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68
"교주님. 아직까지 꽤나 반항이 거세, 점령에 성공한 지역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저놈들이 얼마나 버티겠습니까. 결국 시간이 지나면 다 월광의 순리대로 될 것입니다."
"......"
서울 중심부.
마법진들 사이에 둘러쌓인, 월광교주가 머무르고 있는 높은 탑.
불타고있는 서울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마도의 힘으로 지어진 그곳에서.
수많은 마법진들에 연결돼, 눈이 기묘하게 빛나고 있던 월광교주는 조용히 생각했다.
무언가, 이상했다.
"이상하구나..."
분명 계획에 의하면.
지금쯤 이미 검은 월문(月門)을 통해 총공세를 펼친 서울은 붕괴하고, 상대적으로 대비가 덜한 지방쪽은 이미 멸망했어야 했다.
일단 이 한반도를 거점으로 삼기 위해 이 반도 외에 다른 곳들은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쳐도...
"어찌하여, 영혼의 수가 이다지도 부족할까."
연결된 보라빛 연기에 의해 하얀 머리가 약간 떠있는 그 상태에서.
월광교주, 천월황은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현재 관측된 사망해 떠도는 영혼의 수가, 너무나도 부족했다.
지금쯤이면 분명 몇백만명쯤은 쉬이 넘겼을거라 생각한 그에게, 이 사실은 이해할 수 없는 수치였다.
무언가 잘못됐다.
비천한 벌레같은 놈들이, 아직까지 끈덕하게 살아있다. 진작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놈들인데.
분명 급습이었기에, 발버둥친다 해도 대비할 수도 없었을텐데. 왜일까.
그렇게 천월황이 이 사실에 의문을 품은 채 바람을 맞으며 골똘히 생각에 잠긴 동안.
뒤에서 주술을 외우고 있는 그의 신도들 사이로, 서둘러 한 남자가 교주에게 달려왔다.
그렇게 다급히 교주에게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신도.
"교주님! 서울권은 월문 3단계까지 개방 전부 완료하였습니다! 국외에도 월문 2단계가 곧 개방될 예정입니다."
그렇게 재앙이 차근차근 순리되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하는 그 신도.
...어차피 놈들은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어차피 신세계와의 문을 통해 넘어오는 달의 피조물들은 계속. 끝없이. 지치지않고 생겨나는 불멸의 군대.
1년이든 10년이든, 100년이든.
결국 놈들과 이 증오스러운 행성은 멸망하게 되어있다.
그렇게 생각을 마친 월광교주가 다시 정기를 조작하는데에 집중할 때.
아직도 가지 않은 신도가,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교주님. 드릴 말씀이 또 있습니다."
"무엇이느냐, 나의 아해여."
"그것이... 이것입니다."
그렇게 무언가를 꺼내 보여주는 신도.
그곳에는.
"허..."
검은 모자와 하얀 가면을 쓴 남자와.
월광교의 무녀... 였던 백은월. 그녀가 그와 함께 하늘을 날고 있는 영상이었다.
"이 에고스틱이란 놈과, 무녀님...이 아니라 배신자가 지금 교주님을 감히 시해하겠다는 망발을 지껄이며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어찌할까요?"
"네놈..."
에고스틱. 쓸만한 도구였던 백은월을 납치해간 그 놈의 가증스러운 웃음을 보자, 가슴 깊은 곳에 묻어놨던 분노가 치솟은 교주.
...그렇군, 그래. 그럴게 아니지.
오히려 좋구나.
"연놈들이 쌍으로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예. 어차피 병력이 삼엄해 쉽게 뚫지는 못할 것입니다만..."
신도의 말을 들으며, 차가운 표정으로 웃은 교주.
그는 이내 손을 휘이 저으며, 신도에게 말했다.
"더 볼 것도 없다. 영혼 포식자들을 소환하게나."
"...그들을요? 예, 알겠습니다."
잠시 교주의 말에 의문을 표하다,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가는 그.
이내 천월황은 다시 고개를 돌려, 어둠에 젖은 하늘을 보며 다시 월문들을 통제하는데 집중했다.
...에고스틱. 하.
그놈이 뭘 할 수 있겠는가.
재앙의 첫 제물로, 놈과 그년을 바치면 되겠구나.
교주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때까지는.
그렇게 차가운 웃음을 짓고있는, 교주가 서있는 탑 근처의 도시에서.
한쌍의 인영이, 도심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
어두운 하늘.
불타는 도시.
그리고... 에고스틱의 방송!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에고스틱입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씨익 미소를 지으며 방송을 킨 나.
음울하게 가라앉은 하늘과, 폭격에 맞은듯 무너진 도시들 사이와는 다르게.
언제나와 같은 내 웃음기 섞인 목소리에 오프닝 멘트 때문일까.
아니면 지하 벙커에 앉아 딱히 할일이 없어서였을까.
내 방송의 시청자 수와 채팅창은, 열자마자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영웅입갤ㅋㅋㅋㅋㅋㅋ]
[아아~ 어디가서 에고스틱이 왔다고 말하지 마라! 다들 나보고 히어로 하라고 할 거 아니야~]
[S급 히어로 애플망고! S급 히어로 애플망고! S급 히어로 애플망고! S급 히어로 애플망고! S급 히어로 애플망고! S급 히어로 애플망고! S급 히어로 애플망고! S급 히어로 애플망고! S급 히어로 애플망고! S급 히어로 애플망고!]
[채팅창 화력 그냥 미쳐날뛰네ㅋㅋㅋㅋㅋㅋ]
[신 그는 망고인가? 신 그는 망고인가? 신 그는 망고인가? 신 그는 망고인가? 신 그는 망고인가? 신 그는 망고인가? 신 그는 망고인가? 신 그는 망고인가? 신 그는 망고인가? 신 그는 망고인가?]
[오늘만큼 망고방송 알림 보고 기쁜 사람 없으면 개추ㅋㅋㅋ K-인터넷 맛 좀 봐라 이말이야ㅋㅋㅋㅋ]
[신이여 어째서 회의를 시작하지 않지? "그야 아직 망고가 오지 않았으니까."신이여 어째서 회의를 시작하지 않지? "그야 아직 망고가 오지 않았으니까."신이여 어째서 회의를 시작하지 않지? "그야 아직 망고가 오지 않았으니까."]
*
...그렇게 그냥 개판이 난 채팅창을 보며, 난 눈을 돌렸다. 아니 누가보면 히어로가 방송 튼 줄 알겠어.
사람들 지하에 갇혀만 있으면 불안해할까봐 이설아한테 부탁해 유성그룹의 기술로 다 회선 연결해놔서인지. 전쟁통이라곤 믿을 수 없는 화력.
음, 사실 내 방송 이렇게 보게 하려고 연결했던 것도 없지 않아 있었기에 그냥 받아드리기로 했다.
하여튼.
나는 다시한번 웃으며, 하늘을 나며 카메라를 보고는 말했다.
"또 뭔 일 났다고 하기에 뭔가하고 밖에 나와보니, 아주 그냥 난리가 났더라고요? 막 괴물들 쏟아져나오고... 말세다 말세."
[끼에에에에엑!]
"이것 좀 봐요. 에휴."
그렇게 내가 말을 하고 있을때, 때마침 나를 향해 날아드는 보라색의 익룡같은 괴수.
난 그 놈의 머리통을, 자연스럽게 염동력으로 박살내 버렸다.
"하여튼 이렇게 난리가 났다는 겁니다. 쯧. 월광교인지 뭔지 그 치매걸린 노인의 사이비 종교때문에."
...방금 그 공격으로 힘을 많이 써서, 순식간에 지친 나였지만 일단은 자연스럽게 그렇게 말했다.
앞으론 걍 뒤에서 따라오는 은월이한테 맡기자...
"어쨌든 네. 이쯤되면 다들 제가 무슨 얘기 하는지 아시겠죠?"
"네. 감히 제 구역인 대한민국을 제 허락도 받지 않고 침범하다니. 이거 응징해야 하는거 아니겠습니까? 정복할 땅도 없게 생겼네요."
나는 밤하늘을 가르고 날아가며, 카메라를 향해 씨익 웃고는 말했다.
그렇게 내 발언뒤로 다시금 폭발하는 채팅창을 뒤로하고.
난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향해 이어 물었다.
"일단 스타더스씨 어디 계시는지 아시는 분?"
스타더스 찾아야하는데.
그렇게 내 말에 다시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창을 보며, 난 별 소득은 없는걸 깨닫았다. 하긴, 거의 다들 지하에 있으니 당연한건가.
"하여튼 스타더스씨 혹시 근처에 계신다면, 이쪽으로 좀 와달라고 해주시겠습니까? 에고스트림에 우리... 월광무녀가 있는 만큼..."
나는 그렇게 말하며 뒤에있는 은월이를 한번 슥 바라본 뒤, 다시 카메라를 보며 분명하게 말했다.
"월광교주. 놈을 쓰러트리고 이 난리를 끝낼 계획이, 제게 있습니다. 스타더스씨."
"그러니 저와 이번 한번만, 함께 행동하시지 않겠습니까?"
...좋아. 이정도면 충분히 스타더스에게 전해지겠지. 협회 직원들도 분명 볼테니까.
다만 난 스타더스를 불렀는데 왜 관련없는 다른 사람들이 채팅창에서 난리를 치는진 모르겠지만... 공개구혼이라는둥 이상한 헛소리를 하는걸 보니 다들 아직은 살만한가보다.
하여튼 그렇게 전한 뒤, 나는 방송을 끄고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전히 곳곳에는 연기들이 자욱하고, 괴수들이 지상에서 뛰어다니는 모습. 곳곳에 보라색 게이트들도 여전히 하늘에서 괴수들을 쏟아내고 있고.
그리고 저 멀리 끝에는, 분홍색 안개로 둘러쌓인, 달에 닿을 정도로 거대한 검은 탑이 서 있었다.
...분명, 월광교주가 스스로 만든 거겠지.
이제야 모습을 드러냈구나.
"은월아, 교주 저기있는거 같지?"
"네. 저쪽에서 그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져요. 불길한... 마력의 기운이."
내 옆에 함께 떠서, 얼굴을 굳힌채 그렇게 말하는 은월이.
그래. 일단 저기는 스타더스 오면 같이 가도록 하고.
나는 서울 한복판 위에서 날며, 주위를 둘러봤다.
이제는 전보다 많이, 곧곧에 보이는 검은색 게이트들. 월광교 용어로는 2단계 월문인가.
그리고 그 근처에서는, 딱봐도 다른 이들과 달리 건물 반절 크기의 거대한 거인, 도마뱀같은 괴수들이 육중한 몸으로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그래. 저것들은 총기 면역인데다가 다른 놈보다 훨씬 강하다.
그러니, 저것들은.
[야, 다인아. 나 최세흰데 이제 도착했다! 바로 시작한다?]
우리 에고스트림이 상대해야지.
그렇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던 그 순간, 귓가에 최세희의 보고가 올라오더니.
-콰아아아앙.
서쪽편 저 멀리에서, 번개가 치는듯한 노란색 번쩍임과 함께 무언가 터지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일렉트라가 싸움을 시작한 모양.
그리고 그와 맞추어, 내 귀에 서자영과 PMC를 비롯한 보고들이 곳곳에서 들려오기 시작했고.
이내 꽤 가까운 도시에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거대한 용-아마 신령씨겠지. 그녀가 브레스를 쏘는 모습이 보였다.
좋아. 우리 에고스트림이 서울을 정복했다!
완. 지금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리는 없겠지.
나는 피식 웃으며, 계획대로 잘 되고 있다는걸 확인하고는 다시 은월이를 잡고 하늘을 날았다. 월광교주가 있을 탑을 향해.
그리고 그러던 그때.
"에고스틱....!"
저쪽 편에서.
꽤나 익숙하고 반가운 그 목소리가, 내게 들려왔다.
"어서오세요. 스타더스씨."
"하아, 하아."
그렇게 금발의 머리를 휘날리며 내 앞에 나타난건.
숨을 가쁘게 쉬며 날아온 우리의 히어로 스타더스.
"하아, 하아. 잠시만..."
"그래요. 숨 좀 쉬세요."
이 난리통에 다시 만난, 히어로와 아치에너미에 극적의 상봉이었다.
계속 싸우고 왔는지, 약간 옷이 찢겨진 채 상기된 얼굴로 땀을 흘리고 있는 그녀.
그 모습을 보자 약간 가슴이 어릿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있었기에.
결국 이 모든걸 끝내야, 그녀도 쉴 수 있는걸 알기에.
난 그렇게 하늘 위에서 숨을 가쁘게 쉬는 스타더스를 달래준 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모자를 고쳐쓴 뒤 설명을 시작했다.
"스타더스씨. 일단 시간이 없으니 요점만 간단하게 말하겠습니다."
"제게는 계획이 있습니다. 이 재앙을 멈출 계획이."
"하아, 하아. 정말...?"
...그러다 내 말에, 그렇게 묻는 그녀.
그러면서 약간 불안한 얼굴로 옆을 힐끔이는데, 아무래도 이 개판난 상황을 수습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모습이였다.
"네. 정말입니다."
나는 일단 그렇게 말했다.
자세한 얘기를 하기엔 시간이 없기도 했고, 방법을 설명하기엔 너무 길었다. 일단 지금 바로 출발해야 시간을 아끼거든. 더 큰 게이트가 생기기 전에.
물론 그녀가 내 말을 바로 납득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지만, 일단 그렇게 말해봤다. 되물으면 그때 설명하야지 뭐.
하여튼 그렇게, 내 그런 두리뭉술한 말에...
"....알았어. 고마워... 너만 믿을게."
스타더스는 숨을 헐떡이면서도 살짝 미소지으며, 내 눈을 보며 그렇게 즉답했다.
한치의 의심조차 안하는, 나에 대한 믿음이 담긴 눈빛으로.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순간 멈칫한 나는.
"...네. 알겠습니다."
이내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그렇게 대답했다.
그래. 아무래도 지금 다 망해가는 상황에 날 믿는거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까 저런거겠지. 이게 그 흔들다리효과인가 그건가? 그래.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 그런 감상을 할때가 아니다. 당장 할 일을 해야지.
난 그렇게 헛기침을 한 뒤, 재빠르게 상황을 요약해 설명했다.
"일단 저 탑으로 날아가면, 제가 이 게이트를 멈출 수 있을겁니다. 제 동료들이 이 부근에서 튀어나오는 괴수들은 다 정리하고 있으니, 스타더스씨는 저희와 함께 가면서 저 탑 주변에 검은 게이트에서 나오는 괴수들을 물리쳐주세요."
"응."
"...좋습니다. 그럼 바로 갑시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즉시 하늘을 날았다.
목표는, 월광교의 탑이었다.
그리고.
"...."
그런 내 뒤를, 스타더스는 내 쪽을 보며 조용히 따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