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72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밤하늘.
난 그 위의 시린 한기를 느끼며,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 주위를.
"와, 죽겠네..."
"일단 다들 왼쪽에서 공격합시다!"
"여기로 유도해봐 여기로!"
대한민국 협회의 히어로들과, 우리 에고스트림의 빌런들이 전부 모여.
다 함께, 괴수와 맞서 싸우고 있었다.
[ 그아아아아아아아ㅡ! ]
이번 재앙을 끝낼 마지막 적인 월광의 괴물. 하늘 전체를 가릴 정도로 그 어떤 건물보다 크고, 마치 산처럼 육중한 용을 닮은 놈을 향해.
모두가.
정말 총력을 다해. 맞서 싸우고 있었다.
-화르륵.
콰아아아아아아앙.
퍼어어어엉.
하얀 달이 홀로 높이 떠있는 새까만 하늘 아래, 번쩍이는 빛과 함께 여기저기서 들리는 폭발음.
"흐으.. 오랜만에 움직이니 쉽지 않네요."
"그것보다 으음... 이녀석 생각보다 강하군...!"
하늘색 얼음을 쏘며 날아다니는 아이시클... 우리 이설아와 밤하늘을 자유자제로 누비며 그림자로 공격을 하고 있는 섀도우워커.
그리고 그런 그들 사이로, 우리 에고스트림 동료들 또한 빛을 번쩍이며 전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게 현대 과학의 힘이다앗...!"
괴수의 머리크기 정도는 되는 거대한 하얀색 로봇 기체에 탄 채, 킥을 꽂아넣고 있는 서은이.
"하하하하하하!"
이중에서 홀로 제일 신난듯, 몸을 전격에 감싼 채 미친듯이 웃으며 번개를 쏘며 날아다니는 일렉트라, 최세희.
[ 그야아아아아악! ]
"아니...! 얘는 좀 사알짝 무서운거 같기도오..?"
후드를 쓴 채 정신없이 거대한 괴수의 공격을 피해가며 보라색 불꽃을 날리고있는 미스트, 서자영.
[크롸아이아아아아!-]
하얀색 용의 모습으로 변한 채, 브레스와 눈보라를 날리며 놈의 주위를 날아다니면서 공격하고 있는 신룡씨. 참고로 이분이 놈의 어그로를 제일 많이 끌어주고 계셨다.
[크하하하! 내 생애 이렇게 거대한 적은 처음이로구나!]
그리고 죽지 않는다는 특성덕분인지, 겁도 없이 괴수의 어깨부분에 올라가 칼로 톱질을 하고 있는 데스나이트.
"미스트, 옆에서 보조좀 해줘!"
"흐아아아아!"
"으으... 버프!"
그리고 놈의 다리쪽에서 열심히 공격하며 괴롭히고 있는 우리 PMC 멤버들까지.
서로 전혀 연관이 없던 이들 모두가, 다 함께 모여서 하나의 적을 상대하고 있는 가슴이 웅장해지는 광경.
그래... 내가 이 모습이 보고 싶었어서 지금까지 그렇게 발빠지게 일하며 모두를 모았다.
[ 그아아아아아악! ]
이 세계의 끝을 향해가기 위해서라도, 결국 월광교라는 산을 넘어야 했기 때문에.
그리고 나 또한, 우리 힐러인 하율이를 든 채 이들을 도와 은탄과 빛의 총을 비롯한 모든 무기를 다 때려박고 있었다.
중간중간 싸우고 있는 모두의 곁에 순간이동으로 다가가, 하율이를 통해 힐과 버프를 해주는 것도 잊지 않고.
"오빠, 너무 무리하시는거 아니예요?"
"괜, 괜찮아. 하아, 하아. 이정도는."
뒤에서 하율이가 그렇게 걱정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애써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그래. 오늘을 위해 지금까지 능력을 비축해뒀으니까. ...벌써 떨어진거 같기는 했지만.
나는 머리 위의 모자를 잡은 채, 하늘 높이 떠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도시 한가운데에 우뚝 서있는 거대한 괴수.
그리고 그놈 하나를 상대하기 위해 주위에서 하늘색, 노란색, 검은색, 보라색 등 다양한 빛을 내며 싸우고 있는 수십명의 내 동료들.
사실, 나는 알고 있다.
이들의 공격이 저놈한테 큰 타격은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본적으로 능력자들의 능력에 어느정도 내성이 있는 놈이라, 모두가 이렇게까지 해도 쓰러트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쟤가 괜히 이번 재앙의 최종보스가 아니거든.
하지만.
이정도면, 놈의 시선을 끌고 방해하게 하는데에는 충분하다.
그리고 이렇게 번 시간은...
나는 괴수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 어두운 하늘을 가르는 노란 빛을 보며, 조용히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
이렇게, 스타더스가 그 어떠한 방해도 없이 순수하게 공격만을 할 수 있는거지.
번쩍
콰아아아아아앙-
어두운 하늘을 밝게 비출 정도로 노랗게 번쩍이는 빛이 괴수를 중심으로 뿜어져 나오더니, 이내 터져나오는 놈의 비명소리.
[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ㅡ! ]
그래. 바로 이런거다.
원작의 저 거대한 괴수는 일명 '월광의 흉수'라 불리는 신의 창조물 중 하나.
어째서인지 이 시기쯤 월광교주가 조종하는데 성공한 저놈은, 모든 능력자들에게 내성이 있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원작에서 미국부터 시작해 전세계에 살아남은 거의 모든 S급 히어로들이 달라붙었음에도 쓰러트리지 못했을 정도로.
그러나, 스타더스는 달랐다.
스타더스는 다른 능력자들과는 홀로 능력의 기원이 다른 이들과는 달랐기에. 한 신이, 스타더스를 위해 특별히 그녀에게 내려준. 다른 초능력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별빛의 힘이기에.
그녀의 공격은, 저놈에게 공격이 제대로 박혔다.
그렇기에 내가 지금까지 이 시점 전에 그녀를 최대한 많이 성장시킬려고 그 난리를 쳤던거고.
그리고 지금.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흐뭇하네..."
나는, 빛나는 노란색 섬광을 보며 나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래. 스타더스는 지금 너무나도 잘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그녀가 했던 모든 노력이, 헛되지 않을 정도로.
이 전투를 지켜보고 있을 모든 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시청자 수는, 여전히 미쳤군.'
이제는 카메라를 갖고 갈 힘도 없어 대충 근처 건물 난간에 고정시켜놨음에도, 끊임없이 오르는 시청자수.
궁금해서 채팅창 한번 켜봤다가, 온갖 언어로 채팅들이 물밀듯 올라오는걸 보곤 놀라서 꺼버렸다. 사실상 전세계에서 다 보고 있구만...
그래. 어쨌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
저 월광의 흉수를 쓰러트리고, 월광교주를 다시 끌어내려 이 게이트 사태도 끝내기 위해.
그런 마음을 먹으며, 나는 다시 하율이와 함께 옥상에서 뛰어내려 육중한 몸을 휘두르는 흉수쪽으로 다시 순간이동했다.
...그래. 오늘 이거 하고 죽는다고 생각하면 되지 뭐. 인생 별거 있나.
"야, 괜찮냐?"
"난 괜찮다니까. 온김에 너나 치료받고 가라."
"참 나..."
그렇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쪽으로 날아온 최세희에게, 하율이를 시켜 힐이나 시켜준 뒤. 난 다시 베히모스를 팔에 감으며 전투를 도와줄 준비를 했다.
"다들 이쪽으로 이놈 몰아봐요!"
"어이 스타더스! 놈의 뒤가 비었으니 이쪽을 공격하게나!"
그렇게.
"데식이 아저씨, 여기 좀 도와줘요!"
"에고스틱, 그쪽으로 미사일 쏠테니 좀 피해보실레요?"
시간이 지나고.
"...이익!"
"흐아아아아아!"
[ 그아아아아아아ㅡ! ]
상대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적을 상대하던 전투도.
마침내,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곧 쓰러질 것 같은 내 끝도 보이기 시작했다.
살려줘.
****
"하아, 하아..."
번쩍. 번쩍.
콰아앙. 콰아아아앙-
[ 끄아아아아아ㅡ! 끼에에에에에ㅡ!]
"다들 조심해!"
퍼엉. 퍼어어엉.
"크으윽..."
어두운 하늘.
그 사이를 날며, 스타더스는 침음을 흘렸다.
어느덧 꽤나 장시간 이어진 전투.
조작된 검은 하늘로 인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벌써 한참이나 지난 듯 했다.
괴수와의 전투로 무너진 도심의 폐허가, 벌써 엄청나게 커졌으니까.
그러나 그렇다고 소득이 없는 것도 아니였다.
아니, 사실 꽤나 많았다.
마침내 저 괴수도, 곧 쓰러질 것처럼 보였으니까.
[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ㅡ! ]
보라색 눈을 빛내며, 하늘이 찢어질 정도로 울부짖는 산처럼 커다란 용 형태의 괴수.
놈의 날개도 한쪽은 이제 완전히 뜯겼고, 몸도 상당수 붕괴가 일어나서인지 지쳐보였지만.
그래서인지 오히려, 더욱 포악해진 모습이었다.
[ 끄에에에에엑ㅡ! ]
"크흑..."
"이보게 거기 히어로 양반! 괜찮나?"
...그리고, 놈이 이젠 집중적으로 자신만 노리고 있기도 했고.
스타더스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마법진들의 공격과 괴수의 돌진을 피해 하늘에 곡예를 그리듯 날며, 그렇게 숨을 가파르게 쉬었다.
"어이, 이쪽이다!"
"아오! 저 여자 그만보고 내쪽을 보라고...!"
그리고 그러는 사이 괴수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에고스틱의 동료 빌런들과 동료 히어로들.
...사실, 이들이 아니였으면 그녀는 진작 놈의 공격을 홀로 받고 쓰러졌을거다. 저들이 자신으로부터 저 괴수의 관심을 분산시켜준 덕분에, 최대한 체력을 아끼고 공격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그것도 한계.
저 괴수는 이제 자신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사람이 누군지 완전히 깨닫았고.
그 결과, 스타더스 자신만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른 이들도 이젠 지쳐서인지, 자신과 마찬가지로 다들 동작이 처음보다 느려진 상태.
"흐으, 하아, 하아..."
그리고, 저쪽편에서 하늘을 날고 있는 에고스틱은 거의 다 죽어가고 있었다.
...중간에 마주쳤을때 쉬라고 했는데도 말을 안듣고, 계속해서 있는 모습. 저대로면 진짜 큰일 날 수도 있어보인다.
'그래...'
아무래도 이제 슬슬, 끝내야겠다.
아니. 끝내야만 한다. 더 시간을 끌면, 여기있는 모두에게 큰 위험이 닥칠수도 있으니까.
'...저 괴수의 상태도, 이젠 거의 한계인거 같으니...'
물론 자신도 이젠 한계였지만.
마지막, 마지막 힘을 끌어써 강력한 한방을 날리면. 이제는 되지 않을까.
"하아, 하아...."
그녀는 자신의 주먹쥔 손을 중심으로 밝게 타오르는, 태양과도 같은 힘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게 그녀는 지쳐보이는 모두-특히 에고스틱의 모습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고.
마침내.
"흐아아아아아아-!"
그녀는 자신의 전력을 다해, 이를 악물고 놈을 향해 주먹을 내쥔 채 달려들었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ㅡ
그녀의 주먹이 괴수의 몸과 닿음과 동시에.
눈이 타버릴 정도로 노랗게 밝은 빛이, 온 도시를 순간 밝히며.
[ 아그아아아아아아아악ㅡ! ]
거대한 괴수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귀를 찢어버릴 듯 울려퍼지며.
마침내.
길고 길었던 이 싸움이, 끝이 났다.
***
"와우..."
[ 그어어어어어어어ㅡ ]
하늘 위.
나라 전체를 밝힐 정도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온 이후.
나는 처절한 마지막 단말마를 내지르며, 가루로 돌아가 붕괴하는 괴수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래.
드디어, 드디어 끝났다.
이 끔찍하게도 길었던 싸움이, 드디어.
"하하... 다행이네."
"오빠? 오빠! 정신 차려요!"
"괜찮아. 아직 안쓰러져."
나는 내 옆에서 다급히 날 부르는 하율이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피하다가 부딪혀서인지 머리에서 피 좀 흐르고, 입에 피만좀 나는 것만 빼면 괜찮다. 그마저도 하율이가 고쳐줘서 괜찮고.
그리고 지금은 버텨야한다.
아직, 모든게 완전히 마무리된건 아니니까.
난 그렇게 하율이를 안전한 곳에 맡겨놓은 이후,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에고스틱. 왔어?"
"스타더스씨."
난 다시,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옷이 좀 찢어졌고, 몸은 지쳐보였지만.
그래도 멀쩡하게 서서, 나를 향해 살짝 미소짓고 있는 스타더스. 그녀의 모습을.
"오빠아아! 몸은 좀 괜찮아요?"
"어. 괜찮아."
그렇게 내 주위로 달려오는 서은이를 가볍게 안아준 후, 나는 다시 눈을 돌렸다.
우리가 이곳에 내려온 이유는 단 하나.
"쿨럭..."
괴수가 서있던 곳 중심으로 깊숙히 파여있는 크레이터. 그곳에 월광교주, 놈이 땅에 쓰러져 있었기 때문에.
그래.
이제 이놈만 처리하면, 이 모든 것도 끝난다. 하늘이 다시 밝아지겠지.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스타더스에게 다가갔다.
표정을 굳힌 채 그쪽을 바라보다,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그래. 이제 슬슬 끝낼때가 됐다. 이 지긋지긋하게 길었던 놈과의 인연을.
근데 뭐. 이제 힘 다쓴 저 교주가 뭘 할 수 있겠어. 그냥 얌전히 죽어야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스타더스와 함께 자연스럽게 놈이 쓰러져있던 그쪽으로 다가갔다.
지팡이를 짚은 채, 다리를 후들거리며 한쪽 무릎을 꿇고 피를 흘리고 있는 그.
"네... 네이놈들..."
아직 정신은 멀쩡한지, 다가오는 우리를 보곤 그렇게 말하는 그에게 난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자. 이제 당신의 지랄도 끝났군요. 뭐 더 있으십니까? 최종병기도 다 쓰신 모양인데."
"네놈들... 네놈들은! 신이, 우리의 신이 기필코 복수할테다!"
"예, 예. 그러시겠죠. 참 걱정되네요."
난 그렇게 말하며, 자연스럽게 품에서 총을 꺼냈다.
그런 내 모습을 봐도, 별말은 하지 않는 스타더스.
그래. 이놈은 여기서 죽어야한다. 이 재앙을 멈추기 위해서라도. 오직, 이것밖에 없다.
...드디어 끝나는구나. 이 2페이즈의 월광교 이벤트도.
이거 막겠다고 내가 얼마나 긴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가.
그래. 마침내 우린 막아냈다.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한 잘.
이제 저 교주놈을 죽이면 해도 다시 뜨고, 게이트들도 하나 둘 사라지겠지.
난 그런 생각을 하며, 희망에 젖어있었다.
...어쩌면, 난 그랬기에 몰랐던걸꺼다.
저놈이, 마지막 한 수를 숨기고 있었을줄은.
"크흐흐... 크하하하!"
그렇게 내가 총을 장전하는 사이, 갑자기 웃던 놈은.
분명 모든 힘을 잃었을 틈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지팡이를 빛내더니, 무언가를 하기 시작했고.
"이몸이, 이대로 혼자 갈 것 같으냐!"
그리고 그 순간.
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내 몸 아래에 땅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급히 순간이동을 하며 몸을 피했으나.
"....어?"
내가 아닌, 내 옆의 스타더스가 있던 자리에 하얀 포탈이. 작은 게이트가 생겨났고.
그와 동시에, 스타더스의 당황하는 표정을 끝으로.
휘이이이익
그녀는, 그 너머로 사라졌다.
마치 넘어지듯, 사라지듯. 자연스럽게.
그리고 게이트가 지지직거리더니.
검은색, 분홍색, 파란색. 마구잡이로 변하는 그것.
"크하하하! 다른 아무 변칙적인 차원들과 일방적으로 이어진 문이다. 이제 저 여자는, 쿨럭. 영원히 이 세계로 돌아오지 못하겠지. 하하하하!"
그렇게 교주가 뭐라 중얼거리던 그때.
나는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다.
잠깐. 지랄하지마. 다 끝났는데, 마지막에 왜 이러는데. 원작에서도 이런 적은 없었잖아.
그러나 더 고민할 틈은 없었다.
그래. 일단 구해야지. 내 히어로인데.
"오빠!"
"야, 에고스틱. 자네 어디가는가!
나는 그렇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나또한 그곳으로 뛰어들어갔고.
쿠웅-
이내 문이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