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67화 (267/328)

ep.270

어두운 하늘 아래 묵직하게 솟아있는 거대한 탑.

낮이 밤으로 변하던 그 순간, 어떤 건물이 검은 연기로 둘러싸이더니 그 이후 순식간에 생겨났다는.

월광교의 거점. 일명 월광의 탑-이라는 그곳에서.

나와 은월이, 거기에 스타더스까지 함께. 우리는 그곳의 꼭대기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이 위에, 월광교주가 있을 걸 알았기에.

사실상 나는 중간중간 순간이동도 섞어가며 날고있는 거였긴 한데, 하여튼.

물론 월광교 쪽에서도 우리가 오는걸 알았는지, 온갖 방해가 날아오긴 했지만... 스타더스와 은월이의 힘으로 전부 막아냈다. 한쪽에는 별의 신의 딸에, 다른쪽에는 달의 신의 딸에. 든든하다 든든해.

참고로 이 모든건 방송중이었다.

곧 있을 전투를 대비해 채팅창은 안보고 있긴 한데... 시청자수가 난리통임을 감안하면 굉장히 높았다. 아니, 그냥 역대 최고 시청자라 봐도 무방했다. ...아무래도 외국쪽에서도 인터넷 멀쩡한 몇몇은 보고있는 모양. 방송 제목부터 이 재앙을 시작한 그 교주란놈을 죽이러 간다고 해서 어그로가 끌린건가.

하여튼 그렇게 우리는 밤하늘의 공기를 가른 채.

마침내, 탑의 꼭대기에 도착했다.

"하아...."

거대한 탑의 옥상.

난간하나 없이 평평한, 마치 검은색으로 덮힌 운동장같은 그곳에서.

나는 마침내, 처음으로 놈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아해야... 왔느냐."

이 세계의 꼭대기에 서있는 빌런이자, 원작에서 제일 영향력있던 빌런 1, 2등을 늘 다투던.

월광교의 교주이자 마법의 대가, 달의 신을 신봉하는 광적인 인물.

월광교주 천월황.

그의 모습을.

-탁.

우리가 막 발을 놓은 탑의 꼭대기 저 끝에, 하얀 도복을 입은 신도들 사이에 둘러쌓여. 무언가 뒤에 거대한 마법진들 수십개와 연결되어 있는 노인.

그림으로만 보다가, 직접 보게되니 더욱 느껴지는 그의 심상치않은 기백.

그렇게 내 뒤에 스타더스와 은월이가 서있는 상황에서.

나는 피식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처음 보겠습니다, 월광교주. 에고스틱입니다. 여러분, 이쪽은 월광교주입니다. 이 모든 난리를 일으킨 장본인이자, 사이비 종교 수장이죠. 대충 달의 신은 병신 한마디 해주면 여러분을 잡아 죽이려 할겁니다."

중간에 카메라를 보며, 그렇게 얘기하자. 느껴지는 그의 꿈틀하는 기색.

"네이놈, 감히 어디서 높으신 분께!"

"...그만."

물론 옆의 신도들이 오히려 발끈하며 마법을 일으키며 덤비려 하기에, 교주가 손을 들어올려 그들을 막아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네놈들."

"괜찮습니다, 스타더스씨."

...물론 내쪽도 놈들을 보며 이를 가는 스타더스를 말려야하긴 했다.

다행히 내 말을 듣고 그녀또한 순순히 일단은 멈추긴 했지만.

잠깐. 이거 전세계에 생방송중인데 히어로가 빌런 말 듣고 순순히 물러나는 그림을 보여도 되나?

...그래. 긴급상황인데 그런걸 누가 신경쓰겠어. 일단은 눈앞의 적에 집중하자.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물러나는 스타더스에게 슬쩍 귓속말로 말했다.

"...조금만 참아주세요, 스타더스씨."

어차피 곧, 당신이 나서야 할. 당신만이 나설 수 있는 순간이 올테니.

미리 설명을 한 덕분일까. 일단 뒤로 물러나준 스타더스를 뒤로하고.

나는 다시 월광교주를 보며 그에게 말했다.

"그래서, 교주...아니지, 천월황씨. 세계를 개판으로 만들고나니 행복하십니까?"

"네 놈... 하 그래. 옆에 배신자한테 들었겠구나. 행복? 아해야. 세계를 달의 신의 뜻대로 정화하였는데, 충만하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

일그러진, 처음으로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렇게 말하는 천월황.

그리고 이내 그의 뒤에 떠있는 마법진들이 더욱 빛남과 동시에.

그는 내 쪽을 분명하게 바라보며, 선포하듯 외쳤다.

"여기서 다시한번, 분명히 말하마."

"네놈들이 여기서 무엇을 하든, 절대 이 월문들을 막을 수는 없도다."

"이미 차원의 벽은 뚫린지 오래이니, 달의 피조물들... 네놈들의 말론 괴수들. 이들은 영원토록 이 세계로 넘어올 수밖에 없도다."

"말해봐라, 네놈 옆에 있는 백은월. 네년은 내 말에 의미를 알겠지."

"이 재앙은, 종말은. 절대 막을 수 없도다. 너희들이 모두 죽는 그날까지."

"그게 진실이다."

형형한 눈빛을 보내며, 일그러진 웃음을 지은 채.

나를 향해, 방송으로 이 모습을 보고있을 세계를 향해. 그렇게 선언하듯 말하는 그.

그리고 나또한 알았다. 그의 말이 진실임을. 저 괴수들이 이 세계로 넘어오는걸 막을 수는 없음을.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막을 방법이 없다는건 아니지.

그렇게 그의 말이 차가운 바람만이 세차게 불어오는, 검은 탑의 꼭대기를 맴도는 동안.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내 옆에서 아까부터 조용히 서있던 은월이한테 물었다.

"월광무녀... 백은월양. 저 노인의 말이 진실입니까?"

"...네. 맞는 말이에요."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답하는 그녀.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월광교주가 더욱 일그러진 웃음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래... 배신자도 아는구만. 너희는 살아남을 수 있을 방법이 없다는걸."

"그저 절망하고, 또 절망하며. 영원히... 고통에 빠지거라... 저승에서!"

그리고 그렇게 말하던 교주가.

갑작스럽게, 팔을 움직임과 동시에.

위이이이이잉-

"...잠깐!"

뒤에 있는 스타더스가 뭐라 외치던 그 순간.

그는 순식간에 팔을 움직이더니, 우리를 향해 기습적으로 마법진을 전개해 마력탄환들을 날렸다.

퍼버버버버버버버벙.

순식간에 공격으로 인한 뿌연 연기로 가득 찬 검은 옥상 위에서.

이내 한참을 공격을 퍼푸은 이후, 연기가 걷어지고 나서 보였던 건.

"...."

조용히 이를 악문채, 맨 앞에서 마력 보호막으로 우리를 지켜준 은월이랑.

"하아, 하아. 괜찮아?"

".....어, 네."

놀랬는지, 나에게 달려들어 뒤에서 껴안고 같이 넘어져있는 스타더스가 있었다.

순식간에 스타더스에게 안겨있는 상황.

...아니, 당연히 이미 은월이가 마법으로 막을 상황이였는데. 아무래도 그걸 모른 스타더스가 일단 날 지키겠다고 놀라서 달려든 듯 했다. 뭔가 미안해지네...

하여튼 역시 이정도는 막을 줄 알았다는 듯, 교주는 시큰둥하게 우리를 내려다 보며.

맨 앞에 서있는 은월이를 향해, 비웃듯이 말했다.

"그래... 그래. 백은월. 우리 월광교의 무녀였던 백은월. 배신자의 품에서 있었어도, 마법실력은 녹슬지 않았나보구나. 그래봤자지만."

"....천월황."

그렇게 교주의 말을, 고개를 숙인 채 깔끔히 무시한 은월이는.

처음으로,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교주를 향해 그렇게 이름으로 부르며 말했다.

"허허... 저놈 곁에있더니, 이젠 네놈의 애비도 못알아보는거냐."

그렇게 천월황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하던 그때.

은월이는 자신의 작은 손을 꼭 쥔 채, 검은 머리카락을 뒤로 늘어트린 채.

마침내 고개를 들어, 붉은 눈동자로 교주를 마주치며.

더이상 떨지않고, 그의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당신은, 내 아버지가 아니야. 이, 이... 쓰레기 새끼야!"

마지막에 눈을 꼭 감은 채, 그렇게 소리치듯 말한 그녀.

...우리 은월이, 많이 컸구나. 드디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그 트라우마 상대에게 욕도하고.

그렇게 내가 여전히 스타더스에게 껴안겨 누워있는 채 눈물을 훌쩍이는 동안, 월광교주의 표정은 아주 볼만해졌다.

아무튼 그것보다는.

'진짜 우리를 어지간히 만만히 보고 있네.'

나는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만 봐도 보아라. 우리가 이렇게 무방비하게 있어도, 바로 전투를 시작하기보다는 말은 다 받아주고 있는걸.

어쩌면 우리를 묶어두려는 계획일지도 있지만, 그걸 감안해도 너무 무방비했다.

절대 우리가 그를 상처입힐 수 없을거라는 자신감. 그리고 우리가 이 재앙을 절대로 막을 수 없을거라는 자신감.

...그래.

그리고 이제, 그 자신감을 부셔줘야겠지.

애초에 달의 신의 창조물인 은월이를, 마력을 잘 다루지 못한다는 이유 하나로 무시한 그에게.

진정한 마법이 무엇인지 이제는 보여줄 때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함과 동시에.

은월이는 손을 펼친 채.

그를 노려보며, 이내 똑같이 선언하듯 말했다.

"당신은... 여기서 끝이야!"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은월이는 손을 움직였다.

그와 함께. 그녀의 뒤로 순식간에 생겨나는 수십, 수백개의 마법진들.

거기까지는, 교주도 피식할 뿐이였다.

그정도로는 자신의 몸에 흠집도 낼 수 없다 생각할테니.

그러나.

"....잠깐, 뭣이?"

그의 뒤에 둘러싸듯 떠있던 수많은 마법진들이, 갑자기 붉게 점멸하며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

그는 처음으로, 당황한 감정을 비췄고.

이내.

퍼어어어어어어엉.

그의 뒤에 있던 마법진들이 거의 다 산산조각 나며.

은월이의 뒤에 있던 수많은 마법진들이, 파랗게 빛남과 동시에.

"하앗-!"

그녀가 손을 교차시켜, 월광교주의 마법진을 흔들며. 그 힘을 빼았아. 뒤늦게 급히 공격을 시작하는 교주의 마법을 피한 뒤 바닥을 내리치며.

콰아아아아아앙-

하늘이 순간.

파랗게, 파랗게 물들었다.

그리고.

두우웅-.

공중에 떠있던 게이트들 중 몇개가,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게이트는 절대 없앨 수 없다던 그의 말과는 다르게.

"....무슨! 쿨럭."

그 모습에 당황한 월광교주가, 위를 올려다보다 순간 은월이의 마법진 해킹으로 인한 과부하로 피를 토하고.

그 일을 저질러 기력을 다한 은월이가 뒤로 쓰러지는걸.

어느세 그녀의 뒤로 간 나는, 그녀를 받혀주며.

교주를 향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당신이 만든 그 게이트인가 뭔가를, 저희가 역전시켰습니다."

뭐라뭐라 길게 설명할 것도 없었다.

난 이 모습을 지켜볼 시청자들을 대비해, 무지성으로 공격을 날려대는 놈들에게서 은월이가 한 일을 짧게 요약했을 뿐.

결론은 이제 도시 주위에 있던 수많은 게이트들은 사라지고,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만 생길거다.

게이트를 완전히 막은건 아니지만.

적어도, 당장의 재앙은 막았다.

거기에.

"네놈들..."

월광교주의 신체가 마법으로 게이트와 연결되어있던 바람에, 그에게까지 타격을 입혔고.

"교주님...!"

뒤에 신도들도 난리난 상황.

결국 그의 자만이 화를 불렀다 할 수 있다. 아니, 우리 보자마자 총공격을 했어야지 왜 시간을 줬데. 물론 그럴경우도 다 계획을 짜두긴 했지만...

하긴. 악당들만 이렇게 오버스펙으로 강한데 좀 인간적인 면 이런 식으로 보여주는게 공평하지.

그런 상황 속에서도, 교주는 입가에 피를 흘리며 웃고 있었다.

"...하하. 크흐하하. 고작 이런걸로, 날 막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느냐? 고작 이정도쯤! 며칠이면 다시 막을 수 있는 것일뿐..."

그렇게 미친놈처럼 중얼거린 그는.

이내 우리를 보며 더욱 웃더니, 갑자기 마법진을 연성하며 말했다.

"...그래. 이 힘을 벌써 쓰게 하다니, 이 정도는 칭찬해주마."

"그러나 너희들은, 이제 끝이다.."

"이 땅과 함께!"

그렇게 그가 소리치며, 마법진을 전부 다 연성한 그 순간.

구구구구구구구궁-

지축이 울리며.

그의 몸이, 검은색 점액에 훱싸이며 그림자 속에 잠긴 후, 마법진이 빛남과 동시에 사라지고.

그의 마지막 마법을 위해 에너지를 빨린 신도들은 은월이처럼 전부 쓰러져버려.

한순간에 옥상 위에는.

나와, 스타더스만이 남아있는 상황이였다.

구르르르르르르르-

하늘이 울리고, 구름 위에 보라색 번개가 치며. 딱봐도 심상치않은 상황.

그리고 그런 위를 올려다보면서, 스타더스는 주먹을 쥐고 있었다.

"...에고스틱. 이게, 너가 나한테 말한 마지막 단계인거지?"

"네. 맞습니다 스타더스씨. 이 위기만 넘기면, 저희는 마침내 이 재앙을 끝낼 수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끝이 다가오는걸 느낀듯한 그녀.

그렇게 커다란 천둥과 함께, 스산한 강풍이 더욱 세차게 불어오는 그곳에서.

나는, 스타더스에게 말했다.

"스타더스. 당신만 믿습니다. 이제 보여주시죠, 당신의 힘을."

지금까지 내가 스타더스를 빡쎄게 키운건.

다, 오늘의 이 순간만을 위해서.

"...응. 알았어."

그렇게 내가 망토를 바람에 휘날리며, 금빛의 머리가 옆으로 날리고 있는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마주하던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ㅡ!

태어나서 들었던, 제일 큰.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수평선을 가릴 정도의.

지상에서부터 구름의 끝에 닿을 정도의.

도시 전체를 그림자로 물들 정도의.

우리가 서있던 높은 탑보다, 옆으로도 위로도 몇십배는 큰.

거대한.

정말 너무나도 거대한, 원형의 소용돌이같은 게이트 하나가.

구오오오오오오오오오-

탑의 저쪽 편 앞쪽에서, 우리 모두를 가리며.

압도적인 크기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

마침내, 재앙의 마지막 페이즈였다.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