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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74화 (274/328)

Chapter 278 - 당분간은

연말에 일어났던 월광교의 재앙도 지나가고, 어느덧 온 새로운 해의 1월.

한달 가까운 사이에 대한민국은, 굉장히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월광교가 테러를 일으킨 나라라, 피해가 다른 곳보다 더욱 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 유성그룹의 목표는 첫째도 대한민국의 안정, 둘째도 대한민국의 안정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유성기업의 회장 이설아가 주도적으로 모든 건설 업계를 통합해, 한마음 한뜻으로 재건사업을 이루고 있기 때문.

수상할정도로 법을 유성에 유리하게 바꿔주는 국회의원들과 어째서인지 쌓아두었던 기초 설비들 덕에, 대한민국은 유성그룹의 주도로 괴수때들이 무너트린 인프라를 열심히 회복하고 있었다.

...물론, 이 모든건 나와 이설아가 사전에 다 계획했던 일. 미리 지하기지들을 증설해놓아 인명피해를 확 줄이고, 미리 재앙 이후를 대비해 놓은 덕에 이 모든게 가능할 수 있었다.

결론은 지금 서울의 도심을 나가보면 다시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다는 것. 물론 군데군데 계속해서 새로운 건물이 올라오고는 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나에겐 충분히 감격스러운 경험이었다. 원작에서 완전히 폐허가 되었던 신서울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원작에서 지금쯤이면, 이미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은 지하에서 숨어 쫄쫄 굶고있고... 어두운 지상은 계속해서 날뛰는 괴수들로 가득할거다. 게이트에서 온갖 괴수들이 끊임없이 계속하여 쏟아져나오니 세상은 거의 멸망직전인 분위기였고.

그거랑 비교해서, 이 화창한 푸른 하늘 아래 뛰어노는 사람들로 가득한 이 활기찬 도시는 얼마나 감동적인가. 이때까지 개고생한게 전부 보답받은 기분이였다.

실제로 우리 멤버들도 내가 이거 막겠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기에, 다들 내가 이제 한동안 쉰다고 하자 반기는 눈치였다.

"오빠. 이제 앞으로 이번만큼 큰 재앙은 당분간 없는거죠?"

"응? 아, 그렇지."

물론 이제 중후반부에 들어간 만큼 당연히 온갖 독특한 능력을 지닌 빌런들을 나오겠지만, 최종전 전까지는 이번만큼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범지구적인 습격은 없을거다.

"헤에. 역시 그렇다는거죠?"

그리고 그런 내 말에, 서은이는 싱긋 미소지을 뿐이였다. 내가 누워있는 침대 옆으로 약간 붙으면서.

...얘가 왜이래?

하여튼 이 경우 말고도, 다른 동료들 또한 나한테 앞으로의 일을 묻는 경우가 많아졌다.

"흐음... 다인씨, 당분간은 좀 쉬신다고요? 그러면 확실히 안심이겠네요."

나한테 차를 주며 빙긋 미소를 짓고는 그렇게 말한 수빈씨도 그렇고.

"커흠, 커험. 야, 다인. 우리가 이제 큰 고비를 넘겼다는 말이 정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는 최세희가 이제 세상 구하는건 멈추고 꼬셔...읍읍."

"이, 이 이년이 뭐라는거야 미쳤나! 야 너 일로와!"

"푸하. 뭐가, 저번에 다같이 회의했으아아악 사람 살려어어어... 다인 살려줘어..."

최세희도 머리를 꼬며 비슷한걸 묻다가 중간에 난입한 서자영이 뭐라고 말하던 찰나 붉어진 얼굴로 화를 내더니 어디론가 그녀를 끌고가버렸다.

...뭔진 모르겠지만, 여전히 둘이 사이 좋아보여서 보기 좋네.

하여튼 이 넷 말고도 우리 하율이도 와서 슬쩍 물어보고 간 걸 보면, 확실히 다들 휴식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모양. 은월이랑 데식이 아재, 신룡씨 셋 빼고 사실상 다 물어본거니 말 다했다.

아, 그리고 은월이.

"은월아. 몸 좀 괜찮아?"

"네? 아, 저야 당연히 괜찮죠. 다인오빠는 오빠 몸 먼저 신경써주세요."

게이트의 마력을 움직여 그것들을 다 조작한 이후 쓰러졌던 은월이는, 전투가 끝난 후 다음날 깨어났다.

그렇게 눈을 뜬 그녀에게 교주는 쓰러졌고, 월광교는 박살났다고 전해주니 상당히 안심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도 너무 무리한 바람에 한동안은 마법을 쓸 수 없어서, 어느정도 안정이 필요하기는 했지만.

"...."

하여튼 그렇게 월광교주를 쓰러트린 이후, 은월이는 전보다 훨씬 표정이 후련해 보였다. 무언가를 떨쳐낸 것 같기도 했고. 아마 과거의 잔재겠지.

나는 그런 그녀를 조용히 쓰다듬어 줄 뿐이였다.

"다인오빠..."

"응. 왜. 상담할거라도 있어?"

"아뇨. 그보다 이제 당분간은 큰 테러가 일어나지 않을거라는게 정말이신가요..?"

"...."

...대체 왜 다들 그걸 그렇게 궁금해하는거지. 그만큼 월광교의 충격이 컸나?

하여튼. 그렇게 다들 내 방을 찾아온 그날 밤이 지나고.

어두운 새벽.

"흐음..."

내방에 홀로 일어나있던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조용히 생각을 하고 있었다.

"....."

그래. 앞으로 한동안을 쉴 것 같다. 일단 월광교급은 아니여도 위험한 빌런들이 상당히 있어서, 바로 은퇴는 좀 힘들 것 같긴 해도 말이다. 3부는 슬슬 온갖 독창적인 능력들의 빌런들이 나오는 시점. 주사위를 굴려서 거기에 나온 숫자에 따라 운을 조작할 수 있는 놈부터 별 이상한 놈이 다 나올거다. 특히 재앙을 막은 덕에 내가 모르는 놈들이 나올 가능성도 있고.

...하지만, 얼마간 경과를 지켜보고 괜찮다 싶으면 이제 슬슬 빌런 활동을 그만둬도 되겠지.

결국 중요한건 최종보스인데...

"....에휴."

나는 창밖의 별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솔직히, 나는 아직까지 내가 살아있다는게 기적이라 생각한다. 솔직히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거든.

특히 한은그룹 지하에서 괴수들에게 찔렸을때나, 내쪽으로 미사일이 날아왔을 때등... 실제로 죽음의 문턱까지 밟은 경험은 많았다. 어떻게든 살아 돌아와서 그렇지.

그래도, 이 행운이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나는 가끔 밤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특히 최종전을 생각하면 더더욱. 아마 내 생각이 맞다면...

거기까지 생각하던 나는, 조용히 일기나 적기로 했다.

벌써 몇년이나 써서 슬슬 용지가 부족할 지경인 내 일기. 혹시나 모를 내 사후를 대비해 적어놓은 내 에고스트림 비상 메뉴얼과는 다르게 일기는 종이가 증식되어 상당히 곤란했다. 뭐, 어차피 이제 3페이즈고 하니까 내 예상이 맞다면 곧 이 일기를 쓸 날이 오겠지.

"하암...."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일기장을 다 적었다. 요즘 아프다는 핑계로 월광교 전후로 안적어서 쓸 내용이 상당히 많아서 시간이 좀 걸렸다만...

"슬슬 자자..."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스타더스 팬카페도 관리해야되는데, 하암... 그건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해야지.

난 그렇게 생각하며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오빠아."

"응?"

거실 소파에 앉아 자연스럽게 노트북으로 저번 월광교 사태의 스타더스 활약상이 가득 올라오고있는 스타더스 팬카페를 관리하던 나는, 서은이가 은월이와 함께 오며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어 서은아. 일어났어?"

"네 오빠... 하암..."

여전히 아침에 기력이 없이 비틀거리는 서은이를 소파에 앉히고, 은월이는 그런 그녀를 잡아주며 내 옆에 앉았다.

"오빠..."

"응. 왜 서은아."

나는 잠에 취해 몽롱하게 나한테 말하는 서은이에게 대답해주며 팬카페를 관리하고 있었다. 뭐 관리라 해봤자 카페에 올라오는 스타더스 사진들 중 예쁘게 올라온 것들을 선별해 다른 탭에 옮기는 것이였지만. 언론사에서도 우리 카페 사진 퍼가더라고.

그렇게 일을 하고 있을 때.

"오빠아... 즐거워요오...?"

내 어깨 위에 차가운 손이 올라오며, 그런 목소리가 들렸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보이는, 내 컴퓨터 화면을 샐쭉한 눈으로 바라보고있는 서은이.

어느새 잠에서 깼는지, 그녀는 이내 볼을 부풀리고는 나에게 말했다.

"솔직히 말해봐요. 오빠 스타더스 진짜 이성적으로 좋아하는거 아니예요? 막 여자친구 하고 싶어하고?"

"...그럴리가 있겠니 서은아?"

"흥. 그럴리가 없긴 왜 없어요."

그렇게 혼자 투덜거리던 서은이는, 갑자기 혼자 진지해지더니 뭐라고 사색에 잠겼다.

"...그래. 어차피 늘 같이 붙어있는건... 그 여자는..."

혼자 안들리게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는데, 대체 뭐라하는진 잘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며 은월이는 쓴웃음을 지으며 땀을 흘리고 있었고.

...뭐가 됐던간에 좀 진정 됐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다시 모니터에 보이는 팬카페 정리로 눈을 옮겼다. 이것만 빨리 하자. 서은이가 스타더스 사진을 보면 화가나는 병에 걸릴 것 같아서 안되겠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마우스를 딸깍이고 있을 때, 수빈씨를 비롯해 모두들 하나 둘 거실로 모여들었다.

나는 여전히 팬카페를 정리하고 있었고.

...그리고 스타더스 사진 정리하다가 생각난건데, 생각해보니 월광교 일어나자마자 바로 테러를 일으켰던 빌런이 있었던 것 같은...

그러나 내 생각은 이어지지 못했다.

혼자 사색에 잠긴 채 중얼거리던 서은이가, 갑자기 자리에 일어나며 소리쳤기 때문에.

"오빠!"

"응?"

"저희 다같이 놀이공원 놀러가요!"

"...놀이공원?"

뜬금없이 눈을 반짝이며 그렇게 말하는 서은이의 말에 내가 뭔말인가 할때, 탁자에 과일을 내려놓던 수빈씨도 살짝 웃으며 말했다.

"놀이공원? 좋네."

"응? 놀러가자고?"

거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최세희와 서자영까지.

"..?"

그렇게 순식간에, 우리는 다음날 놀이공원으로 놀러기기로 결정되었다.

...음, 그래. 놀러가는 것도 좋긴 하지 뭐.

"그래요 오빠! 이제 저희 보류해뒀던 에고스트림 공식 SNS같은 것도 시작해봐요!"

거기에 활짝 웃으며 말하는 서은이.

나는 뭐 맘대로 하라고 했다. 그래... 네가 즐거우면 됐지.

"헤헤. 그 여자는 절대 같이 못하는거죠..."

다만 혼자 뭐라 중얼거리는 모습은 좀 무섭긴 했다.

***

"....."

히어로 협회.

그곳에 앉아있던 S급 히어로 스타더스는, 갑자기 드는 안좋은 기분에 잠시 작업하던 손을 멈췄다.

...뭔가 따돌려지는 기분이 드는데, 기분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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