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72화 (272/328)

ep.275

어두운 공간.

"하아..."

한치 눈앞이 보이지 않는 그 기묘한 우주같은 공간에서, 또 어디론가 떠밀리고 있던 스타더스는.

다음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방금 그녀가 보았던 것을 다시한번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다른 차원의, 멸망한 세계에 관하여.

"...."

...그녀가 사는 세계와 모든 것이 똑같았지만, 어째서인지 모든게 틀어져있던 세계.

막아내는데 성공했던 수많은 재앙들을, 전혀 막지 못했던 그 세계.

그리고 그 세계가, 그녀의 사는 세계와 다르게 철저히 무너졌던 이유는.

그 세계와 그녀의 세계의 가장 본질적인, 유일한 차이점은.

'...에고스틱이, 없다는거였지.'

그녀는 어두운 공간속에 혼자 눈을 감은채 휩쓸리며, 그런 생각을 중얼거렸다.

단 한 인물의 차이.

그 세계에는 에고스틱이 없다는 단 하나의 차이가, 그 두 세계의 운명을 바꿨다.

...에고스틱이 지금까지 자기 마음대로 살해했던 빌런들은, 만약 살해하지 않았다면 훗날 몇천명씩 학살하고 다니던 S급 빌런들이 돼있었고.

그가 난입하여 막아냈던 재앙들은, 만약 그가 없었더라면 그대로 이뤄져 한국을 거의 멸망 직전까지 이끌고갔었다.

그렇게 스타더스, 그녀는 에고스틱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본 그때서야 마침내 깨닫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에고스틱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를, 다시한번. 새삼스럽게.

'....에고스틱.'

그래.

생각해보면, 모든게 끝난것만 같은 위기의 상황에서 늘 자신에게 와준건 오직 에고스틱 그였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도 모르게 이때까지 에고스틱과 함께했던 일들을 떠올렸다.

자신이 떨어지는 비행기를 막지 못할거라 생각하고 좌절할때, 연락해 단언하듯 용기를 준 그.

한은그룹 실험실 지하에서, 자신을 대신해 목숨을 걸고 공격을 대신 맞아주던 그.

한은그룹 놈들이 거대 병기를 이끌고 올 때, 대신 탈취해서 막아주던 그.

월광무녀가 폭풍을 일으켜 도시를 공격할 때, 마지막 순간 나타나 그녀를 대신 막고 대려가던 그.

마왕이라는 놈이 자신을 죽이려 다가올 때, 갑자기 등장해 놈을 막아주며 쓰러트리던 그.

그 모든 순간에, 에고스틱은 자신과 함께있었다.

늘 위기에 처한 순간, 그녀를 위해 달려와줬었고.

자신을 대신해, 다른 빌런들을 스스로 포섭하거나 사냥하기까지 했으며.

이번 월광교 사태에서도, 결국 그녀를 도와 사람들을 이끌고 왔던 그였다.

그래. 늘 그랬지, 그는.

두근.

그렇게 스스로 계속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던 그녀는.

마침내,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했다.

...에고스틱이 없었으면, 수백만명, 수천만명이 죽었다.

에고스틱 덕분에 세계의 평화가 지켜졌고, 무사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에고스틱은... 빌런이라 할 수 없지 않을까?'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다.

테러를 하되 민간인은 절대 해치지 않고.

다른 빌런들을 처리하며, 수많은 사람을 구해낸 그 정도면.

...늘 자신이 위험한 순간, 그녀를 위해 나서주는 그라면.

빌런보다는, 차라리 영웅에 더 가깝지 않을까.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이 이상한 우주같은 공간을 떠돌았다.

...그래서, 나는 이제 대체 어디로 가는걸까. 에고스틱에 대해 생각한건 좋은데, 일단 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조차도 잘 모르겠다.

...설마 영원히 못돌아가고, 이 이상한 공간을 떠돌아야 하는건 아니겠지.

그렇게 스타더스는 그런 불길한 상상을 했고.

그런 순간, 자신도 모르게 또 익숙한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래. 지금까지 다른 세계의 자신과는 다르게 그녀가 멀쩡할 수 있었던 이유. 그게 바로.

늘 지금과도 같은 순간엔, 에고스틱 그가 다가와 줬어서였지.

...나는 지금까지, 에고스틱에게 굉장히 많이 의지했었구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그리 생각했다.

왜 지금까지는 깨닫지 못했을까. 왜 그에 대해 늘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려 한걸까.

결국 마지막 순간 그녀가 떠오른 것은, 에고스틱의 얼굴이였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걸. 지금까지 내가 이런 생각을 할때면, 헛된 희망을 품을때면. 그게 헛되지 않는다는걸 증명하듯. 나만 믿으라고 주장하듯- 늘 네가, 밝게 웃으며 내 앞에 나타났었으니까. 도저히, 싫어하고 싶어도 싫어할 수 없게. 늘, 나타나줬었으니까. 너의 곁에 있으면, 난. 늘, 나도 모르게 안심이 됐었으니까.

...보고싶어.

그리고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던 그 순간.

-화악

갑자기 그녀의 눈앞에, 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했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떴고.

그런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하하, 스타더스씨. 여기서 뭐하고 계십니까?"

검은 모자를 쓰고,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하얀 가면을 쓴 채. 검은 망토를 두르고 씨익 웃고있는.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떠올리던.

...그리고, 보고싶었던.

"구하러왔습니다, 스타더스씨."

자신의 빌런.

자신의... 아치에너미.

검은 공간 위쪽에 떠서,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는.

에고스틱의, 모습이였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스타더스는, 멍한 눈으로 생각했다.

...또 와줬구나. 나를 위해.

역시나, 또. 늘 위기의 순간에 그녀를 향해 손을 벌려주는건 그였다. 오직, 그.

그렇게 웃고있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생각했다.

...이런 너를.

내가, 대체 어떻게 싫어하겠어.

내가.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겠어.

그렇게 그런 그녀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고스틱은 여전히 웃으며, 손을 내민 채 그녀에게 말했다.

"스타더스씨, 이제 그만 돌아가죠."

"저희의 집으로."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지으며.

웃으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응..."

그렇게.

그녀와 그의 손이, 마침내 서로를 잡았고.

그녀가 그 온기를 채 느끼기도 전에.

번쩍

하얀 빛이 그들에게 뿜어져나오며, 그들의 모습은 그 공간에서 사라졌다.

이제, 함께 돌아갈 순간이였다.

그들이 왔던 집으로.

그들의 지구로.

***

"오빠! 오빠아!"

스타더스가 월광교주가 쓴 마법에 맞고, 차원문 너머로 날아가고.

그런 그녀의 뒤를 따라 에고스틱이 그곳으로 따라 사라진 이후.

그 차원문이 닫힘과 동시에.

검은 하늘 아래, 무너진 도시들 사이로 서있던 이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야... 야 이 개새끼야! 이게 뭐하는 짓이야!"

"크흐흐... 아악! 커억, 컥 컥..."

자신의 눈앞에서 에고스틱이 사라지는걸 보고는 눈이 돈 일렉트라가, 번개같이 교주 놈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고 흔들기 시작했으나.

교주는 숨을 헐떡이더니, 오히려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고는 말하기 시작했다.

"크하하... 크하하하하하! 네놈들은 이미 늦었다. 저들은 이제 영원히 다른 차원을 떠돌며, 그곳에서 죽게 되겠지. 너희들은 절대로 두번다시 놈의 얼굴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크하하하하하하하!!!"

"지랄하지마! 당장 안돌려내!"

"크하하하하하! 커억, 컥 컥..."

그렇게 분노를 참지 못한 일렉트라, 최세희가 그를 땅바닥에 던져버린 뒤.

그런 그를 둘러싼 일동에게는, 불길한 동요감이 흘렀다.

"...오빠를, 두번 다시 못만난다고?"

이미 한서은의 눈에는 빛이 사라진지 오래.

다른 일행들도, 무언가 불길한 직감을 느낀 것인지 저마다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들 슬슬 정신이 무너지려 하던 그때.

땅에 쓰러진 채 입에서 피를 흘리던 월광교주는, 손으로 땅을 짚은 채 그들을 올려보다보며 소리쳤다.

"그래! 이젠 영영 끝이다. 네놈들이 나를 어떻게 한다해도, 그들이 돌아올 수는 없겠지. 영원한 작별이도다! 크하하하하하!"

그렇게 월광교주 천월황의 광기어린 웃음만이 울려퍼지고, 남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좌절감히 서서히 퍼지던. 바로 그때.

"...누가 못 돌아온다고요?"

"크하하!!... 어?"

"어! 여러분, 저 위에!"

그순간, 어두운 하늘 위해 밝은 흰 빛의 타원형의 문이 생겨남과 동시에.

그 너머에서, 마치 어디 잠시 놀러갔다 왔다는 듯. 아주 자연스럽게.

웃고있는 얼굴의 에고스틱과, 그의 손을 함께 잡고있는 스타더스가. 그 공중의 문 너머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오빠!"

"그래, 나 돌아왔다. ...다행히 얼마 안지나있었네?"

그렇게 자연스럽게 바닥에 착지한 그는.

고개를 돌려, 아래에서 입을 벌린 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위를 올려다보고 있는 교주를 향해 씨익 웃었다.

"...그래서 교주님. 마지막 발악은 성공적이셨습니까?"

"네... 네놈이 어떻게! 인간의 몸으로 그 차원의 급류에서 넘어올 수 있을리가 없는데..."

"하니까 되던데 안되긴 뭐가 안돼요. 하여튼 이제 더 할것도 없죠?"

"이... 이..."

"어딜."

그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움직여, 허공에서 월광교주의 몸을 염동력으로 잡았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총을 품에서 꺼내는 그.

"하여튼, 이제 다 끝났으니 그만 추해지고 가십쇼. 아, 그리고..."

그렇게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그는, 한쪽에 엎어져있던 카메라를 찾은 뒤 염력으로 들고는, 렌즈를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 오늘의 에고스틱 깜짝 이벤트. 월광교 처리하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다들 즐거우셨나요?"

"그럼 오늘은 이제 여기서 헤어지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안녕히 계시길!"

"네놈...!"

그렇게 교주의 마지막 발악의 한마디로.

탕.

한발의 총성과 함께, 그의 몸은 스르르 무너지며.

그 순간, 땅에서 마법진들이 수십, 수백개가 생겨나 빛났고.

화아아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하늘에 떠있던 게이트들이 하나 둘, 전부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내 어두웠던 하늘의 달도 사라지고 날이 개며, 밝은 해가 떠오르며.

그 하얀 빛이 그곳에 서있는 모든 이들을 빛내며, 도시를 배경으로 한 그들의 그림자 진 모습을 끝으로.

방송은, 끝이났다.

그리고.

마침내, 월광교의 게이트 재앙도 그 끝을 맺었다.

*

그렇게, 밝아진 하늘 아래에서.

힘겹게 씨익 웃으며, 그 위를 올려다보고 있는 에고스틱의 옆모습을 보며.

...스타더스는, 자기도 모르게 그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에고스틱이. 결국 자신과 함께 놈을 쓰러트리고 이 재앙을 막았다.

그의 덕에, 수천. 수만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이 아니라 이전에도. 전부, 그의 덕에 이 세계를 지킬 수 있었다.

이런 그를, 단순히 빌런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어?'

그런 생각을 하던 그녀는.

불현듯, 무언가를 깨닫았다.

...만약, 에고스틱이 빌런이 아니라고 한다면.

'내가 이제 그와 더 가까워져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거 아니야..?'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다.

*

'드디어 끝났구나...'

월광교주를 쓰러트린 뒤.

나는 다시 밝아진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래 걸렸다. 월광교, 이놈들이 일으킨 재앙을 막는 데에도.

이제 당분간은 푹 쉴 수 있겠지. 원작에서는 한동안 이 2페이즈의 끝의 월광교 게이트의 괴수들을 막는걸로 시간 다 보내는데, 이젠 그런게 없으니까 말이다. 그 이벤트가 사라진 덕에, 당분간은 뭐가 일어날 리가 없으니까.

'...음?'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불현듯, 무언가를 깨닫았다.

...어차피 3페이즈의 보스는 서은이였으니까, 사실상 이미 3페이즈의 가장 큰 문제를 해결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4페이즈는 어차피 최종보스니까...

'나, 이제 슬슬 은퇴해도 상관 없는거 아닌가?'

나는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다.

***

[대한민국에서 시작된 월광교 사태가, 마침내 그 끝을 맞았습니다.]

[현재 세계 주요 각국들은 남아있는 괴수들 처리와 도시 전후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한민국의 A급 빌런 에고스틱이 생중계 한 영상이 조회수 수천만회를 기록하며, 해외에서 엄청난 관심이...]

[[단독]스타더스와 에고스틱, 각자 S급 히어로와 S급 빌런으로 승격.]

등록된 마지막 회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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