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58
모든일을 처리한 뒤에는, 하나에만 집중한다.
그게 내 새로운 모토였다.
즉, 이제 자질구레한 일들이 어느정도 정리되고. 월광교 게이트 재앙도 얼마 안남은 이 시점에서는.
재앙의 날까지, 모든 신경을 그쪽에만 집중하는 것.
그렇게 스타더스 테러관련 모든 것도 다 중단한체, 이젠 정말 이것만을 준비하기 위해 달리기로 했다.
스타더스는 지금도 이미 충분히 강하다. 마지막 점검만 해보고 바로 실전에 투입시켜도 되겠지.
그렇기에 이제는, 이 재앙에 남은 모든 시간을 투자한다!
...그런 의미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월광교의 힘을 저지시킬 마법진들을 까는데 한달이 걸렸다.
"....이게 마지막이냐?"
"어. 이것까지 하면 얼추 다한것 같아."
"휴... 드디어."
대한민국 어딘가의 숲.
깊은 녹색의 우림이 햇빛을 가로막아 짙은 그림자를 형성한 그곳에서, 최세희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벌써 우리가 이렇게 마법진을 깔겠다고 전국을 유랑한지도 한달이 다되간 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일단 장기 프로젝트가 되다보니, 함께 떠도는 멤버들부터 많이 변한 편.
마법진을 까는 은월이랑 나는 고정이고, 다른 멤버들이 돌아가며 우리를 따라왔다. 중간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호위는 있어야 하니까.
"....."
숲 속 아래.
검은 머리카락을 늘어트리고 하얀 무녀복을 은월이가 손을 합장한 채, 눈을 감고 마법진을 까는 동안.
나랑 최세희는 근처 바위 위에 걸터 앉아, 숲 속에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이게 뭐라고 한달이나 걸린거야?"
파직. 파지지직.
근처에 나뭇잎 하나를 들어 전기로 태우고있는 최세희를 보곤, 나는 답했다.
"전국을 돌아다녔으니까 그렇지."
"...그래도, 너무 오래 돌아다닌거 아니야?"
최세희는 서은이를 따라하듯 입을 툭 내밀고는 그렇게 말했다. 마치 지금 서운하다는걸 강하게 어필하듯.
그걸 본 나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는, 무릎꿇고 열심히 마법진 생성중인 은월이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이였으니까."
"그건 그렇다쳐도... 에휴, 나도 모르겠다."
거기까지 말한 최세희는 머리를 문지르더니, 나를 향해 약간 서운한 말투로 말했다.
"너 없으니까, 집안 분위기가 그냥... 축 늘어지더라."
"응...?"
내가 집을 나선지도 벌써 한달.
그리고 그러는동안, 집에 돌아간적은 몇번 되지 않는다. 전국을 돌다보니 왔다갔다하기엔 시간이 너무 걸려서, 은월이랑 둘이 대충 그 지역 숙소 아무거나 잡아서 묵었기 때문.
그렇기에 난, 내가 없는동안 남은 멤버들이 어쩌고 있는진 잘 알지못했다.
"너도 알잖아. 서은이랑 하율이는 너 많이 따르는거. 그나마 은월이는 늘 너랑 함께있었으니 다행인데... 너 없으니까 이수빈도 서자영도 뭔가 좀 쳐지고, 하여튼 그래."
최세희는 머리를 만지며, 그렇게 말했다.
...아니 근데, 서은이랑은 처음 한주는 같이 다녔고. 수빈씨랑 서자영도 중간중간 함께한거 생각하면. 실질적이게 떨어진 시간은 3주인데..?
"3주밖에 안되는게 아니라, 3주나 그런거지."
내 질문에 딱 잘라 말하는 최세희의 말.
...아니, 3주가 그렇게 긴 시간인가? 3주동안 쌩짜로 안만난 것도 아니고 매일밤 다같이 영상통화도 했는데..?
그래. 뭐 내가 모르는 깊은 이유가 있겠지.
...서은이가 그러는건,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였고.
그렇기에 나는 웃으면서 답했다.
"알았어. 앞으론 이번처럼 멀리가는 일 없도록 할게."
"흥. 약속이다."
그렇게 내 확답을 듣고서야, 씨익 웃는 최세희를 보며 난 마주 웃었다.
...언젠가, 마지막 순간이 오기 전까진 이 약속을 지킬 수 있기를.
"다인오빠, 언니. 다 끝났어요!"
그리고 그러던 그때.
마침 마법진 설치를 다 끝낸 은월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렇게 말했다.
"잘했어 은월아. 정말 수고했다. 고생많았어."
"아니예요. 월광교주... 그 사람을 잡기 위해서인데, 당연히 해야죠."
내가 그녀의 곁에서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자, 은월이는 조용히 미소지으며 내게 그렇게 답했다.
...아 맞다. 은월이는 어른인데 이러면 안되지. 자꾸 깜빡한다. 그녀가 서은이랑 늘 같이 다니고 키도 비슷해서 그런지, 가끔 은월이를 애취급 할때가 있다..
거기에 은월이가 워낙 착한 나머지 별다른 소리를 안해, 더더욱 그런 것도 있지만.
"좋아! 드디어 끝났으면, 그만 돌아가자!"
그렇게 모든게 끝난걸 본 최세희가 바위에서 펄쩍 일어나며 그렇게 말했고.
우리는 근처에서 마지막 식사를 한 뒤, 다시 우리의 집으로 향했다.
한달간 이어진 방랑빌런 에고스틱의 대여정의 끝이였다.
***
집에 돌아온 이후
오랜만에 본 우리 에고스틱 맴버들과 재회하고, 일도 다 끝난 기념으로 밥도 맛있는거 다같이 먹은 후.
나는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에게 앞으로 다가올 그 재앙을. 계획을 포함해 구체적이게 설명하였다.
"올 겨울. 월광교주가 이끄는 월광교가 다른 세계. 그러니까 괴물들이 가득한 세계와 저희의 차원에 구멍을 내서, 이계의 괴수들을 소환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그 수가 셀수도 없이 많을겁니다. 게이트라고 불리는 포탈을 통해 넘어올 텐데, 그게 전세계에 생길겁니다. 프랑스, 구 브라질, 영국, 아프리카, 호주, 러시아, 미국 등 모든 곳에요. 도시 지방 가리지않고 정말 말그대로 모든 곳에."
"아마 그렇게 되면 지구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냥 망하겠죠."
"그래서 저희가, 그걸 막아야합니다."
나는 신룡씨를 보며 다시한번 그렇게 설명했다.
좋아. 이 얘기는 사실 이미 한번 모두에게 해준 얘기다.
이제 중요한건, 어떻게 막을 생각인지를 설명해 줘야지.
난 그렇게 말을 이었다.
"일단 그 월광교주라는 사람이 차원문을 여는거 자체는 막을 수 없습니다. 이미 준비가 다 끝났고, 그가 아니여도 어차피 일어날 일이기 때문이죠."
"즉, 우리는 그가 차원문을 열고 난 이후. 그때 막아야 한다는겁니다."
난 그렇게 설명하며 화이트 보드 위에 건물이랑 작대기 사람, 둥근 포탈이랑 괴물을 그렸다.
"...근데, 어떻게 막는다는건가?"
그리고 내 말을 듣던 신룡씨가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난 그런 그녀의 질문에, 친절히 답했다.
"그건 제가 생각이 있습니다. 은월이와 전국에 마법진을 그리고 다닌것도 관련이 있고요. 다만, 이 방법의 문제는 시간이 꽤 걸린다는거죠."
"그렇기에 저희의 차후 원활한 테러 진행을 위해서라도 대한민국이 무너지면 안되는만큼, 미리 대비를 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저기서 나오는 보스급 개체들은, 어지간하면 저희가 몇마리 잡아야 될겁니다."
쉬운 싸움이 되지는 않을거다.
그렇기에 에고스트림 멤버들을, 내가 지금까지 단련시킨거고.
"이제 진짜 시작인건가보네요..."
서은이가 벌써부터 고생할 모습이 눈앞에서 아른거린다는듯, 한숨을 쉬자 난 그녀를 위로하듯 답했다.
"그래도. 이번만 넘기면 한동안은 진짜 푹 쉴 수 있을거야. 그러니까, 이번에만 힘내자."
"...그럼 여행도 가는거에요?"
"그럼. 당연하지."
뭔들 못하겠어.
그런 내 대답에, 서은이는 그제서야 의욕이 난다는 듯 주먹을 움켜쥐고 말했다.
"알겠어요. 열심히 해볼게요."
"저희도요, 다인씨."
따뜻하게 미소지으면서 대답하는 수빈씨.
그러자 그 옆에있는 최세희랑 하율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다들 끝나고는 한 숨 돌려 푹 쉴 수 있다는 말에 생기가 도는 분위기.
"좋아. 드디어... 흥미로운 일이 생기네."
[하하! 전투라니 재밌겠구만!]
서자영이랑 우리 데식이 아재는 이러고 있고...
그나마 은월이만이, 차분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하여튼, 난 그렇게 긴 회의실 책상에 앉아 날 바라보고 있는 이들을 보며. 책상에 손을 턱 얹고 말했다.
"그러니 지금부터, 각자가 해야할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그날부로.
우리 에고스트림은 모든걸 멈추고, 대-월광교 상대에 모든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 우리끼리의 얘기는 여기까지 하면 됐고.
이젠 재앙에 앞서 한국이 어찌해야 할지나 생각해야지.
나는 그렇게,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이설아랑은 이미 얘기 끝났으니, 그래.
[협회장]
이젠, 다시한번 협회장을 만날 순간이다.
다른 히어로들 모두 모여서.
***
협회 메인본부의 컨트롤타워.
...로 부터 멀리 떨어져있는. 협회 부속 비밀 컨트롤센터.
청와대 지하 벙커 부럽지않은 협회의 숨겨진 지하 서브 컨트롤 센터에서.
협회장은, 비밀리에 한 인물을 만나고 있었다.
"...그래. 그래서, 날 왜 부른거지?"
민머리에 땀을 닦아가며 말하는 그 남자는 바로 협회장.
그리고 그의 반대쪽에서, 검은 모자와 하얀 가면. 검은 망토를 쓴 채 서있는 남자는.
"안녕하십니까. 협회장님."
바로 대한민국 최고 등급 빌런, 에고스틱이였다.
물론 당연히 그가 독대를 하고 있는건 아니였다.
"에고스틱씨, 왔어요?"
어두운 벙커에 어올리지 않는 하늘색 머리카락을 한 채, 커피를 한잔 마시며 씨익 웃고있는 여자.
그녀는 바로, A급 히어로 아이시클.
"...에고스틱. 오랜만에 보는군."
그리고 그녀의 반대편에 앉아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다크서클을 한 남자는, A급 히어로 섀도우워커였다.
"아이고... 우리 A급 히어로 단 세명중 두명이나 빌런이랑 구면이라니... 세상이 말세구나 말세."
"...하하."
그리고 자기네 히어로가 A급 빌런이랑 반갑게 인사하고 있는걸 협회장이 착잡한 표정으로 보며 한숨을 쉬고, 아이시클이 멋쩍게 웃고있는 그때.
에고스틱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제가 모두들 부른건, 당연하게도 앞으로 큰 재앙이 펼쳐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를 위해서라도, 협회가 이를 막아줬으면 좋겠고요."
"그러니, 설명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지하 어딘가, 협회 컨트롤 센터에서.
A급 히어로 및 빌런 3명과 협회장이 모인, 대회의가 시작되고 있었다.
***
"협회장님이 안계시다고요...?"
"네. 연락받고 어딘가로 나가셔서요."
"네..."
'아까부터 설아도 연락을 안받고, 뭐지...'
그리고 그시각.
자료 관련해서 아이시클과 협회장을 찾고있던 스타더스는, 무언가 외로운 기분이 들고있었다...