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66화 (266/328)

ep.269

솔직히 불안했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엑!]

-콰아아아아아앙.

"하아, 하아."

들려오는 폭음, 지상에 끊임없이 밀려드는 괴수들.

그리고.

"이건... 대체..."

어두워진 하늘에 떠다니는, 빛나는 타원의 문들.

마치 우주 영화에서나 볼법한, 포탈을 닮은 것들이.

하늘 위에.

하나 하나, 마치 음침하게 빛나는 별들처럼.

달빛 아래, 공중에 떠서.

[-게르르르르으악]

공중에서, 지상으로.

툭.

툭, 툭, 툭 툭 툭 툭.

덩치도 곰만한, 이 세상 것들이 아닌 기괴한 것들이.

그 문을 넘어 하나 둘 꿀렁꿀렁 떨어져.

일어나자마자, 주위에 것들을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공격하는 그놈들이.

어두운 밤하늘에 너무나도 많이, 끊임없이 몰려드는 광경은.

아무리, 경험이 많은 스타더스 그녀라 해도.

계속된 전투 끝에, 지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나마, 굉장히 약해서 다행이지만."

[끄아아아아아악!]

그녀는 괴수들을 주먹 한방에 박살내며, 그런 생각을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수가 많은 대신, 놈들이 그녀의 공격 한방에 죽는다는 것일까.

그래도, 그래도.

이들의 수가 너무나도 많았다.

"하아, 하아..."

그리고. 제일 무서운 것은.

이 재앙이, 대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는 것.

"괜찮으세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괴수들에 습격을 받은 건물의 잔해 아래에 깔려있던 사람을 구한 뒤.

이마의 땀을 닦으며, 그녀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나마 다행인 다른점은, 사람들이 진작에 도망쳤다는 것.

월광교주의 연설같은게 시작된 그 순간 협회가 즉각 대응해 사람들을 인솔해서인지. 그리고 월광교주가 주저리 주저리 떠드는게 생각보다 길었어서인지.

아직까지는, 피해자가 많지 않아보였지만...

"....."

사람들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나온 괴물들이 다 지능이 떨어지는지, 지상만 배회하고 건물도 못 오른다던가. 아니면 나는 종류는 하늘만 날고 지상은 공격하지 못한다던가. 이런 식이였지만.

...지하를 습격하는 괴물이 나온다면? 지금까지보다 더 강한 괴물이 나온다면?

그녀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시작일 뿐이라고. 앞으로는 더 강한 무언가들이 나올 거라고.

"...하아."

폐허가 된 도심, 가로등이 없으면 한 치 앞도 안보일만큼 깜깜한 하늘, 여기저기서 피어오르는 연기들과 소름끼치는 괴물들의 울음소리까지. 누가 보더라도 세계가 그 어느때보다도 멸망에 가까워보이는 풍경.

그렇게 갑작스럽게 하늘에 등장한 거대한 탑 주위의 괴물들을 침착하게 쓸어버리면서도.

스타더스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래서일까.

누가보더라도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답이 없어보이는 상황이여서일까.

그 어느때보다도.

늘 답이 없어보이는 상황에서, 유일한 답을 제시해주던.

그의 모습이, 계속해서 생각나는건.

'...에고스틱.'

네. 뭐가 아마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무언가 큰 일이요. 아마, 그 전과 후가 달라질 수도 있을 엄청난 일이."

...분명, 그는 그런 말을 했었지.

아마 그는 오늘의 일을 어느정도 예측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리고, 그 순간이 오면 저도 도와드릴테니까요.

그래.

분명, 그가 도와줄거라 했으니까.

그는, 늘 뱉은 말은 지키는 사람이니까.

그녀는 그렇게 가슴 속 깊은 곳, 하나의 희망을 품은 채.

재앙과도 같은 상황속에서도, 침착하게 하늘을 쏘아다니면 괴수들을 사냥해 상황을 최대한 정리해나갈 수 있었고.

그렇게, 마침내 에고스틱이 등장해 자신을 불렀을 때.

"제게는 계획이 있습니다. 이 재앙을 멈출 계획이."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된 난장판의 한가운데에서.

늘 언제나와 같은 모습으로, 확신이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마주보며 그렇게 말하는 에고스틱을 보며.

그녀는, 그런 그에게 알았다 말한 뒤.

어서 가자는 그의 뒤를 조용히 따르며. 앞만을 보며 나아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그제서야 깨닫았다.

아.

내가 에고스틱에게, 생각보다 훨씬 의지하고 있었구나. 그를 믿고있었구나.

그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의 단순한 말뿐만으로도. 이토록 마음이 안심이 될 수 있구나.

...그랬구나, 난.

그래.

너에게 생각이 있다고 했었지. 계획이 있다고.

그럼, 난 널 믿을게. 믿고 널 받쳐줄게.

네가 늘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그녀는 그런 생각을 조용히 속으로 하며.

금발의 머리를 휘날리며, 그의 뒤를 따랐다.

...어째서인지 옆쪽의 월광무녀라는 빌런한테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을 뒤로하고.

***

지금까지의 이야기.

나 에고스틱은 중간에 스타더스와 합류한 뒤 게이트 사태를 멈추기 위해 은월이와 함께 월광교주가 있을 기괴한 탑으로 향하고 있었다. 끝.

...이렇게 이야기가 간단하면 좋으려만.

역시, 월광교주 그놈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잠깐...!"

기묘한 분홍빛 연기로 가득한, 이 도심.

스타더스를 앞세워 탑 주변을 지키는 강력한 괴수들을 다 때려잡으며 최속으로 날아가던 우리는.

스타더스의 다급한 외침에, 공중에서 멈춰섰다.

뭐야, 무슨 일이길래 그러지.

그렇게 중간에 멈춘 나는.

앞을 유심히 보고서야, 스타더스가 왜 그러는지 알 수 있었다.

"하하... 역시는 역시군요."

스타더스, 그녀가 얼굴을 굳힌 채 말했던 이유는.

우리의 앞에 있는, 수십의 푸른 거인들 때문.

[크르르르르르르...]

흉측하게 올라온 분홍색의 혈관들에, 보라색으로 짙게 물든 거대한 신체. 기괴하게 뒤틀린 얼굴과 몸.

그러나 눈만은 선명한 붉은색으로 타오르고 있는.

정확히는, 우리들이 한번 본 적 있는 것들.

그래.

"영혼포식자네요."

나는 그렇게 말했다.

예전에 월광교가 원작에서 예고도 없이 한 개체를 등장시켜, 스타더스를 거의 죽기살기로 싸우게 했던 그것.

영혼을 빨아먹어 강해지는 월광교 최정예 병기들 중 하나인 영혼 포식자. 놈들이었다.

...거기에 문제는, 놈들이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체가 있다는 것.

그것보다 어쩐지 전보다 훨씬 더 강해보이는, 이상한 기운을 두른 상태로.

"...."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광경을 본 스타더스는, 표정을 굳힌 채 입술을 다물였다.

예전에 죽기살기로 싸워본 적이 있어서인지, 놈들의 강함을 충분히 알기에 보이는 모습.

그녀의 공격을 거의 다 막아내며, 홀로 공격했던 그날의 악몽이 떠오른 모양이다.

...물론, 그녀또한 그때보다는 훨씬 강해지기는 했다. 아직 미숙하던 그때와 달리 별의 힘을 자유자제로 쓸 수도 있고.

그러나 감이 좋은 그녀라면 눈치 챘을수도 있겠지만, 놈들또한 그만큼 더 강해졌다.

월광게이트 최종전에 지금과 똑같이 등장했던 이 영혼포식자들.

월광교주의 최종병기 둘 중 하나이며, 영혼을 포식할 수록 강해지는 놈들.

...그리고, 아무리봐도 놈들은 현재 3단계까지 강해진걸로 보인다. 즉. 걍 지금의 스타더스로도 싸우기 벅찰 정도로 강하단 뜻.

"큭..."

그렇기에 스타더스는, 곧 이쪽을 향해 달려들것만 같은 놈들을 보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음... 아마 싸우면 결국 스타더스가 이기기는 할거다. 결국 주인공이 늘 이기는 법이지만.

다만... 오랜 시간과 수많은 상처가 따르겠지. 거기에 그때쯤이면 월광교주는 이미 도망쳤을테고.

그건 별로 재밌지 않잖아?

그렇기에 난, 이 지루한 장면은 살짝 스킵해버리기로 했다.

"스타더스씨, 잠시만요. 이쪽은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응?"

그렇게 이를 악문 스타더스를 지나.

난 은월이의 옆에서 자연스럽게 손가락을 튕기며, 미리 연습했던대로 놈들을 불렀다.

"영혼 포획자 카운터.은월아, 준비됐어?"

"네."

"그래. 쏴!"

난 씨익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저번에 영혼 포식자를 상대로 스타더스가 고전할 때, 나는 그녀를 대신해 그녀와 교주놈 몰래 놈을 저격해 쓰러트렸었다.

왜냐하면 이렇게나 강한 놈들이었기에, 당연하게도 약점이 있거든.

바로 은.

원작에서는 재앙 이후 몇년 후에나 발견했던 놈들의 약점. 나는 이걸 바로 써먹기로 했다. 저번에도, 그리고 이번에도.

그리고 이번엔 저놈들이 나올 줄 알았기에, 더욱 철저히 준비해서.

그렇게 난 자신감 넘치게 팔을 뻗은 채 소리쳤고.

그 결과.

"....."

"...."

...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지? 무언가 잘못됐나?

그렇게 내가 뻘쭘하게 팔을 뻗고만 있고.

[[[그르르르르아!]]]

마침내 놈들이 우리를 향해 뛰어들던 그때.

위이이이이이이이잉.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파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퍼버버버버버버버버버벅-

우리 뒤 하늘에서 작은 마법진들과 함께 거대한 드론들이 출현하더니.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놈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순도 백프로 은으로 이루어진 미사일부터 온갖 탄환들을 놈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끼야아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렇게 갑작스럽게 기습을 당한 놈들의 절규가 지축을 울리고.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놈들이 서있던 곳에는 녹은 은들만이 강처럼 흘러넘치고 있었을 뿐이었다.

...휴, 진화 전에는 은탄 한발에도 죽더니. 역시 이급은 이정도는 해야 죽는구나.

그렇게 내가 판단을 내리고 있을 때.

".....?"

굉장히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있는 스타더스에게,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쉽네요. 계속 앞으로 갑시다."

"...아니, 야. 역시 그때도 나 대신 했던게 너... 아니다."

그렇게 무슨 말을 하려던 스타더스는, 약간 입꼬리를 올린 채 못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내게 그리 말했다.

뭔말인지는 모르겠고, 일단 계속 달려나가볼까.

그전에.

"스타더스씨."

나는 잠시 멈춘 뒤, 그녀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이 앞에서는. 그 어느때보다 더 스타더스씨의 능력이 절실해질 겁니다. 분명요."

그래. 이제 최종병기가 하나 남았으니까.

"그때가되면... 저도, 모두들 다 당신을 도와드릴테니. 꼭 이겨내셔야합니다. 아니, 이길 수 있습니다. 저도 당신을 믿고, 모두들 당신을 믿으니까요."

지금은 이해하지 못해도, 조금 있으면 알게될 말.

난 그런 말을 미리 그녀에게 해두었다. 조금이라도 응원이 되게.

그리고 그런 내 말에 그녀는.

"알았어. 뭔지는 몰라도, 해볼게. 꼭."

시원스럽게 그렇게 답해주었다.

좋다. 그럼 이제 가자.

최종전을 향해.

"이제 우리는, 올라갑시다. 저 위로!"

나는 이젠 코앞에 보이는 탑의 꼭대기를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래. 다시 방송도 키고.

이 재앙을, 어서 끝내보자.

"은월아, 알지?"

"네 오빠."

그렇게 그 어느때보다 진지해보이는 은월이와, 의지를 굳힌 듯한 스타더스와 함께.

우리는 위로 날아갔다.

월광교주, 놈을 상대하기 위해.

그리고.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

***

"...놈들이 그들을 다 쓰러트리고, 이제 이 위로 올라오고 있다고."

"네. 송구하옵니다. 일단 아래로 마법들을 날려보고는 있는데, 별로 효과가 없는 모양이라..."

"괜찮느리라 아해여. 뭐 어떠리."

놈들은, 어차피 이곳에 온다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미 월문은 열렸다. 재앙은 시작되었다. 놈들이 뭔 짓을 해도, 월광의 진격은 막을 수 없다.

오히려 스스로 죽기위해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이곳으로 온다하니,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제 손으로 찢어발길 기회인데.

"오라해라, 어차피 그들의 묘지가 이곳이 될 뿐, 그게 끝일 뿐 아니겠느뇨..."

그렇게 천월황은, 오만함에 물든 채 그리 생각했다.

"...."

그 아래에서, 자신이 무시하고 버렸던 달의 무녀. 백은월이.

그조차 모르는 기묘한 푸른 술식을 손에 두른 채,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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