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63
"흐음..."
대한민국 상공.
뜨거운 불에 휩싸인 거대한 용이, 크롸롸거리며 하늘을 날고 있는 상황.
그 위에서 스타더스는, 놈의 불길을 우아하게 피하며 공세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이에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있던 사람들은, 당연히 자신들의 히어로의 멋진 모습에 열광했다.
*
[스타더스 너무 멋짐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
[별먼지펀치! 별먼지펀치! 별먼지펀치]
[스타더스 폼 미쳤다 진짜]
[대한민국의 또다른 GOAT시여...]
[와 방금 불길 위에서 아래로 다이빙하면서 피한거 뭔데ㅋㅋㅋ 판단 무쳤네]
[대한민국의 알파가 에고스틱이면 오메가가 스타더스다 국보커플ㄷㄷㄷ]
[남자 동료마저 살리시는 방송천재 스타더스 그녀는 도덕책]
[근데 스타더스 지금 무슨 생각 하면서 싸우고 있을까?]
[적을 어떻게 상대할지 말곤 아무생각 없이 초집중해서 싸우고 있을듯ㄷㄷ]
*
그리고, 그렇게 뜨겁게 불타오르는 눈길로 적과 싸우고있던 스타더스는.
"흐음...."
'...도대체 에고스틱의 생각이 뭐지?'
그런, 전투와는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 중국 빌런 리 샤오펑이 소환한 붉은 용.
그녀도 리 샤오펑은 들어봤다. 대충 중국의 에고스틱이라 보면 될 정도로 세력이 막강하다고.
그리고 그가 화염에 휩싸여 사라지더니 움직이기 시작한게 저 거대한 불타는 이무기.
저 용이, 그가 중국에서 그정도의 위세를 떨칠 수 있게 해준 막강한 능력의 산물이라 들었다.
하지만.
'...어째, 좀 봐주고 있단 느낌이 든다는 말이지.'
그래.
그녀는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뭐라고 해야할까. 의도적으로 공격을 굉장히 규칙적이게 하는 느낌..? 무언가를 시험해 보듯.
그리고 만약 그녀가 느끼는게 사실이라면.
아마 그건.
'...에고스틱이, 시킨거겠지.'
그래.
그녀는, 그런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까부터 느껴지는.
무언가의 시선.
"...흡."
...보고있겠지?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또다른 불길을 피했다.
에고스틱이 대체 무슨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을 것이다...는 확신이, 그녀에겐 있었다.
그리고.
아마, 저 빌런의 용을 상대하는게 에고스틱과 그녀에게 있어 굉장히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무언가의 테스트같다는. 그런 막연한 생각까지.
그렇게 그녀가 그런 생각을 이어나가던 그때.
[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씁..."
또다시 저 붉은 용이 날린 화염이 눈앞에 날아오자, 그녀는 황급히 몸을 날렸다.
그래.
일단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 용가리를 잡으면 에고스틱이 무슨 반응을 보이겠지?
그렇게 마음먹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주먹을 쥐었다.
알았어. 네가 뭔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울려줘볼게.
그렇게 마음먹은 그녀는, 숨을 들이켰다.
'스타더스씨, 여기선 오른쪽으로 피하셔야 합니다!'
어쩐지, 귓가에 에고스틱이 말이 들리는 것 같다는 착각과 함께.
그녀는, 또다시 날아오는 화염방사를 피해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만만해하던 그녀는, 어느순간을 기점으로 어쩐지 급격히 강해진 저 용가리 때문에 애를 좀 먹었다고 한다.
***
붉은 용이 날뛰고있는 테러가 일어나고 있는.
그곳 주변의 어느 컨테이너 안.
겉의 허름해보이는 면모와는 다르게 다양한 첨단 기기들과 모니터로 도배되어있는 그곳에서.
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헤드폰을 내려놓고 있었다.
"이정도면 됐다."
"응? 오빠, 다 끝났어요?"
"어. 이제 데이터 쓸만한 것들은 다 뽑은 것 같아."
그런 내 말과 동시에, 즉석에서 작동하고 있는 옆의 프린터.
그곳에서 뽑아져나온 종이를, 나는 물을 마시며 넘겨보았다.
주로 현재 스타더스의 심박이나, 피로도등 건강 관련 예측 지수부터 전투실력, 회피능력을 점수로 매긴 것까지.
계산된 결과가 내 손에 차근차근 들어오고 있던 것.
그리고 그걸 본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 이거지..."
내가 말했잖아. 스타더스, 많이 강해졌다고.
나는 중국 용을 족치는 스타더스를 보며, 그런 애틋한 감상을 품었다.
이게 초반에 기차 하나 겨우겨우 막던 스타더스가 맞냐? 가슴이 벅차오른다...
[크르야아아아아아아!]
사실 수치를 볼 필요도 없이, 화면만 봐도 이미 감동적이었다.
푸른 하늘을 바탕으로 붉은 용이 온 창공을 불태우고 있는 와중에, 노란빛으로 빛나는 스타더스가 자신 몸집의 몇백배는 될 듯한 거대한 용과 맞서 싸우고 있는 모습.
물론 저건 테스트를 위해 리 샤오펑이 스스로의 능력 60퍼센트 만으로 만든 용이긴 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대단했다. 애초에 저 용은 정부 공식 대응법이 일 대 일로 붙는게 아니라, 다수전으로 잡는 형식이었으니까. 이러튼 저러튼 홀로 맞서고 있는 스타더스가 대단한 샘.
어쨌든 거기에, 월광교전에 있어서 스타더스의 힘은 이정도만 되도 충분하다. 결국 스타더스가 가진 특별한 힘이 핵심이기 때문에.
즉, 스타더스 몸상태는 이미 재앙에 준비가 완료됐다는 소리.
그렇기에 나는 테스트도 끝났겠다, 스타더스의 실전감각 유지를 위해 리 샤오펑에게 이젠 테스트도 아니니 실전처럼 한층 더 치열하게 싸워달라고 부탁했다.
그 결과가, 무슨 괴수 영화를 찍는 것마냥 불타는 하늘과 사방에서 들려오는 폭탄 터지는 소리고.
퍼어어어엉. 퍼어어어어엉.
아, 건물 녹았다. 저거 내가 배상해야 하는데...
뭐. 오늘도 돈 좀 쓰겠군. 원래 테러가 다 돈이지 뭐.
하여튼, 나는 그렇게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스타더스의 싸움 영상을 바라봤다. 시청자들 반응도 좋고. 음, 좋아 좋아.
내가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때.
"와... 또 나왔다. 오빠의 푼수 표정."
"...."
눈을 샐쭉하게 뜬 서은이가 나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는 시선에, 난 헛기침을 할 수밖에 없었다.
푼수라니... 우리 서은이가 이런 애가 아니였는데. 성인이 되더니 애가 비뚤어졌어. 흑흑.
내가 그렇게 우는 시늉을 하며 서은이랑 놀고 있을때, 마침 테러도 슬슬 끝나갔다.
"음..."
원래대로라면 역시, 이대로 끝내고 난 유유히 뒷정리하고 돌아가는게 맞겠지만.
'...그래도. 스타더스 오늘 못보면, 재앙의 날 전까지는 계속 볼 일 없으니까.'
그래.
미리 가서, 마지막 격려를 해주고 와야 하는게 아닐까.
내가 아는 모든 아치에너미들은 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다. 응.
그렇게 난, 책상 위 가면을 챙겨 들며 마지막 정리를 하던 서은이한테 말했다.
"서은아. 잠깐만 기다려줘. 방송 종료만 하고 올게."
"네에. 보고 오세요."
그렇게 서은이의 허락을 받은 뒤, 나는 가면을 얼굴에 쓰며 컨테이너 밖으로 걸어감과 동시에.
스타더스가 있을 그곳으로, 곧바로 순간이동했다.
그녀에게 연말 전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서.
***
"하으..."
텅 빈 도심 아래 넓은 공터.
숨을 거칠게 쉬며 바닥에 착지한 스타더스는, 허억거리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엑!]
드디어 공중전투에서 그 이상한 용가리를 쓰러트린 그녀.
어떻게든 타격을 넣을 수 있는 틈새를 찾아 공격을 우겨넣은 그녀는, 마침내 그 붉은 용을 쓰러트린 것이다.
이내 허공에서 몸을 꼬더니, 울음소리와 함께 화염에 뒤덮여 스스로 뿅하고 사라진 그것.
아마 저런다고 저 용이 죽은건 아니고, 그 리 샤오펑이라는 빌런이 소환을 취소했을 뿐이긴 하겠지만. 하여튼 이긴건 이긴거였다.
...끝난건가?
그녀가 숨을 헐떡이며,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수고하셨습니다!"
하늘에서 누가, 웃는 목소리로 박수를 치며 내려왔다.
"에고스틱..."
"네, 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스타더스씨."
웃는 낯으로 망토를 펄럭이며, 이내 땅에 자신처럼 사뿐히 착지한 그.
그리고 그런 그는... 누가봐도, 확연히 웃고 있었다.
"이야, 이제는 중국의 대표 빌런까지 쓰러트리시다니. 대단한데요?"
"...대단하긴."
숨을 몰아쉬며, 에고스틱한테 할 말을 고르느라 바쁘게 생각하던 그녀가 그렇게 대충 대답하자.
에고스틱은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아니라는듯 말했다.
"아니요. 대단한게 맞습니다. 저 용 이길 수 있는 히어로, 세계 단위로 봐도 몇명 없어요. 스타더스씨, 자신감을 가지셔도 됩니다. 당신은 이미 빛나는 사람이니까."
씨익 웃으며, 마치 당연한 말을 한다는 듯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하는 그.
그리고 그렇게 빛나는 눈동자로 말하는 그의 모습에, 스타더스는 순간 숨을 삼켰다.
...뭐지, 이게 새로운 정신공격 방법인가? 하루야, 정신 차려. 에고스틱의 페이스대로 놀아나면 안돼...
그래도 음, 이런 말을 면전에 들은건 처음이라, 좀. 기분이 막 날뛰는 그녀였다. 거기에 순도 백프로 진심으로 이루어진 그의 말이, 더 가슴에 와닫기도 했고.
잠깐. 내가 왜 빌런이 지가 일으킨 테러 잘 막았다고 칭찬해주는거에 이렇게 마음이 요동치는거지...? 이러면 안되는데...
그렇게 속으로 갈팡질팡하고 있는 스타더스가 자신도 모르게 멈칫한 사이, 에고스틱은 여전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여튼... 이런 얘기나 하려고 온건 아니고. 스타더스씨, 이거 하나만 기억해주세요."
갑작스럽게 그렇게 말하는 에고스틱에, 스타더스는 자신도 모르게 최대한 싸늘한 티를 담아 말했다.
"...뭔데? 나, 나쁜놈아."
빌런이라 나쁜놈이라는건지, 테러한다 해놓고 마지막까지 얼굴도 안보여 나쁘다는건지, 아니면 또 마지막에 와서 자신의 마음을 흔들기만 해서 나쁜놈이라는건지. 스스로의 마음을 잘 모르겠어서, 그렇게 삐진게 아니라 화난 티를 내며 말한 그녀.
물론, 에고스틱은 그저 씨익 웃으며 그런 사소한 호칭따위는 넘길 뿐이였다.
"다름이 아니라, 스타더스씨."
"...아마, 올해가 끝날때쯤. 뭔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 그.
그리고 그렇게 분위기를 잡는 그에 의해, 스타더스 그녀또한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뭔 일? 너, 뭔가 알고 있는거야?"
"뭔가를 아는건 아니고... 그냥, 위험한 냄새하나는 잘맡는 악당의 직감이라고 해두죠. 하여튼."
거기까지 말한 그는, 언제 진지했냐는 듯 다시 싱긋 웃으며 뒤를 돌아 말하는 그.
"슬슬 날씨도 추워지고 하니, 스타더스씨도 건강관리 잘하시길. 히어로가 감기에 걸리면 안되잖아요."
"...잠깐. 연말에, 뭔가 있는거지?"
그렇게 말 돌리지 말라는 듯, 그의 등 뒤를 보며 그녀가 따져묻자,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돌아 그녀를 보며 웃으며 답하는 그.
"네. 뭐가 아마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무언가 큰 일이요. 아마, 그 전과 후가 달라질 수도 있을 엄청난 일이."
"뭐라고? 잠깐만, 그럼 난..."
"그러나. 지금 안다고 뭐가 달라지진 않을겁니다. 다만..."
거기까지 말한 그는.
여전히 웃고는 있었지만, 그 어느때보다 진지한 눈으로.
그녀를 똑바로 보며, 입을 열었다.
"스타더스씨라면, 하실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재앙이 들이닥쳐도 지금의 스타더스씨라면. 제가 신뢰해 마지않는, 제 아치 에너미인 당신이라면. 충분히. 무엇이 와도 극복해 내실 수 있을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동자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그녀에 대한 신뢰로 넘쳐 흘러, 순간 그걸 본 그녀의 몸이 굳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오면 저도 도와드릴테니까요. 하하, 파트너인 히어로가 위험하면 빌런도 도와야되는게 당연한거 아니겠습니까?"
그는 씨익 웃으며, 그렇게 말했고.
그걸 보던 스타더스는, 자신도 모르게 그처럼 픽 웃으며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게 뭐가 당연해, 바보야..."
...그래.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에고스틱, 그가 함께라면.
스타더스는, 결국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미소지으며, 그런 생각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
그날 저녁.
'...뭔데? 나, 나쁜놈아.'
"거어어어..."
"앗. 다인이 고장났다."
나는 스타더스가 한 말에 큰 충격을 받고, 드러누웠다.
스타더스... 아무래도 나 싫어하는건 맞나보다. 다행이다. 다행인데...
머리론 알고 있었는데, 나쁜놈이라고 직접 들으니 충격이 컸다...
그렇게 난 그날밤 앓아 누웠다.
꿈속에서 스타더스가 날 매도하는 목소리를 들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