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56화 (256/328)

ep.259

대한민국은 사실, 히어로 사회의 주류에서는 상당히 떨어져있는 편이다.

인구수가 많아야 강한 히어로들도 많이 나올텐데, 그도 아니기 때문. 애초에 A급 이상 히어로가 3명밖에 없기도 하고, 인접한 국가가 북한 하나라 다른 나라 빌런이 잘 넘어오지 않는 것도 있고. 어쨌든 뭔가 국제 사회랑 큰 관련이 있기보단, 그냥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느라 바쁘다.

하지만 지금! 드디어 우리 대한민국이 메인 스트림의 주류로 편입될 기회가 왔다.

바로 전세계를 멸망에 가깝게 만들 대재앙이 한국에서, 한국 사람에 의해 벌어진다는 것. 와!

"....하하. 그거... 참... 재밌는, 농담일세 그려."

그리고 그걸 잘 풀어 설명한 내 말에, 협회장은 세상이 무너진 얼굴로 그렇게 머리를 부여잡곤 중얼거렸다.

특히.

*

[서울 붕괴까지 예상시간: 5시간]

[부산 붕괴까지 예상시간: 3시간]

[경기도 전복까지 예상시간 : 3시간]

...

[사건 발생후 대한민국 멸망까지 추정 14시간]

[예상 사망자수 : 20,000,000명 + a]

*

우리가 아무것도 안한 채 깔끔하게 재앙이 시나리오대로 흐를시 예측되는 결과물을 자료화면에 띄운 이후. 더더욱.

거기에 잘보니 매끈한 머리에 땀방울이 맺힌게 눈에 띄었다. 저런.

"그래서... 대체 어쩌자는건가?"

지하 벙커.

내가 올 연말에 벌어질 월광교 대재앙을 아주 친절하게, 대충 예상 사망자수와 받게될 국제 사회의 원망어린 시선을 아주 실감나게 전해주자. 협회장은 멘탈이 걸레짝이 돼서 나한테 다 죽어가는 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일단 지하 벙커들은 얼마나 지으셨습니까?"

"...저번에 자네 말 듣고, 꽤나 많이 준공했네."

"돈을 더 부어서라도, 지방 곳곳에 더 많이, 빨리 지으세요. 한 구역에 적어도 하나는 있어야 할겁니다."

"그거야 뭐, 요즘 이상하리만큼 예산을 잘받아서 할만하네."

"후후..."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대답하는 협회장의 말에, 옆에 앉아있던 이설아는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그야, 예산 편성을 이설아가 쥐락펴락하니 당연히 지원해주겠지.

"그래서, 또 뭘해야 하는건가?"

"그 다음엔, 운명의 그 날을 미리 대비해야죠."

난 그렇게 말하며, 벽면에 크게 펼쳐진 대한민국의 지도에 마커를 꺼내 동그라미를 치기 시작했다.

"일단 저희가 알아낸 바에 따르면, 재앙은 서울에서 시작될 겁니다. 즉, 가장 강한, 일명 보스급 괴수들은 주로 서울에서 등장할거란 소리죠."

난 그렇게 말하며 서울의 몇몇 구역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이곳들이 바로, 원작에서 특히 강한 개체가 나오는 곳.

"...그럼 어찌하는가?"

"얘네들은 따로 특별한 방식으로 처리해야지요. 그래도 일단 다행인점은, 이놈들을 제외한 지방에 나올 대다수의 잡몹들은 재래식 무기가 통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굉장히 약하다.

예를들어 총알 100발을 먹여야, C급 능력자의 공격 한방이랑 비슷할 수준. 거기에 물량빨로 밀어붙히니 답이 없다. 대부분의 보스급들은 이상한 방어막 같은걸로 화기에 면역이기도 하고.

그래도 일단은 몇몇이라도 화기가 통한다는건 큰 장점이였다. 미사일 등등을 쓸 수 있으니까.

"그래서 아마 일단 지방 이쪽, 이런쪽은 미사일을 날려서 파괴 가능한데..."

"전 정권 대통령이 서울에 미사일쏘다 탄핵될 뻔했는데, 또 미사일을 쏘자고?"

"...솔직히 여론이 그렇게까지 된건 협회장님이 선동해서  그런거 아니였습니까?"

"...커흠. 말도 안되는 소리를."

내 황당하다는 시선에, 협회장은 고개를 돌리며 헛기침을 했다.

아니, 그때 한은그룹 거대병기 사건때 매일같이 뉴스에 나와서 스타더스 지키겠다고 대통령을 미친듯이 욕하던게 누군데.

...물론 잘한거긴 한데, 하여튼.

"어쨌든 서울 중심부에 보스급들이 제일 큰 문제일텐데. 이쪽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스타더스도 도울테고요."

난 확언하듯 그렇게 말했다.

사실 스타더스가 돕는다기보다는, 우리가 스타더스를 돕는 형식이 되긴 하겠지만...

"그리고 이제 수도권 주변과 지방쪽이 문제인데, 그건 협회의 B급 히어로분들과 아이시클씨의 PMC, 그리고 섀도우워커씨에게 맡기겠습니다."

"알겠어요."

"알았다."

그런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시클과 섀도우워커.

다들 믿음직스러웠다.

"근데... 에고스틱. 그, 저놈들한테는 내 능력 통하겠지...?"

"네. 대부분은 통할테니 걱정마세요."

"...그치. 휴, 하하. 그거 오랜만에 좀 좋은 소식인걸."

...섀도우워커가 조심스럽게 그렇게 묻더니, 내 대답에 피곤한 얼굴에도 불구하고 정말 활짝 웃기 전까진.

음, 아무래도 요즘 마음고생이 심했나보다. 하긴, 최근들어 우리 서자영처럼 밤에도 섀도우워커 공격에 면역인 애들이 꽤 생기긴 했지. 원작의 미친 파워인플레 덕에...

사실, 원작 이맘때쯤에는 섀도우워커가 여자친구 죽고 흑화해서 야인으로 살고 있었어서 잘 몰랐다. 무슨 산에서 늑대처럼 살아서인지 분량도 없었고. 그 덕에 스타더스만 이젠 저녁 퇴근도 없이 하루종일 굴렀어야 했지.

어쨌든, 사실 아무리 예전의 위상이 아니라고 해도 섀도우워커가 이렇게 공식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건, 정말 엄청난 장점이다. 밤 한정으로 거의 무적인 만큼, 재앙 일어난 날 해만 지면 미쳐날뛸 수 있다는거니까. 내가 PMC만으로 대한민국 서울 나머지 땅을 전부 막을 수 있을거라 판단한 주요 요인이기도 하고.

그랬기에, 나는 이 자리에서 섀도우워커한테 응원의 말을 해주기로 했다.

"섀도우워커씨, 그리고 사실 이 작전의 핵심 코어는 당신입니다."

"으으음..?"

내 말에 무슨 소리냐는 듯 이쪽을 돌아보면서도, 귀를 쫑긋하며 굉장히 큰 관심을 가지는 그.

나는 그런 그에게, 살살 말을 했다.

"사실 대한민국의 이 넓은 지역을, 섀도우워커씨 당신 없이 커버가 가능하겠습니까? 당신의 그 신들린 그림자 이동과 능력이 아니였다면, 애초에 불가능한 계획이였을겁니다."

"흠흠, 그런가?"

"네. 다시한번 말씀드리겠습니디만, 이번 계획의 핵심은 섀도우워커씨, 당신입니다. 그러니 꼭 최선을 다해주세요."

"...크흠, 거 참 띄워주기는. 알았어, 꼭 최선을 다하지."

섀도우워커는 그렇게 진중하게 답했으나, 입가가 올라가고 싶어서 파들파들 떨리는건 눈치 못챈거 같다.

...저런, 얼마나 요즘 마음 고생이 심했으면 이런걸로 저렇게 좋아할까. 이쪽도 좀 신경썼어야 했나.

하여튼 그렇게 뜬금없이 섀도우워커를 띄워주는 날, 이설아는 내가 왜이러는지 이해한다는 듯 빙그레 미소짓고 있었고. 협회장은 음... '저놈 갑자기 왜저래?'라는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있었다. 아니, 섀도우가  중요한 역할인건 맞다고... 다만 사실 이 계획에서 제일 중요한건 스타더스여서 그렇지.

하여튼 난, 마지막으로 내 최종 계획을 밝혔다.

"어쨌든, 제 계획은 이겁니다. 제일 강한 괴수들이 나올 서울쪽은 저와 스타더스가 담당한다. 그리고 밑에 지방쪽은, 아이시클씨와 섀도우워커씨가 담당한다. 그렇게 시민들을 다 재빨리 대피시키고, 조금만 버티신다면..."

"제가, 게이트들을 전부 닫겠습니다."

그래.

이게 내 최종적인 계획이다.

괴수들이 게이트라는 차원문을 통해 넘어오면,  에고스트림과 스타더스, 히어로들을 비롯한 모두가 최대한 시민들을 대피시킨 뒤 막아본다.

그리고 그동안, 나는 월광교주를 족쳐서 게이트들이 더이상 생겨나지 못하게 막는다.

...물론, 차원의 틈이 약해져 게이트들은 계속 생겨서 물리적으로 막는건 불가능하지만. 다 방법이 있는 법.

"...알겠네. 그러면 우리는, 그동안만 버티면 된다는건가?"

"네. 아마 한번 풀려난 괴수들은 하나하나 잡아 죽이는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추가 피해는 막을 수 있을겁니다."

이렇게 안하면, 원작대로 세계는 거의 종일 괴수들이 튀어나오는 쓰레기장이 되서 순식간에 준멸망 상태에 이르고 포스트 아포칼립스물로 장르가 돌변한다.

이게 바로, 내가 이 세계에 빙의한 초반에 늘상 말해왔던 '작품의 분위기가 완전히 변하는 에피소드.'

즉, 이걸 못막으면 그냥 답이 없다는 소리다.

"그러니, 최대한 잘해보자고요. 이거 끝나고 제가 마음 편하게 테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될 수 있도록."

"알겠네, 알겠어... 하아, 빌런과 손잡은 협회장이라니. 역사가 나중에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위기의 순간에 적과도 힘을 합쳐 재앙을 물리친 성군으로 기억하지 않을까요?"

"...그랬으면 좋겠구만."

웃으면서 슬쩍 그렇게 말하는 이설아의 말에, 협회장은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어쨌든, 마침내.

이제 협회쪽에서도, 이렇게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되었다.

***

회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는 조용히, 해가 져 어두운 밤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대한민국은, 이걸로 됐겠지만.'

역시 이번엔 해외가 문제다.

비록 월광교의 모든 전력이 한국에 집중되긴 하겠지만, 그래도 당연히 다른 나라들에도 게이트들은 열리겠지. 물론 내가 금방 닫는다면 피해가 원작처럼 어마무시하진 않겠지만, 어느 정도는 있겠지.

사실, 내가 우리나라를 이렇게 지키는 것도 스타더스 때문이였지만.

'그래...'

해외가 개판나면. 당연히 우리나라에도 영향이 가겠지. 그런즉슨, 다른 나라들도 어느정도 대책을 세워놔야 된다는 소리.

그리고 그건, 당연히 국제 협회의 일이겠지.

"카테달이... 곧 열리지?"

잠시 일정을 떠올려본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제, 뿌린 것들을 수확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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