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73
신하루, 스타더스.
그녀는 현재, 아주 안좋은 경험을 하고 있었다.
".....으윽."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길고 긴 전투를 끝냈을때만 해도 이제 다 끝일 줄 알았다. 다만 문제가 뭘까. 월광교주를 상대로, 마지막에 방심한 것? 아니. 그건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게 아니였다. 그녀의 초감각으로도 예측하지 못한 공격이였으니까.
결국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그놈의 순간 저지른 무언가의 공격에 맞아, 어디 장막 넘어로 넘어지는 느낌과 함께. 그대로 풍덩.
그렇게 그녀는 현재, 눈앞이 안보이는 어딘가에서 미친듯이 쑤시는 머리를 붙잡고, 몸이 이리저리 튕겨나가는걸 최대한 막고 있었다. 마치 소용돌이에 빠진 듯한 느낌. 빙글빙글, 빙글빙글 몸이 흔들리고.
이내.
"허헉!"
그녀는 마침내, 땅을 짚을 수 있었다.
"하아, 하아. 쓰읍.... 하아."
그렇게 몸을 추스르는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스타더스. 그녀가 눈을 떠 앞을 보았을때.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건.
"...?"
모든게 무너져있는, 폐허로 이루어진 세계였다.
"뭐야..? 이게..."
스타더스는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붉은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져있는 유령도시.
분명 아까까지도 괴수에 의해 거의 반쯤 무너진 서울에서 싸우고 있기는 했지만, 분명 이정도는 아니였다. 여기는 근처 건물들이 이미 오래전에 무너진 듯 먼지들이 날렸으니까.
그렇게 불길한 감각 속에서.
"하아...!"
그녀는 힘든 몸을 이끌고 하늘 위로 날아가, 사람이나 도시를 찾아 한참을 날아보았고.
그렇게 시간이 꽤 지난 뒤, 한참을 돌아다니고 나서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딜가도,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 멸망한 도시들밖에 없는 세계.
직감적으로 느꼈을때.
'이곳은 원래와 다른 세계인가..?'
그녀는, 그런 생각을 했다.
월광교주가 차원을 다룬다... 그랬던 말로 추측해봤을때... 이곳은 멸망한 다른 차원 어딘가의 세계가 아닐까.
그녀는 그런 불길한 상상을 하다가, 일단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환각일 수도 있다.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을리가...
"...."
그리고 그런 그녀의 생각은, 정차없이 걷다 만나게 된 한 표지판을 보고는 멈췄다.
"...신서울?"
도로에 표지판이였던 듯, 초록색으로 물든 표지판에 적힌 신서울이란 말.
...태어나서 처음 들은 그런 말에, 그녀는 무언가 잘못된걸 느꼈다.
아무래도.
이곳은, 자기가 알던 세계가 확실히 아닌것 같다.
***
그렇게 붉은 하늘 아래 세계를 얼마나 오랫동안 떠돌았을까.
그녀는 그나마 남아있는 건물들 사이에서, 몇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컴퓨터같은 것들은 이미 파손되어 있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기에, 그나마 믿을건 찢어진 신문들이나 책이 전부라는 문제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알게 된게 없는건 아니다.
"...."
일단, 이 세계의 연도는 지금으로부터 몇년 뒤.
즉 꽤 시간이 지난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은, 미래로 왔다는 소리인가.
미래가, 이렇게 끔찍하게 변한다고?
...아니, 그건 아닌거 같다.
"...."
반쯤 무너진 건물 안.
...아마도, 원래는 도서관라고 불렸을 그 폐허속에서. 그녀는 불타오른 잔해를 뒤져 또다른 몇가지 정보를 알아냈다.
밖의 표지판에 봤듯, 이곳은 서울이 아니라 신서울이라고 불린다는 것.
그리고 이 신서울이 준공된 시점은.
"...월광무녀의 폭풍이 서울을 붕괴시킨 이후, 무너진 수도를 유성기업의 회장 이설아가 다시 일으켰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붉은 하늘 아래, 무너진 건물의 창문 사이로 마치 노을처럼 들어오는 주홍빛 아래에서.
깨진 틈새로 들어오는 쌀쌀한 바람을 맞아가며, 그녀는 서서 종이를 내려다보며 한참을 고민한 뒤 중얼거렸다.
"분명 서울은, 그때 나와... 에고스틱이, 막아냈을텐데..."
그래.
월광무녀. 에고스틱이 동료로 삼은, 하얀 무녀복을 입고 다니는 검은 머리카락을 한 여자아이.
분명 그녀가 분홍빛 폭풍을 일으키며 서울을 습격해 자신과 섀도우워커, 아이시클이 못 막은건 사실이지만... 그때 분명 에고스틱이 등장해 무녀를 설득해 대리고 간 바람에, 서울은 무사했었다.
...그때, 에고스틱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수고했다고 한 것도 기억나는걸.
하여튼 어제 있었던 일처럼 다시 생생히 기억나는, 그런 일이였던 월광무녀 테러 사건.
그렇기에 그녀는 더더욱, 이 책에 적힌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서울은 분명 큰 타격없이 지켜냈었는데, 멸망했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이 의미불명의 정보를 계속 붙잡고 있다고 더 알 수 있는건 없다.
다른 지역에 가서, 더 조사를 해보자.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금 하늘을 날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모든걸 폐허 사이에서 닥치는대로 뒤지기 시작했고.
이내 그녀는 그 이후, 꽤나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분명 그녀의 세계와는 다르게 흘러간 과거에 대한 정보를.
[[속보]도시 4개를 붕괴시킨 S급 빌런 '세인트 페트리어스', 일명 데스나이트를 마침내 체포 완료. VK기업이 현재 깊숙히 엮인 것으로 알려져 조사중.
...에고스트림에 소속되어, 자신말고는 싸운 기록이 없던 A급 빌런 데스나이트는 어째서인지 사람 수백명을 살해한 S급 빌런으로 기록되어 있었고.
[북대서양 빌런조직 라티스, 전세계적인 침공 강행... 대한민국은 국토의 15퍼센트를 잃어. '이정도면 선방했다' 자회자찬의 의견도.]
분명 한국은 공격하지 않았을 S급 빌런 아틀라스가 이끄는 라티스는, 대한민국을 공격했던 것으로 나온다.
그렇게 그녀는 잔해속에 다 부스러진 신문들과 책을 더욱 찾아가며, 어떻게든 정보를 찾으려 애썼고.
결국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하아, 하아..."
마침내, 직감이 향하는 대로 따라간 덕분인지 무너진 서점같은걸 발견한 그녀.
지하 속 잔해에 묻혀있는 그곳에 흙을 묻으며 들어가, 창고쪽에 꽤 괜찮은 상태로 있는 시사잡지랑 뉴스 같은 것들을 꺼내온 그녀는.
"하아..."
근처 바위에 걸터 앉아, 한숨을 쉬며 그것들을 후르륵 넘겨 본 끝에.
이내, 이 세계와 원래 세계의 연도별 차이점들을 꽤 많이 찾아낼 수 있었다.
"...."
이 세계는.
그녀가 있던 세계보다, 너무나도 잔인한 세계였다.
매달 평균 수천명이 죽어나가고, 빌런들이 훨씬 강한, 국가가 존속되는게 더욱 이상한 세계.
[S급 빌런 라이노, 또 연쇄 살인 테러 감행... 피해자 수십명 전원 사망]
[[1면]S급 빌런 웨폰마스터 대규모 살인 로봇으로 서울 침공. 협회 '당장 안전한 곳으로 도망쳐라.'라고 말은 했지만... 대응 미비 지적. 한시간만에 사망자 수백명에 달해... 웨폰마스터, 차후 침공 예고에 시민들 불안 급증.]
[신서울 국토의 30퍼센트를 차지한 마계의 악마성과 데몬즈, 막을 방법은? 전문가들 '연구중이나 뚜렷한 해결책은 없어보여...']
[S급 빌런 스크림메이커 테러 이달만 벌써 닷세째... 야당 의원, '우리 국민들이 벌써 이놈에게 수천명이나 죽었는데 그러는동안 대통령은 골프치고 논거 아니냐' 발언 파문...]
라이노라는, 이름도 가물가물한 빌런은 한번 테러할때 수십명을 죽이는 놈이였고.
그녀 자신이 싸웠던 데몬즈는 원래와는 다르게 수도의 거의 절반을 검은 촉수로 정복한데다가, 에고스틱이 죽였던 웨폰마스터와 스크림메이커는 죽지 않고 버젓이 살아 수천명을 죽였다.
그리고 피해자가 큰 테러를 한 고위급 빌런들만 따져서 이정도지.
원래 그녀가 쉽게 체포했던 자잘한 빌런들도 전부, 어째서인지 이 세계에서는 잡히지도 않고 테러를 계속하고 있었다.
이 세계의 빌런들이 스타더스 그녀가 있던 세계의 빌런들보다 강하던가.
아니면...
이 세계의 자신이, 지금의 그녀보다 훨씬 약하던가.
[A급 히어로 스타더스 국민 선호도 역대 최악... 비호감 '90퍼센트'. 1순위 이유로는 무능이 꼽혀... '국민이 죽는걸 방관한 히어로'라는 평이 지배적.]
"...."
대충 사설같은 곳에 자신의 얼굴에 커다란 빨간 X자가 처져있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씁슬한 심정이 되었다. ...자신 하나 약하다고, 세계가 이렇게까지 될 수 있구나.
그러나 이보다도.
그녀가 제일 신경쓰이는 것, 제일 이해가 안되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건은 바로.
'...에고스틱은, 어디있지?'
그래.
그녀의 아치에너미이자, A급 빌런. 테러조직 에고스트림을 설립했어야할 에고스틱은, 대체 어디있단 말인가.
그 의문을 풀기 위해 그녀는 온갖 정보를 뒤져봤으나, 그 어디에서도 에고스틱이란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다른 어지간한 빌런들은 이 세계에도 다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에고스틱만 안보이는 상황.
심지어 이름을 바꿨나 하고 다른 빌런들도 찾아봤지만, 끝내 에고스틱은 찾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 이주신청 폭증... 하얀마녀의 대탈옥으로 무너진 한국, 다음 길은 어디인가.]
심지어 이 세계의 올해 시점으로부터 몇년 안된, 그러니까 원래 세계보다 몇년 후의 연도에서 기어코 에고스틱의 그 해커 여자애의 성장한듯한 모습마저 찾아냈으나... 여전히 에고스틱의 모습은 안보이는 상황.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걸까.
혹시 이 세계에서는... 음. 자신의 동료였던거 아닐까? 하하. 그럴리는 없나.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밖으로 나왔다.
"....하아."
그러자 보이는 여전히 붉은 하늘과, 무너진 도시.
...해도, 달도 보이지 않아 시간축을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밥을 여기와서 지금까지 못먹어서인지 체력이 부족한건 쉽게 깨닫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의식하지 않았지만... 이거, 내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은 있을까.
일단 뭐라도 찾아보자. 이곳을 빠져나가면, 사람 사는 곳이 나올 수도 있겠지. 신문 최신호에서는 부산을 새로운 수도로 임명했다고 되어있으니.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금 멸망한 세계 위를 날았다.
그래. 계속해서 날았었다.
"....어?"
그러던중, 건물들이 무너져 쌓여있는 마치 쓰레기장 같은 곳에서.
그 꼭대기에 등을 돌린 채 서있는, 이 세계에 와선 처음으로 본 '사람'을 발견하기 전까진.
"저기요!"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반가운 마음에, 그쪽으로 날아가며 그렇게 말했고.
그리고 가까이 다가갔을 때야, 무엇인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
긴 금발의 머리에, 붉은빛과 푸른빛이 섞인 탁한 라텍스 슈틀 입은 채 폐건물의 탑 위에 서있는 여성의 모습.
그리고 그녀 주위에서 느껴지는 위험한 아우라.
그리고.
"...뭐야."
...그런 그녀가 자신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순간.
스타더스, 신하루는 순간 숨이 멎을 뻔했다.
...분명, 지금보다 더 성숙하고, 어딘가 피곤하면서도 날카로운 모습이긴 하지만.
저건, 분명.
"...나?"
스타더스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건 또 뭐야."
그렇게 탁한 목소리의 여성의 말... 그러나 틀림없는 자신의 목소리를 닮은 그 목소리를 듣곤, 스타더스는 더욱 큰 혼란에 빠졌다.
그녀가 처음으로, 이 세계에서의 스타더스를 만나는 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