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61화 (261/328)

ep.264

스타더스가 중국의 S급 빌런 리 샤오펑을 잡아낸 이후.

대한민국은, 순식간에 대규모 테러후 늘 그랬듯 여러 기사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

[중국 1위 빌런을 격파한 스타더스... 네티진들 '감격'.]

[협회장, '대한민국 협회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기에 이 일이 가능했던 것.' 공식 입장 내놔.]

[[분석]비록 리 샤오펑이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해도 스타더스가 대단한 이유 10가지]

*

뭐, 이미 대한민국 히어로쪽은 전부 스타더스가 독식하는 형상인 만큼 새삼스러운 것도 없었지만. 하여튼 이정도만 되도 여론은 굉장히 좋은 편이였다. 스타더스 전 세대에서는 히어로가 뭘하든 언론이 욕하고 봤다고 하니까.

어쨌든, 중국 빌런 한명을 이겼다고해서 스타더스의 생활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거기에 에고스틱 주도하에 일어났던 테러인만큼, 솔직히 별 탈 없이 이렇게 끝나는게 거의 당연하다시피 했고.

왜냐하면, 사실상 에고스틱이 일으킨 테러였으니까...

"으으음..."

협회 건물 옥상.

그곳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아가며, 스타더스는 밖을 보고 서있었다.

당연히 그녀가 하고있는건.

'당신은 이미, 빛나는 사람입니다.'

"으으으으음...."

당연하게도, 에고스틱에 대한 생각이었다.

...솔직히, 이런 저런 칭찬같은건 그녀도 많이 들어봤다. 이미 언론에서는 그녀가 떨어지는 비행기 든 날을 기점으로 우호여론이 많고, 애초에 스타더스 그녀또한 팬카페가 있으니까. 사실 들어가보진 않고, 오히려 에고스틱 팬카페를 더 자주 들어가보긴 하지만...

하여튼, 그녀는 이미 꽤 많은 말을 들어봤다. 뭐 대한민국의 희망이라는 것 부터, S급 히어로를 이미 능가했다더니 하는 그런 얘기들.

그리고 그런 말들은 들어도, 별 감흥이 있지 않았다. 이미 예전에 그렇게 자신을 욕하던 언론에 안좋은 기억 때문인지, 아니면 더 칭찬들이 전부 다 실수 한변에 돌변할 의미없는 이야기들이 아닌가. 그런 생각에.

그녀는, 대중의 칭찬을 들어도 아무 생각이 없었었다.

그런데.

'당신은 이미, 빛나는 사람입니다.'

".....으으음."

왜, 에고스틱의 그 한마디는 그토록. 아직까지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는걸까.

진심이 담긴, 자신을 굳게 믿는게 느껴지는 눈동자로 바라보며 그런 말을 했어서? 대중이나 언론이 아닌 빌런이 직접 한 말이라?

...아니면, 에고스틱이 한 말이라?

"빛나긴 뭐가 빛나... 별똥별이야?"

하늘을 보며 턱을 괸 채,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그녀는 그 말을 생각하면,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계속해서 따뜻한 웃음이 지어졌었다.

...그냥 뭐, 말이 웃겨서 그런거겠지. 응. 빛나는 사람이란 말을 그렇게 눈 하나 깜빡 안하고 사람 눈앞에서 진심으로 하는 사람이 누가있어. 시 쓰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웃음이 나오는거야. 응.

그렇게 혼자, 그런 아무래도 좋을 생각을 하고 있던 그녀는.

잠시 뒤, 자연스럽게 에고스틱이 전에 했던 말로 이어져 고민에 빠졌다.

'스타더스씨라면, 하실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재앙이 들이닥쳐도 지금의 스타더스씨라면. 제가 신뢰해 마지않는, 제 아치 에너미인 당신이라면. 충분히. 무엇이 와도 극복해 내실 수 있을겁니다.'

"...."

...아니, 무슨 일이 나는건데. 그건 알려줘야 할거 아니야!

그러나 에고스틱은 이미 떠난지 오래.

결국, 그녀 혼자 이렇게 상념에 잠기게 된 것이였다.

'...아마, 무슨 종류의 대규모 테러가 일어날건 확실한데.'

분명 뭔가 심각한거겠지.

지금까지 자신한테 그런 경고를 한번도 한적 없던 에고스틱이, 그렇게 말할 정도면.

대충 짐작가는 건... 너무 많아서 모르겠다.

사실 지금까지 그녀가 겪어왔던, 일명 '대규모 재앙'이라고 할만한 것들의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거대기업의 로봇, 사이비 종교, 무슨 악마화 지역침식형까지... 이번엔 대체 뭐가 일어날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아마도 헉 소리 나오는 무언가가 아닐까.

그래도 걱정은 되지 않았다.

그 순간이 오면 저도 도와드릴테니까요.

에고스틱 분명, 자신과 함께할 것을 알았기에.

".....하아."

빌런한테 의지하면 안되는데...

그런, 의미없는 중얼거림을 하며.

스타더스는 또다시, 에고스틱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니. 솔직히 에고스틱이 지금까지 한 것들을 보자.

그녀가 한은그룹 놈들이 미쳐서 만든 거대병기 난동에 애를 먹고 있을때 그냥 순간이동으로 제압해.

월광무녀인가 하는 여자가 그녀의 능력마저 무효화 시키며 날뛰는걸 단신으로 납치해서 막아.

스스로를 마왕이라 자칭하는, 딱봐도 S급은 훌쩍 뛰어넘은 것같은 빌런이 그녀를 죽이기전에 나타나서 구해줘.

대한민국 아래 기괴한 유적에서 잠자고 있는 살인 병기의 위치도 알아내, 그녀와 협력해서 무찌르게 해.

...솔직히, 이것만 놓고봐도 자신이 에고스틱을 신경쓰는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다만, 역시 그가 빌런이라는게 문제지. 그것도 빌런연합을 꾸리고 테러를 자주 하는.

".....하아."

그리고 그게, 스타더스가 에고스틱을 생각할 때 걸리는 하나의 문제점이였다.

전 당신을 믿습니다.

당신은, 제 히어로니까요.

...만약 에고스틱이, 빌런이 아니였으면 어땠을까?

그랬으면... 그랬으면 자신도...

-화악.

'...아니였으면 뭐, 어쩌게.'

혼자 그런 생각을 하던 스타더스는, 갑자기 망상 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있는 스스로에게 화들짝 놀라 약간 붉어진 볼로 고개를 털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러던 그때.

"음..?"

[스타더스씨! 지금 어디 계십니까?]

협회 직원한테서 연락이 왔다.

"지금 여기 협회 건물 옥상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다행이네요. 지금 성북구 쪽에서 추정 A급 빌런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위치 불러드릴테니 바로 출동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하아.

한숨과 함께 연락을 끊은 스타더스는, 이내 기지개를 핀 뒤 금발의 머리를 휘날리며 하늘 위를 날았다.

에고스틱 생각을 하며 한숨 돌렸으니, 이제는 또 일할 시간이구나.

...연말에, 무슨 일이 생긴다고 했으니. 그때까지 컨디션 관리하며 잘 보내봐야겠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빌런이 등장했다는 곳으로 출동했다.

월광교 재앙의 날.

사건 발생까지, 약 한두달 전 날의 일이었다.

***

월광교 게이트 재앙이 일어나기까지, 어느덜 한달 좀 남게 남은 시점.

[히어로 협회, 급작스러운 지하 벙커 증설중... 협회 측,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고 입장 밝혀. 정치권 일각에서는 '세금 낭비'라는 비판도.]

"협회장, 생각보다 일 잘하고 있네?"

라디오처럼 뉴스를 틀어놓은 나는,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소식을 들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근데 저 간크게 세금낭비라 지적한 놈은 누구야? 이설아가 들으면 바로 팽칠거 같은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슬슬 앞으로 다가오고 있을 재앙을 준비하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은월이와 함께.

"은월아, 준비 됐지?"

"네 다인오빠."

우리 저택 앞 마당.

나는 그곳에서, 은월이가 거대한 마법진을 그려놓은 채 무언가를 하고있는걸 지켜봤다.

지금 하고 있는건, 우리가 미리 전국을 떠돌며 깔아놓았던 마법진들과 연결하고 있는 것.

결국 이 재앙을 막을 유일한 해답은, 은월이니까.

...거기에 덤으로 우리 저택도 괴수들로부터 막을 방어 마법도 설치하고.

"오빠. 다 됐어요."

"그래? 잘했어."

그렇게 은월이의 마법진 설치도 끝나고.

이내 은월이랑 같이 옆에 쪼그려 앉아있던 나는, 그녀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실감이 나네. 정말 원작의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게.

내가 그런 생각을 할때 쯤.

잠시 고개를 숙인 채 있던 은월이는, 내 팔을 갑자기 살짝 붙잡더니 입을 열었다.

"...저, 다인오빠."

"응? 왜?

"...저희, 잘 할 수 있을까요?"

"응?"

갑작스럽게, 맥락도 없이 나온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 은월이를 바라보았고.

그제서야, 난 볼 수 있었다.

살짝 하얘진 얼굴로, 불안에 떨고있는 그녀의 모습.

'.......'

그리고 그때 난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은월이가 제일 불안할 것이라는걸. 사실상 지금 싸우는 상대가, 그녀의 삶을 좌지우지하던 월광교주. 그 놈이니.

평생 자신을 괴롭혔던 이와 맞서 싸우려고 드니, 불안하겠지. 혹시나 실패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들고.

난 그렇게 마지막 마법진을 설치하고 나니, 결국 그제서야 불안감을 못숨기고 벌벌 떨고있는 은월이를 보고는.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은월아."

"에? 네, 네에?"

갑자기 나에게 손을 붙잡히자, 화들짝 놀라는 그녀.

그래서일까, 처음 붙잡았을때는 살짝 떨리던 손이 진정되었고.

나는 그렇게 은월이의 손을 잡은 그 상태에서, 그녀를 안심시켜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마. 다 잘 될꺼야."

"그래도..."

그리고 그런 내 말에 눈을 피해 바닥을 본 채,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녀.

난 그런 그녀의 손을 다시한번 꽉 쥔 뒤, 확신하듯 말했다.

"우리, 준비 열심해 했잖아? 계획도 다 짜두고. 사람들이랑도 같이 협력 다 했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그걸 막을 방법도 생각했고."

그래.

우리는 고민끝에, 월광교의 게이트 생성으로 인해 지구가 망하는걸 막을 아이디어를 짜냈다.

...어차피 이계와 우리 은하의 차원의 벽이 너무 약해져, 결국 게이트가 생기는건 확정이다. 월광교는 그 시기를 앞당기고, 게이트를 의도적으로 사람들이 몰린 곳에 비례해 열리게 해 모두를 죽일 계획을 짰을뿐.

...그러니, 그걸 어떻게 뒤집어 생각해보면 되는거 아닐까.

우리는 그 판단에서 시작해, 이내 어느정도 해결책을 찾았다.

결국 초반을 버티는게 중요하다는 소리.

"괜찮을거야, 알겠지?"

난 그렇게 그녀의 앞에서 계속, 그렇게 격려했고.

결국.

"...다인오빠도, 조심하실거죠? 꼭?"

"당연하지."

"...약속이에요. 전, 오빠만 무사하면 되니까..."

끝내, 은월이가 어느정도 불안을 떨쳐내는걸 볼 수 있었다.

...약속을 한다며 새끼손도 걸고 막 해서, 겨우.

그렇게 은월이와 함께, 난 다시 저택을 항해 걸어갔고.

...

그렇게.

그렇게, 어느덧 시간이 지나.

날씨가 점점 추워지며.

"휴우..."

마침내.

재앙의 날이 있을, 연말의 마지막 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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