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65
월광교 게이트.
원작 중후반부에 일어난 최대 최악의 재앙이자, 전세계를 거의 멸망 직전으로 끌고간 사건.
달의 신을 믿는 월광교, 그곳의 교주 천월황이 이계와 우리 은하를 연결하는 통로를 뚫어 괴수들을 불러들여 세계를 붕괴시킨 이 재앙을.
나는, 이 세계에 떨어진 그 순간부터 계속해서 경계해왔다.
"...휴우."
그리고 마침내, 그게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12월의 겨울.
이제는, 내가 이 세계를 살아오면서 해놓았던 모든 대비책들이 하나 둘 완성되고 있었고.
이제 시간이 얼마 안남은 상황 속에서, 나는 돌아다니며 이들을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다인씨, 이제 준비 다 끝났어요. 정치권쪽에서도 사건 터지면 바로 계엄령 선포하게 작업 쳐놓았고, 구호 물자들도 넉넉히 쌓아놨고요."
"정말? 잘했어. 정말 설아 너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
"훗... 알면 일 다 끝나고나서 좀 잘해줘요. 뭐, 저도 제 나라 망하면 곤란하니 당연히 이정도는 해야죠."
이설아.
유성그룹의 회장이자, 사실상 대한민국의 흑막이자 지배자.
나는 처음부터, 그녀가 흑막이 체 되기도 전에 접촉해 동맹을 맺어놓았다.
그녀가 빠르게 귄력을 틀어쥘 수 있도록 정보를 건네다 줘 그녀의 신뢰를 샀고, 이내 믿을만한 친구가 되는데 성공했다.
그렇게 이설아는, 내 말을 듣고 재앙에 대비해 대한민국 행정 시스템을 전부 대비해두었다.
그리고, 그녀가 아니였으면 영영 못했을. 사적 능력자 집단을 만들 수도 있었고.
"다인 스승님. 저희도 이제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정말?"
"네. 이제 4명의 합도 다 맞고. 2기 후배들도 언제든 출격만 하면 됩니다."
"맞아요 다인쌤. 저희가 훈련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요!"
"...흥. 두고봐요. 이제 일 터지면 저희의 전력을 보여줄테니."
그게 바로 PMC, 일명 에고스쿠다.
내가 처음부터 이 월광교 재앙을 위해 만들어놓았던 B급 이하 히어로들 정도의 전력이 되는 능력자 집단.
원작에서 월광교 사태 이후, 무정부 상태의 혼돈 속에서 다양한 능력자들이 전부 빌런으로 타락하는걸 막기 위해 미리 사적으로 돈 풀어서 고용했던 이들.
특히 이들은 대-ㅣ드괴수 대비 전력으로써, 재앙 발생 후 괴수들을 처리하기 위해 훈련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활약할 때가 왔고.
나는 1호, 2호, 3호, 4호를 돌아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메인 공격수이자 검술이 특기인 이세검.
그런 그와 함께 탱킹과 서브 공격을 담당할 허다희.
그리고 원거리에서 지원할 활 능력자 서채영과.
이들의 능력을 더 강하게 해줄 산수아까지.
자신만만하게 내 앞에 있는 4명을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 사총사면 어지간한 보스급 괴수도 레이드 할 수 있겠지. 생각보다, 정말 잘컸다.
2기생들도, 어느정도 스파르타 훈련이 끝났으니 소형 괴수들은 잡을테고.
그렇게 PMC를 확인한 이후.
당연히 다음은 히어로 협회.
"협회장님, 잘 하고 계십니까?"
"그래... 지하벙커들 전부 완공 했다네..."
나로 인해 생겨난 뜻밖의 과로로, 서류더미들 속에서 거의 쓰러져있는 협회장.
그리고 그의 옆에는, 훗-하며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는 섀도우워커가 있었다.
"걱정말게 에고스틱. 협회장과 나는 대한민국을 지킬 완벽한 각오를 하고 있으니. 괴수들이 아무리 날뛰어도, 우리 한국의 기상을 꺾을 순 없을테니까!"
...무슨 약을 먹었는지, 다크서클이 깔렸음에도 눈빛 하나만큼은 청명하게 빛나는 섀도우워커를 보며 난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난 무능해 이러면서 누워있는 것보다는 낫지.
하여튼, 그렇게 협회장도 준비가 끝났다고 한다.
섀도우워커도... 뭔가 상태가 이상해 보이지만, 어쨌든 자신만만해 보이고.
그 외로는, 우리 동아시아 빌런 연합 얘기가 있었다.
일본이건 중국이건 다들 게이트가 생기는건 확정이기에, 내가 미리 경고를 해뒀기 때문.
[저희도 병력 배치하고, 아래 부하들 다 배치시키는 식으로 준비 끝냈어요.]
[화룡도 어느정도 준비를 끝냈습니다. 아마 제가 담당하는 구역은 안전할겁니다. 하하, 에고스틱씨의 경고가 아니였으면 정말 위험할 뻔했군요.]
내가 아예 직접적으로 모든걸 다 알려준만큼 이들은 이미 준비를 완벽하게 한 모습.
그날 하루만 버티면 된다고 미리 경고를 해줬기에, 둘 다 대비를 해놓은 것 같다.
우리 아틀라스 아재는, 바다라 별 상관이 없었고.
...물론 그와 관련해 몇마디 대화가 오고갔는데, 그의 흔쾌한 허락으로 그쪽도 어느정도 대책이 끝났다.
그리고 국제 빌런연합, 카테달.
그곳에서도 내가 미리 경고를 했었다. 연말쯤에 괴수들의 전세계 습격이 있을테니, 주의하라고.
솔직히 이들이 내 말을 들을지 안들을진 긴가민가 했는데.
[최근 연말들어 전세계 주요 국가에서 유명 빌런들의 테러가 확연히 줄어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국제 히어로 협회 통계청에 따르면 상위 10개 국가의 빌런 연합들의 활동량이 절반 이하 수로 감소하여...]
...뉴스에 나오는 내용을 보면, 음. 다들 어느정도 대비를 해놓은 것 같았다.
그래.
그렇게 전세계의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곧 찾아올 그 재앙을, 대비하고 있었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하던 순간 갑자기 터져, 대비할 틈도 없이 무너져버렸던 원작과는 다르게.
"....."
그래.
나는 이정도면, 일개 개인의 몸으로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월광교 재앙의 날. 이 끔찍한 일을 막기 위해.
대한민국의 흑막이 될 거대 기업과 협업해 B급 이하 능력자들의 돌발행동을 차단할 PMC를 만들었으며.
협회장을 설득해 미리 이 재앙을 대비하게 만들었다.
또한 주인공인 스타더스를 성장시켜, 이번에 나올 보스급 괴수를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하게 키웠으며.
동아시아 빌런 연합을 형성해 한중일 쪽을 최대한 안전히 만들어 대한민국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한 다음.
카테달에 들어가, 주요 국가의 빌런 연합 수장들 모두에게 경고해 다른 나라들도 이 참극을 미리 대비할 수 있게 하였다.
A급 이상의 빌런들로 이루어진, 우리 에고스트림 또한 훈련 및 준비를 철저히 했다.
따지고보면 전부, 이번 멸망 시나리오를 안전하게 지나가기 위해.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하늘에, 결과를 맡길 뿐.
난 그렇게 기다렸다.
일이 시작될 그날을.
***
연말.
어쩐지 분주한 협회에서, 스타더스는 홀로 조용히 생각했다.
...이제 곧, 에고스틱이 말한 무언가가 올 때인가.
그가 재앙이라고 말했던, 그 일이.
"눈이 오네..."
그렇게 창 밖으로 하늘을 바라보던 스타더스는, 문득 중얼거렸다.
...직감이랄까.
어쩐지, 느낌이 든다. 이번 일이 모든걸 바꿀 것 같다는 느낌이.
대체 무엇인지는 몰라도, 올해를 끝으로.
꽤 많은 것들이 변할 것 같다는 느낌이.
...그래도.
에고스틱이 분명, 함께해준다고 했으니.
분명.
그녀는 이겨낼 수 있으리라.
그런 다짐을 하며.
스타더스또한, 한 해의 마지막에 찾아올 무언가를 굳은 마음으로 기다렸다.
기필코, 무슨 일이 벌어지든간에.
전부 이겨내겠다는 다짐과 함께.
***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어느덧, 한 해가 다 끝나갈 무렵.
안개가 깔린 어느 을씨년스러운 절벽 위에서.
한 노인이, 조용히 뒷짐을 진 채 서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향해 다가오는 한 남자.
"교주님, 모든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그려?"
그렇게 남자가 고개를 숙인 채 노인의 말을 기다릴 때.
조용히 파도치는 바다를 내려다보던 월광교주, 천월황은 이내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침내, 이 순간이 왔구나."
"이 썩어빠진 세계를 정화할, 우리의 신께서 강림하실 때가."
이내 그렇게 뒷짐을 진 채 중얼거리던 노인은.
조용히 몸을 돌려, 지팡이를 짚은 채.
절벽 뒤에서 자신을 향해 무릎꿇고 앉아있는 수많은 신도들을 보며.
조용히.
일그러진 웃음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자.
아해들이여. 두려움에 떨어라.
심판의 시간이, 도래했다.
그렇게 그의 짧은 중얼거림과 함께.
그들의 아래 있는 거대한 마법진이 보라빛으로 물듦과 동시에.
이내, 절벽 위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
12월 30일.
대낮에 떠있던 해가 갑작스럽게 사라지고.
거대한 달.
거대한 달이, 어두워진 하늘 위에 홀로 떠올랐다.
[속보입니다! 갑작스럽게 해가 지는 이상현상이...]
오랜만에 찾아온, 갑작스러운 이상 현상에 사람들이 당황하던 그때.
우리는 그저 침착하게, 저택 앞에 서있었다.
"애들아, 준비됐어?"
"네!"
"...넵."
"하하! 드디어 오늘인가?"
[나만 믿게나! 이 몸의 힘을 보여주지.]
"...좀 걱정되네요."
"휴. 오랜만에 불장난좀 하겠네에..."
"....가자꾸나."
그렇게 어두워진 밤하늘 아래, 거대한 저택 앞에서.
검은 모자, 검은 망토, 검은 옷에 하얀 가면을 입은 나를 중심으로.
거대한 기계병기에 탑승한 서은이.
모두에게 버프를 준 뒤, 주먹을 꼭 쥔 이하율.
웃는 채, 손에 번개를 일으키고 있는 최세희.
거대한 검을 든 채, 검은 갑옷으로 무장한 채 대기중인 데스나이트.
하얀 무녀복을 입은 채, 결연한 표정을 짓고있는 은월이.
졸린 표정으로 미소지은 채 후드에 손을 넣고 공중에 떠있는 서자영.
이내 조용히, 가슴팍에 손을 모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신룡씨.
그리고 저택에 남은 채, 우리 모두를 보조해주고 있는 수빈씨와.
귓가에 들려오는 이설아, 섀도우워커, 협회장, PMC멤버들. 모두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이내 씨익 웃은 채, 애들에게 말했다.
"가자."
저놈들 족치러.
그렇게 우리 에고스트림은 출발하였다.
목표는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