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67
어두운 하늘 아래 펼쳐진 대한민국의 도시.
그곳은, 마치 한편의 지옥도의 형상이였다.
"꺄아아아아아아악!"
검은 하늘들 사이사이 곳곳에 눈에띄게 보이는, 기괴한 빛을 내며 떠있는 수많은 게이트들.
그리고 그곳에서 쏟아져나오는 수백마리의 괴물들.
그 종류도 들짐승을 닮은 것부터, 마치 새처럼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는 것들까지.
그 수백마리의 괴수들이 때거지로 몰려다니며 지상의 건물들을 박살내고, 하늘을 불태우고 있는 광경은.
누가 보더라도, 진정한 멸망이 펼쳐지는 듯한 광경이었다.
...그래, 겉보기에는 그렇게 보였다.
자세히 보기 전까지는.
*
[실시간으로 자기가 좆된거같으면 개추ㅋㅋㅋ]
아니 시발 우리나라만 이러면 몰라 다른 나라들도 다 이지랄남ㅋㅋㅋㅋㅋ
걍 인생 망한 것 같으면 개추ㅋㅋㅋㅋ
=[댓글]=
[개추(눈물을 흘리며)
[지하벙커 아래에서 가족이랑 오들오들 떨고있으면 개추ㅋㅋㅋ ㅅㅂ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 존나 무섭네ㅋㅋㅋ]
[ㄹㅇ슬슬 웃음기 사라짐ㅋㅋㅋ 아니 시발 무슨 판타지 영화도 아니고 괴물들이 하늘에서 쏟아지냐고ㅋㅋㅋ]
ㄴ[ㄹㅇㅠㅠ]
[야 근데 뉴스 방송보삼 밖에 상황 보는데 사람들 거의 없는데 뭐임?]
ㄴ[걍 다 먹혀 죽은거 아니냐?]
ㄴ[아니 그러기엔 너무 텅 비었는데..?]
*
그래.
그러니까 생각보다, 사람이 적었다.
갑작스러운 재앙에도 불구하고 도시 위에 있는 사람들이 없었던 것.
*
[혹시 다들 협회산 지하벙커임?]
ㄴ[ㅇㅇ]
ㄴ[ㅇㅇ저 게이트란거 생기자마자 협회 방송 나와서 호다닥 도망침]
ㄴ[그런듯 여기 사람 개많음ㅋㅋ]
*
그리고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대부분은 지하로 도망쳤기 때문이다.
협회가 정말 우연히도 올해들어서 전국에 미친듯이 증설해놓은, 재앙 대비 지하 벙커들 덕분에.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안심하기엔 일렀다.
왜냐하면.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기 때문에....!
"난리 났네, 난리 났어."
높은 건물의 옥상.
마치 세계의 멸망을 암시하는 듯한, 석탄같이 새까만 하늘 아래.
대비되게 분홍빛, 보라빛으로 떠있는 게이트들이 괴수들을 내뱉고 있는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역시, 만화로 한번 봤던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소름이 돋을 정도로 기괴한 광경.
"에휴, 이게 다 뭔 난리래냐."
나는 그렇게 말하며 건물 아래로 폭탄을 휙 휙 던졌다.
펑. 펑.
[끼야아아아아아악!]
그렇게 염동력에 의해 정확하게 폭탄을 얻어맞은 뒤, 쓰러지는 괴수들.
역시 아직 웨이브 초반이라 그런지, 총기랑 화학무기류료도 충분히 제압되는 모습이다.
아직까지는 다들 물량만 많을 뿐, 꽤나 약한 괴수들이거든.
그리고 그 증거는 내 가면을 통해 보이는 영상으로도 확인 가능했다.
*
[에잇! 다 죽어라 죽어!]
[크하하하하! 지금이 바로 죽음의 시간이드아!!]
[일렬로... 쏴!]
*
내 눈앞에 둥둥 떠서 보이는,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과 뉴스의 모습.
그들이 저 괴수 웨이브를 조지는 동안, 나는 이곳에서 현장 컨트롤센터 겸 지시를 내리며 뒤에 있는 은월이를 지키고 있었다.
하늘에 미리 잔뜩 띄워둔 드론 덕에, 지금 대한민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상황.
아직까지는 괴수들이 좀 약한 편이라 그런지, 꽤나 잘 버티는 모습이였다.
다만 역시 문제는 이 다음이겠지.
"...슬슬, 두번째 웨이브가 시작되려나."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어두운 도시에 떠다니는 게이트들. 이게 끝이 아니다.
바로 곧 있으면, 두번째 웨이브가 온다는 것.
즉, 대부분 지역의 괴수들이. 특히 서울권에서, 보스급 괴수들이 더 많이 출현하기 시작한다.
다른 괴수들보다 거대하며, 훨씬 튼튼하고 강력한 놈들.
이들의 특징은, 다른 게이트들과 달리 커다란 검은색 게이트에서 생겨난다는 거다.
그래. 저쪽에 보이는 저 검은 게이트같은...
"...잠깐만."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서둘러 폭탄들을 밑으로 마져 던졌다.
끼에에에엑거리며 죽어가는 잡다한 마수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내 뒤에서 온갖 마법진들에 둘러쌓인 채 눈을 감고 무언갈 하고있는 은월이한테 소리쳤다.
"은월아! 아직이니?"
"...네."
"알았어."
역시 바로 되지는 않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허리를 피고 일어났다.
찬 바람에 날리는 나의 망토.
난 그렇게, 다시한번 내 계획을 점검했다.
월광교 게이트.
월광교주가 게이트를 열어, 괴수들을 불러일으킨 재앙.
이것의 제일 큰 문제점은, 게이트가 사람이 많은 곳에 비례해서 생긴다는 거다. 대도시에는 정말 많이 생겨나지만, 바다같은데는 거의 안 생겨난다는 소리.
특히 월광교주가 죽는다 해도, 이 게이트들은 천년만년 살아있을 거라는게 문제다. 계속 끝까지 남아 괴수들을 쏟아내면서 있겠지.
...그렇기에, 언뜻보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건 부질없어 보이는 행동처럼 보일수도 있다. 그래. 사람들을 미리 지하 벙커에 대피시켜둔 일. 거기에 식량이 쌓인 것도 아니고, 결국 바깥에는 언젠가 나가야 할텐데. 거기엔 괴수들이 우글거릴텐데?
아무리 히어로들이 총력을 다한다 해도, 24시간 안쉬고 싸울 순 없는 법이다. 결국 괴수의 공급량이 히어로들의 괴수 제거 속도보다 많아지는 날이 올테고.
결국 지구에는 대학살이 일어나겠지.
...그렇기에.
나는 생각했다.
처음부터 게이트를 막을 수 없고, 저 괴수들이 계속해서 건너오는게 운명이라면.
'월광교의 게이트 생성 메커니즘이, 사람 수에 비례해서 사람 많은 지역에 생기는 거니까...'
사람 수에 반비례해서, 사람이 없는 지역에만 게이트가 생기게 하면 되는거 아닌가?
그래.
그렇게, 내 모든 계획이 탄생했다.
사람이 없는 지역이 어딜까. 주로 산 이런 곳이지만, 제일 넓은 지역은 역시 바다.
즉, 만약 게이트 생성 매커니즘을 어떻게 비틀어서 먼 바다 위에만 생기게 할 수 있다면.
아틀라스 아재한테 좀 미안하긴 하지만, 육지는 괜찮아지지 않을까? 이미 허락도 받아놨다.
"....."
그래.
내가 이 세계에 떨어진지 얼마 안됐을때, 생각해냈던 생각.
이 현실성 없어보이는 계획은.
월광교의 무녀인 은월이를 만나고.
함께 연구하고, 방법을 의논하며.
점점 틀이 잡히기 시작하여 여기까지 왔다.
"....휴우."
그 이유로 나는 지금 내 앞에서 땀을 흘리며 마법진을 조작하고 있는 은월이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였다.
우리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마법진을 깔았던 것도 그 이유.
은월이의 힘으로 월광교 마법 시스템을 해킹해, 게이트 생성 매커니즘을 바꾸기 위해서. 그 마법진 자체가 월광교의 술식을 방해하는 온갖 마법진들로 가득하거든.
...물론, 이 방법도 문제가 있었다.
바로 월광교가 게이트를 연 이후에서야, 해킹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
그렇기에 내가 사람들을 지하벙커에 몰아넣고 버티게 한거다. 식량이랑 회선같은 것들만 일단 연결해두고.
지금 괴수들은 어차피 히어로들과 내 선에서 막을 수 있다. 추가 공급만 끊으면, 다른 나라들도 다들 어떻게된 될거다.
다만.
"저건... 좀 곤란하네."
나는 옥상 위에 서서, 저 허공 위에 불길하게 떠있는 몇몇 검은색 게이트들을 보며 혀를 찼다.
[......]
역시나 다른 게이트들과는 다르게, 훨씬 거대하고 또 불길해보이는 모습.
그리고 괴수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다른 것들과는 다르게, 이들은 꽤나 잠잠했다.
꽤 긴 시간을 간격으로, 특별히 강한 보스급 몬스터들이 나오니 당연한 일인가.
그리고 마침내.
[그어어어어어어어 아아아아아-]
거대한 몸집을 지닌, 검은 몸에 붉은 눈을 지닌 거인의 등장을 보며.
나는 혀를 찬 채 곧바로 이설아에게 연락했다.
[네? 다인씨, 무슨일인가요?]
그녀 옆에서 들리는 폭격소리.
아무래도 그녀 역시 난장판 속에 있는 모양이다.
하여튼 난, 요점만 말했다.
"너가 말했던 그거, 준비 끝났어?"
[군인들이요? 네! 그거 이미 지방쪽에 전부 파견보냈어요.]
"오케이. 우리 애들 이제 서울로 다 돌린다."
[흐앗! 하아, 하아. 네!]
그렇게 바빠보이는 이설아와의 연락을 끊고, 나는 바로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을 전원 소집했다.
[다시 서울로요? 알았어요!]
[흐으. 하, 하아. 오케이 지금 간다~]
[네 오빠! 이쪽 가면 되는거 맞죠?]
[...알겠노라. 난 동쪽을 맡지.]
[넵. 저희 4명 다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다들 지방쪽에서 양학을 하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이들.
당연히 미리 사전에 협의된 행동이였다.
저 검은 게이트에서 등장한 것들은, 재래식 무기로는 전혀 데미지를 입지 않는 변종들이었으니.
오직 초능력으로만 물리칠 수 있는데, 그마저도 굉장히 강해서 쉽지 않았다.
그리고 수도.
"꽤 많네..."
난 주위를 둘러보며 그리 중얼거렸다.
검은 게이트들이, 보라색 게이트들 중간중간 꽤나 섞여있는 모습.
저건 능력자들이 협력해서 조지지 않는 이상 못막는다. 멸망의 1등 공신이기도 하고. 카테달에서도 설명했었지만.
하여튼 저것들은 역시나 월광교주가 서울에 있어서인지, 이 시기엔 전부 서울에 생겨난다. 그래서 에고스트림을 다시 서울로 불러 막아내려고 하는거였지만.
일단 이정도면 됐겠지.
난 그런 생각을 하며.
"..."
마침내, 화면 속에 보이는 스타더스의 모습에 눈을 돌렸다.
"...잘싸우네."
역시나 서울 저쪽편, 월광교주가 있는 곳 부근에서 홀로 무쌍을 찍으며 날고있는 그녀.
...빨리 합류해야할텐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다인오빠! 다 끝났어요!"
"정말?"
난 뒤에서 다급히 소리치는 은월이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이제, 하아. 하아. 마지막 작업만 하면 되요."
숨을 가쁘게 쉬며, 그렇게 말하는 은월이.
...그래, 이제 마지막 작업만 남았다.
월광교주를 직접 상대하면 되는 그 일.
...슬슬 끝이 보이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은월이한테 말했다.
"그래, 은월아. 가자!"
"네!"
난 그렇게 은월이와 함께 달려나갔다.
월광교주를 상대하기 위해.
그리고... 스타더스를 보러 가기 위해.
아, 그전에.
이게 마지막 파트인데, 그걸 켜야지.
난 그런 생각을 하며, 미리 준비해둔 카메라의 전원을 켰다.
좋아. 시작됐겠지?
*
[?????]
[어어?]
[방송ONㅋㅋㅋㅋㅋㅋ]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
벌써 올라가는 채팅창.
그걸 통해 방송이 켜졌음을 깨닫은 나는, 카메라를 보고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에고스틱입니다!"
방송 시작이다, 개새끼야.
오늘 너 죽는거 한번 라이브 때려보자.
그리고.
"일단 스타더스씨 어디계시는지 아시는 분?"
스타더스부터 찾고. 응.
***
[스타더스씨!]
"허억, 허억. 왜요?"
도심.
분홍빛 공기가 가득한 기괴한 도심 한복판에서, 또다른 괴수를 잡고 있던 스타더스는 귀에 들리는 협회 요원의 말에 숨을 헐떡거리며 답했다.
그렇게 요원이 하는 말을 듣던 스타더스는.
"...알겠습니다. 네."
이내 연락을 끊은 뒤.
"...하."
오늘 처음으로 지은 짧은 웃음과 함께, 또다른 괴수의 얼굴을 날렸다.
"에고스틱..."
그가 오고있다고 했다.
늘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