싱긋 웃으며 대답해준 수빈씨와 함께, 놀이기구를 타러갔다.

그나마 사람이 아주 많은 것까지는 아니라 줄은 생각보다 금방 줄었다. 쑥쑥 들어가더라고.

난 그렇게 우리 멤버들과 떠들면서 몇분간 놀이기구 줄을 기다렸다.

"오빠. 이것 좀 먹어봐요."

"야, 이거 봐봐."

"다인오빠... 추우세요? 마법 걸어드릴까요?"

난 내 귀에 대고 그렇게 속삭이는 은월이한테, 괜찮다고 고개를 저었다.

...아 그리고, 이렇게 서있으니 문제가 하나 있기는 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너무 많이 끌린다는 문제가.

물론 다들 인식저해 마법을 걸어놓아 우리를 못알아보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머리색도 노란색 은색 보라색으로 아주 버라이티한 이들이 다같이 서있으니 눈길이 가는 모양. 가끔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 이유는 모르겠다. 이중에 나처럼 평범하게 생긴 사람이 어딨다고. 유일한 청일점이라 그런가?

하여튼 그렇게 마침내 줄이 다 줄었고, 우리는 놀이기구를 탈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놀이기구를 서은이 옆에 앉아서 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뭐, 재밌었다.

...빌런들끼리 당당히 일반인들 틈에서 이렇게 섞여 놀고 있는게 좀 웃기긴 했지만, 뭐. 안들키면 오케이 아닐까?

"자, 다음엔 저거 타러 가자!"

"좋아요!"

"애들아, 좀 천천히 가자..?"

난 그렇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놀이공원을 즐겼다.

...다들 체력이 좋더라. 하하.

***

"휴우... 서은아. 나는 좀 잠깐 쉬고있을게. 너희들끼리 놀다와."

"네? 그런게 어딨어요! 다같이 놀아야죠!"

그 이후로 몇시간이나 지났을까.

지칠줄 모르는 체력이 최세희와 서은이를 필두로 오늘 이 놀이공원 안의 모든 놀이기구를 타기로 마음 먹은건지, 놀고 밥먹고 놀고를 반복한 끝에 내 체력은 이미 방전된지 오래였다.

...안돼. 이게 테러보다 더 힘들 지경이야. 난 좀 쉬어야겠어...

"그래 서은아. 다인씨 저번에 무리해서 몸도 안좋으시잖아. 잠깐 쉬게 해드리자."

"...쩝. 그럼 어쩔 수 없죠."

"그래 서은아. 잠깐만 쉬고 좀있다 따라갈게."

"알았어요 오빠. 그럼 나중에 연락해요?"

난 그렇게 여자 다섯을 먼저 보내고 놀이공원 안 카페 창가에 차 한잔 시키고 앉았다.

...힘들다고 안따라오셨던 신령씨. 알고보니 다 생각이 있으셨군요. 역시 이게 선조의 지혜인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김이서린 창밖으로 사람들이 하하호호 뛰어노는걸 보고있을 때였다.

드르륵.

내 옆자리에 의자가 드륵 끌리는 소리와 함께.

"후아."

머그컵을 들고 온 수빈씨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았다.

"...어, 수빈씨?"

"네 다인씨."

"놀이기구 안타세요?"

내가 그렇게 묻자, 대답하는 그녀.

"네. 저도 좀 힘들기도 하고... 그리고 다인씨 혼자 계시면 심심하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작게 미소지었다.

...늘 드는 생각이지만, 수빈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그렇게 수빈씨랑 떠들다보니, 시간이 금방 흘렀다.

체력도 어느정도 회복되어, 서은이를 비롯한 모두와 합류했고.

"좋았어요. 오빠가 놀이기구 타는건 힘들다고 하니까, 그럼 이번에 거기가요!"

"어디?"

"귀신의 집이요!"

"...?"

그렇게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귀신의 집이 되었다.

...귀신이라. 우리집에도 귀신 있는데. 데스나이트라고. 이름부터 죽음이 들어간다. 내 반지안에서 자고있긴 하지만.

하여튼 그렇게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귀신의 집이 되었다.

다함께 들어가지는 못해서, 우리는 두 팀으로 나눠서 들어갔다. 나는 서은이, 수빈씨 은월이랑 함께.

그렇게 직원의 안내에 따라 우리가 들어온 곳은, 손전등 하나덕에 옆사람의 얼굴이 겨우 보일 정도의 새까만 실내.

뭔가 끼익끼익 소리가 울려퍼지고, 어둠에 잠겨서 한치앞도 안보이는게 생각보다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거 밖에서 보니까 엄청 크던데...

...갑자기 최세희랑 서자영쪽이 좀 걱정되네. 걔네 놀라서 귀신 공격하는거 아니야?

"꺄아아아악. 오빠, 무섭지 않아요?"

한편 서은이는 내 오른팔을 두 손으로 잡으며 무섭다고 말하면서도, 얼굴은 즐겁다는 듯 웃고있는 모습이였다. 역시 애가 공학자라 그런지 미신을 안믿는 모습이다. 데식이 아재가 보면 슬퍼할거야...

"..."

은월이 역시 덤덤해 보이는 모습. 하긴, 마법을 익힌 그녀다보니 귀신정도는 무섭지 않나보다. 아니면 무녀란 이미지다보니 영체와 소통하고 그래서 익숙한 걸수도 있고.

수빈씨도 뭐, 어쩐지 이곳에 들어온 이후 말이 없기는 했지만 아직까진 평온해보이는 표정이였다. 아마도.

"오빠, 오빠. 여기 컨셉이 폐가인가봐요. 밑에 디테일하게 나무로 깔아놓은거봐봐. 어 해골이다! 꺄아 너무 무서워요."

"...!"

"서은아... 그런 말은 웃으면서 하지 말아야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나는 여전히 내 손을 구속한 서은이에게 그렇게 말해주었다. 이젠 거의 끌어안았잖아.

그보다도, 아까 서은이가 비명 흉내낼때 수빈씨가 살짝 흠칫하며 어깨를 떤 것 같은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계속 손전등의 빛에 의지한 채 길을 걸었다.

그리고, 드디어.

"캬아아아아아아아악!"

첫번째 귀신이, 저 옷장 너머에서 불쑥하고 등장했다.

은월이 무녀복마냥 하얀 천옷을 입고 손을 크앙하고 든 채 검은 머리카락을 늘어트리곤 우리쪽으로 달려오는 여자.

"꺄아아아아아악~ 오빠, 어서 도망가요!"

그 모습을 본 서은이는 아주 놀란 척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반대쪽으로 뛰어갔다. 이 상황이 너무 재밌는 모양.

...난 살짝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는데, 이건 비밀로 하기로 했다. 아니 저 옷장 당연히 모형인줄 알았지 왜 진짜로 열리냐고.

그렇게 친절하게 화살표가 되어있는 곳으로 도망친 우리는, 이내 그 귀신...정확히는 귀신 복장을 한 알바생이 더이상 쫓아오지 않는걸 확인하고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와. 오빠, 무서운데 재밌네요! 계속 가봐요!"

서은이는 이제는 눈을 빛내며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은월이도 조용히 미소짓고 있는게, 그냥 서은이가 신난 모습을 보자 자기도 즐거워진 모양.

"뒤로 갈수록 더 무서울 수 있으니 조심해요. 귀신한테 놀란다고 폭탄 던지시면 안되는거 아시죠?"

"헤? 난 괜찮은데... 그럼 넌 마법쓰면 안되는거 알지?"

그렇게 즐겁게 떠들며 앞으로 나아가는 두 소녀를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그래도 즐거워 보이니 다행이네. 이게 그 낙엽만 굴러도 까르르 웃음이 터진다는 스무살인가.

"수빈씨. 저희도 가죠."

나는 그렇게 말하며 수빈씨를 돌아봤다.

"...앗. 네, 가요."

내 말에, 뒤늦게 대답하는 수빈씨.

그리고 그런 그녀의 표정은...

"저... 수빈씨. 괜찮으세요?"

"네? 아, 저야 완전 괜찮아요. 다인씨, 빨리 가요."

미소는 짓고 있으나, 어째 얼굴이 살짝 핏기가 없어진 그녀의 모습이였다. 식은땀도 좀 나는 것같고.

...아무래도 무서운가보다.

그래도 내게 괜찮다고 하며 빨리 앞으로 가자고 재촉하는걸 보면, 인정하고 싶지는 않으신 모양. 이런 수빈씨는 좀 색달랐다.

그래. 일단은 같이 가볼까.

나는 그렇게 그녀와 함께 귀신의 집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크아아아아악!!!"

"끼에에에에에!"

"내 다리... 내다리내놔아아아아!!"

그렇게 갈수록 더 많이 등장하는 귀신들. 이게 놀이공원 안에서 또 돈을 받는 곳이라 그런지, 엄청난 분량을 자랑했다. 귀신이 복사가 된다고.

처음에는 깜짝깜짝 놀랐던 나도, 뒤로 갈수록 적응이 돼서 이제는 알바생들의 투혼에 속으로 박수를 쳐주고싶은 심정이 되었다. 서은이와 은월이는 이미 신나서 먼저 앞쪽으로 사라졌고.

...그런데, 적응이 된 건 나뿐이였나보다.

"저... 다인씨."

"네?"

그렇게 벌써 네번째 귀신을 만난 이후.

뒤에서 조용히 오시던 수빈씨는, 이내 나를 불렀다.

그러더니, 옷깃을 살짝 붙잡는 그녀.

"...같이가요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살짝 울먹이고 있는 모습이였다.

...엄, 많이 무서웠나보다.

"네. 같이 가시죠."

난 그래서 그런 그녀한테 활짝 웃으며 대답해준 다음, 그녀의 옆에 전보다 가까이 붙어서 함께 걸었다.

...부끄러웠는지, 양 귀끝이 빨개진 상태에서도 내 옷깃을 한손으로 잡고있는 수빈씨와 함께.

...근데 뭔가 즐겁게 놀수록 안좋은 예감이 드는데, 기분 탓이겠지.

***

"...."

그리고 그시각.

스타더스는 무언가 심란한 마음에 책상에 손가락을 두들기고 있었다.

...뭔가, 뭔가 불길했다.

무언가 행동을 해야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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