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73화 (273/328)

Chapter 277 - 재앙 이후의 세계

월광교주가 전세계에 게이트를 열어 괴수들을 풀고 온 지구를 습격한, 일명 월광의 재앙이라 불린 그날의 사건.

전세계를 멸망에 가깝게 몰고간 그 재앙이, 마침내 끝이 났다.

[여러분! 해가 다시 떠오릅니다! 네, 저희가 승리했습니다 여러분!!!]

어두운 밤하늘 아래, 괴수들을 끊임없이 쏟아내던 게이트들이 하나 둘 사라지며.

마침내 다시 밝은 해가 떠오르는걸 본 순간 사람들은 깨달았다.

아, 드디어 끝났구나-하고.

비록 수많은 도시들이 파괴되었고.

전투 과정에서 사상자가 나오기는 했지만.

결국 모든게 무너졌던 원작과는 다르게, 세계는 여전히 건재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범지구적인 재앙에 히어로와 빌런, 민간인 능력자들과 정부 모두가 힘을 합쳐 침략자들을 몰아낸 대 승리.

비록 세계 각국은 전투가 끝난 즉시 전후 대책과 무너진 도시를 다시 일으키느라 한동안 정신이 없겠지만은, 그래도 일단 살아남았기에 피해 복구까지는 금방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판단이였다. 게이트들이 내륙에서는 다 사라지고, 괴수들도 대부분 정리한 끝에 이제 피해 복구에만 총력을 다하면 되니까.

그렇게 재앙에 끝나고 어느정도 안정도 된 뒤, 사람들은 그제야 대체 이 재앙이 어떻게 끝난건지 그 이유를 찾았고.

그런 그들은, 한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손에 땀을 쥐고 보았던 한 방송의 녹화본을.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에고스틱입니다!]

검은 모자에 하얀 가면을 쓴, 에고스틱이라고 불리는 한 빌런이 월광교주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방송을 키고.

웃으며 이 사건을 막아보겠다고 말한 뒤, 검은색의 불길해보이는 탑으로 겁없이 향하고.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당신이 만든 그 게이트인가 뭔가를, 저희가 역전시켰습니다.]

교주가 있던 탑으로 가, 게이트를 조작해 세계를 괴수들의 습격으로부터 세계를 막아낸 뒤.

마침내 이 재앙을 일으킨 월광교주와 맞서 싸워, 하늘을 가릴 정도로 거대한 괴수의 습격과 차원 공격까지 이겨내기까지 하며.

[네... 네놈이 어떻게! 인간의 몸으로 그 차원의 급류에서 넘어올 수 있을리가 없는데...]

[하니까 되던데 안되긴 뭐가 안돼요. 하여튼 이제 더 할것도 없죠?]

그렇게, 총을 쥐어.

[여러분, 오늘의 에고스틱 깜짝 이벤트. 월광교 처리하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다들 즐거우셨나요?]

[그럼 오늘은 이제 여기서 헤어지도록 하겠습니다.다들, 안녕히 계시길!]

[네놈...!]

[탕-]

끝내 이 모든 사태를 일으킨 월광교주를 쓰러트리고, 그런 그의 뒤로 어둠을 내쫓는 밝은 해가 떠오르며 그 영상은 끝났다.

그렇게, 그 방송을 소리지르며 실시간으로 본 사람들과 나중에 보게 된 그 모든 이들 때문에.

대한민국의 A급 빌런. 아니, 이제는 S급 빌런이 된 에고스틱.

*

[Do you know Egostic?]

[답글]2463

*

그는. 어느새 전세계 화제의 중심이 되어있었다.

세계 모든 곳의 방송과 커뮤니티에, 그의 이름이 계속 오르내릴 정도로.

그리고 그렇게 전세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있는 에고스틱은.

그러니까 나는.

"하암... 포도 맛있네."

"다인씨. 하나 더 드릴까요?"

"아 네. 그러면 감사하죠."

집에서 푹 쉬고있었다.

나 힘들어.

***

월광교의 테러를 마침내 진압한 그날.

아직 모두가 정신 없을 틈을 타 다함께 도주해 다시 집으로 돌아온 이후, 나는 그날부터 저택에서 요양을 취하고 있었다'

"쿨럭..."

아무래도 이번에 몸 한번 불살라서 순간이동부터 염동력을 전부 한계까지 사용해서인지, 영 안좋아진 몸상태.

그나마 하율이의 힐과 서은이의 피로회복장치 덕분에 이제는 꽤나 많이 나아지기는 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주로 침대에 누워있기는 했지만. 몸은 멀쩡하달까.

"오빠. 저도 포도 줘요."

"자."

"아아."

나는 그렇게 내 옆에 누워 베시시 웃고있는 서은이의 입에 포도를 하나 넣고, 나도 다른 하나를 입에 넣어 먹었다.

몇년간 큰 목표로 준비해온 월광교 대재앙을 막은 이후 내가 결론을 내린건 하나. 바로 이제는 좀 쉬자는 것.

이걸 막겠다고 지금까지 PMC 만들고 카테달 들어가고 협회장 만나고 난리를 쳤어서인지, 막상 막고 나니 수능 보고 대학 합격한 수험생처럼 힘이 쭉 빠져버린 나였다.

이렇게 마음편히 오래 쉴 수 있던 이유는, 총 4부로 되어있는 원작에서 비록 이제야 2부를 지난거긴 해도 3부 자체를 날먹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애초에 3부의 가장 큰 문제는 월광교 게이트가 계속 남아있던 바람에 끊임없이 나타나는 온갖 괴수들과 3페이즈의 최종보스인 서은이였으니까.

즉, 이미 게이트를 싹 다 바다쪽으로 옮겨 괴수들을 수장시키고, 이번 페이즈의 최종보스인 서은이가 내 옆에 누워서 폰보며 같이 뒹굴거리고 있는게 현재 상황인만큼 상당히 안심이 된다는 소리.

...물론, 여전히 강력한 빌런들이 남아있다는 문제가 있기는 했다. 특히 3페이즈부터는 온갖 특이한 능력을 가진 빌런들이 쏟아져나오는데다가, 내가 월광교 게이트 사건을 조기종료 시키는 바람에 세계의 역사가 너무나도 크게 틀어졌으니까. 더이상 원작에만 의존하는 것도 위험하다는 소리. 4부는 두말할 것도 없고.

그래도 뭐, 그전까지는 우리 스타더스가 나머지는 알아서 해주지 않을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던 때였다.

"와. 근데 오빠. 진짜 지금 미쳤네요."

"뭐가?"

나는 서은이가 하는 말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씨익 웃더니 리모컨을 조작해 앞에 티비를 켜는 그녀.

그러자 티비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내 얼굴이 튀어나왔다.

[요즘 우리나라의 S급 빌런 에고스틱이 참 지구촌에서 화제이지요?]

[네 맞습니다! 해외 인기토픽을 전부 싹쓰리한 에고스틱은 요즘 모든 언론사에서 굉장히 핫한 주제인데요. 이번 월광교 재앙을 막은 그에대해 각국에서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 여자 앵커의 말이 끝나자, 화면 전환과 함께 나오는 자료화면들.

그곳에는 해외 커뮤니티 글들의 사진이 몇십개씩 올라와 있었다.

[네. 보시다시피 해외에서도 인기가 아주 뜨거운 모습인데요. 그를 농담반 진담반으로 S급 히어로라고 부르는 말이 이미 전세계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그가 한국에서 해왔던 수많은 일들이 외국에 알려지며... 그의 월광교 방송은 현재 조회수 억회를 훌쩍 넘긴만큼...]

거기까지 듣던 나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리모컨을 뺐어 티비를 껐다.

"왜요. 막 재밌는 부분이였는데. S급 히어로 에고스틱!"

"..."

나는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았다.

요근래는 늘 이런 식이였다. 내가 월광교주를 무찌르는 과정을 그대로 방송한 이후, 대체 이 재앙을 막은 놈이 누구냐며 사람들의 관심이 증폭돼 해외에까지 이제는 에고스틱이라는 이름이 널리널리 퍼졌단 소리. 서은이가 보여준 영어로 [K-Hero Mangostick!] 이러는 외국 커뮤니티를 봤을때는 머리가 정말 아찔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렇게 될 걸 예상하지 못한건 아니다. 교주를 막는 과정을 그대로 방송해서 내보낸다? 그럼 어느정도의 관심이 끌릴거라 생각은 했지. 그래도 일단 이 월광교를 족치는게 우선이였던 만큼, 그건 월광교를 족친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할거라 생각했고.

그러나 문제는 주목을 받아도 이정도로 크게 주목을 받을 줄은 몰랐고, 이걸 감내해야하는 미래의 내가 이제는 현재의 내 얘기가 됐다는거다.

어그로를 이렇게 세계단위로 엄청나게 끌어봤자 좋을건 없는데... 뭐 어쩔 수 없지. 시간 지나서 관심이 좀 수그라들길 바랄 수 밖에. 그래도 나랑 같이 스타더스또한 언급이 긍정적이게 많아졌다는 좋은 점도 있으니까.

"오빠. 그리고 팬카페가... 큽. 진짜 재밌어요! 한번 봐봐요."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서은이는 또 나에게 팬카페를 보여줬다.

그리고 역시나 쭉 늘어져있는 어질어질한 인기 게시글의 제목들.

*

[에고스틱 <<<< 자랑스러운 K-히어로면 개추ㅋㅋㅋㅋㅋ]

[(스압)해외 망고스틱 반응 모음]

[하아 온 세상이 국뽕티비다... 미국도 영국도 프랑스도 일본도 다 망고스틱 얘기밖에 안한다...]

[망고스틱 <- 걍 평생 까방권 획득임ㅋㅋㅋㅋㅋ]

[다들 잊고있는 이번 재앙 에고스틱의 정실 스타더스 활약 모음.gif]

["예수님. 어째서 회의를 시작하시지 않는겁니까?"]

[자기가 지하벙커에 숨어서 망고방송 라이브로 시청한 순혈 망고단이면 개추ㅋㅋㅋㅋㅋㅋ]

[소신발언)솔직히 망고까지는 게이 아닌듯?]

[에고스트림 멤버들 다 뛰어나와서 괴수들 잡은거보면 에고스트림은 ㄹㅇ 히어로집단이 맞다]

[그냥 에고스틱 이새끼 사랑하면 개추ㅋㅋㅋ]

[해외 망붕이들 뒤늦게 에고스트림 예전 영상들 정주행중이네 아ㅋㅋ]

[일렉트라 직관한 썰 푼다ㅋㅋㅋㅋㅋ]

[대한민국=망고보유국]

[감사합니다 GOAT 숭배합니다 GOAT 감사합니다 GOAT 숭배합니다 GOAT 감사합니다 GOAT 숭배합니다 GOAT]

*

...게시글들 제목보다 저 글들의 조회수가 몇만을 훌쩍 넘는다는게 더 무서웠다.

"둘이 뭘 보면서 그렇게 시시덕거리냐?"

"아, 언니!"

"...서은아. 근데 너 다인이랑 너무 가까운거 아니야..?"

"에헤~."

하여튼 최근에는 이런 식으로, 요양하면서 편하게 놀고 있었다. 비교적 편한 3부 초중반에 어느정도 대비를 끝냈다면, 은퇴를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근데. 지금쯤 스타더스는 뭐하고 있으려나..?'

그렇게 쉬던 나는, 문득 문득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뭐, 그녀 성격이라면 전후 처리에 열심이지 아닐까. 그런 생각만을 가볍게 하고 넘기며.

***

서울.

히어로 협회.

"하아..."

기자들을 상대하고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온 스타더스는, 이내 비틀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월광교 괴수들의 습격 이후 각지에 숨어있는 잔존 괴수 세력을 거의 소탕한 뒤, 이제 어느정도 다 끝났다 싶어서 서울로 돌아온 그녀.

그러자 협회 앞에서 우르르 서있는 기자들을 보고 기겁한 그녀는, 온갖 질문들에 시달리다가 끝내 협회장이 직접 내려와 도운 덕에 그곳을 겨우 탈출 할 수 있었다.

월광의 흉수. 그 거대한 괴수를 쓰러트린 이후, 에고스틱 뿐만이 아니라 그녀또한 관심이 꽤나 많아진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대한민국 최초로 S급 히어로가 되기도 했고.

그리고 그렇게 한국의 히어로로써 정점에 오른 그녀가, 최근 하고 있는 생각은 단 하나.

"...에고스틱 보고싶다."

그래. 에고스틱이 보고싶다는 생각 뿐이였다.

이미 저번 월광교 사태와 다른 세계를 직관한 이후, 에고스틱이 악인이 아니라는 스스로의 판단을 내린 그녀. 그렇게 마지막 심리적 저항감마저 사라진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에고스틱을 떠올릴때면 심장이 두근거렸다.

...빌런인데, 이러면 안되는데...라는 변명도 무색한 지금.

그녀는 이미, 단 하나의 생각밖에 없었다.

에고스틱을 다시한번 더 보고 싶다는.

그와 함께하고 싶다는.

그가 빌런인건, 더이상 그녀에게 중요한게 아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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